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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권유 - 사유와 실천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김진혁 지음 / 토네이도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김진혁 PD가 돌아왔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는 EBS에서 『지식채널e』라는 5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명성을 얻었지만, 광우병을 다룬 '17년 후'라는 작품으로 인해, 2008년 8월 교체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논란이 약간 일어났지만, 제 기억에서는 곧 지워졌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사전 정보 차원에서 인터넷에서 그의 동향에 대해 검색해보았습니다. 최근 제작에 복귀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김진혁 PD는 방송 제작보다는 다양한 강연, 저술, SNS에 활동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자의이든 타의이든 그의 행보는 분명 정치적 색채가 대단히 짙었습니다.
자기계발 분야에 있기에 저도 1월 추천 신간으로 주저없이 선택했지만, 막상 끝까지 읽어본 이 책은 『닥치고 정치』와 같이 정치비평 분야에 더 가까웠습니다. 물론 책의 부제처럼 '사유와 실천사이에서 고민하는 청춘'을 위한 자기계발서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좌파인가? 우파인가?"라는 대담한 질문을 담고 있는 서문은 이 책이 결코 평범한 자기계발서가 아님을 단박에 알아채게 합니다.
이 책은 『prologue 머리보다 심장이 먼저 반응하는 지식의 힘!』에서 『epilogue 생각이 다르다는 건 축복이다』까지 38개의 지식에 대한 저자 김진혁 PD 나름의 질문과 해답을 담고 있습니다. 두서없어 보이는 이 구성은 "이념, 정치, 소외 그리고 언론'에 대한 의구심에 대한 저자 나름의 기준(p.9)으로 배열한 것입니다. 이 질문을 통해 김진혁 PD는 맹목적인 지식의 주입을 경계하고, 스스로 의심하고 질문하는 지식의 힘을 기르도록 격려합니다.
초반의 질문들이 지식을 판단하는 지식에 관한 이야기라면, 중반부 이후는 현실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고 있습니다. 한미FTA, 곽노현, 박원순, 안철수와 같이 현재 진행형인 사건과 인물에 관한 진보적 해석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의 좌파적 입장은 생생한 현실과 만나서 살아숨쉬는 생명력을 얻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선이 자칫 편파적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책이 방황하는 청춘을 위해 쓰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안타까움은 더욱 커집니다. 진보적 입장만을 주장하기 보다는 먼저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에 대한 균형잡힌 분석이 이루어졌으면 더욱 설득력을 얻었을 듯합니다.
서구 학자들이 '역사의 종말'이나 '이데올로기의 종언'을 주장한지도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대한민국은 아직도 보수와 진보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논리적 토론이 아닌 양자의 감정적 대결은 우리의 정치를 제자리 걸음에 머물게 하고 있습니다. 이를 끝내고 생산적인 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먼저 보수와 진보의 의미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보수의 가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진보의 가치에 대해서는 막연한 이상주의나 청춘의 치기로 치부하기 쉽습니다. 이 책 『지식의 권유』를 통해 진보의 진정한 가치를 모색해보는 계기로 삼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입니다. 저는 오래전 백일몽 같은 진보의 가치를 다음의 말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말을 인용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칩니다.
“사려깊고 헌신적인 소수의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마라. 실제로 세상을 바꾼 건 그들이다” - 문화 인류학자 마가렛 미드
"나으리, 그런 길은 아무 곳에도 있지 않사옵니다. 나으리께오선 길 없는 길을 찾아 헤매신 것이옵니다.. 하오나 나으리께서 걸어가신 발자국들을 후대사람들이 쫓아 걸을것이오니 그곳으로 길이 날것이옵니다... 그 길이 바로 나으리께오서 찾으신 개혁이 길이 될 것이옵니다...!" - 여인천하 44화에서 개혁정치를 주장하다 사약을 받은 조광조를 슬퍼하며 갖바치가 말하는 대사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