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레이디 북토크 - 책으로 세상을 읽다 알파레이디 리더십 2
경향신문사 인터랙티브 팀 엮음 / 들녘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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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세상을 주도하라.

 

너무 오래 묵혀 두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책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지금까지 묵혀둔 탓에 더 이상 유기될 수 없다는 생각이 지배했다. 첫 강연자인 정혜윤을 읽었다. 숨이 턱 막힌다. 이런 분이었어? 왜 몰랐을까? 정말 멋지다. 이렇게 뜨겁게 사는 분도 있구나 싶다. 

 

정혜윤의 책은 몇 번을 사려다 밀리고 밀려 단 한 번도 사지도 읽지도 않았다. 후회한다. 읽었어야했다. 책과의 운명적 만남을 가장 탁월하게 그려준 존재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의 강연이 남아 있지만 이 분 만큼 책 자체를 고상하게 알려준 이도 없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책을 읽고 평가하는 것은 독서가 아니에요."

"책을 읽다가 멈추고, 또 멈추고 하면서 나를 보게 됩니다. 책 속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마주칩니다."


책은 거울이다. 나를 보는. 정혜윤은 정확하게 짚어 낸다. 일찍 읽어야 할 책이었다. 지금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다.

 

저마다 다른 관점에서 책을 말한다. 엄밀하게 말하면 다르지 않다. 그들의 경험과 삶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에 다르게 말할 뿐이다. 생텍쥐페리는 사랑은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독서가 그렇다.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곳을 향한다. 고미숙의 책은 "호모 쿵푸스"를 통해 이미 접했고, 다른 책에서도 간적접으로 접한 터라 낯설지 않았다. 몸에 대한 동양적 사고를 잘 풀어 준다. 

"출산은 몸 전체, 몸의 모든 뼈가 한꺼번에 다 열리는 순간이니까요."

"행복과 평화는 추상적인 개념이 아니라 몸의 능력입니다."


가장 여운이 남는 부분은 나승연과 홍성태 교수의 소통과 공감 부분이었다. 삶은 치열하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치열함을 예술로 탁월함으로 승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왜 일까? 실력이 없어서? 아니다. 소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홍성태 교수의 문장 몇개를 가져와 보자.

"네가 필요해는 20세기식 표현이고, 나는 너를 원해라고 하는 게 21세기식 표현입니다."

"뭔가를 즐긴다는 것은 단순한 재미가 아니나 그 사람과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겁니다."

"공감은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방의 세계를 지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의사소통 상태를 말합니다."

 

김정운, 조영남은 괴짜들이다. 웃기고 재미있다. 사용하는 단어가 기이할 뿐이지 알고 보면 동일하다. 조영남은 재미로 한다고 한다. 그런데 무슨 재미가 죽음까지 갈 뻔했단 말인가. 열심과 최선의 다른 말이다. 속으면 안 된다. 조영남은 언어의 사기꾼이다. 그가 재미로 한다는 삶을 보라. 얼마나 치열하고 박진감 넘치는가.

 

이 책을 그렇게 읽었다. 그리고 좋았다.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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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차이나 - 중국 소비DNA와 소비트렌드 집중 해부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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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 이렇게 정복하라


일단 대 환영이다. 김난도 교수가 자기 자리를 찾았다. 그는 청년 멘토가 본업이 아니다. 이 책이 보여주듯 그는 시대를 읽는 학자다. 그래서 난 이 책이 무엇보다 김난도 교수다운 책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지금까지 무모했던 중국시장에 대한 도전을 깔끔하게 정리했고, 분명하게 길을 제시해 주었다. <트렌드 차이나>는 어떤 면에서나 대환영이다. 중국에 관심 있는 독자나 기업가, 학생들에게 권하고 싶은 최고의 책이다. 중국 해부학을 넘어 시대를 통찰하는 탁월함이 엿보인다.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가 보자.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중국 시장에 환상 내지는 신화에 갇혀 제대로 중국을 볼 수 없었다. 보려고 하지도 않았다는 말이 더 옳다. 우스갯 소리로 중국-'차이나'는 우리나라 상품과 질적으로 '차이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중국은 무식하고 어리석은 개발도상국쯤으로 무시하기 때문이다. 교만했던 지난날의 과오 때문에 그동안 우리나라는 중국시장에서 백전백패의 비싼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다. 극소수의 기업 외는 수년 안에 말아먹고 철수하거나 망하고 말았다. 목이 곧은 대가는 이렇게 비싸다.

