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마음 - 나의 옳음과 그들의 옳음은 왜 다른가
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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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을 필요한 범위에서만 축자 대조하고 있어서, 나머지 부분은 나중에라도 발견하면 수시로 업데이트하려 한다. 흘려 넘긴 문장도 있고, 널리 의역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보이는 표현은 구태여 지적하지 않을 예정이다(의미 전달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보이는 부분도 많다). 다만, 기본적으로 원문에 충실하기보다는 문장을 재구성, 재창조하다시피 한 번역본이다 보니, 그 과정에서 토씨를 주의깊게 살피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오류도 많이 발생하지 않았나 생각된다(이탤릭과 굵은 글씨는 책에 있는 것이고, 밑줄은 인용하면서 추가한 것임).


<8장>


* 원문 180쪽

  제목 "The Conservative Advantage"


  국문 번역 287쪽

  제목 "도덕적인 인간이 승리한다"


  (의견) 그래도 한 장의 제목인데... 너무 초월 번역 아닌지? 저자는 분명 이 장에서 "보수주의자의 이점"을 주제로 서술하고 있다.



<12장>


* 원문 317쪽

 "Rationalists might dream of a utopian state where policy is made by panels of unbiased experts,"


  국문 번역 486쪽

 "합리주의자들이 꿈꾸기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서 함께 일련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 바람직한 이상적 국가이겠지만,"


  (의견) "panels"를 "함께"라는 말에 녹였는데, 합의체의 의미가 담겨야 하지 않나 싶다. 원문 321쪽(번역본 489쪽)에 나오는 "collegial body"("평등한 합의체"로 번역됨)를 보면 더욱 그렇다.



* 원문 319쪽

  "That competition always involves trickery and demagoguery, as politicians play fast and loose with the truth, using their inner press secretaries to portray themselves in the best possible light and their opponents as fools who would lead the country to ruin."


  국문 번역 486쪽

  "그리고 이러한 경쟁에는 늘 사기와 선동이 빠지지 않는바, 정치인들이 진실을 제멋대로 줄였다 늘였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기 내면의 공보관을 이용해, 자기 자신은 누구보다 밝고 깨끗한 사람으로 비치게 하는 한편 상대방은 나라를 말아먹을 바보처럼 보이게끔 한다."


  (문제) "using their inner press secretaries"를 "자기 내면의 공보관을 이용해"로 옮겼는데, 정치인들이 언론사에 심어놓은 '언론사 내부(inner press)의 비서들(secretaries; 심복들)을 이용한다'는 의미이다(저렇게 옮긴 이유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하다고 느꼈는데, 지금 보니 inner press / secretaries가 아니라 inner / press secretaries로 읽으셨던 모양이다).



* 원문 323쪽

  "to compare identical twins (who share all of their genes, plus, usually, their prenatal and childhood environments) to same-sex fraternal twins (who share half of their genes, plus their prenatal and childhood environments),"


  국문 번역 492쪽

  "일란성 쌍둥이(유전자뿐 아니라 태아기와 아동기 때의 환경도 모두 다 같은 경우)와 동성(同姓) 이란성 쌍둥이(유전자뿐 아니라 태아기와 아동기 때의 환경이 절반만 같은 경우)..." 


  (문제) all과 half는 genes만을 수식하고, environments는 수식하지 아니함, usually의 의미가 빠짐(상세는 이미 https://blog.aladin.co.kr/SilentPaul/14616504에 썼으므로 생략한다).



* 원문 327쪽 "the local branch of the state university"


  국문 번역 498쪽 "국립대 지방 캠퍼스"


  (의견) 지은이가 든 가상의 남매가 미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읽는데, 또 한국 독자들의 미국 대학에 관한 상식 수준을 고려할 때, 굳이 '국립대 지방 캠퍼스'로 바꿀 필요가 있었을까? 그 가족이 사는 집 근처에 캠퍼스가 있는 '주립대'이지 않나(New York City에 있는 대학과 대조하기 위하여 쓰인 것이다).



원문 327쪽 "Things didn't have to work out this way."


  국문 번역 498쪽 "둘의 인생이 꼭 이런 식으로 풀려야 한다는 법은 없다."


  (의견) "didn't"이므로 과거형('없었다')으로 옮겼어야 한다고 생각.



