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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불변의 법칙
알 리스 & 로라 리스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맵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알랭 드 보통의 『로맨스』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는 감기에 걸리면 고춧가루를 탄 콩나물국을 먹는 민간 요법이 있습니다. 반면에 미국에서는 단백질이 풍부한 닭고기 수프를 통해 감기를 이겨낸다고 합니다. 이 점에 착안해  잭 켄필드는 마음을 치유하는 글을 모아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원제:Chicken Soup for the Soul )』라는 제목으로 출간합니다. 이 책은 1993년 출간되어 뉴욕타임즈 190주 연속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그리 큰 반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의 후속작을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로 제목을 바꿔서 출간하자 300만부 이상 판매되었고, 1997년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모르는 이가 드물지만, 『로맨스』를 아는 이는 드물 것입니다. 둘 다 원작인 『Essays in Love 』를 번역한 같은 책이지만, 먼저 출간된 『로맨스』는 대중에게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이처럼 제목이 책의 운명을 결정하다 보니, 끌리는 제목을 짓기 위한 출판사의 고심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열기가 과열되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즘 『1일 1식』이 화제가 되자 이를 모방한 『1일 1독』, 『1일 1선』, 『1일 1행』같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반짝 인기를 얻을 수는 있어도, 결국 독자는 내용으로 책을 판단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책 『홍보불변의 법칙』도 그런 점에서 주의가 필요한 책입니다. 제목에 ~불변의 법칙이라는 책을 흔하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의구심이 먼저 들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fall of advertising and the rise of PR』로 2002년에 출간된 원서를 번역한 책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원제가 훨씬 효과적으로 책의 내용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목을 바꾼 이유는 얄팍한 상술이 아니라, 오히려 출판의 통일성과 독자를 위한 배려임을 책의 뒤 표지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저자의 책들을 모아서 알 리스 스페셜 에디션으로 기획된 시리즈 중의 한 권으로, 『브랜딩 불변의 법칙(원제:The 22 immutable laws of branding)』 을 따라서 모든 제목을 ~불변의 법칙이라는 형식으로 통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PR은 브랜드를 구축하고, 광고는 브랜드를 유지한다.

 대부분의 광고 프로에는 한 가지 결여된 것이 있다. 바로 '신뢰성(credibility)'이다. 소비자들은 광고가 이야기하는 것을 무작정 신뢰하지 않는다. 하지만 광고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 있다. 다른 누군가의 입을 빌려 기업이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면 된다. 예컨데, 판매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에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제 3자를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홍보, 즉 PR Public Relations이 필요한 것이다. 

-p.8 한국어판 서문에서 발췌, 편집

 

 이 책은 광고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비판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있습니다. 하루 평균 237개의 광고에 노출되는 현실(2002년 기준)과 실적보다는 시상식에서 수상에 목을 매는 광고업계 때문에 광고는 예술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광고는 오직 창의성에만  몰두하게 되어, 정작 제품 판매에는 갈수록 영향력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원제인 침몰하는 광고(the fall of advertising)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우리나라 광고계에서는 아마도 델몬트사의 오렌지 주스 광고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광고는 "따봉"이라는 지금도 쓰이고 있는 '전설적인' 유행어를 만들어 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제품의 인지도를 올리지도 못했고, 판매에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습니다.

 

 저자가 광고 대신에 주목하는 것은 홍보 즉 PR Public Relations입니다. 사람들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를 결정할 때 미디어를 통해서 얻은 정보가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최고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는 어디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메르세데스 벤츠"라고 대답을 하는 이들이 그 차를 소유하지도, 몰아본 적도 없음에도 많은 까닭은 바로 미디어를 통해서 정보를 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떠오르는 PR(the rise of PR)의 힘을 여실히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따라서 브랜드를 구축해야 할 때는 PR을 이용하고, 구축한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광고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책에서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2002년 그 후 10년...

 

 이 책은 참신한 주장만큼이나 아쉬움의 여지를 남기고 있습니다. 원제목과 함께 감추어진(26페이지 하단에 작게 쓰여진) 이 책의 출간 연도는 2002년입니다. 이 책의 주장과 사례를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10년이라는 거대한 시간과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초월해서 불변의 가치를 얻은 작품들에 고전이라는 명예를 수여합니다. 하지만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이를 따라잡으려는 마케팅 분야에서 과연 불변의 법칙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과연 2013년에도 여전히 홍보불변의 법칙은 적용되는 것일까요?

