아시아계 미국인 작가들의 소설을 보면 작가가 트라우마의 배경을 머나먼 고국 땅이나 고립된 아시아계 가족 내부로 설정하여, 그들의 아픔이 미국의 제국주의 지정학이나 미국 내 인종주의에 대한 새삼스러운 증거가 아님을 확실히 해두는 작품이 많다. 그들에게 고통을 주는 외부적 요인은?가부장적인 아시아인 아버지, 과거 시대의 백인들?독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도록 충분히 멀찌감치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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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이너 필링스 - 이 감정들은 사소하지 않다 앳(at) 시리즈 1
캐시 박 홍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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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머릿속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은 모호한 연옥 상태에 놓인다. 백인도 아니고 흑인도 아니며, 흑인에게는 불신당하고 백인에게는 무시당하거나 아니면 흑인을 억압하는 일에 이용당한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

인종적 자기혐오는 백인의 시선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것이고, 이것은 나를 자신의 최악의 적으로 만든다

미국 정부는 가장 교육 수준이 높고 고도로 훈련받은 아시아인만 들여보낸 다음 그들의 성공을 두고 자화자찬하기에 바빴다. 이거 봐! 누구나 아메리칸 드림을 누릴 수 있다고! 이미 의사인 사람들이 와서 의사 일을 하는 것을 두고 그렇게 말했다.

인종에 관한 이야기는 단순히 수다로 끝날 수가 없다. 그것은 존재론적이다. 그것은 남에게 내가 왜 존재하는지, 내가 왜 아픔을 느끼는지, 나의 현실이 그들의 현실과 왜 별개인지를 설명하는 일이다. 아니, 실상은 그보다도 훨씬 더 까다롭다. 왜냐하면 서구의 역사, 정치, 문학, 대중문화가 죄다 저들의 것이고, 그것들이 내가 존재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회적 신호를 박탈당해 나의 행동을 타인과의 관계에 비추어 가늠할 수단이 없으니 유령 취급을 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행동하면 좋았을지, 무슨 말을 하면 좋았을지 내 생각을 샅샅이 점검한다. 내가 보는 것, 내가 듣는 것을 신뢰하지 못한다. 자아는 자유 낙하하는데 초자아는 무한대로 커져서, 나라는 존재는 부족하다고, 결코 충분치 못하다고 다그친다. 그러므로 더 잘하고, 더 잘되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며, 자기 이익이라는 이 나라의 복음성가를 맹목적으로 따라 부르고, 내 순가치를 늘려 내 개인적 가치를 입증해 보이는 짓을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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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쓸모 - 자유롭고 떳떳한 삶을 위한 22가지 통찰
최태성 지음 / 다산초당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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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바텐더가 칵테일을 가져다주며 다정하게 설명한다. "위스키와 ○○과 △△을 섞은 칵테일로…뭐가 뭔지 잘 모르면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경청했다. 바텐더는 정중한 고갯짓을 하고 떠났고, 나는 기대감에 차 서둘러 술잔을 들어 첫 모금을 마신다.
약간의 점도가 느껴지는, 자줏빛이 감도는 갈색의 술을 마시자 스모키한 위스키 향이 입안을 꽉 채운다. 들숨에 남는 잔향은 달큼하니 셰리주 맛이 진하다. 가니시로 꽂힌 타임의 알싸한 향이 코에 닿아 아로마가 더 짙게 느껴진다. 맛있다! 오직 나만을 위해 정성껏 제조된, 밀도가 높아 거의 끈적거리며 넘어가는 술을 연달아 들이켜고는 기쁨에 겨워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맛있어! 잘골랐어.’그 만족감이 무슨 신호라도 되듯, 비로소 이 ‘바‘라는 작은 세상에 틈새가 생겨나더니 내가 앉아 쉴 아늑한 자리가 마련된다. 마티니의 진과 베르무트가 경계 없이 뒤섞여 하나가 되듯, 이곳의 공기 속에 나도 위화감 없이 녹아든다. 칵테일의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퍼지면서 취기에 굳은 몸과 마음이 풀릴 때 이곳은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나를 환대한다. 나는 칵테일의 풍성한 향과 맛을 만끽하며 앙상하던 마음에 만족감을 채워 넣었다.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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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버려 그리고 힘내 - 무사히 할머니가 되고 싶은 1인 생활자의 모험기
김송희 지음 / 딸세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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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여럿이 있을 때 왜 목소리가 커지고 자신감이 올라가고 거친 행동을 하는 걸까. 혼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여럿이 있는사람을 위해 길을 비켜주거나 테이블을 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단체 라이더에게 비키라는 고성을 듣고 난 뒤 나는 왜 혼자서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게 이렇게어려운 건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미래가 불안하고 생존이 어려운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하지만남이 불행해야 내가 행복한 것도 아니고 남을 짓밟고 파이를 빼앗아야 내 상황이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당신은 더 이상 청년이 아닙니다‘라는 탈락 목걸이를 받고 ‘난 아직 힘든데 왜 청년만 혜택이많아?‘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쳤다. 남이 가진 것에 불만부터 가지는 내가 끔찍하게 여겨졌다. 정신 차리자, 어른이 되자. 난 여전히마음만큼은 여린 젊은이라고 스스로 위로해봤자 괴물이 될 뿐이다. 내가 나를 단단히 붙들고 싶어서 길게도 주절거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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