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이제서야 봤다.
이렇게 늦게 주토피아를 보게 된 것은 1. 그 동안 보고싶었던/봐야하는 영화가 너무 많아서 주토피아는 당연히 뒷전이었고,
2. 개봉 초반 애니메이션이라고 자막 보다는 더빙이 많았던 한국이 가진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 - 애니메이션은 애나 보는 거라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더빙은 사라지고 자막만 남은 시점부터 지금까지 주토피아를 보지 않았던 이유치고는 너무 논리가 없다.
지난 금요일에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보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내가 보고싶은 영화는 모두 인디영화라 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 도대체 왜!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내가 가능한 시간대에 내가 갈 수 있는 곳에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것인가?
뭐 어찌되었는 느즈막히 보게 된 주토피아는 몇몇 관람평이나 평론가가 쓴 글처럼 12세 미만의 어린이 관객보다는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은 확실하다만, 과연 이 영화를 보는 "으른"이 자신 안에 내재되어 있는 차별과 권력에 대한 집착을 없앨 수 있는지는 의문이었다.
주인공 토끼 주디 홉스는 주토피아 최초의 토끼 경찰관이 되지만, "토끼(혹은 작은 소동물)는 험악한 경찰을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주차요원이나 하게되고, 주디를 돕게되는 여우 닉 와일드는 어렸을 때 육식동물이라는 이유로 폭력을 당한다.
이 외에도 각 동물이 속한 종에 대한 차별적인 풍자와 양과 사자가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이 인간의 인종/성/젠더 그 외 사회 곳곳에 만연하는 차별과 정치인의 모습과 겹쳐져 보였다.
주토피아를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 극찬하는 어른와 평론은 과연 이 애니메이션을 극찬하는 만큼, 내면에 있는 차별과 폭력에 대해 극복할 수 있기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누구나 원하는 것이 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이 되려면 먼저 차별의 벽을 깨부숴야 한다. 그것도 일개 개인이.
나는 주토피아가 좋은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토피아에서는 결국 한 개인이 차별의 벽은 부숴버린 것이지, 사회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에 대하여 적용하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