 

 PR 즉 미디어를 이용한 전략이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변화한 환경입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블로그, UCC,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기존의 매체들이 갖고 있던 한계를 부수며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할 때마다 이에 관한 기사, 뉴스, PPL, 블로거의 리뷰, 관련 동영상, SNS의 실시간 반응이라는 거대한 정보의 홍수에 빠져 허우적거릴 지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PR과 광고의 차이나 효과성에 의구심을 대해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2년 출간된 이 책이 광고보다 우위에 있는 홍보의 브랜드 창출에만 집중했다면, 2013년 현재에는 이 법칙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전략 또한  시대에 맞추어 새롭게 쓰여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즉, 홍보 불변의 법칙 또한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법칙은 불변하지만, 상황은 너무나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홍보 불변의 법칙을 잘 이해하는 것은 이 책만으로 충분하지만,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상황에 적용하는 독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적어도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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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22 1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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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 -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
요르겐 랜더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생각연구소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성장의 한계

 

 살충제가 인체와 환경에 유해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없습니다. 이는 상식이라고 모두들 자신있게 단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1962년에 이런 생각을 했다면 화학자와 화학회사들로부터 인신공격과 협박, 심지어 법적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환경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한 『침묵의 봄(Silent Spring)』을 출간하면서 실제로 겪은 일들입니다. 인간의 산업 활동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며, 다양한 생물을 멸종시키고 있음을 납득하는 일이 그토록 어려웠던 까닭은 무엇일까요? 과학에 대한 맹신과 경제적 이득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패러다임의 변화를 위한 당연한 댓가였을까요?

 

  서유럽의 정계·재계·학계의 지도급 인사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결성한 국제적인 미래 연구기관인 로마클럽은 이보다는 온건한 원망에 직면했습니다. 이 클럽의 경제학자들과 기업인들이 경제성장과 과학에 대한 비판의 일환으로 1972년 발표한 보고서 『성장의 한계』는 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성서』 『자본론』 『종의 기원』과 함께 세계를 움직인 책으로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역시 지구의 미래와 기술의 기여도를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네이버 백과사전에 발췌)을 피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지금 지구의 모습은 바로 저와 여러분이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성장의 한계』 저자 중 한 명인 노르웨이 미래학자 요르겐 랜더스는 새로이 『더 나은 미래는 쉽게 오지 않는다』를 출간했습니다. 40명의 새로운 정치·경제·사회·환경 전문가와 함께 40년 후 2052년의 미래를 예측하는 작업을 세상에 선보였습니다. 더욱 정교해진 예측 기술을 바탕으로 깊어진 학문적 연륜을 지닌 저자가 바라본 2052년의 모습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은 이는 없을 겁니다. 그럼 책의 부제처럼 "성장이 멈춘 세계 나와 내 아이는 어떤 하루를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장의 한계, 그 후 40년

 

  나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지속적인 증가, 갈수록 제구실을 못하는 세계적인 환경관리, 악화하는 산호초 파괴, 원시림의 지속적인 감소를 바라보며 남몰래 근심했다. 나는 원시림, 수억 년에 걸친 생물학적 진화 결과를 보여주는 그 조용하고 시간을 초월한 종(種)의 보고(寶庫)를 사랑한다. -p.23에서

  

 이 책은 저자가 『성장의 한계』를 출간하고 40년이 흐르면서 겪은 절망감을 고백하면서 시작합니다. 저자는 환경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대응이 너무 느려서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이 후 수십 년간 이루어진  불만족스런 대응은 저자에게 확신만을 심어주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에 실망하지 않고,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이면서도 용감하게 미래를 관측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책은 방대한 자료를 기반으로 한 시뮬레이션,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다른 미래 예측과의 비교 과정을 꼼꼼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이 책의 주요 메시지 몇 가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단기적인 초점은 장기적인 행복에 필요한 현명한 결정이 제때 이뤄지지 않게 만든다.

 

·세계 인구는 갈수록 도시화하며 그 자체를 위해 자연을 보호하려 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생물다양성은 피해를 본다.

 

·중국은 승자가 되고 신흥대국은 진전을 이루며 나머지 국가는 여전히 가난하다.

 

·2052년의 세계는 분명 균일하거나 평평하지 않다. 다섯 지역의 정서와 조건은 크게 다르다.

