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때문에 이혼 당할 뻔~


벌써 4천권이 넘어간다. 자주 이사가는 통에 짐꾼들이 책 때문에 난리다. 아무리 포장이사라도 책은 손이 많이 가는 거라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는 수 없는 몇 년 전부터는 반포장 할 때처럼 책은 내가 먼저 포장해 놓는다. 박스로 포장하니 100박스가 넘어간다. 할 짓이 아니다. 아내도 아이들도 책을 버리라 한다. 그런데 내새끼 같은 책들을 어찌 버린단 말인다. 책을 버린자 저주를 받을 지어다!(농담)


시간이 흐르면서 절판된 책이 많이 생겼다. 신간이야 돈주면 산다지만 절판된 책은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소논문 하나 쓰려해도 지난 책이 없으면 자료가 빈궁해 진다.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다. 가치를 모르는 아내와 아이들은 오래되고 냄새나는 책을 왜 안 버리냐고 투정한다. 나야 버리고 싶다. 그러나 더더욱 버릴 수 없는 책들이 그 녀석들인데 어쩌란 말인가. 


책이 쌓인 만큼 삶의 경륜도, 사유의 폭도 쌓여 간다. 얼마 전 살았던 아파트에서는 평수가 작아 어딜가나 책 천지였다. 아이들 방에도 거실에도 안방에도 심지어 화장실 구석에도 책이다. 책 때문에 미치겠다는 협박을 하루 이틀 받은 게 아니다. 나는 묵비권을 행사함으로 버틴다. 이젠 제법 넓은 집이다. 그래도 난리다. 이거 원참 얼마나 넓은 집으로 이사가야 잔소리를 안하나.. 내참.



불과 2주 전이다. 아내가 느닷없이 내게 경고한다. 

"당신 책 버리지 않으면 이혼 당할 줄 알아!"

"응? 책을 벌리라고?"

"그래!"

"왜?"

사연은 이랬다. 아내가 저녁 준비를 하는 데 아침에 읽다 둔 책이 식탁 위에 있었다. 평상시 자주 그런다. 그런데 그날 조심성 없는 아내(조심성이 많지만 미워서)가 사고를 쳤다. 찌게를 끊여 생각 없이 식탁 위의 책에 놓은 것이다.(이런 불경건한 사람이 있나. 나에게 책은 종교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책의 표지가 미끈미끈한 그리고 얇은 비닐로 코팅된 것이었다. 그 위에 뚝배기를 올렸으니 어떤 일이 일어나겠는가. 모락모락 비닐 타는 냄새가 올라와 아내가 기업을 하고 그곳에 물을 갖다 부은 것이다. 불 나는 줄 알고..

그게 왜 나의 죄인가? 조심성 없는 아내의 죄지. 속으로 난 그렇게 생각했지만 꼬리를 내리고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다시는 책을 식탁 위에 놓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정말 억울했다. 아무리 여성 상위시대라고 이렇게 까지 해야하나. 하여튼 그렇게 해서 이혼 소송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 제발 나만의 공간에서 책을 마음껏 읽고 쌓아 둘 수 있는 곳이 세상에 어디에 있단 말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