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응노 - 붓으로 평화를 그리다 예술가 이야기 2
김학량 지음 / 나무숲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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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도서이나 큰 줄기를 잘 짚고 있다. 도록으로라도 일별할 가치가 충분하다. 글쓴이는 1994년 홍익대에서 ˝고암 이응로의 삶과 그림: 도불 이전의 전기그림세계˝라는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을, 2014년 명지대에서˝이응노 회화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을 썼다. 박사논문 지도교수는 유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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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서서
이우환 지음, 성혜경 옮김 / 현대문학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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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언젠가 내가 돌을 보고 있자니 눈길은 돌 저쪽으로까지 꿰뚫어나가고 동시에 돌의 눈길 또한 내 등뒤로까지 꿰뚫어나가는 것이었다

 

  이윽고 두 개의 눈길이 서로 뒤돌아보았을 때 그곳엔 나도 돌도 없고 투명한 공간만이 펼쳐져 있었다

 

나무 4

 

  어쩌다 바람에 너울거리는 나무와 흔들리는 나의 눈길이 만난 순간 나는 멈춰 선 나무가 되고 나무는 걷는 내가 된다

 

  이리하여 나와 나무는 그곳에 있으면서 어디론가 돌아다니는 옮아 탄 운명의 공간을 이루게 된다

 

산정山頂 2

 

산정에 서면

양손을 앞으로 내밀어라

 

이윽고 하늘이 쏟아지면

품에 안고 산을 내려오라

 

가지 끝

 

가지를 따라 생각을 더듬어 가면

 

기억이 끊어진 저쪽에 열린 봉오리

 

우산

 

비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거니는 사람은

모두 고독하다

 

그건 비에

적시고프지 않은 작은 공간을

나르는 때이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 공간에 들어가

빗속을

여기저기 저 너머로 장소를 옮긴다

 

사람이

투명한 유리케이스처럼

자신을 가둔 채 걷고 싶어하는 것은

 

우산 아래서

차가운 고독의

비에 젖고 싶기 때문이다

 

  그의 예술세계를 이해함에는 그의 글들을 함께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본에서 그의 이름을 알리고, 그를 중심으로 '모노하(物派) 운동'을 집결시킨 것도, 그가 1969년 6월 『산사이三彩』에 발표한 「존재와 무를 넘어서 - 세키네 노부오 론 存在と無を越えて - 關根伸夫論」을 기점으로 해서였다.

 

  그가 쓰거나, 그를 다룬 책 중 현대문학사에서 출간된 네 권은 시중에서 구할 수 있고, 네 권은 품절되었다.

 

  2009년에 나온 『시간의 여울』은 화백의 에세이집이다. 일본의 <미술수첩>, <예술신조 藝術新潮>, <현대시수첩>, <현대사상>, <통일일보>, <아사히신문>, <일본경제신문> 등에 발표한 것들과, 미발표 원고를 모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1987년 小沢書店에서 처음 출간되었다가 2004년부터는 みすず書房에서 출간하고 있다(2016년 4월에도 책을 다시 찍어냈다). 한국에서는 1994년 디자인하우스에서 서인태 씨 번역으로 처음 나왔다가 2002년 여섯 편의 단편을 추가하여 남지현 씨가 새로이 번역하였고, 2009년에 월간 <현대문학>에 실었던 다섯 편을 더하여 현대문학사에서 재발간되었다.

  2002년에 나온 『여백의 예술』은, 화백이 미술 표현에 대한 단상, 현대 예술 일반에 대한 견해, 유럽이나 한국, 일본의 문화감각 등을 주제로 1967년부터 최근까지 일본의 잡지, 신문, 카탈로그 등에 발표하였던 단문, 또 미발표 원고를 묶은 책이다. 『시간의 여울』이 주로 신변잡기라면,  『여백의 예술』은 그의 '예술론'이다. 일본 みすず書房에서 2000년 11월 출간되었던 책을 김춘미 교수가 번역하였다.

