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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경제학자라면 - 고장 난 세상에 필요한 15가지 질문
팀 하포드 지음, 김명철.이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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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1=2임을 증명하라?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2&contents_id=68 에서 >


 1+1=2임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려고 노력하는 이 또한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이 쓸데없는 일에 도전한 이가 있습니다. 바로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버트런드 러셀과 앨프리드 화이트 헤드입니다. 이들은 공저한  ‘수학 원리(Principia Mathematica)’ 라는 책에서 이러한 증명을 보여주고 있는데, 워낙 난해한 책이라 저자 두 명과 수학자 쿠르트 괴델만이 전부 다 읽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들이 이런 기초적인(?) 증명을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것은 최소한의 원리를 가지고 처음부터 수학 체계를 재정립하는 것이었고, 그 결과 일상 언어를 배제하고 오직 기호만으로 논리를 전개해나가는 새로운 논리학을 창조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어떠한 학문이라도 그 뼈대이자 근간을 이루는 기초는 중요합니다. 따라서 기본은  아무리 힘들지라도 반드시 넘어야 할 고지인 셈입니다. 힘든 산행에는 반드시 노련한 길라잡이가 필요하듯, 어려운 학문에는 이해하기 쉬운 입문서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경제학 입문서 중에서 이런 책을 찾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처음에야 흥미로운 사례로 우리를 유혹하지만, 결국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이론으로 우리를 난감하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그럼 세계적인 경제학자 팀 하포드의 신작 『당신이 경제학자라면』은 난해한 거시 경제학을 얼마나 쉽게 설명해낼지 냉철하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시경제학의 핵심은 불황과 실업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으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단기와 장기의 문제입니다. 단기적으로 대부분의 불황에는 케인스 학파의 요소가 있기 때문에 부양책을 써야합니다. 어쨌거난 그 부양책은 정부의 재정 지출보다는 대개 중앙 은행을 통해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의 생산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 언제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p.195에서


 이 책은 가상의 독자와 저자인 팀 하포드와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복잡한 수식이나 난해한 통계보다는 이해하기 쉬운 사례를 씨실로 뜨거운 현실 경제를 날실로 논리를 엮어나갑니다. 책의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주제는 바로 불황과 실업입니다. 저자 팀 하포드는 불황은 단기적으로는 수요의 문제이고 장기적으로는 공급(산업)의 구조변화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따라서 단기적인 경제공황에는 수요를 증대시키는 적극적인 정부지출과 통화정책을 펼쳐야합니다. 반면에 장기적인 경제위기에는 공급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구조조정과 긴축재정을 실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실업 역시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생각해야합니다. 단기적인 실업에는 불황과 마찬가지로 유효수요(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식을 써야하고, 장기적인 구조적 실업에는 알맞은 일자리와 능력 있는 노동자를 연결시키는 일에 주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저자 팀 하포드의 설명과 주장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불황에 대처하는 방식이 저는 케인스와 하이에크로 대표하는 경제사상의 차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또한 불황의 원인과 기간에 따라서 효율적인 대처 방법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저자의 주장을 우리의 현실에 적용해 보면 어떠할까요?      



그럼에도 경제학을 공부해아 하는 이유


 하지만 고치기 위해서는 먼저 이해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을 쓴 이유다. ...(중략)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아이디어를 알려주는 대중 경제서적도 아니다(그런 목적에 맞는 책 역시 앞서 출간한 내 책을 비롯해 많이 나와 있다). 인간 척도에서 우리 삶의 작동에 관한 통찰을 구하고자 한다면, 양적 완화가 양자 물리학만큼이나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들어가며 p.23에서