 

-부록 p.512~513에서

 

 

 더 나은 미래는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전문가들이 예측하는 40년 후의 미래는 지금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습니다. 미래를 만드는 것은 오직 현재이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미래를 바꾸려면 현재를 바꾸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문제는 현재를 바꾸는 일이 그리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가 바로 많은 이들이 좌절하는 지점입니다. 왜 이토록 좋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은 힘들기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만 변화가 더디다는 것에 절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는 말처럼 느리지만 꾸준한 노력이 결국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우리는 믿고, 실천해야 합니다.

 

 바로 어제(3월 23일) 환경단체인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이 주관하는 세계 최대의 글로벌 환경보호 캠페인 '지구촌 전등끄기(Earth Hour)'가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올해는 150여 개국 7천 개가 넘는 도시에서 참여한다고 합니다. 이번 행사로 절감되는 전력량이 약 692만7000Kwh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며, 이는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가 약 3131톤 감축되는 양에 해당하는 것으로 어린 소나무 112만 7160그루를 심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가집니다. 이러한 우리의 조그마한 노력이 전지구적으로 확산될 때, 자신의 예측이 틀리길 바라는 저자의 바람은 반드시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할 말이 딱 하나 더 있다.

내 예측이 틀리도록 도와주기 바란다.

 

우리는 함께 훨씬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p.507 맺는말에서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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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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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모털리티]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어모털리티 - 나이가 사라진 시대의 등장
캐서린 메이어 지음, 황덕창 옮김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어모털리티?

 

 미국 드라마 중에서 법정 드라마 장르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배심원 제도를 중심으로 변호사와 검사가 박진감 넘치는 논리 싸움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미국이 현실적으로 소송의 천국이라는 배경도 한 몫을 합니다. 제가 즐겨보았던 앨리 맥빌(Ally McBeal) 은 보스턴의 법률사무소를 무대로 여주인공 앨리 맥빌의 일과 사랑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그 중에서도 인상 깊게 남아 있는 에피소드는 한 여성 뉴스 앵커가 방송국을 상대로 한 재판입니다. 방송국은 나이를 먹은 그녀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해고했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소송을 건 것입니다. 다음은 드라마 중 재판의 마지막 변론 내용입니다.

 

 

원고측 변호사 : 물론 외모는 중요합니다. 아무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서야 하는 아나운서고, 외모는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녀를 한번 보세요.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피고는 그녀가 최고의 언론인이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리고는 충분하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그녀의 나체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해고했습니다. 피고측의 변명은요? 대중이었습니다. 미국, 바보들의 나라. 사람들은 진짜로 "금주의 연예"를 읽잖아. 잘 모르겠군요. 제가 아는 건 대중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여기 배심원석에 앉아 있다는 겁니다. 그럼, 말씀해 보십시오. 여러분이 대중입니다. 말씀해 주세요.

 

피고측 변호사: 그녀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고 당한 게 아닙니다. 그녀가 해임 당한 건 더 이상 자신의 직업상 기능을 수행할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좋든 싫든 리모컨과 수많은 채널이 판치는 지금 세태에 여자 아나운서의 역할 중 하나는 육체적 매력입니다.

 제가 그걸 좋아하나요? 제가 내면보다 외양을 중시하는 세상에서 사는 게 행복할까요? 저를 한번 보십시오. 전 졸업파티에 여동생을 데려가야 했던 뚱보입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모든 직업의 사람들 법조인들, 언론인들, 비서들, 데이트 한번 해보려는땅딸막한 십대들에게도 외모는 중요합니다. 현실대로 행동했다고 제 의뢰인을 처벌하시겠습니까? 그러실 수 있겠죠. 그렇지만 그들의 책임이 아니란 걸 알고 계실 겁니다.
   

-앨리맥빌 1시즌 3화에서 발췌, 편집

 

 비록 드라마이긴 하지만, 그 어느 쪽도 밀리지 않는 논리와 감정의 대결을 보면서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논리적으로는 원고측에 동의하면서도, 피고측의 감정적 호소에도 흔들릴 수 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재판은 텔레비전 속 허구가 아니었습니다.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며, 그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 더 이상 소수의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책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책에는 농촌 관련 프로그램인 <컨트리파일(Countryfile)>의 출연진에서 제외된 뒤 BBC가 나이 및 성차별을 했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고 승소한 53세 미리엄 오와일리(Miriam O'Reilly) 이야기를 비롯해 다양한 사례가 담겨있습니다. 그 책은 바로 타임지 기자인 저자 캐러린 메이어가 나이를 잊고 사는 풍조에 대해 살펴본 신간, 어모털리티(Amortality)입니다.  