  2004년에 나온 『멈춰 서서』는 화백의 시집이다. 그의 그림과 조각이 詩적인 만큼이나, 그의 詩도 회화적이다. 詩라기보다는 차라리, '시각(視覺)에 관한 단문'에 가깝다. 2001년 4월 일본 書肆山田에서 출간되었던 책을 성혜경 교수가 번역하였다.

  가장 최근인 2014년에 나온 『양의의 예술』은 심은록 작가와 화백의 대담집이다. 전문성을 갖춘 인터뷰어의 충실한 질문 덕분에 화백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심은록 씨는 작년 4월, 서용선 화백과의 대담집 『사람에 대한 환원적 호기심』(교육과학사)을 펴낸 바 있다.

 

 

  절판된 책 중 화백 자신의 책으로는 우선 열화당에서 1977년에 처음 나온 『이조의 민화: 구조로서의 회화』가 있다. 조선시대 미술의 특징을 다각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1. 이조미술의 특징: 생활애(生活愛)의 예술, 2. 회화의 본령: 이조회화의 평가를 중심으로, 3. 화가와 제작: 방랑화가들과 폐쇄사회, 4. 용도와 종류: 회화와 생활공간, 5. 화관(畵觀)과 방법: 윤곽회화의 구조, 6. 성립과 해소: 무명성이라는 것'까지 총 6장으로 구성된 짧은 책이다. 본문은 48쪽이고 이후는 모두 도판이다. 아래 책 이미지는 열화당 홈페이지에서 가지고 온 것이다.

  가장 중요한 책은 2011년 학고재에서 나온 『만남을 찾아서』이다. 이는 1960년대 말경 화백이 쓴 논문 6편을 수록한 책으로, 이들은 오늘날 이우환을 있게 한 글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세키네 노부오 론'도 여기에 실려 있다. 1971년 田畑書店에서 처음 나왔지만, 2000년 美術出版社에서 간행되었다가, 2016년에 『시간의 여울』, 『여백의 예술』과 마찬가지로 みすず書房에서 재출간되었다. 번역본은 김혜신 씨가 번역하였다.

  그 밖에, 화백에 대하여 많은 글을 쓴 바 있는 김미경 교수가 낸 『모노하의 길에서 만난 이우환』(공간사, 2006), 독일 미술사가인 질케 폰 베르스보르트가 화백의 예술세계를, 현대미술의 국제적 맥락에서 철학적으로 분석한 『이우환, 타자와의 만남』(학고재, 2008)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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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오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17
임식순 지음 / 서문당 / 199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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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얼굴, 노기 서린 눈동자, 술에 취한 삐에로, 기진맥진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울고 때로는 고뇌하는 가지각색의 표정들... ˝신이시여, 이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바로 이들이 나요, 우리들이며,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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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 서문당 컬러백과 서양의 미술 8
하종현 엮음 / 서문당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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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눈에는 푸르거나 핏빛의 반달이 보이고 검고 부드럽게 펼쳐진 덩어리나 표적처럼 핵을 안고 있는 원형질이나 인공적인 무관심으로 칠해진 유치한 실루엣, 탯줄에 연결된 태반, 유충, 녹색, 아메바, 길고 구부러진 필라멘트, 장난감이나 연을 닮은 방랑자의 대열 등으로 가득찬 변덕스럽고 코믹한 세계가 보인다. 그것은 대가에 의해 재생된 꿈의 세계이다…….

  비록 그의 회화에는 주제, 대상, 양감, 논리적 구성도 없지만 그래도 조형미가 있다. 이러한 조형미 때문에 그의 그림은 초현실주의가 붕괴한 때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그의 그림의 매력은 이 모든 것으로도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는 그것을 원시인이나 어린이의 스타일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가 우리 시대의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대는 우리가 잊어버렸고 또 거기에 향수를 느끼고 있는 언어를 말해 준 데 대해 그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의 시는 말로 표현될 수 없고 비현실적이고 씨앗의 단계에 있고 이제 막 시작하는 것에 대한 시다. 여기에 그 힘의 비결이 있다."