 

목이 곧은 시대의 착각을 들어보자. 저자는 이것을 중국 시장에 대한 '여섯 가지 신화'(31쪽)로 명했다. 1. '단일시장의 신화' 13억 5천만이라는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껌 한 통씩만 팔아도 13억 통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31쪽) 2.'보편적 가치의 신화'는 동일한 세그먼트 즉 소비자를 동일하게 보는 것이다. 한국의 20대 특성이 중국에도 먹힌다는 착각이다.(33쪽) 3.'트리클 다운의 신화'는 물망울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듯 주요한 도시에서 유행하면 다른 다시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다. 중국을 너무 작게 본 결과다. 4.'후진시장의 신화'는 우리나라 90년대와 비슷하니 그 때에 맞추어 전략을 짜면 된다고 생각한다.(37쪽) 현장을 보지 않는 게으른 생각이 낳은 오판이다. 5.'프리미엄의 신화'는 명품이면 사족을 못 쓴다는 그릇된 생각이다.(37쪽) 마지막 6.한류의 신화'다. 언제까지 한류가 유지될까. 보수주의 중국인들은 벌써 한류를 경계하고 있다. 도시마다 한류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하나의 중국이 아니다. 많은 나라들의 총체가 중국이다.

 

저자는 지금까지의 잘못된 생각의 관행을 잊고 다시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그럼 어떻게 중국시장을 다시 볼까. 이점에 있어서 이 책이 효과를 톡톡히 보여준다. 거시적 이론을 겸하면서도 미시적 관점에서 철저하게 현장성을 놓치지 않는다. 그는 소비자를 세분화segmentation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하나가 아니다. 여러 개가 모여서 된 복합적이고 다층적 나라다. 수많은 소수민족이 존재하고, 수많은 방언과 문자가 엄연히 존재한다. 사상과 철학도 다르고, 역사도 다르다. 그러니, 지금까지의 보편적 마케팅 기법을 버리고 디테일한 마케팅을 구사해야 한다. 그는 중국의 소비자 타입을 6개로 분류했다.

 

최고 수준의 럭셔리 소비자인 VIP형, 개인의 만족을 지향하는 자기만 족형,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형, 현실을 놓지 않으면서 소비를 추구하는 실속형, 소비가 주도적이지 않지만 소비를 열망하는 열망형, 마지막은 안 쓰는 게 버는 것이라는 검약형이다. 소비자를 구분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시도할 때 실패의 쓴맛을 보지 않을 것이다.

 

중국의 한국 시장 개입은 도를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해운대 계발 뿐 아니라 제주의 땅은 절반이 중국사람 소유라는 유언비어가 회자되고 있다. 뉴스는 중국의 거대자본이 한국에 밀려오고 있다고 보도한다. 세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체감으로 필자 또한 강하게 느낀다. 얼마 전 다녀온 산행과 제주 여행에서도 중국인이 절반을 넘어선 것을 보면 중국은 변한 것이 확실하다. 거리에도 일본어만 내걸었던 시대가 지나고 중국의 간자체가 눈에 많이 띈다. 중국은 이미 생산국에서 소비국으로의 전환이 일어났다.(23쪽) 이뿐 아니라 도시화가 급속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것은 도시 문화, 즉 상품을 소비하는 존재로서의 변화를 말한다. 이제 중국을 제대로 공부할 때가 된 거이다.

