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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0월
평점 :
세상을 뒤흔든 50가지 범죄사건은 말 그대로 '범죄'에 대한 책이다. 근데 이제 역사를 곁들인. 책의 목차는 크게 세계사와 한국사, 2부분으로 나뉜다. 보다 역사적인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카더라' 통신이 아닌 어떻게든 자료를 찾을 수 있는 내용 안에서 범죄사건을 추리다 보니 세계사 부분에서는 역사적 기록물이 어느 정도 보존되어 있는 15c의 범죄 사건부터, 한국사 부분에서는 조선시대의 기록부터 시작이 된다.
세계사 부분에서 제일 기억이 남는 내용은 아무래도 제1차 세계대전의 원흉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브릴로 프린치프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았던 여성 해적이었다.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오스트리아의 황태가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 사건의 주범 중의 하나이다. 프란츠 페르디난트 암살로 인해 오스트리아가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했고, 이를 시작으로 각국의 전쟁이 연쇄적으로 터지며 제1차 세계대전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물론 가브릴로 프린치프는 자신의 암살이 세계대전까지 일으킬 거라 생각하지는 못 했을 것이다. 세르비아라는 약소국에서 태어났으며, 어렸을 때부터 병약하였던 가브릴로는 민족주의가 판을 치던 시대에서 하나의 이념에 사로잡힌 사람이었으며 만으로 20세가 되지않았다는 이유로 사형은 겨우 면했지만 결국 감옥에서 죽어버린다. 가브릴로 프린치프의 법정 최후 진술을 보면 조선의 독립을 희망한 독립운동가의 최후 변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된다.
여성 해적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해적이 창궐했던 17c-18c에도 여성이 배를 타면 운수가 좋지않다는 미신과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했지만, 살기위해 남장을 하고 배에 올라탄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아무리 미신 어쩌고 이야기를 하지만 남장을 하고 배에 오른 여성이 나중에 성별이 밝혀지더라도 딱히 처벌은 하지 않고 그냥 배에 두었었나보다. 아마 남장을 하고 배에 올랐던 여성은 남장을 해도 속을만큼 피지컬이 뛰어난(비교적 키가 크고 어깨가 넓은) 여성이었으며 그만큼 힘도 쎄고 일도 열심히 했으니까 별 말이 없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든다.
한국사 부분에서는 2인조 카빈강도였던 이종대와 문도석의 범죄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이 2인조 강도에 대한 일화는 영화로까지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이종대는 미술에, 문도석은 음악에 상당한 재능이 있었으나 이 두 명이 범죄자가 된 제일 큰 이유는 가난이었다. 후에 경찰과 대치하였을 때, 이종대와 문도석은 자신의 가족까지 죽이고 자신까지 자살을 선택한다. 가난이 이 2명의 사람의 발목을 얼마나 잡았으면 재능을 썩히고 범죄자가 되었는지 상당히 암울하지만 모든 가난한 사람이 범죄자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저 범죄와 친하게 지낸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