 

- Frank Elgar(46쪽, 이경식 교수가 번역한 Jacque Dopagne 평문에서 재인용)

 

나는 내 스튜디오를 화단으로 생각한다. 여기에는 아티초크가 있고, 저기에는 감자가 있다. 열매가 자라려면 잎사귀를 잘라 주어야 한다. 어떤 때는 가지치기도 해야 한다.

  나는 정원사처럼 일한다…….

  재료와 도구는, 대상에 삶을 부여해 주는 방식인 테크닉을 내게 부과해 준다. 내가 만약 끌로 나무를 공격하면 그것은 나를 어떠한 마음의 상태로 인도한다. 내가 붓으로 석판화를 그리거나, 침으로 구리판을 새기기 시작할 때 나는 나이지만, 다른 마음의 상태를 갖게 된다. 도구나 재료와의 대면은 충격을 발생시키고 이 충격은 궁극적으로는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이 느끼게 될 생동감 있는 그 무엇이다.

  그림의 형태도 색깔만큼이나 단순화의 과정을 거쳤다. 단순화되기는 하였지만 그것은 세부적으로 묘사되었을 때보다 더 인간적이고 살아 있다. 왜냐하면 세밀한 부분까지 다 보여주게 되면 모든 것을 확장시킬 수 있는 상상력이 결핍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국가간의 관계는 순전히 관료제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관료가 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 되는 문제이다. 진정으로 인간이 되는 과정에서 인간은, 국적이나 피부색이 무엇이든 모든 사람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그릇된 자아를 제거해 버려야 한다. 내 경우, 미로, 즉 국경과 사회, 관료적 인습에 의해 제한된 사회에 속하는 스페인 화가임을 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명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동시에 나아가, 완전히 무정부주의적인 개인적 제스처의 필요를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완전히 개인적인 제스처는 익명이기 때문이다. 익명이 됨으로써 일반성을 성취할 수 있게 된다. 나는 어떤 것이 더욱 개인화되면 될수록 더 일반적인 것으로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같은 과정을 통해 나는, 침묵 속에 숨겨진 소리, 부동(不動) 속에 숨겨진 움직임, 유한 속의 무한, 공허 속의 형태, 무명 속에서 나 자신을 찾게 되었다."

 

- Joan Miro(1959, 50쪽, 위 평문 중에서 재인용)


(* 어플로 보시면 아래에 나오는 표가 깨져 보이실 수 있습니다. 표를 보시려면 PC버전으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서문당 컬러백과 - 서양의 미술' 화집 시리즈 중 여덟 번째 권으로 2003년에 발행된 개정4판이다. 화가의 주요 작품들에 한국의 저명한 미술가, 미술평론가들이 작성한 간략한 해설이 붙어 있고, 그들이 저술 또는 번역한 평문이 실려 있다. 예컨대, 39권 마그리트는 박서보 화백이 해설을 맡았다. 1989년 초판을 낸 이래, 특히 먼저 나온 화집의 경우 많게는 네 번 가까이 개정을 하면서도, 안타깝게도 특별히 교정·교열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큰 기대를 갖지 않고 화가의 작품세계를 주마간산 격으로 일별하기에는 충분하다. 시리즈는 2010년 4월을 끝으로 더 이상 추가되지 않고 있는데, 그 전모는 아래와 같다.