 우리의 경제 현실 역시 실타래처럼 엉킨 복잡한 상황입니다. 전세계적으로도 불황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황 역시 단기와 장기적인 문제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팀 하포드의 주장처럼 과감한 재정정책과 뼈를 깎는 구조 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결과로 우리는 지금 보다 나은 경제 상황을 맞이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불황과 실업, 빈곤과 양극화는 갈수록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는 지난 20여년간 감세 정책과 증세 정책 모두를 펼쳐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정책의 효율성이 문제일까요? 혹은 이런 정부의 정책에 합리적으로(?) 대처한 국민으로 인해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일까요? 아니면 반대로 국민이 정부의 정책을 믿지 못해서일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말처럼 현실과 정책을 이해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신이 반대하는 경제 정책을 이해하고, 찬성하는 정책을 비판할 수 있는 자세부터 갖추는 것일 터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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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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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개의 설명보다 한 개의 예를


 시계는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라서 우연히 만들어졌다고 볼 수 없고, 어떤 지성적 존재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생명체는 시계보다 더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더욱 우연히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없으며, 엄청난 지성을 가진 창조자가 만들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엄청난 존재를 우리는 신이라 부른다. 


- 『설득의 논리학』 p.30 '페일리의 논증' 요약에서 발췌 


 이론을 그 자체로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구체적인 현실이나  현상을 추상적인 언어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경우 똑같이 복잡한 설명보다는 한 개의 적절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이 훨신 효과적입니다. 창조론에 관한 어떠한 이론이나 설명보다 위에서 인용한 '페일리의 논증'이 훨신 설득력을 가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논증을 위해서 많은 이들이 예를 들어 증명하는 예증법을 다양한 분야에서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출판분야에서는 특히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처럼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분야의 입문서들이 이러한 전략을 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이번에 만나보게 될 『경제학자의 문학살롱』도 제목이 말해주듯 사례 중심의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이 사례로 들고 있는 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학작품 36편입니다. '소설은 좋아하지만 경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눈높이를 맞추어 '친근한 스토리를 통해 경제 상식을 이해하도록' 돕겠다는 취지입니다. 이런 참신한 시도가 가능했던 까닭은 공학을 전공한 10년차 경제부 기자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과 취재를 통해 깊은 내공을 쌓은 저자 덕분입니다. 그럼 문학과 경제학이 만나 얼마만큼의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설의 인물과 사건은 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인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품을 씁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 그 때문에 겪어야 했던 일들이 작품의 소재가 됩니다. 작품에 담긴 작가정신이 시대정신과 맞아떨어질 때 독자들은 열광합니다. 그러니까 문학을 뒤집어보면 그 시대가 보인다는 말이죠. 시대적 배경은 곧 경제적 배경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p.4, 저자의 말에서

 

 먼저 책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친근한 문학작품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이어서 이야기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 논리를 설명합니다. 한 작품의 해설이 끝나면 '행간 속 경제읽기'를 통해서 그 이론과 작품에 관련된 역사, 용어, 사건 등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경제학 공부가 가능하게 합니다. 이러한 시도는 저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 또한 가능하게 합니다. 문학을 통해 경제를 쉽게 이해하려는 의도 뿐만 아니라 경제 논리를 통해서 문학 작품을 보다 심도 깊게 이해하는 것 또한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의 효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내용들은 문학작품의 시대배경을 통해서 중요한 경제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점입니다. 그저 어린 시절 읽었던 권선징악의 동화라고 생각했던 찰스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나 『크리스마스 캐럴』이 빈민구제에 부정적이있던 『인구론』의 저자 맬서스의 사상에 반대하기 위한 작품이라든가,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분식회계와 정경유착을 통해서 재벌이 성장한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신선한 충격이자 흥미로운 경제사 공부였습니다. 이처럼 문학 작품의 경제적 배경을 해설한 내용들은 참신하고 효과적이었다면, 나머지 내용들은 썩 마음에 닿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유비논증의 오류를 주의하라!


 페일리의 논증이 가진 문제점은 시계와 생명체가 매우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할지라도 논점은 사실 전혀 다르다는 데에 있다. 시계는 진화하지 못하고 생명체는 진화한다. 그리고 창조냐 진화냐가 이 논쟁의 핵심이다. 그런데 시계와 생명체가 모두 복잡하고 정교하다는 유사점 때문에 핵심 논점이 가려져 결론이 마치 필연적인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런 눈속임을 조심하라. 


