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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감 -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
리완창 지음, 박주은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브라운박사: 이렇게 작은 부속이 큰 문제를 일으켰다니 믿어지지 않아.
일본에서 만들었으니 당연히 고물이지.
마티: 무슨 말씀이세요? 일본 제품들은 모두 최고급이에요.
-백 투 더 퓨쳐 3 (Back To The Future Part III, 1990)에서
미카엘라: 저게 뭐지?
샘: 로봇인데 무지... 최첨단 로봇인가 봐 . 모르긴 해도 일본 제품일 거야.
그래, 확실히 일본 제품이야.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에서
2015년 10월 21일. 이 날은 영화 백 투 더 퓨처(1985)에서 주인공이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간 30년 후의 미래였습니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이에 관한 기사와 포스트를 쏟아내었고, 네티즌들은 영화와 현재를 비교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달리 주목하는 점은 바로 일본에 관한 언급이었습니다. 영화 속 1955년의 브라운 박사는 일본 제품의 품질이 형편없다고 비난하는 반면, 1985년의 주인공 마티는 일본 제품을 높게 평가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2015년 노벨 의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할 만큼)기술 강국인 일본 또한 단계적인 기술 발전과 품질 향상을 통해서 현재에 이르렀음을 알려주는 장면입니다. 반면에 최근 중국이 보인 행보는 이와 사뭇 다릅니다. 흔히 '대륙의 실수'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뜬금없이 깜짝 놀랄 제품을 선보여 우리를 놀라게 하곤 합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대륙의 실수'라는 표현은 적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 철저한 전략의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순차적인 기술 발전이 아니라 지금 필요한 기술로 바로 단계를 뛰어넘어 최신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도약 효과(The Leapfrog Effect)라고 부릅니다. 이런 중국 기업의 선두에 서서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샤오미(小米)입니다. 2010년에 창업한 이 신생기업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스마트폰 시장 4위, 웨어러블 기기 미밴드로 세계 시장 2위를 기록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세상이 주목하는 샤오미의 성장 비밀을 CEO인 레이쥔의 권유에 따라 샤오미의 시장 마케팅과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총괄담당하고 있는 리완창(애칭은 아리)이『 참여감』이라는 책으로 내놓았습니다. 작년 중국에서는 15초마다 팔리는 진기록을 세우며 기업들의 집단학습열풍을 일으켰다는 화제의 베스트셀러이기도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샤오미가 직접 공개하는 창의성과 혁신의 원천인 참여감에 대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여감 3·3 법칙, p.39에서>
샤오미는 창업과 동시에 '첫 100만 사용자를 어떻게 끌어모을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이에 대해 CEO 레이쥔은 '집중, 극치, 입소문, 신속'이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집중과 극치는 제품의 목표이고, 신속은 행동준칙, 입소문은 전체 인터넷 씽킹(IT시대의 새로운 사고방식)의 핵심이라는 주장입니다. 이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행해 줄 전략과 전술이 이 책의 제목과 같은 참여감 3·3 법칙입니다. "첫째도 참여감, 둘째도 참여감, 셋째로 참여감"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참여감은 제품부터 서비스, 사용자 경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속속들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100명의 개발자에 10만 사용자의 경험을 더해 매주 MIUI(샤오미 스마트폰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업데이트하는 오렌지 프라이데이, 집처럼 편안하고 1시간 내 수리 및 배상을 약속하는 서비스센터 샤오미의 집, 샤오미의 팬인 ‘미펀’(Mi Fen, 米粉)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과 온라인 서비스, 오프라인 이벤트... 이 모든 것이 모여 샤오미만의 독특한 팬덤 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태풍의 길목에 서 있으면, 돼지도 하늘을 날아오를 수 있다."라는 자신의 말을 CEO 레이쥔은 멋지게 현실로 이루어 냈습니다.
저에게 이 책은 중국 기업에 대한 이해만큼이나 중국 출판 수준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계기였습니다. 지금껏 제가 읽어온 중국 서적들의 수준은 대동소이했습니다. 현대적 해석을 거치기는 했지만 대부분 중국 고전에 기대어 논리를 전개해 나갔고, 문장 자체도 고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반면에 이 책『참여감』은 체계적인 구조와 독창적인 아이디어, 간결한 문장을 통해 핵심을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샤오미 제품의 사진을 생생하게 실은 것은 물론이고 회사 내부, 이벤트는 물론 인터넷 화면까지 캡쳐해서 보여줌으로써 읽는 재미만큼이나 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각장의 핵심을 간결하고 흥미롭게 풀어낸 46장의 (일러스터 출신 저자가 직접 그린)포스터입니다. 저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운로드까지 제공함으로써 다시 한 번 독자를 감동하게 합니다.
이웃에 큰 쌀가게가 생기면 우린 그 옆에서 무슨 장사를 해야 할지...
또 하나의 짝퉁이라고까지 치부했던 샤오미(小米). 어느 샌가 따미(大米), 터따미(特大米)가 되어 우리 앞에 섰다. 성공의 비결은 무엇일까? 이 책의 차례와 서문을 보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생각 할 것이다. "이웃에 큰 쌀가게가 생기면 우린 그 옆에서 무슨 장사를 해야 할지..."
-뒷표지, 박한진(KOTRA 타이베이 무역관장, 상하이 푸단대 기업관리학 박사)
책을 읽으면서, 샤오미와 우리의 기업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직까지 품질이나 서비스면에서 우리 기업이 샤오미에 밀리지는 않습니다. 기술력 또한 아직은 우위에 있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참여감'이라는 점에서 보면, 위기감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다양한 국내 스마트 기기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에 불만이 많았던 저로서는 샤오미의 이런 정책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은 소비자보다는 오히려 기업 관계자들이 아닐까 합니다. 소비자들의 요구를 불평으로만 치부하고, 열악한 개발자들의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위기는 곧 현실로 나타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사람도, 제도도, 환경도 변화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다면 샤오미의 앞날은 어떨까요? (저자가 샤오미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책은 샤오미의 노력과 장점, 장미빛 미래로 가득차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바라보는 샤오미의 단점과 한계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우선 중국 내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기에 해외 진출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2014년 12월 10일, 샤오미는 에릭슨의 소송을 통해 인도에서 판매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내 다른 기업과의 경쟁도 치열하기에 중국 내수 시장만을 믿기에도 불안한 감이 있습니다. 2015년 3분기 자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한 것은 샤오미가 아니라 화웨이였습니다. 이처럼 내우외환(內憂外患)속에서 샤오미는 어떠한 전략을 취할 것인지 소비자 입장에서는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대륙의 실수인 샤오미는 대륙의 성공작이 될 수 있을까요?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