 

 

 

어모털리티는 현존하는 유행인가? 다가올 미래인가?

 

 어모털리티(Amortality) 는 "죽을 때까지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현상을 의미하는 신조어"입니다. 이것은 저자가 만든 조어로 mortal은 원래 '영원히 살 수 없는'이라는 뜻의 단어인데, 여기에 부정을 의미하는 '어(a)'를 붙여서 '영원히 늙지 않는'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저자는 어모털리티(Amortality)가 이미 확실하게 존재하는 현상이며, 단지 일부만이 이해되고 있을 뿐(p.15)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어모털리티(Amortality)와 관련해서 심리학 조교수 브라이언 버크(Brian Burke)의 공포관리 이론(Terror Management Theory)에 주목합니다. 인간의 활동 중 많은 부분은 공포심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어모털리티(Amortality) 현상은 결국 죽음과 노화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현상이라는 주장입니다.    

 

 책은 이러한 주장을 기반으로 다양한 어모털리티(Amortality) 현상을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노화관리 의료기간인 세네제닉스를 통해서 노화를 극복하려는 최첨단 과학을,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입양을 통해서 혼합 인종 가족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가정의 탄생을,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통해서 나이에 구속받지 않는 사랑의 신풍속도를 보여줍니다. 뿐만 아니라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사회의 모습 또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기존의 종교는 그 세력이 약화되고, 세속적 가치나 뉴에이지 종교 혹은 종교와 과학을 결합하려는 시도에 자리를 빼앗기고 있습니다. 정신 건강을 강조하는 치유문화(Therapy Culture)가 대두되었고, 직업세계에서 은퇴는 무의미한 단어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소비적인 측면에서 보면, 어모털리티(Amortality)는 시간과 연령을 초월해서 오로지 자신을 위한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다양하고 자세한 사례를 통해서 저자가 말하는 바가 대단히 부정확하다는 것입니다. 어모털리티(Amortality)라는 현상이 존재하는 것을 입증하려 했다면, 그에 걸맞는 인과관계를 찾아야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다양한 현상을 묘사하고 있을 뿐입니다. 과연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많은 사례들이 어모털리티(Amortality)만의 전유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습니다. 저자 또한 "우리를 어모털족으로 만드는 건 유전자가 아니라 사회화(p.27에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편적인 현상을 나열하기 보다는 어모털리티(Amortality)가 형성되는 사회화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인 전략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조영남이 될 것인가?  이순재가 될 것인가?

 

춘희: 나이를 헛먹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철수: 컹!!

 

춘희: 항상 몇 년 뒤의 내 나이를 생각해보면 끔찍했는데 막상 그 나이가 됐을 때 담담할 수 잇는 건 나이를 한 살씩 먹어서인가봐. 그럼 그 다음 나이가 그리 낯설지만은 않거든.

 

철수: 무슨 사춘기 소녀라고. 넌 아직도 철이 덜 든 것 같아. 옛날 같으면 그 나이에...

 

춘희: 평균 수명이 길어졌으니까 철도 그만큼 늦게 드는거야 모두.

 

-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 중에서 

 

 

 과학기술의 발달은 평균수명의 연장을 가져왔습니다. 경제발전과 더불어 우리는 그 어떤 시대보다 경제적 풍요를 누리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사회적 풍요가 낳은 부산물인 어모털리티(p.17에서) 현상은 따라서 전국민적 현상이라기보다는 아직은 한정된 사람들만의 전유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히려 오늘날 우리가 고민해야 할 문제는 점점 심각해져가는 경제적 양극화와 세대간 차이가 아닐까 합니다. 입시전쟁을 치르는 10대, 스펙경쟁에 내몰리는 20대, 결혼과 육아를 포기하는 30대, 정리해고에 불안해하는 40대,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년층의 모습이 우리의 자화상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를 잊고 살아가는 개인이 늘어가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어모털리티는 과연 누구일까 고민해보았습니다. 제 머리속에 떠오른 사람은 조영남 형님(이렇게 불리길 바랄 듯 합니다)과 이순재 선생님(이렇게 불러드려야 할 듯 합니다.)입니다. 조영남씨가 세월의 흐름을 거부한 채 영원한 광대로 남고자 한다면, 이순재씨는 세월의 흐름에 순응하여 묵묵하게 배우라는 소명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과연 여러분이 닮고 싶은 삶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 이 책과 함께 곰곰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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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5 10: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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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진원 옮김, 이호욱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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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의 시대,  또 한 명의 대가를 만나다.

