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글 바로 쓰기 2 우리 글 바로 쓰기 2
이오덕 지음 / 한길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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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리는 알맞고 편리한 제 겨레말을 두고 엉뚱한 남의 나라 말을 따라 쓰고 있으니 이게 정신 나간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발발이 강아지 이름이지 어째서 전쟁이 터졌다는 말이 될 수 있는가? 제 나라 말을 바로 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사람은 제발 글을 쓰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다. - P43

눈에 띄는 신문이나 잡지에서 보기를 한 가지씩만 들었다. 여기 나오는 *불리는*, *불려온*, *불리워지는* 따위는 모두 ‘-고 하는’으로, *불리던*은 ‘-고 하던’으로, *불렀다*는 ‘-고 했다’로 써야 알맞는 말이 된다. ‘불렀다‘는 말 자체가 문제이지만 더구나 *불렸다*고 해서는 우리 말이 될 수 없다. 대체 어쩌자고 모두 이렇게 쓰는가? - P64

일본말 ’呼よばれる‘를 따라 *불리다*를 먼저 쓴 것은 소설가들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 말이 맨 처음 나온 작품은 1934년에 나온 박태원의 「小說家仇甫氏의 一日」이다. 오염문장의 표본 같은 이 소설에 무엇이 매력이 있었는지, 그 뒤 오늘날까지 한국의 소설가 몇 사람이 똑같은 제목의 소설을 써냈다. 이 *불리다*가 일제시대에는 겨우 몇 사람 작품에 어쩌다가 나왔다. 중국글자말투성이 일본문장을 그대로 옮겨서 논문을 쓰던 임화 같은 사람도 *불리다*만은 안 쓰고 "그것은 문학에 있어서는 시대적 양심이란 개념으로 불러온 것으로"라든지 "문예작품의 진정한 내용은 언제나 형식이라고 불러지는 문학적 협상의 조직으로 은폐되어 있다"(『신문학사의 방법』)고 썼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소설이고 수필이고 논문이고 신문기사고 모조리 *불리다*를 쓰고 있으니 이래 가지고 우리가 민족문학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 P64

여기서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인사말을 생각해본다.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안녕*이란 인사말은 쓴 일이 없다.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어른들도 쓰는 것을 듣지 못했다. 헤어질 때는 "잘 가거라"나 "잘 가"라고 하든지, "잘 가요" "편히 다녀가이소" "살펴 가시소" 이랬다. 그러면 대답도 "잘 있거라" "편히 계시이소"로 나왔다. 안녕이란 말은 책에서나 읽었고, 해방 후에는 학교 교과서에 나와 비로소 널리 쓰게 된 말이다. 서울의 ‘양반’들이 쓰던 말은 이렇게 해서 표준이 되어 순수한 우리 말을 쫓아내고 온 나라에 퍼진 것이다.
*감사합니다*도 내가 자라날 때는 집에서고 마을에서고 들어본 적이 없다. 누구든지 "고맙다" "고맙습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만 ‘고맙다’를 쓰지 어른들은 모두 *감사합니다*를 쓴다. 머지않아 ‘고맙다’도 아주 자취를 감춰버릴 것 같다. - P83

*안녕*이란 말을 안 쓰면 우리가 만날 때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나?
"반갑습니다" 하면 된다. "반갑다" "반갑네" 얼마나 좋은 말인가? *안녕*이리나 말보다 뜻으로 따지거나 소리가 주는 느낌으로나 백 배도 더 좋은 말이다. 얼마든 듣기 좋고 말하기 좋고, 인사를 나누는 뜻으로 알맞는 말인가. 이게 바로 우리 말의 자랑이다.
일본말에는 ‘반갑다‘는 뜻을 가진 말이 없다. 그 때문에 일제시대에는 이 말이 지식인들에게 천대를 받았는데, 그런 역사가 아직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 P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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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면서도 헷갈리는 우리말 오류사전
박유희.이경수.차재은.최경봉 지음 / 경당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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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다보면 소소하게 깨닫는 바가 많습니다. 재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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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dmer Museum에서 발견한 작가인데, 번역된 책도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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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말에 끝을 맺어, 시작 없는 역사의 시작을 삼자.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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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의 과정
유대칠 지음 / 부크크(bookk)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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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습니다.

특히 88쪽, ‘존재론, 보편(Universale)과 개체(Individuum)‘부터 책 끝까지가 저자의 장기를 잘 살린 대목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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