 

1부에서 중국 소비자 유형을 소개하고, 2부에서는 중국인의 7대 소비DNA, 즉 성향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마지막 3부에서는 중국 소비시장의 최근 트렌드를 소개 한다. 주목할 점은 마지막 3부인데, 그곳에서 최근의 중국의 3대 변화를 언급한다. 하나, 삶의 질에 눈을 뜨고, 둘째, 니치시장장의 주류화, 세 번째는 중국식 신실용주의다.(294쪽)

 

저자의 결론은 간단하다. 중국을 하나로 보지 말라는 것이다. 도시와 도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세대와 세대 간의 행간을 읽어야 한다. 이뿐 아니라 생존이 아닌 향유를 꿈꾸는 소비체제로 변환 되었다. 다행한 일이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난도 교수다운 책의 출간, 또한 중국 시장에 대한 가능성과 능력을 보여준 멋진 책이다. 다시 한 번 출간을 축하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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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넓다 -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
유승훈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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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넓다, 부산의 민낯을 보여준 책


올 것이 왔다. 필자는 부산에 산다. 어언 23년이 지났다. 오지랍 넓은 성향 때문에 부산에 살면서 부산을 연구?했다. 부산의 지명과 도로, 부산의 역사와 정서, 부산 시민의 삶과 의미를 찾았다. 이제 나도 부산 시민이 아니던가. 그렇게 자료를 모으고 공부하다 더이상 진전이 없다. 먹고 살기에 바빠 중도하차한 것이다. 부산역을 지나 부산항을 지나치지며 시모노세키에서 오는 배에서배고동이 울리는 환청을 듣곧 한다. 수정을 산복도로를 지나면 정말 수정이 있는가 늘 궁금해 한다. 누군가의 주장처럼 수정이 많아 수정동이라 한 것 같은 강력한 유혹에 빠지기 때문이다. 늘 아쉬운 부산이다. 


드녀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풀어준 한 권의 책이 출간 되었다. 저자의 이름은 유승훈, 낮에는 부산박물관에서 진시기획을 하고 밤에는 역사 속 민중 풍속을 연구한다. 학예연구사이자 역사민속하자 노릇을 자처했다. 2007년에 고려대 대학원에 낙동강 하구의 염전을 조사해 문학박사학위를 취득할 정도로 부산에 정이 많다. 고작 10년 전에 부산에 내려왔음에도 지독한 학구열이 오늘 이 책을 펴내게 했다. 


그야 말로 부산의 민낯이다. 어제 지인이 말한다. 해운대는 부산이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나도 그렇게 생각한지가 꽤 오래다. 마천루가 즐비한 빌딩 숲이 되어버린 해운대. 그러나 불과 15년 전만해도 해운대는 오지 같은 곳이며, 해수욕보다 온천이 더 유명한 곳이었다. 심지어 센텀에 들어서 자리에 비행장까지 있었다면 믿겠는가. 시대가 이렇게 변한 것이다. 


저자는 부산의 온 역사를 훑어 내려 온다. 고대와 근대, 그리고 오늘의 부산을 여과없이 드러낸다. 침울했던 낙동강 전투, 한국의 마지막 보루였던 부산.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와 너무 닮아 삼면이 바다인 부산이다. 한 때 한국의 패션을 주도했던 곳이며,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유명해진 곳이다. 부산은 아직도 유명하다. 제2의 도시라서가 아니다. 우연과 필연이 교차하는 접지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드디어 영도 다리가 완공 되어 개폐된다고 한다. 즐거운 일이다. 보존하자는 말도 있었지만 열악한 도로사정으로 인해 재건축하기로 했다. 롯데에서 맡이 직접 시공 완공 한 것이다. 한 때 영도다리에서 보자는 말이 있다. 폐허가 된 부산에서 유일하게 상징처럼 남은 건물이 영도다리라 영도다리는 만남과 이별의 교차로 역할을 한 공간이다. 40계단은 어떤가. 자갈치 시장 또한 역사는 면면히 우리를 대면하고 싶어 한다. 


부산을 사랑한다면 이 책을 꼭 사라고 부탁한다. 부산의 맨 얼굴을 볼터이니 말이다. 가을이 웅숭하다. 한 권의 책으로 사유와 추억의 깊이를 더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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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3-10-24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센텀시티라는 지역은 예전에 군부대와 컨테이너 야적장이었죠.
그 비행장이라는 것도 군사시설이었구요.
해운대는 정말 드넓은 백사장이 아름다운 해변이었죠.
지금은 예전의 10분의 1도 안남은 백사장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이젠 부산에 도착하면 참 낯설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디에도 예전 모습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낭만인생 2013-10-27 15:30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제가 부산에 올 때만 해도 해운대가 촌이었는데 이젠 부산을 능가하는 신도가 되었네요.
 