 

 1 피카소  11 밀레  21 라파엘로   31 앵그르  41 클림트
 2 샤갈  12 드가  22 렘브란트   32 들라크루아  42 레제
 3 고흐  13 모네  23 루벤스  33 터너  43 보티첼리
 4 르느와르  14 칸딘스키  24 고야  34 뒤러  44 벨라스케스
 5 세잔  15 마티스  25 쿠르베  35 보나르  45 고갱2
 6 고갱  16 뭉크  26 마네  36 푸생  46 고흐2
 7 모딜리아니  17 루오  27 위트릴로  37 뒤피  47 르느와르2
 8 미로  18 와토  28 로트렉  38 르동  
 9 달리  19 미켈란젤로  29 루소  39 마그리트  
 10 클레  20 레오나르도  30 쇠라  40 브라크  

 

  

 

 

 

   서양미술가에 한정하면, 이와 같은 '화집' 시리즈로는 최근에 나온 '재원 아트북' 시리즈,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온 'Taschen 베이직 아트', 'Taschen 포트폴리오', '명작 400선', 'Art Book' 시리즈, 열화당 'Art Classic', '위대한 미술가의 얼굴' 시리즈, 예경 '20세기 미술의 발견', 'I' 시리즈, 한중기가 엮은 이종문화사 '세계명화순례' 시리즈 등이 있고, 그 밖에 시케이북스 '고전 명작 순례' 시리즈와 알라딘에서 나온 책도 몇 권 있다.

  위 시리즈 중에서 특히 '재원 아트북' 시리즈는, 그동안 국내에서 출판된 화집들이 오류에 가까운 색상을 보여주고 있다는 반성에서, 구미 각지에서 수집한 자료, 현지 미술관에서 찍은 사진 등을 바탕으로 원화에 가까운 색상을 재현하였다고 홍보하고 있다. 정밀 스캔 작업, 특수잉크 인쇄 등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하고, 특별한 해설 없이 그림만 수록하고 있다. 완간된 50권의 전체 목록은 다음과 같다. 서문당의 포트폴리오와 상당 부분 겹친다.

 

 1 고흐  11 들라크루아  21 마티스  31 카미유 코로  41 엘 그레코
 2 고갱  12 렘브란트  22 파울 클레  32 조르주 쇠라  42 마네
 3 모네  13 고흐의 드로잉  23 뭉크  33 앙리 루소  43 세잔
 4 클림트  14 고흐의 수채화  24 몬드리안  34 칸딘스키  44 도미에
 5 브뢰겔  15 다 빈치  25 베르메르  35 르느와르  45 벨라스케스
 6 로트렉  16 다비드  26 알폰스 무하  36 드가  46 앵그르
 7 밀레  17 루벤스  27 케테 콜비츠  37 미켈란젤로  47 피사로
 8 에곤 실레  18 쿠르베  28 고야  38 보티첼리  48 터너&컨스터블
 9 모딜리아니  19 모로  29 라파엘로  39 지오토  49 무하 아르누보 양식집
 10 프리다 칼로  20 르몽  30 뒤러  40 에곤 실레&클림트 드로잉  50 프리드리히

 

  'Taschen Basic Art ' 시리즈 중 마로니에북스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아직 번역될 것들이 다수 남아 있다. 참고로, 마로니에북스 'Taschen 포트폴리오' 시리즈는 1 클레, 2 피카소, 3 칸딘스키, 훈데르트 바서, 5 마크 로스코, 6 달리, 7 마티스, 8 고흐, 9 클림트, 10 에드워드 호퍼, 11 샤갈, 12 로베르 두아노, 13 모네, 14 칼 라르손, 15 에셔로 구성되어 있는데, 아래 화집들의 해설이 자세한 데 비하여 그림을 위주로 대체로 축약되어 있다.

 

