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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의 고릴라
다이앤 포시 지음, 최재천.남현영 옮김 / 승산 / 2007년 8월
평점 :
고릴라를 연구한 다이앤 포시는 침팬지를 연구한 제인 구달, 오랑오탄을 연구한 비루테 갈디카스와 함께 3대 여성 영장류학자 중 한 명이다. 사실 여성 영장류학자 중에 아직까지 살아남은 제인 구달이 제일 유명하며 많은 사람에게 다이앤 포시와 비루테 갈디카스는 상당히 낯선 인물이다. 다이앤 포시가 한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그녀가 1985년 이미 사망하였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개 속의 고릴라는 다이앤 포시의 고릴라 연구 저서이고 그녀가 사망하기 전 출간되었기에 사망에 대한 내용이 들어있지 않지만 다이앤 포시는 1985년 고릴라 밀렵꾼에게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살해된 것으로 추정'인 이유는 그녀를 죽인 것으로 의심을 받은 고릴라 밀렵꾼 엠마누엘 르위레카나가 감옥에서 복역 중 사망하였고 제대로 된 재판이나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이앤 포시의 사망 이후 그녀의 고릴라 연구와 사망 의혹에 대한 전기영화가 1988년 개봉된다. 현재는 넷플릭스에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다이앤 포시, 제인 구달, 비루테 갈디카스의 연구가 아니었다면 인간은 아직까지도 영장류/유인원에 대하여 잘 모르고 밀렵으로 인하여 인간동물의 사촌을 모두 죽여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산악고릴라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은 아프리카 3개국(르완다, 자이르, 우간다) 국경이 있는 비룽사 산지이며 아직까지고 3개의 활화산이 활동하고 있다. 안 그래도 아프리카는 경제적으로 어려우며 내전도 자주 발생하는데다가 밀렵이 주 수입원인 사람이 많다보니 다이앤 포시는 제인 구달이나 비루테 갈디카스보다 밀렵꾼과 싸워야 했다. 내가 너무나 화가 났던 것은 밀렵꾼에게 고릴라를 잡아달라고 의뢰를 한 주체가 독일의 쾰른 동물원 같은 유럽권이라는 것이다. 고릴라, 듀공, 코끼리, 기린, 고래 같은 대동물은 아직까지도 동물원에서 자연 출생이 매우 어려운 동물이다. 동물원이라는 갇힌 공간이 동물에게 엄청나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기도 하고 비자연적인 환경과 함께 새끼를 출산하기에 부자연스러운 성별비율로 인하여 자연출생이 안 되며, 임신을 하더라도 유산이 되거나 어미가 스트레스로 새끼를 제대로 돌보지 않아 죽는 경우도 많다. 동물원에서는 관람객을 모으기 위해 특이한 동물이나 나이가 어린 동물을 많이 데리고 있으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새끼 고릴라였던 것이다. 안개 속의 고릴라에서 밀렵꾼은 새끼 고릴라를 포획하기 위하여 10여마리의 고릴라 성체를 모두 죽이기도 한다.
안개 속의 고릴라를 읽으면서 자연보호를 위해 중요한 것은 해당 자연이 있는 국가의 안정화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 국가의 경제적, 정치적 상황이 안정되어야 일반 사람이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 그래야 자연보호를 하고 밀렵을 덜 하는 사회로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이앤 포시가 고릴라 연구를 하던 무렵 아프리카 3개국이 안정화 된 상황이었다면 그녀는 살해당하지 않고 아직까지 살아서 고릴라 연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