-『설득의 논리학』p.39에서


 예증법에서 발전한 유비논증은 설득에 효과적이긴 하지만, 논리적으로 반드시 참이 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유비논증을 사용할 때에는 그 개연성을 보다 철저하게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 책의 경우 『갈매기의 꿈』에서 '기업가 정신'을 유추해내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저자의 주장과는 달리  『갈매기의 꿈』은 1970년대 세속적 성공에는 관심이 없었던 히피들로부터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주인공 갈매기 조나단이 극단적으로 영적인 측면만을 추구했다는 이유로 보수적인 집단으로부터 뉴에이지 서적이라는 낙인과 함께 금서로 지정되기까지 했습니다. 오히려 저자 리처드 바크의 아들로, 16살 고교 자퇴 문제아에서 20살 애플의 최연소 팀장이 된 독학의 천재 제임스 바크의 책 『공부와 열정』이 기업가 정신에 부합하는 듯 보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경영학 분야인 네이밍, 리더쉽, 마케팅 이론들을 소개한 것도 옥의 티로 보입니다. 다양하고 실용적인 이론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도 있지만, 보다 다양한 경제 이론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 또한 큽니다. 하지만 가장 큰 아쉬움은 10년차 경제부 기자로서의 역량을 전부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반드시 문학 작품과 경제학을 접목시키려는 의도보다는 기자로서 취재한 사건이나 인물, 저자가 작성한 기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보다 풍부한 내용을 실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미련이 남습니다. 물론 그럴 경우, 이 책의 제목은 『경제학자의 문학살롱』이 아니라 『10년차 기자의 경제살롱』이 되어야 했겠지만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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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이성적 과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비이성적 과열
로버트 쉴러 지음, 이강국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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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경제란 무엇인가?


 전반적, 혹은 특정 자산의 가치의 명목 수치가 실질가치보다 과도하게 평가 절상 되어 있는 상태. 버블경제라고도 한다.

 일반적인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그것이 미래 창출할 수 있는 수익과 비용의 순계치인 순수익의 현재가치 수준에서 정해지고 이것은 미래 경기 상황 혹은 기술 발달 등에 따라 변동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합리적인 수준의 변동 폭을 벗어나는 폭등으로, 오늘날 현실에서는 주로 주가와 땅값이 폭등하여 자산의 가격만 비정상적으로 오르는 경제현상을 뜻한다.


-엔하위키 '거품 경제' 항목에서 발췌 (http://me2.do/5Cfrhl8Z) 


 1980년대 일본은 고환율로 수출에 타격을 입자, 금리를 낮추게 됩니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대출을 통해, 주식과 부동산에 투자를 합니다. 이 현상에 일반 서민들도 참여하게 됨으로써 앞서 정의한 거품 경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시중에는 돈이 넘쳐 흐릅니다. 회사 면접비를 모아서 자동차를 사고, 입사 후보자들이 다른 회사에 가지 못하도록 아예 해외여행을 회사 부담으로 보내주었다는 지금으로선 믿지 못할 이야기가 실제 일어났습니다. 1990년대 거품이 꺼지면서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리고, 직면하게 된 현실은 소위 '잃어버린 10년'이라 부르는 거대한 불황의 시작이었습니다. 


 1999년 경제 호황으로 미국에서도 유사한 거품이 발생하자,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비이성적 과열로 자산가치가 과도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말로 무분별한 투자의 광풍을 잠재웁니다. 이후 과열된 투기 상황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된 '비이성적 과열'에 주목하고, 당시 경제적 호황기에 아무도 꺼내지 못했던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초판 기준)에 이어 2006년 부동산 버블 붕괴(개정판 기준)를 경고한 이가 바로 이 책의 저자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 교수입니다. 그럼 그가 밝히는 거품 경제의 원인과 처방전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거품 경제의 구조적ㆍ문화적ㆍ심리적 요인을 밝히다. 


 초판 서문에서 나는 이 책을 여러 다양한 연구들과 역사적 증거에 기초한, 밀레니엄 주식시장의 호황에 관한 연구서라고 소개했다. 많은 독자들은 내게 이 책이 훨씬 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의 말이 옳다. 사실상 이 책은 모든 투기적 시장의 행태, 실수에 대한 인간의 취약함, 그리고 자본주의 체제의 불안정성에 대해 다루고 있다. 