* 원문 328쪽 "they are simplified and selective reconstructions of the past"


  국문 번역 499쪽 "(이 이야기들에서는) 과거가 단순화되고 선별되기 마련이며"


  (문제) "reconstructions"(재구성)의 의미가 빠졌다.



원문 330쪽 "or had he simply interpreted events differently when creating early drafts of his narrative"


  국문 번역 502쪽 "혹은 삶의 서사가 막 쓰이기 시작한 그때에 리처즈 자신이 주변의 일들을 그저 단순히 해석했더라면"


  (문제) "simply"는 "그저"로 이미 그 의미가 옮겨졌음에도 "differently"는 빠뜨리고 "단순히(simply) 해석했다"는 식으로 의미를 중복하여 번역하였다. "(had he) simply interpreted ... differently"는 '다르게 해석하기만 했더라도'로 번역되었어야 한다.



* 원문 330쪽

  "He agrees with Durkheim that every social order has at its core something sacred, and he shows how stories, particularly “grand narratives,” identify and reinforce the sacred core of each matrix."


  국문 번역 502쪽

  "... 여기서 나아가 스미스는 각각의 매트릭스가 이 신성한 중심을 찾아내고 강화하는 데에 있어 이야기, 특히 "장대한 서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문제) '각각의 매트릭스'는 신성한 중심을 찾아내고 강화하는 '주어'가 아님. '각각 매트릭스의 신성한 중심'이 전체로서 이야기/장대한 서사에 의해 확인되고 강화되는 '목적어'임.



* 원문 334쪽

  "When I speak to liberal audiences about the three “binding” foundations—Loyalty, Authority, and Sanctity—I find that many in the audience don’t just fail to resonate; they actively reject these concerns as immoral."


  국문 번역 507쪽

  "나만 해도 진보적인 청중을 앞에 높고 충성심·권위·고귀함의 세 가지 도덕성 기반을 제시하며 그것에 '연대의 힘'이 있다고 이야기하면, 상당수는 전혀 이해 안 간다는 모습을 보인다. 더 정확히 말해, 그들은 이 세 가지 관심사를 비도덕적인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의견) "binding"을 "연대의 힘"으로 옮긴 것은 너무 나아간 것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거듭 나오는 문장인 "Morality binds and blinds."를 번역본은 "도덕성은 사람들을 뭉치게도 하고 눈멀게도 한다."로 옮겼는데, "binding"도 '묶어주는' 정도로 옮기면 충분하다고 본다. 그러나 "immoral"은 단지 "비도적적인 것"을 넘어 '부도덕한 것'으로 옮겼어야 한다(그래서 적극적 거부의 대상이 된다).



* 원문 335쪽

  "Human beings, who have imaginations, can see a recipe for disaster in the making; Republicans, whose goal in life is to profit from disaster and who don’t give a hoot about human beings, either can’t or won’t."


  국문 번역 509쪽

  "상상력을 가진 인간이라면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이 눈에 훤히 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나 공화당원들은 재앙 속에서 이득을 챙기는 것이 삶의 목표이고, 또 인간에 대해서는 요만큼도 신경 쓸 줄 모르는 만큼,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보려고도 않는다."


  (문제) "recipe for disaster in the making"을 "재앙으로 가는 지름길"로 옮기셨는데... 옥스퍼드 영한 사전에 "recipe"를 "(특정 결과를 가져올 듯한) 방안[비결]"으로 해석하고, "His plans are a recipe for disaster. 그의 계획은 대실패를 초래할 방안이다."라는 예문을 든 것이 발견되기는 한다. 그러나 "만들어지고 있는(in the making) 재앙을 피할 방안"으로 해석하는 것이 의미상 자연스럽고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즉, 상상력을 가진 인간에게는 그러한 방안이 보이지만, 공화당원들은 그러한 방안을 볼 수도 없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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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02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묵향 2024-01-04 23:54   좋아요 0 | URL
써주신 글을 이제야 확인하였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부분을 깨우쳐주셔서 대단히 고맙습니다. 말씀해주신 대로라면 혹시 각 정당의(자신들 내부의) 대변인, 공보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자 특강 등을 살펴보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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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323쪽

"to compare identical twins (who share all of their genes, plus, usually, their prenatal and childhood environments) to same-sex fraternal twins (who share half of their genes, plus their prenatal and childhood environments),"


- 국문 번역 492쪽

"일란성 쌍둥이(유전자뿐 아니라 태아기와 아동기 때의 환경도 모두 다 같은 경우)와 동성(同姓) 이란성 쌍둥이(유전자뿐 아니라 태아기와 아동기 때의 환경이 절반만 같은 경우)..."