느림보 여행 - 걸으면 행복한 길 23
신영철 글 사진 / 생각을담는집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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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 숨겨진 명소 여행

 

책이란 참 묘하다. 어느 날 집어든 책들이 운명을 바꾸기도 하고, 삶의 굴레를 탈피해 전혀 다른 세상으로 이끌고 가기도 한다. 그곳에 앉아 세상을 여행하고 역사를 관통하는 예지를 갖게 한다. 그러나 생각이나 상상이 아닌 삶 자체를 이동시켜 버린 적도 많다. 책의 힘이란 어떤 의미에서 혁명적이고 불순한 것이다. 이 책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20여년을 홀로 걸어왔던 흔적을 담았다. 사진도 직접 찍어 올렸다. 신영철, 이름도 맘에 든다. 특히 나의 고향도 사진도 몇 컷 올려놔서 그런지 책이 더 정이 간다. 아직 가보지 못한 곳도 많다. 이 책이 더 맘에 드는 건 사진이 많다는 것과 중급이상의 사진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나도 사진의 초보는 아니다. 아무리 글이 좋아도 사진이 잘 못나면 책을 덮고 싶어진다. 최소한의 배경과 구도는 가지고 있어야 참고 넘어간다. 이 책은 그런 수준을 넘어 멋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 글도 쏙 들어 온다. 문장력은 약하지만 사실적 표현과 체험이 가득한 글이 현장성을 살려 준다.



여행 서적을 읽다보면 느끼는 것이지만 '다 거기서 거기다'는 생각이 떨칠 수 없다. 아무래도 책을 내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을 우선적으로 여행한 탓이리라. 팔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인가. 대중성을 떨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담, 동일한 장소 비슷한 공간을 어떻게 할까.

 

방법의 문제다. 저자는 스스로를 '느림보'로 정의했고, 여행도 걷는 여행이다. 이것은 중요한 방법이다. 차로 가서 편하게 한 바퀴 돌고 오는 여행이 아니다. 최소한 1박2일은 잡아야 갈 수 있는 곳이 많다. 여행을 위한 여행인 셈이다. 그래서일까. 저자는 목차를 넘기고 나면 바로 다음 페이지에 걷기 여행을 위한 12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제목만 옮겨보자

1. 여행코스 선택하기

2. 짐 꾸리기

3. 복장

4. 식사와 간식

5. 스트레칭

6. 길 찾기

7. 안정보행

8. 에티켓

9. 휴대폰 배터리 관리

10. 귀가

11. 숙박

12. 여유

 

제목만 봐도 저자가 베테랑임을 직감한다. 특히 안전보행에서 차와 마주보며 걸으라는 충고는 쉽게 깨다는 것이 아니다. 운전자나 보행자나 모두 안전을 위한다면 서로 마주봐야 좋다. 뒤에서 갑자기 차가 추돌하며 피할 수 없다. 앞에서 오는 차는 어느 정도 대처도 가능하기에 안전을 보장 받을 수 있다. 소소한 배려가 보인다.

 

이곳저곳 다니며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고 풍경을 담아 글로 풀어냈다. 고향 지근인 장흥이 야기는 약간의 충격이었다. 수십 번 지나쳐간 곳인데 고인돌 공원이 있다는 말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장수풍뎅이 마을도 처음이다. 보림사는 익히 들어 알지만 가본 적은 없다. 문득 치적에 이런 곳이 있나 싶어 미안하기도하고 호기심도 생긴다. 