- p.5,  개정판 서문에서


 저자 로버트 쉴러 교수는 사람들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합리적으로 행동하며 이에 따라 시장이 균형을 찾아간다는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대신 그는 행동경제학적 입장에서 인간의 다양한 비합리적 판단과 행동으로 시장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합니다. 이런 자신을 주장을 저자는 주가와 기업이익 비교분석, (개정판에서 추가된) 부동산 시장 분석을 통해 실증적으로 증명해 냅니다. 이 사실을 기반으로 저자는 사회심리학을 경제학에 접목해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의 상승과 하락을 입체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이러한 공로에 세계는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여함으로써 보답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비이성적 과열'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거품 경제가 발생하고 있는 사회 구조에서 먼저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인구증가, 기술발달, 제도개선과 같은 구조적 요인에 시장의 피드백(투기적 버블)이 더해지면서 그 효과는 더욱 증폭됩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투자 혹은 투기를 부추기는 언론매체와 '새로운 시대'라는 낙관적 전망에 의해 문화적으로 지지를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구조적, 문화적 요인의 밑바탕에는 궁극적으로 시장 가치를 결정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앵커(기준점)가 존재하며, 무리짓기와 전염을 통해서 사회적으로 확산된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도덕과 이성은 우리를 구원할 것인가? 


 자유로운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스스로의 실수로부터 사람들을 궁극적으로 보호할 수는 없다. 우리가 사람들을 완전하게 보호하려고 한다면, 그들 스스로의 성취 가능성을 부정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비이성적 과열 혹은 비이성적 비관론의 - 이는 그 자체로 인간의 조건인 감정적인 반응들이다 - 영향으로부터 사회를 완전히 보호할 수는 없다.  


-p.434에서


 저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는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투자가 비이성적 과열로 혼탁해질 수 있음을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 심리학을 접목한 행동경제학의 대부로서 우리 시대 최고의 ‘위기 예언자’이자 ‘경제학계에서 탄생한 영웅’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행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와 원인을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처방에 있어서는 대단히 미온적입니다. 인간의 비합리성에 주목하고 있지만 저자는 인간의 '제한적 합리성'에 대한 신뢰를 잃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우리가 안정적인 사회적 보험과 개선된 금융제도를 통해 '이성적 발전'이 가능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에 인간의 이기심에서 경제적 미덕을 발견했던 고전 경제학은 이제 신자유주의라는 이름하에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과 국제적 분업이라는 명분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이들은 치열한 경쟁과 이를 넘어서는 과열된 투기조차 자연스런 현상으로 치부할 뿐입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우리 자신을 믿는 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더욱 저자의 말처럼 우리의 이성과 도덕으로 제도를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규범적인 선택에 우선 순위를 두어야 하는 시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이성적 과열이 아닌 이성적 평온함이 전세계적으로 충만한 그 날을 기다려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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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아이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eBook] 조너선 아이브
리앤더 카니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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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인전은 힘이 세다.


일정한 슬픔없이 어린 시절을 추억할 수 있을까
지금은 잃어버린 꿈, 호기심, 미래에 대한 희망
언제부터 장래희망을 이야기 하지 않게 된걸까

 

내일이 기다려지지 않고
1년 뒤가 지금과 다르리라는 기대가 없을 때
우리는 하루를 살아가는게 아니라
하루를 견뎌낼 뿐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연애를 한다
내일을 기다리게 하고

미래를 꿈꾸며 가슴 설레게 하는 것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

 

-드라마 '연애시대' Ep.9 동진 (http://me2.do/Gtcc36Wq 에서)


