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48
찰스 부코스키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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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시집.
지옥 같은 삶의 지독한 고단함,
바닥에 짙게 깔려 있는 죽음의 냄새,
그 어디에도 삶의 희망이나 기쁨, 낭만같은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 책을 끝까지 읽어낸 건 그래도 일말의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미 지옥 같은 삶에 너무나 익숙해져서 특별할 것도 빠져나가야 할 것도 아닌, 피할 생각조차 없는 아니 피할 수 있음에도 그 소굴로 다시 꾸역꾸역 들어가는 건 뭘까?
조르바만큼이나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었다.

#자전적단편소설시
#번역자분께박수를👏
#2부에_태그집중 1부보단 2부가 좋았나보다.

< 케이지 안을 배회하다 > 중에서...
...
평생 하루 세 끼 꼬박꼬박 먹는 자들은
절대 모르지
음식의
참맛을......

사람들은 참 이상해, 사소한 일에는 늘
발끈하면서
정작
삶을 낭비하는
큰 문제는 잘 모르니
말이지......
...
-

< 짝 >

나는 혼자가 아니다.
지금 여기 놈이 있으니.
가끔은 놈이 가 버렸나
싶다가도
아침에
한낮에
밤중에
놈은 훌쩍 날아든다.
아무도 원치 않는 새.
놈은 내 것이다.
내 고통의 새.
노래하지 않고
가지에서 흔들흔들하는
저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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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고르듯 살고 싶다 (해피뉴이어 에디션) - 오늘의 쁘띠 행복을 위해 자기만의 방
임진아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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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고집이 있는 사람이 좋다. (중략) 타인에게 강요하지 않는 개인의 고집은 고요하다. 타인에게서 고집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나에게도 잘 맞는다면 슬며시 동참한다.(중략) 기왕이면 세상을 예쁘게 만드는 고집을 키워볼까. p50
관계에서 실패를 맛보는 것은 유감스럽지만, 어차피 점점 곁에 가까운 사람이 적어지고 일상이 좁아지는 시기에 서 있다. 무리하면서까지 여러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편한 상대 단 몇 명이 확실히 있다는 게 풍요롭다. p117

#북스타그램 #빵순이의책선정 #오늘의쁘띠행복을위해 #소소한일상 #가볍게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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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계약론 정치+철학 총서 1
장 자크 루소 지음, 김영욱 옮김 / 후마니타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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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용은 좋습니다. 다만 각주 보기가 매우 불편합니다. 편집에서 좀 더 배려해 주시거나 e북출판으로 큰 글씨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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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언하자면, ^^
⟪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의 삽화가 낯선 사람과 함께 보기에 당황스러울 수 있으니 혹시 지하철에서 보실 분은 일반책으로 구입하시기를...

⟪ 자기 앞의 생 ⟫ 에는 로맹 가리의 연보와 조경란 소설가의 리뷰가 있지만 ⟪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는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 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의 삽화의 매력은 거부할 수 없어~!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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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마누엘레 피오르 그림,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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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했다.
"넌 네가 사랑하는 그 사람 때문에 미친 거야."
나는 대답했다.
"미친 사람들만이 생의 맛을 알 수 있어."  - 야피, 라우드 알 라야힌

-
스스로를 열 살로 생각하며 사는, 열 네 살의 아랍인 소년 모모.
모모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들이 나조차도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그게 영 말도 안되는 게 아니라서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궁금해 져서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어느새 로자 부인을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녀가 죽은 후에도 '유태인의 동굴'에서 함께 지낸 3주는 모모에겐 사랑하는 그녀를 떠나보내는 의식의 시간이었으리라... 그 웃픈 과정이 없었다면 나도 힘들었을 것 같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그야말로 '불쌍한 사람들'의 모임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은 그냥 등장한 게 아니었다. 
읽다 보면 민감한 사회적 이슈들이 등장하는데 스토리의 분명한 경계선 없이 별일 아니야...라는 느낌으로 한 데 녹여낸 필력에 👏! 