1 페르난도보테로  16 뒤러 31 엘 그레코 46 가우디 61 뭉크
2 비디오 아트 17 장미셸바스키아 32 앙리 루소 47 미켈란젤로 62 모네
3 루시언 프로이트 18 마그리트 33 마티스 48 프랜시스베이컨 63 클림트
4 훈데르트 바서 19 고갱 34 뒤샹 49 피카소 64 에드워드 호퍼
5 안도 다다오 20 세잔 35 마크 로스코 50 프리다 칼로 65 달리
6 H.R.기거 21 벨라스케스 36 앤디 워홀 51 모딜리아니 66 샤갈
7 인상주의 22 브뤼겔 37 키스 해링 52 베르메르 67 카라바조
8 고야 23 라파엘로 38 팝 아트 53 보티첼리 68 고흐
9 초현실주의 24 히에로니무스보스 39 제임스 앙소르 54 리히텐슈타인
10 입체주의 25 몬드리안 40 렘브란트 55 르느와르  
11 개념미술 26 칸딘스키 41 루벤스 56 알폰스 무하  
12 추상표현주의 27 사실주의 42 파울 클레 57 드가   
13 뉴미디어 아트 28 표현주의 43 조지아 오키프 58 프리드리히  
14 다다이즘 29 다빈치 44 윌리엄 터너 59 로트렉  
15 미니멀 아트 30 한스 홀바인 45 마네 60 에곤 실레  

 

  한국미술가들의 화집으로는, 서문당 'Art Cosomos' 시리즈, 헥사곤 '한국현대미술선' 시리즈, 재원 '지금, 한국의 아티스트' 시리즈, 꼬마심포니(다빈치기프트) '다빈치 갤러리' 시리즈, 한길아트 '한길 아티스트' 시리즈와, 대개 절판되었으나 시공사 '아르비방' 시리즈, 삼성문화재단 '한국의 미술가' 시리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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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속 모작과 위작 이야기
이연식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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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에 나왔다가 절판되었던 『위작과 도난의 미술사』(한길아트)에서, '위작' 파트를 뽑아 다시 엮고, '모방과 모사, 복제, 오마주, 패러디'에 관한 내용을 덧붙여 2016년 11월에 재출간된, 따끈따끈한 책이다. 전작을 워낙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그 때만큼의 '아우라'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훌륭한 책이다. 무엇이 빠지고 무엇이 더하여졌는지 꼼꼼히 대조하여 보지는 못하였으나, 한 번 읽었던 내용이라 그런지 에피소드가 보다 간명하게 읽히는 느낌이었고, 목차상 '위작' 파트의 일반론에 해당하는 "가짜의 자리에서 진짜를 바라보기 - 미술품 위작의 성격과 양상" 부분이 빠진 것이 눈에 띈다. 여하튼 성실한 저자가 꾸준히 내고 있는 책들은 모두 '믿고 볼 수 있다'.

 

 '속이고 팔고 속고 사는 것'은 어쩌면 미술시장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점점 든다. 생각해 보면 비단 미술품뿐 아니라 모든 거래가, 기본적으로는 '파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 < 시장가격 < 사는 사람이 생각하는 가치'일 때 성립하는 것 아닌가.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화가들이 생전에 빛을 받지 못하다가 뒤늦게 재조명되는 것과 같이, '(가짜에 찬탄하고) 진짜를 알아채지 못하는 일'도 예술사에서는 늘상 일어나는 일이다(거꾸로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이 역사 속에 잊혀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베토벤이 존경해 마지않았던 케루비니는 음악사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 위작이 돌아다니고,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세월이 흐르고, 뒤늦게 밝혀져 미술계가 발칵 뒤집히고, 몇몇 전문가들이 비웃음을 사고... 그 모든 에피소드들은 미술사의 자연스럽고 필연적인 일부이다. 그것은 진짜를 더 빛나게 하여 기어이 '신화'를 만들고 마는, 양념 같은 존재들이기도 하다. 미술은 그저 있을 뿐, 미술 자체가 가짜라면 가짜고, 진짜라면 진짜라고도 할 수 있다. Eric Hebborn의 말대로 진짜 미술, 가짜 미술이라는 것은 사람의 욕망이 붙인 '라벨'에 불과한 측면이 분명 있다.

 

 결국은, 시간과 시장이 해결할 몫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즐길지어다.

 

 국내에 관련 서적이 많지 않다. 다음과 같은 책들은 『미술품 속 모작과 위작 이야기』에도 소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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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향 2019-01-20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blog.aladin.co.kr/SilentPaul/10593489 으로 다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