 연애란 어른들의 장래희망 같은 것이라면, 아이들에게 장래희망은 자신이 좋아하는 롤모델을 닮은 사람이 되는 것일 터입니다. 부모님의 장래희망이야 예나 지금이나 큰 변동이 없는 듯 하지만, 아이들의 꿈은 한때는 천시받았던 연예인이 1위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의 시선을 돌리려고 부모님들이 권하는 것이 바로 위인전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변한 것에 발맞추어 위인전의 트렌드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김연아 선수, 반기문 UN 사무총장, 오바마 대통령, 빌 게이츠 같은 동시대의 인물들 위주로 출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보다 친근하고 현실적인 인물들을 통해 아이들의 흥미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려는 목적에서 이와 같은 인물들을 선택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 장래희망을 이루었거나 다른 선택을 해버린 어른들에게 과연 이러한 위인전류의 책들이 과연 얼마나 흥미를 불러일으키느냐에 대해서 저는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간접이든 직접이든간에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아오면서 성인이라면 자신만의 가치관를 확립한지 오래이며, 위인전이 아니더라도 필요한 정보나 노하우를 얼마든지 다른 방법을 통해 습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대한 인물 혹은 그렇게 불리거나 불리기를 희망하는 이들에 관한 책은 끊임없이 우리의 관심을 끌려 노력하고 있으며, 일정 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럼  故스티브 잡스에 이어 두 번째로 민음사가 출간한 애플의 핵심인물이자 디자이너로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인물,『조너선 아이브』를 통해 그 매력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디자인은 힘이 세다.


 이 프로젝트는 아이브에게 '조니 아이팟'이라는 별명을 안겨 주었으며 이후 수많은 흰색 기술 제품의 등장을 촉진했다. 아이맥이 투명 플라스틱의 진가를 보여 주었다면 아이팟은 흰색의 진가를 보여 주는 걸작이었다. 더욱이 아이브는 스티브 잡스의 견해(잡스는 처음에 흰색 제품을 싫어했다.)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임으로서 그런 변화를 성취해 냈다. 


-p.257에서


 IT 전문 매체 편집자를 역임하고, 애플 관련 블로그를 운영중인 저자 리앤더 카니는 수년간 맺어온 친분과 (비밀주의로 유명한 애플의 보안에도 불구하고)다양한 관계자 인터뷰를 통해서 꼼꼼하게 조너선 아이브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그가 묘사한 아이브는 교육자인 아버지, 장인을 키워내는 영국식 디자인 교육, 자신의 재능과 열정이 성공적으로 결합해서 탄생한 디자이너입니다. 영국에서 활동하던 아이브는 당시 애플의 디자인 책임자인 로버트 브러너의 제의로 애플에 입사해서 승승장구를 거듭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돌아온 故스티브 잡스와 의기투합해 아이맥을 시작으로 아이 시리즈를 성공적으로 세상에 선보이게 됩니다. 작가는 이를 묘사하면서 적극적으로 조너선 아이브를 평가하는데 인색하지 않습니다. 작가의 애플에 대한 애정과 아이브에 대한 우정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저자의 평가에 따르면 조너선 아이브는 단지 애플 제품을 만든 일개 디자이너가 아닙니다. 아이맥의 투명 플라스틱과 자연스러운 곡선미, 아이팟의 흰색과 미니멀리즘은 애플의 제품을 뛰어넘어 디자인 세계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저자의 이런 평가는 영국 왕실이 디자인과 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하여 훈장과 기사작위를 인정한 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이쯤되면 애플의 제품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조너선 아이브의 위대함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디자인과 큰 관련이 없는 대다수 우리에게 그와 이 책이 가지는 의미입니다.과연 이 책은 애플에 환호하고, 디자인에 관심있는 이들이나 열광할만한 소수를 위한 책일까요?



관계는 힘이 세다.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이었다. 아마 그는 노예 소유주였을 것이다. 플라톤은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 알렉산드로스는 재위 기간을 모두 전쟁과 정복으로 보냈다. 카이사르는 당대의 문장가요 교양인이었으나 갈리아에 대해서는 침략자였고 로마 공화정에 대해서는 독재자였다. 중세의 스콜라 철학자들 중 일부는 이단심문관이었으며 또한 마녀재판관이었다.  옥스포드와 캠브리지는 식민 통치를 위해 고전을 가르쳤다. 프랑스 철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하이데거는 나치였다.


