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를 보았을 때, 여름에 보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탈리아의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바다 괴물의 인간 세상 모험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이었으니까.

루카, 루카의 가족, 알베르토는 '바다 괴물'이라고 지칭되는 인물이다. 사실 '바다 괴물'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당히 인간 중심적이고 차별적인 단어라고 생각한다. '바다 괴물'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바다 괴물'이라는 존재 스스로 어떤 존재라고 '지칭'하는 단어가 나오지 않아 편의상 '바다 괴물'이라고 쓰겠다.

이 영화는 바다 속에 사는 루카가 같은 종족인 알베르토와 물 바깥 인간인 줄리아를 만나 새로운 세상을 느끼게 되는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짧게나마 들리는 이탈리아어와 한 여름의 바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을 즐길 수 있었지만 무지로 인한 공포와 차별 또한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속해있는 '바다 괴물'이라는 집단에 대해 무지로 인한 공포와 차별을 가지고 있던 사람은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 반응이 너무나 적나라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이 영화가 과연 전체관람가 판정을 받은 애니메이션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찰나의 차별은 매우 부드럽고 애니메이션스럽게 해결되었지만, 차별을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는 충분히 상처를 줄만한 장면이었다.

루카 자체는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게 보았다. 애니메이션의 표현 방법도 바닷가 마을도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도 좋았다. 이 영화를 보고나서 단순히 이탈리아에 여행을 가고 싶다고 끝나지 않고,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차별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베스파를 가지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유'로운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루카와 알베르토가 베스파를 넘어선 행복과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이유는 있는 그대로의 존재를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In the Heights는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북쪽 지역에 위치한 워싱턴 하이츠(Washington Heights)에서 살고 있는 라티노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워싱턴 하이츠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주민은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 이민자와 그 후손이지만 여러 중남미 출신의 라티노 또한 함께 살고 있는 지역이라 길거리에서 종종 스페인어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뮤지컬 인 더 하이츠와 구체적인 캐릭터 관계가 약간 다른 것은 둘째치고, 존 추 감독 자체가 라티노의 역사나 삶에 대해서 무지한 채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졌다. 워싱턴 하이츠 자체가 라티노 문화이며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풍경이나 라티노의 삶을 모두 다 보려우려고 했지만 수박 겉핥기로 끝냈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해서 스탠퍼드에 진학했지만 그곳에서 인종차별을 받았던 니나, 불법체류 이민자라서 대학 진학도 하지 못하는 우스나비의 사촌 동생,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오랫동안 한자리에서 운영하던 미용실을 이전하는 다니엘라, 보증인이 없다는 이유로 이사를 할 수 없는 바네사, 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우스나비, 미국으로 이민을 하여 고생을 했던 우스나비의 할머니.

이민자이자 라틴아메라카의 후예가 미국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는지, 그들이 겪는 인종차별이 무엇이었는지 보여주면서도 문화 자체를 받아들이고 자긍심을 가지는 춤과 음악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었지만 그 내용 자체를 너무나 지루하고 엉성하며, 이해하기 힘든 감정의 흐름으로 나열하는 탓에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다. 존 추 감독이 만들었던 영화 중에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인 더 하이츠에는 어울리지 않는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와 댄서의 노력과 실력이 너무나 돋보였던 것에 비해 연출이 아쉬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2017년 9월. 여러 매체에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특히 대다수가 여성이었던 어머니) 여럿이 무릎을 꿇고 있는 기사가 떴다. 기사 내용인 즉슨 강서구 내 폐교되는 공진초등학교 자리에 학령기 장애인이 다닐 수 있는 특수학교를 세우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장애인 당사자 여럿을 알고 있으며, 장애인교육권연대, 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부모회에서 활동을 하는 여러 부모님과도 이래저래 안면이 있다. 그래서 장애인 교육권에 대한 문제와 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부모회 활동가의 입장을 굳이 다큐멘터리 기록물로 보지 않아도 알고 있고, 알 수 있고, 공감을 한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강서구에 위치한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된 이유'에 대한 것이었다. 도시개발의 명목 서울시 강서구 내 건설된 아파트단지 가양도시개발아파트 2,4,5,6,8,9단지가 중 4단지와 5단지는 영구임대아파트로 지정되었다. 자신의 자녀가 영구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과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이 싫었던 사람들은 가까운 공진초등학교가 아닌 지역 내 다른 초등학교로 자녀를 전학시켰고, 공진초등학교의 학생의 90%는 영구임대아파트였던 4단지와 5단지에 살던 학령기 어린이였다. 공진초등학교의 폐교 이유 자체가 가난에 대한 멸시와 차별이었기에 前 강서구 주민 중 자녀가 공진초를 졸업한 학생의 어머니는 '자신과 자신의 자녀를 차별하던 사람들이 이제 장애인을 차별하는 주체가 되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싫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했다. 그 어머니는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지하지도 그렇대고 그 상황에 반대하지도 않았다. 단지 자신의 자녀가 경제적으로 상황이 크게 좋지 않다는 이유로 따돌림 다니고, 졸업을 했던 초등학교가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서 아쉽다는 입장이었다. 그 어머니의 눈에는 서진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과 공진초등학교에 자녀를 보내지 않은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다큐멘터리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장애인부모회 활동가들은 특수학교보다는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이 늘어나야 된다고 이야기를 한다. 특수학교는 절대 대안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장애인 당사자를 사회에서 고립시켜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신다. 다만, 지금 당장 일반학교 내 통합학급이 학령기 장애인 인구가 다닐 수 있게 확충되는 것 또한 매우 어려운 일이며 여러 상황상 통학시간이 멀 수 밖에 없는 학령기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진학교라는 특수학교 설립에 힘을 보태신 것이다. 오히려 활동 선두에 섰던 활동가의 자녀 대부분은 이미 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중간중간 아는 사람(장애인부모연대 현 사무국장인 윤XX라던가 피플퍼스트에서 활동하는 김XX)을 볼 수 있었다. 사실 근데 별로 반갑지는 않음. 예상보다 자주 만나는 사람들임.