 

  2012년은 그야말로 멘토의 시대였습니다. 멘토란 단어는 〈오디세이아 Odyssey〉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충실한 조언자의 이름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오늘날에는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우리는  학창시절을 거치면서 자연스럽게 선생님, 친구, 선배를 만나게 됩니다. 취업해서는 동료, 상사를 비롯해 더욱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만들어 갑니다. 그런데도 이제 다시 또다른 멘토를 찾게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단순히 성공을 보다 빠르고 쉽게 얻기 위한 지름길을 찾는 것일까요? 아니면 멘토 없이는 견딜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시대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일까요?

 

 이유를 막론하고 멘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는 훌륭한 멘토를 찾는 더 큰 문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 한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어느 노학자를 만난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어느 한 방면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은 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철학과 세계관을 가진다. 그리고 그 관점을 통해서 모든 것을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상가이다."라는 소감을 전해주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멘토란 모든 것을 아는 이가 아니라 자신이 아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사람을 의미하는 말이 될 터입니다.

 

 이번 신간 평가단에서 만나보겔 될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의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경영대학원 석좌교수 또한 이 시대 최고의 경영구루로 꼽히는 멘토입니다. 그는 기술과 기업 혁신에 관한 명쾌한 통찰을 담아낸 ‘혁신 이론’의 창시자이며, 한평생 경영학을 집대성해온 거장으로서 정통 경영서만 집필해 왔습니다. 이 책은 그가  처음으로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쓴 자기계발서입니다. 그럼 세계적인 경영학자가 어떻게 경영학 이론을 인생에 적용시켜 우리의 일과 가정, 인생과 목표에 관한 성공적인 멘토링을 해주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경영이론을 인생에 적용하다

 

  이 책은 이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글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좋은 이론을 변덕을 부리지 않는다."면서 경험과 정보보다 이론을 우위를 강조합니다. 경험과 정보의 한계를 넘어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론만이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 1부 사회생활 속에서 행복찾기에서는 동기이론, 창발적 전략과 의도적 전략, 자원할당 이론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의 인생 목표를 수립하고 달성할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저자는 이론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해서 정말로 행복을 느끼게 해주는 일을 찾고, 자신의 계획과 예상하지 못했던 기회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우선순위에 따라 노력을 배분하라고 조언합니다. 동기이론의  경우 저도 조직론 강의를 통해서 배웠고, 경영학과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거의 알고 있는 이론입니다. 하지만 시험용으로 암기에 급급했던 저로서는 이 이론을 제 자신에게 적용해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기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제 2부 관계 속에서 행복 찾기에서는 주로 가정을 중심으로 바람직한 인간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론은 좋은 돈 나쁜 돈 이론, 해야 할 일(job to be done)이론, 아웃소싱 이론입니다. 저자는 이 이론들을 통해서 일만 우선하기 보다는 가정에도 똑같은 우선순위를 주고, 아이들이 주어진 문제에 도전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와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을 결코 다른 이들에게 떠넘기지 말고 가족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가족의 가치를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전혀 진부하지 않은 까닭은 이러한 주장이 낡은 관념이 아니라 현실적인 효율성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정은 성공을 위해 버려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성공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인 셈입니다.