 이런데도 현대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문학이 필요하다는 사람들을 보면 저의가 의심스러워진다. 


-http://nullmodel.egloos.com/1831261 에서


 인신공격의 오류를 품고 있는 인용글에서 보듯이 우리는 너무나 많은 비판이 아닌 비난과 악의 속에서 살아갑니다. 문과와 이과가 서로를 헏뜯고, 창조론과 진화론이 다투며, 보수와 진보가 갑론을박을 거듭합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이 잊고 있는 진실은 우리 모두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의도하건 의도하지 않았건 간에 긴밀한 상호작용 속에서 서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일찍이 철학자 윌 듀란트가 지적했듯이 학문의 시작은 인문학(특히 철학)이었고, 자연과학이라는 딸을 낳았습니다. 자연과학은 다시 사회과학이라는 아들을 낳아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디자인 분야 역시 디자이너만의 전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간에 우리는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세계 속에서 분명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널리스트를 꿈꾸었지만 유일하게 합격한 패션 회사에서 내키지 않는 디자인 업무에 냉소적이었던  영화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의 주인공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 분)처럼 말입니다. 


"뭐가 우습니?"

 
"아뇨. 아니에요. 

저 버클들은 저에겐 모두 같게 보여서요. 

전 아직 이런 물건들을 잘 몰라서요."


"이런 물건? 

넌 이게 너랑 아무 상관 없는거라 생각하는구나. 

넌 니 옷장으로 가서, 뭐니 그 울퉁불퉁한 블루색 스웨터를 골랐나보네. 

왜냐하면 세상에다 넌 니 가방 속에 든 것에만 관심있다는 걸 말해주려고. 

하지만 넌 그 스웨터는 단순한 블루색이 아니란 걸 모르나보구나. 

그건 터쿼즈색이 아니라 정확히는 셀룰리언색이란거야. 

2002년에 오스카 드 렌타가 셀룰리언색 가운을 발표했었지. 

그 후에 입셍 로랑이, 그 사람 맞지? 

군용 셀룰리언색 자켓을 선보였었고, 여기 자켓이 필요하겠는데요? 

그 후 8명의 다른 디자이너들의 발표회에서 셀룰리언색은 속속 등장하게 되었지. 

그 후엔 백화점으로 내려갔고 끔찍한 캐쥬얼 코너로 넘어간거지. 

그렇지만 그 블루색은 수많은 재화와 일자릴 창출했어. 

좀 웃기지 않니? 패션계와는 상관없다는 니가 

사실 패션계 사람들이 고른 색깔의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게? 

그것도 이런 물건들 사이에서 고른!"

 
-영화 악마는프라다를입는다 중에서 (http://me2.do/xWll38Nv 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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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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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경제적ㆍ정치적 관점을 밝히다. 


 " 내가 보는 것만큼 정말로 현재 상황이 그렇게 나쁜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왜 그걸 보지 못하는 걸까? 내가 어리석은 것일까? 아니면, 내가 의도적으로 왜곡된 정보를 접하고 있는 걸까? 그럼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다른 누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여러 해 동안 그와 똑같은 질문을 붙잡고 씨름을 해왔다. 


-프롤로그, p.11에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먼저 당신의 용어를 정의(定義)하라."라고 사상가 볼테르는 말한 바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용어의 정의는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 중요합니다. 계량화가 비교적 용이한 자연과학에 비해서 인문ㆍ사회과학은 학자의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자는 객관적인 중립성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견해를 진실하게 밝혀야 합니다. 중립을 가장한 치우친 의견은 오히려 반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에 리뷰하게 될 신간『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는 일단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 합니다.