공진초등학교가 폐교되는 자리에 한방병원을 설립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김성태 당시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기본적으로 학교부지로 되어 있는 곳에는 교육시설을 지어야 한다는 법은 어디로 두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화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은 원작 소설 '내가 죽기를 바라는 자들'을 각색하여 만든 영화이다. 영화와 원작 소설의 내용은 약간 다른 듯하다. 원작 소설에서는 채석장에서 살인을 목격한 소년을 살인을 행한 킬러 2명이 죽이려는 내용인데 영화에서는 아버지의 살해 현장을 목격한 소년을 뒤쫓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영화의 주연은 쫓기는 소년보다는 상처받은 소방대원 한나 역할을 맡은 안젤리나 졸리이다. 한나는 소방대원이지만 산불 현장에서 리더 역할을 하다가 바람을 잘못 읽는 실수로 팀원 하나를 죽게 하며 현장에 있던 10대 소년 3명을 살리지 못하여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가 생긴다. 나는 이런 한나의 심리적 상처에는 공감이 되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람이 꼭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이 죽는다면 힘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나의 상처와 소년의 절박함에는 공감을 하였지만 사실 스토리 자체가 너무 개연성이 약했다는 생각이 든다. 100분. 1시간 40분이라는 시간 동안 한나와 소년의 심리적 상태를 설명하는 것은 좋았지만 그와 별개로 소년의 아버지가 어떤 일에 휘말린 것인지 등에 대한 개연성 부분에 대한 정보가 너무나 적었기에 도대체 이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인지에 대한 개념은 잡히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서 엄청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임신한 흑인 여성의 강인함과 실제로 사막에 숲을 만들어 불을 질러버리는 헐리웃의 대담함이었다. 영화의 산불 장면은 미국 내 사막 중앙 부분에 임시로 거대한 숲을 만들어 두고 실제로 불을 지른 것인데, 영화 하나 찍자고 아예 숲을 만들어버리는 헐리웃의 자본력은 엄청나다고 생각한다. 숲을 임시로 만들어버리니까 거기에 온갖 야생동물이 몰려들어 영화 촬영을 할 때 야생동물 대피시키느라 힘들었다고 한다.

조만간 책도 읽을 예정인데, 책은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작년 여름에 개봉하였던 영화이다. 뭐, 이런 영화 장르에 딱히 관심이 없으며 평소라면 절대 보지 않았을 장르의 영화이지만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관람하게 된 영화이다.

대충 스포일러 해도 되는 내용으로만 줄거리를 구성하자면 시장에서 꽈배기 맛집 사장을 하는 미영(엄정화)과 컴퓨터 수리업체를 운영하는 석환(박성웅) 부부가 하와이 여행 티켓이 당첨되면서 시작된다. 미영과 석환 가족이 탄 하와이행 비행기에 북한 비밀요원이 타서 비행기 납치를 하게되며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일단 상당히 저렴하게 영화를 찍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하와이 로케이션을 가게되면 비용이 많이 들테니 하와이 씬은 거의 없으며 그나마 마지막에 나왔던 바닷가의 경우 한국에 있는 어느 바닷가에서 찍었던지 아니면 간단한 CG 작업으로 처리한 듯 싶다. 그나마 돈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은 공항과 비행기 씬이었을 것 같다.

여기에 출연한 배우가 모두 연기를 잘 하는 사람들인데 배우의 재능을 가지고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 당췌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내 돈주고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아니라 내가 날선 비난은 안하고 있는데, 이 영화를 보는 시간조차도 너무나 아까웠던 영화이다. 이선빈이라는 배우는 나름 액션연기를 잘 소화 한다고 생각했던 배우인데, 이 배우를 왜 이런 식으로만 소비하는지도 아까웠다. 물론 이 영화에 나왔던 다른 배우도 아까웠다.

TV에서건 뭐건 이 영화를 해준다고 하면 꼭 보지말고 피하라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보기드물게 시간이 아까운 영화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