 

 의도적으로 짧게 쓴  제 3부 행복을 위한 중간평가에는 제각각 다른 자신의 인생의 목표와 과정 속에서 어떻게 평가하고 선택해야 할 지에 대한 획기적인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이론은 단 하나 총체적 사고 대(對) 한계적 사고입니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한계적 사고에 빠지면, 빠르고 쉽게 이익을 얻을 것 같은 환상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기업은 한계적 사고로 새로운 기회에 적합한 투자를 할 수 없고, 개인은 '이번 한 번만(just this once)'이라는 핑계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로 몰락할 수 있다고 저자는 경고합니다. 결국 단 한 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 총체적 사고가 중요하다는 말입니다. 경영학자이면서도 핵심이론 중  하나인 한계적 사고의 단점을 지적하는 모습에서 그의 대가다운 면모를 기꺼이 인정하게 됩니다.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낀 소감은 역시 대가다운 글솜씨라는 점입니다. 자신을 이론을 비롯한 다양한 경영이론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러한 이론을 인생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사례들도 적절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수년간의 연구와 현장에서의 경험에서 나온 충실한 기업의 사례는 물론이고, 자신의 개인사 또한 솔직담백하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사 부분에서 보면 저자의 삶이 이 책에서 주장한 내용과 일치하는 모습을 통해서 그의 주장이 단지 상아탑의 공허한 이론이 아니라, 삶에서 우러나온 충만한 가치임을 확신하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어내는 것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버드 마지막 강의, 마지막 질문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저자인 크리스텐슨 교수가 하버드경영대학원 종강일마다 해온 ‘인생경영학 특강’에서 비롯된 작품입니다. 따라서 수준 높은 강의, 그것도 맨 마지막 강의의 압축되고 의미심장한 내용을 쉽게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과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번역의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문외한의 입장에서도 번역의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옮긴이의 세심함은 곳곳에 적힌 주석을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영학에서 쓰이는 전문용어들을 그대로 번역함으로써 생기는 장벽은 여전히 높아만 보입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탈무드에는 우리가 학교에 가야만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워야만 하는 까닭은 지혜를 배우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이라도 도서관에 쌓여있는 지식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지식을 쌓고자 한다면 도서관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지혜는 지혜로운 사람한테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경영 멘토가 전하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바로 "당신의 인생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해답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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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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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적의 비밀 - 이스라엘은 어떻게 벤처 왕국이 됐을까?
이영선 지음 / 경향BP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스라엘에 대해 알고 있던 것들

 

 제가 이스라엘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것은 한 편의 창작동화를 통해서였습니다. 어린이들에게 절약정신을 길러주려고 쓰여진 그 동화에는 이스라엘에 대한 다음과 같은 일화가 담겨있었습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처음 와보고 세 번을 놀랐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하늘이 맑고 높아서 놀라고, 두 번째는 물이 맑고 깨끗해서 놀라고, 세 번째는 이 좋은 환경에서 왜 못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서 놀랐다는 것입니다. 이야기를 읽었던 당시 어린이였던 저는 우리나라의 자연이 아름답고, 경제발전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인상만을 느꼈을 뿐입니다.

 

 그 이후로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정보들이 조금씩 쌓여갔습니다. 역사를 공부하면서, <쉰들러 리스트>나 <피아니스트>같은 영화를 감상하면서, 유대인의 성공 비결을 다룬 다큐멘터리나 책을 읽으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스라엘과 유대인에 관한 저의 지식은 아인슈타인, 탈무드, 모사드, 팔레스타인 분쟁과 같은 키워드 수준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러다 이번 신간 평가단 도서로 선정된 『경제기적의 비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다각도로 분석해서 유대인 경제성장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덕분에 단편적인 지식의 수준에서 벗어나 유대인과 이스라엘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이 책을 읽어가면서, 어린 시절 읽었던 일화의 의미가 좀 더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선 "한국에서는 땅에 묘목이나 씨를 심어 놓으면 때맞추어 비가 내려서 식물들이 저절로 큽니다"(p.244에서)라는 지은이의 말에 이스라엘 고등학생이 깜짝 놀랄만큼 이스라엘의 자연환경이 척박하기에 우리나라의 자연환경이 당연히 부러웠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가장 도드라지는 유대인의 특징은 격식을 차리지 않고 요점을 소신있게 말하는 것"(p.13에서)이라고 저자가 지적할 만큼 직선적인 화법을 구사하기에 우리나라를 처음 방문해서 가난하다는 점을 거침없이 지적했을 거라는 점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세계 인구의 0.2%로 22.3%의 노벨상을 수상하고, 벤처왕국을 일궈낸 이스라엘 '경제기적의 비밀'을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모르고 있던 것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스라엘의 강함은 그들의 다양성과 유대교를 통한 국민통합에서 나온다"고 단언합니다. 유대인의 다양성이 저절로 얻어진 것은 아닙니다. 2천여년에 걸친 긴 방황의 역사 속에서 탄생한 슬픈 민족성입니다. 유대인들은 살다온 지역에 따라서 유럽에서 살다온 아쉬케나지, 중동에서 온 유대인인 미즈라히, 에티오피아에 정착했던 흑인 유대인, 소수의 사마리아 유대인까지 다양합니다. 게다가 이슬라엘에는 유대인뿐만 아니라 5백 7십만의 아랍인, 20만의 베두인, 4만의 드루즈인, 5만의 난민까지 다른 민족들도 거주하고 있습니다. 유대인의 종교적 믿음 또한 다양합니다. 유대인의 신앙을 신실한 정도로 구분하면 일하지 않고 종교생활만 하는 정통파 종교인 10%, 일하는 신실한 유대인 15%, 신실하지 않지만 유대적 문화를 지키는 유대인 55%, 세속적 유대인 20%로(p.121에서) 나눌 수 있습니다.