원저자가 직접 강조 표시한 all과 half에 걸리는 것은 문장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environments(환경)가 아니라 genes(유전자)에 한정된다.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일란성 쌍둥이라도 일부 유전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Hakon Jonsson et al., "Differences between germline genomes of monozygotic twins", Nature Genetics 53 (2021) https://doi.org/10.1038/s41588-020-00755-1 이란성 쌍둥이는 보통의 형제자매와 다를 바가 없는데, 형제자매의 유전적 근친도는 부모가 같다고 할 때 평균 50%이다. "유전자의 눈으로 본 생명", 최재천 교수의 다윈 2.0 (2010)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3568954]


즉,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 전부를 공유할 뿐만 아니라 태아기와 어린 시절 환경을 '보통은'(국문 번역본에서는 usually 번역을 아예 빼먹었다) 공유하고, 동성의 이란성 쌍둥이는 태아기와 어린 시절 환경을 공유하지만 유전자는 절반만 공유한다는 내용이다. 맥락상으로도, 일란성 쌍둥이와 동성의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한 결과, 환경적 요인보다는(환경이 '같더라도') 유전자의 영향이 크다는 말을 하려고 위와 같은 문장을 쓴 것이다.


이것은 비교적 쉽고 분명한 사례이고, 여기저기에 갸우뚱한 번역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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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을 봤더니 거의 책을 새로 쓰다시피 의역하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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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너선 하이트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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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다른 의견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조직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선명하게, 목소리를 높이면 다른 사람들도 귀기울여 들어줄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유연하게 사고하지 못하는 구닥다리로 비칠 뿐이다.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더라도 대화할 여지를 열어두는 태도와 그렇지 않은 태도는 듣는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의견을 반박하고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의견이 다른 사람을 조롱, 비하하고 악마화하는 태도는 생각이 같은(= 달리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들끼리는 즐겁고 시원할지 몰라도 양쪽 의견을 들어보려는 사람을 질리게 하고 떠나게 한다. ‘자기 주장에 자신이 없구나‘ 생각하게 한다. 정견은 간데없고 전략만 과도하게 남아 최근 익명의 공론장에서 이러한 모습이 많이 보인다. 비겁할 뿐만 아니라 도리어 남 좋은 일만 시켜주는 어리석고 전략적이지 못한 행동이다.

함께 이상을 실현하겠답시고 모인 집단이라면 그 이상을 위해 조직은 희생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하지, 조직을 보위하기 위해 이상은 언제라도 내던질 수 있다는 식이어서야 어찌 마음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이 책에서는 사람들이 왜 정치와 종교 때문에 서로 이편저편으로 나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다. 그 답은 마니교에서 이야기하는 것과는 달리, 어떤 사람은 선하고 어떤 사람은 악해서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의 마음이 집단적 바름을 추구하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답이었다. 우리 인간은 지극히 직관적인 생물체로서, 우리의 전략적 추론 능력도 사실은 직감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다 보니 나와 다른 매트릭스의 사람들을 만나면, 더구나 그런 이들의 도덕 매트릭스는 우리의 것과는 다른 식으로 배열된 도덕성 기반에 의지하고 있는 때가 많기 때문에, 그들과 연결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그러나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그러니만큼 이다음에 옆자리에 나와 다른 매트릭스의 사람이 앉게 된다면, 그때는 한번 연결을 시도해보자. 하지만 그 사람의 매트릭스로 곧장 뛰어들려고 해서는 안 된다. 또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약간의 신뢰가 생기기 전까지는 도덕성의 문제를 꺼내 들어서도 안 된다. 그러다가 시의적절하게 도덕성 관련된 이슈를 무사히 꺼냈다 싶으면, 그때는 다른 것보다 먼저 그 사람의 입장을 얼마간 추어주고 그에 대해 진정한 관심을 표한다.
우리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가야 한다. 그러니 서로 잘 지낼 수 있게 함께 노력해보자. - P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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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법정 - 당시의 법정 기록을 토대로 재조명한 음악가들의 삶과 음악
조병선 지음 / 뮤진트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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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인데, 관련 논문을 찾아보니 고증이 부정확한 부분이 더러 있다. 별점을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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