#시니컬한 듯 하지만 사실은 감수성이 무척 예민한 모모는 에밀 아자르 본인인 듯...
#일러스트와_소설이_너무_잘_어울려
일러스트 없는 #자기앞의생 과는 달리 #일러스트_자기앞의생 은 소설내용만 있는 건 조금 아쉬웠음.

"하밀 할아버지, 저를 증명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떻게 제가 모하메드이고 회교도인지 알죠?" - P56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중히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 있는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볼 때 그건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 P74

"그곳은 내가 무서울 때 숨는 곳이야."
"뭐가 무서운데요?"
"무서워하는 데에 꼭 이유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란다." - P80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단다. 흰색은 흔히 그 안에 검은색을 숨기고 있고, 검은색은 흰색을 포함하고 있는 거지." - P112

무엇 하나 진짜가 없는 이 서커스의 세계는 인간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복의 세계였다. - P127

"하밀 할아버지, 로자 아줌마는 이제 유태인이고 뭐고 할 것도 없어요. 그저 안 아픈 구석이 없는 할머니일 뿐예요. 그리고 할아버지도 이제 너무 늙어서, 알라신을 생각해줄 처지가 아니잖아요. 알라신이 할아버지를 생각해줘야 해요. 할아버지가 알라신을 보러 메카까지 갔었으니까 이제는 알라신이 할아버지를 보러 와야 해요. 여든다섯 살에 뭐가 무서워서 결혼을 못하세요?"
"우리가 결혼해서 뭘 어쩌겠니?"
"고통을 서로 나눠 가질 수 있잖아요. 젠장, 다들 그러려고 결혼을 하는 거래요."
"나는 결혼하기에는 너무 늙었단다."
하밀 할아버지는 다른 일은 뭐든 다 할 수 있지만 결혼을 하기에만은 늙었다는 듯이 말했다. - P182

나는 때로 콜레라를 변호하고 싶었다. 적어도 콜레라가 그렇게 무서운 병이 된 것은 콜레라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이다. 콜레라가 되겠다고 결심해서 콜레라가 된 것도 아니고 어쩌다보니 콜레라가 된 것이니까. - P186

그녀는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이미 때가 너무 늦었고, 지나간 일은 어쩔 수 없으므로, 이제 신이 그녀에게 용서를 구하러 올 필요는 없다고 아줌마는 말했다. 정신이 맑을 때 로자 아줌마는 말하곤 했다. 완벽하게 죽고 싶다고. 죽은 다음에 또 가야 할 길이 남은 그런 죽음이 아닌. - P198

노인들은 겉으로는 보잘것없이 초라해 보여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다. 그들도 여러분이나 나와 똑같이 느끼는데 자신들이 더이상 돈벌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보다 더 민감하게 고통받는다. - P204

프랑스와 같이 크고 아름다운 나라에서는 노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럽기 때문에 노인들은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는데, 노인들은 더이상 일도 할 수 없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으므로, 그저 방치해둔다는 것이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종족 단위로 모여 사는데 노이들이 인기가 많다고 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노인들이 죽어서도 종족을 위해 많은 일을 한다고 믿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P225

모모야, 그들은 나를 억지로 살려놓으려 할 거다. (중략) 나는 필요 이상 살고 싶지는 않다. 이제 더 살 필요가 없어. 아무리 유태인이라도 한계가 있는 거야. 그들은 나를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 할 거다. 그러려고 만든 의사협회라는 것도 있단다. 그들은 끝까지 괴롭히면서 죽을 권리조차 주지 않을 거야. (중략) 모모야, 나는 의학적 연구를 위해서 살고 싶지는 않다. (중략) 시골에 내다버려줘. 숲에다 버려줘, 아무데나 버리지 말고. - P230

"원래대로의 내 아들을 돌려주세요. 유태인은 싫어요. 온전한 회교도인 내 아들을 돌려달라구요!"
"아랍인이건 유태인이건 여기에서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당신이 정말로 아들을 원한다면 지금 그대로의 아이를 받아들이세요."
(중략)
"얘는 내 아들이 아니야!"
그는 비극의 주인공처럼 소리질렀다. - P252