구석구석! 이말 말고 이 책을 표현할 말이 없다. 저자의 지독한 열정이 가득하다. 등에 작은 배낭을 매여 시골 버스터미널에 내려 국밥을 먹고 구멍가게 주인과 대화하는 장면이 연상된다. 이오덕 선생은 글이 곧 인격이란 했다. 저자의 글을 보니 착한 심성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차분히 글이 읽히고 낯설음에 대한 경계심보다는 낯선 이들과의 아름다운 정다운 이야기가 들려온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좀 더 성찰이 있는 문장을 곳곳에 심어 놓으면 어떨까 싶다. 위대한 작가는 아닐 지라도 여행을 통해 알게 된 인생의 맛, 존재 의미들을 여기저기 뿌려 놓는다면 읽는 이로 하여금 사색의 기회도 주지 않을까 싶다. 그냥 여담이다. 앞으로 여행하게 될 독자의 몫이기도 하리라.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책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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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상의 여정
박대영 지음 / 성서유니온선교회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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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여정에서 만난 하나님

 

참 맘에 드는 책이 한 권 출간 되었다. 오랫동안 성서유니온 선교회에서 몸 담아왔고, 영국 바이블 칼리지에서 유학한 성서주의자다. 굳이 목회자가 아닌 성서주의자로 명명하고픈 이유는 박대영목사가 기록된 말씀인 성서를 지극히 사랑하고 성서한국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소명을 잇는 자'(translator)로 생각하고 언어를 옮겨주는 역할을 자처한 때문이다. 광주 참누리교회를 개척한바 있으며, 2012년부터 현재까지 광주 소명교회를 개척하여 사역하고 있다.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건 순전히 묵상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넓혀주고 진지한 성찰과 인문학적 사유가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냥 묵상집이 아니다. 일종의 묵상 소개집 이면서도 단순한 묵상의 원리를 가르쳐주는 교과서가 아니다. 마치 친구처럼 나의 곁에 다가와 이야기하고 연인처럼 함께 애틋한 눈길을 보내주고, 아버지처럼 우둔함을 깨우친다. 여행자의 후기 같다. 그래서인지 실존적 삶에 더 깊이 유비적으로 투영된다.

 

 

친구가 돌아왔다. 먼 길을 둘러서 돌아왔다. 취루가스 잔뜩 묻히고 술 한 찬 걸친 채 "교회가 그럴 수 없다"며 떠났던 그 선량한 친구가 다시 돌아왔다.

 

1장을 시작하면서 여는 문장이다. 소설은 분명 아니다. 문장력을 과시하기 위한 글쓰기 교재도 아니다. 그럼에도 존재로서의 성찰을 묻는 삶의 여정과 갈등이 보인다. 작가로서의 탄탄한 문장력도 읽는 데 맛을 더해준다. 다음 문장은 어떤가?

 

편해지고 익숙해지면 더 이상 자기 자신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다. 불편하지 않은 이상 모든 것에 순응하고 감각이 전하는 대로 군말 없이 받아들인다.(55쪽)

 

낯섦을 회복하는 여정이란 제목으로 시작되는 3장의 두 번째 페이지의 한 문장이다. 익숙함은 배교다. 오랫동안 익숙해져버려 더 이상 설렘도 기대도 없는 신앙은 우상숭배와 다르지 않다. 그러지 저자는 성경을 낯설음으로 대하라고 충고한다. 철학적으로 이것을 타자성이라 부른다.

 

"신앙에 있어서 타자성의 상실은 자아 통제력의 상실만큼이나 치명적이다. 신앙에 있어서 타자는 하나님이요 그분의 계시인 성경이며, 하나님의 형상대로 받은 사람이요 그 사람이 사는 세상이다. 이런 것들에 익숙해질 때 우리는 더 이상 이런 대상들에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59쪽)

 

분명 철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으리라. 내지 저자 소개란엔 없다. 인터넷 서점을 들어가 저자를 검색해 봐도 더 이상 알아낼 길이 없다. 놀라운 건 무려 19권이 박대영이란 검색어 결과물을 보여준다. 작년 초 SU LTC 훈련에서 산 존 베일리의 [매일기도] 역시 저자의 번역물이다. 매일기도를 읽으면서 번역이 참 잘 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주일 예배를 인도하면서 종종 베일리의 기도를 참고한 기억이 생생하다. 군더더기 없는 번역과 본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우리의 언어로 번역했다. 참으로 그는 언어 옮김이다.

 

낯설게 만났다. 그래서 더욱 긴장되고 기대된다. 앞으로 멋진 저자와의 조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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