 왜냐하면  책의 프롤로그부터 저자는 "보수적으로 시장 경제와 작은 정부를 신뢰하면서도, 진보적으로 환경과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실용적인 견해를 정직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저자에 대해 살펴보면 저자인 데이비드 C. 코튼은 미국의 보수적인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습니다. 젊은 보수주의자였던 그는 빈곤 국가에 선진 경영 기법을 전수해 미국식 번영을 누리도록 다양한 제 3세계 국가에서 노력해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자는 개발과 성장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키는 안타까운 현실에 마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자 데이비드 C. 코튼은 이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이 NGO 네트워크와 함께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럼 탄탄한 이론과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가지고 저자가 바라본 세계 경제의 모습은 과연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세계화의 환경적ㆍ이데올로기적ㆍ현실적 관점을 밝히다. 

 

 우리 문제의 근본적인 성격은 1968년에 나온 케네스 볼딩의 뛰어난 에세이 『곧 다가올 우주선 지구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the Coming Spaceship Earth』에 극적으로 표현된 바 있다. 볼딩은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당면한 문제는, 사실상 우리는 매우 섬세하게 균형 잡힌 생명 유지 장치를 달고 우주선 속에서 살고 있는데도 마치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미개척지에 사는 카우보이처럼 행동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거라고 주장했다. 


-p.44에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은사님께서는 일본의 경제상황을 통해서 현실과 이론의 관계를 설명하신 적이 있습니다. 거품경제가 꺼지기 전인 1991년까지 일본의 불황을 예측한 이는 드물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와 학자들은 일본의 성공에 놀라고, 조금은 두려운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학자들은 그 성공의 비결을 분석하고, 기업은 현장에서 적용하느라 바빴습니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하자 이론은 또다시 바뀌었습니다. 미국이 주력산업을 제조업에서 금융과 정보화 산업으로 이행하면서, 일본이 누린 반사적인 호황이이라고 말입니다. 이처럼 사회의 성공과 실패를 분석하는 이론은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숨가쁘게 따라잡기 바쁘며, 올바른 이론과 사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사고와 검증을 필요로 합니다.    


 제목과 원제(When corporations rule the world)가 시사하는 것처럼 이 책은 세계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비난이 아닌 비판을 통해 세계화를 분석하기 위해서 저자가 취한 전략은 다각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입니다. 책은 먼저 환경적인 관점에서 세계화가 얼마나 파괴적인 지를 설명합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세계화가 가능하게 하는 이데올로기와 경제학 이론을 살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론이 어떻게 구조화되어 현실 세계에서 작동하는지를 생생한 사례를 통해서 밝히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 책의 원서가 2001년에도 발간된 책이라는 점입니다. 지금부터 무려 13년전에 말입니다.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밝히다.


 우리가 가야 할 대체적인 방향은 하루하루가 갈수록 점점 확실해지고 있지만 아직 아무도 그곳에 가본 사람은 없다. 그러나 만약 확실한 표지판 같은 것을 찾는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두 위대한 사회 운동가 마일스 호턴과 파울로 프레이어의 좌담을 실은 책의 제목을 빌려 말한다면, 우리는 머나먼 수평선 저 너머 목적지에 시선을 고정시킨 뒤 걸어서 길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프롤로그, p.30에서


 책이 쓰여진 당시에는 이 책이 세계화의 미래를 점쳐본 일종의 예언서(?)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이 책은 누구나 알고 있는 마술 트릭처럼 진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저자와 이 책의 예상이 불행히도 적중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책의 제목처럼 분명 세계 경제는 분명 조금씩이나마 성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0여년 전보다 과연 더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는 선뜻 대답하기 힘이 듭니다. 사실 저자의 예측이 그 혼자만의 생각은 아닙니다. 『세계화의 덫(1997)』,『부유한 노예(2001)』과 같은 책들 또한 세계화의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해 온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 발생한 전쟁, 테러, 경제 위기 속에서도 세계화를 위한 과정은 여전히 멈출 줄 모르고 진행 중입니다.      


 지금 현재 세계화를 막을 방법뿐만 아니라  힘도 우리에게는 없어 보입니다. 책에서 저자는 정치적, 문화적 방법을 통한 새로운 대안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치와 문화마저 경제 논리라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현실에선 이 방법 또한 희망적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경제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개인의 행복과 사회를 변화를 모색하려는 작은 움직임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은 분명 사람이기에 바로 그 사람에게 작은 희망을 걸어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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