아주 못생긴 사람과 살다보면 그가 못생겼기 때문에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정말로 못생긴 사람들은 무언가 결핍 상태에 있기 때문에 그것이 오히려 장점이 된다. - P258

한번은 검둥이가 그 길로 지나갔다. 사람들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애를 그냥 검둥이라고 불렀는데, 아마도 그 동네의 다른 흑인들과 구별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 사람이 덮어써야 하는 건 언제나 있는 흔한 일이니까. - P259

죽음은 사람에게 중요성을 부여해주고, 사람들은 죽음이 다가온 사람을 더 존경하게 되기 때문이다. - P261

최후의 결정은 의학이 하는 것이고, 의학은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것을 끝까지 막으려 한다는 것을. - P262

여러분도 알겠지만,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나도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을 맛이었다. 이건 아닌데, 생이 이런 건 아닌데,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결코 아닌데 하는 생각이 문득문득 뇌리를 스쳐갔다. 사람들은 말없이 하나둘 줄을 지어 밖으로 나갔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있는 법이다. - P262

"그건요, 만약 그런 권리(신성한 민족자결권)가 있다면 로자 아줌마에게도 다른 사람들처럼 자신을 마음대로 할 신성한 자결권이 있다는 거죠. 아줌마가 자결하고 싶다면 그건 아줌마의 권리라구요. 그리고 아줌마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선생님이 도와주어야 해요. 유태인 배척주의에 걸리지 않으려면 유태인 의사가 필요하니까요. 유태인끼리 서로 괴롭히면 안 돼요. 그건 정말 구역질난다구요." - P294

"선생님, 내 오랜 경험에 비춰보건대 사람이 무얼 하기에 너무 어린 경우는 절대 없어요." - P298

"나는 절대로 정상은 안 될 거예요, 선생님. 정상이라는 작자들은 모두 비열한 놈들뿐인걸요."
"나는 정상인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예요, 선생님..." - P298

언젠가 팔다리가 없는 앉은뱅이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사람보다는 내가 훨씬 낫다는 걸 느끼기 위해 종종 그 사진을 떠올리곤 했다. 내게 팔다리가 있다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다. - P300

단번에 네 살을 더 먹었다고 해서 아르튀르와 갑작스레 헤어질 수는 없었다. 나도 익숙해질 시간을 가질 권리가 있다. 남들은 그만큼 나이 먹는 데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쓰니까, 너무 성급하게 굴 필요는 없는 것이다. - P302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P305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충분한 경험을 쌓을 만큼 오래 살지 못했던 것이다. 이 말을 하고 있는 지금도, 경험에 대해 떠벌려봐야 소용없고 여전히 배워야 할 것들이 남아 있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 P324

한 가지 말해둘 게 있다. 이런 일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내 생각일 뿐이지만, 나는 정말 이해할 수 없다.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는 가능한 안락사가 왜 노인에게는 금지되어 있는지 말이다. 나는 식물인간으로 세계기록을 세운 미국인이 예수 그리스도보다도 더 심한 고행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십자가에 십칠 년여를 매달려 있었던 셈이니까. 더이상 살아갈 능력도 없고 살고 싶지도 않은 사람의 목구멍에 억지로 생을 처넣는 것보다 더 구역질나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P328

나는 단번에 네 살은 더 먹었고, 그 일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젠가는 나도 내 나이에 맞게 말을 할 수 있겠지. - P332

사람은 사랑할 사람이 없이는 살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에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다. 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나는 로자 아줌마를 사랑했고, 계속 그녀가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이 집 아이들이 조르니 당분간은 함께 있고 싶다. - P343

라몽 의사 아저씨는 내 우산 아르튀르를 찾으러 내가 있던 곳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감정을 쏟을 가치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아르튀르를 필요로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그래서 내가 몹시 걱정했기 때문이다. 사랑해야 한다. -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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