 

 민족적, 종교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은 바로 구약성경을 바탕으로 한 유대교의 힘입니다. 유대교는 전세계에 흩어져있는 유대인들을 통합시키는 정신적 지주이자, 그들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전하는 파수꾼이자, 히브리어를 익히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과서였습니다. 이러한 유대교를 통한 통합의 정신이 있었기에 전세계의 유대인들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막강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유대인 지혜의 원천으로 여겨지는 탈무드가 마치 우리나라의 유학(儒學)처럼, 소수의 종교인들이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는 점은 의외였습니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읽었던 한 권짜리 탈무드는 그야말로 요약되고 편집된 내용이고, 원본은 <바빌론 탈무드>와 <예루살렘 탈무드> 2가지 버전으로 6개의 주제로 각 63권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다양성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이룩한 이스라엘 경제의 현주소는 어떠한 모습일까요? 이스라엘의 주력 산업은 다이아몬드 가공수출업, 방산산업, 신기술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벤처산업, 대체에너지 산업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세계를 방황했기에 소지와 처분이 용이했던 보석 가공업을 , 이슬람과의 실전을 통해서는 방산산업을, 구약성경을 가르치는 전통에서 벤처산업이, 척박한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대체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밖에 없었고 이를 통해 끊임없이 부와 기술, 무력을 쌓아왔던 것입니다.  이런 이스라엘이 우리나라에 대해 부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자동자, 가전, 건설 능력이 최고로 인정 받고 있고,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보다 활발한 경제 교류를 원하고 있다고 저자는 전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이 책은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느낀 경제 감상문(p.6에서)입니다. 책의 분류나 홍보는 '경제'에 무게가 실렸지만, 개인적인 소감으로는 '감상문'에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3장의 분량을 이스라엘의 정치, 문화, 사회를 설명하는데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대적으로 마지막 1장에서 다루고 있는 경제에 대한 분량이 아쉬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이스라엘의 전반적인 상황을 먼저 설명해서 경제기적의 비밀을 풀어내려는 저자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그리 성공적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저자가 전하는 내용들은 현지에서 경험한  최신 정보이지만, 그 정보를 해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한계는 어디서부터 오는 것일까요? 바로 정보의 양과 질, 이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작가 한 사람의 책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세계화를 외친지 십여년이 넘어가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나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이해하고 교류하려고 노력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에게 세계는 미국과 유럽, 중국과 일본이 전부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하가 될까요? 반대로 우리 자신을 알리는 일 또한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한류가 전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고, 한식 세계화를 소리 높여 외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국 교과서에 실린 우리나라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합니다. 2003년부터 외국 교과서의 한국 관련 내용을 검토해 해당 국가에 수정을 요청해온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이길상 교수가 쓴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를 보면, 아직도 무수한 오류와 왜곡, 무지와 편견으로 우리나라를 바라보는 전세계의 교과서가 다수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국민의 다양성을 통합을 통해서 국가의 강점으로 만든 이스라엘을 모습을 분명 우리가 본받야 할 점입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 가정 또한 정치적인 이슈가 될 만큼 중요시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스라엘과 좀 더 적극적인 교류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단순히 책 한 권을 통해서 그러한 일을 이룰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이스라엘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이스라엘과 업무를 담당하게 될 이들이 읽어야 할 입문서로는 손색이 없습니다. 책 속에는 저자가 경험한 이스라엘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인 모습을 생생한 현재 진행형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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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4 11: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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