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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철학은 서구의 개념이기에, 동양의 심학心學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비트겐슈타인의 개념이 동양의 시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살펴보는 동안 동서간의 융합이 생길 열쇠를 찾을 수 있다. 이는 심리철학과 심리학이 비슷하지만 다른 영역이라는 것과 같다. 심리학이 인간 행위에 관한 과학적 연구이지만, 심리철학은 개념을 다룬다.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서 밝힌 몇 가지의 논리에 관한 접근이 그의 심리철학에서는 어떤 그림자가 있는지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임헌규는 “마음의 본체를 인(仁)이라고 규정하고, 그것을 마음의 덕(德)이자 사랑의 이치라고 규정하면서, 마음을 본체-작용, 본성과 감성으로 나누어 제시한 주희의 입장”(임헌규, 『인설』138)에서 현대 영미의물리주의적 심리철학을 비판하면서 마음에 대한 주자철학을 옹호하고 있다. 임헌규가 보여주는 이러한 비판과 옹호는 아마 동양철학, 혹은 유학의 입장에서 서양 심리철학에 대한 유일한 비판처럼 보인다. 그는 다섯가지 측면에서 현대 영미의 물리주의적 심리철학을 비판하면서 주자의심리철학을 옹호하고 있다.『유가의 심성론과현대 심리철학』364-373). 이처럼 서양의 심리철학은 동양의 심학과는 사뭇 다르면서, 비슷한 면을 가지려고 하는 특이한 성질을 지니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 접근하려는 것이 마음의 어느 부분인지, 유식30송과 비교해볼 가치가 있을 듯 한--서적이다.



발견을 예견한다? 예견과 예측은 뉘앙스가 다르다. 예견은 과학적이라기 보다는 인문학적인 맛이 난다. 그래설까, 소개에 입증같은 증명을 쓰기보다는 에피소드를 통해 맥을 짚어간다고 했다. 인문학이 유행하는 것은, 과학의 잘못이 아니라 탐욕이 부른 재앙 때문이다.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에 따라 재앙이 될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다. 여러 과학사적인 발견은 인문학적 뒷받침이 없이는 불가능했으나, 현재에는 이원론으로 지배된 자연과 사회가 지배이데올로기를 벗어나려고 하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 자연의 회복성을 되찾으려면 갈 길이 멀다. 그런 의미에서, 발견을 예견한다는, 꽤 괜챦은 책이 출판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철학자에게 온통 관심이 꽂혀서는 균형과 조화가 서투르기 때문이다.




미디어에서 지젝이 자주 출몰한다. 헤겔을 데리고 온 그의 출몰은 어떨지 궁금하다. 하이데거와 용수 그리고 다르마키르티의 이야기를 한줄한줄 읽고 있는 중에 지젝은 어쩌자고 헤겔을 내 책상을 점령하라고 했는가? 처음에 이상야릇했던 서양의 개념들은 차차 그들의 한계가 어디인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헤겔은 그 선형방정식의 한 변수로 생각해왔기에, 지젝의 헤겔을 통해 반복의 의미를 어떻게 풀고 싶었는지 읽어보고 싶다.



예술이 곳곳에서 봉기하고 있지만, 그림과 음악과 문학 등의 예술은 의외로 의기소침하다. TV같은 미디어의 이야기의 과잉 생산이 초래한 결과다. 그래서 예술을 생산하는 작가가 생존하다가 다른 길을 택하는 일을 자주 발견한다. 필자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반인의 수준도 향상되었기에, 예술이론과 비평을 읽어보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카메라가 생산하는 이미지의 홍수는 너나할것없이 사진가라는 존칭을 받고 싶어하지만, 비평조차 받지 못하는 작가는 작가가 아니지 않던가. 또한 시대를 읽을 수 있는 시각은 상식과 교양을 넘어,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도 하며.



비극이란 희극보다 더 강렬하다. 고진감래라고 하였듯, 비극이 긴 이유를 여러 텍스트를 통해 밝혀내 <비밀>이라는 공통분모로 묶어둔 듯 싶다. 비극의 하나는 히스테리에서 생성된다. 여기서 생긴 증상은 주로 공포와 억압 현상으로 나타나는 전환Conversion 히스테리가 있다. 그리고 그리스에서 불안같은 히스테리는 자궁을 뜻하기에, 여성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여성에게 국한될 성질이 아니다. 그러한 증상들이 모여서 비극을 낳았으리라. 마비, 위축, 장애. 그런 증상이 어떻게 작품에 나타났고, 비극을 형성시켰는지 살펴볼 기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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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근담은 오래도록 내 옆에 있었다. 30여년 쯤 되었고, 책도 그리 늙어 빛이 바래 누렇다. 그 냄새나는 책을 지금도 가끔 읽는다. 다 외울 정도이기도 하지만, 외운다고 뜻이 몸에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한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이나 과거나 비슷한데, 실천이 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채근담의 한 문장을 실천에 목적을 두고 읽는다면, 현대의 복잡한 관계에서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예전에는 주석이 상세하지 않아 그 뜻을 음미하는 데 몇 일은 물론 몇 달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주석이 워낙 좋아 쉽게 더 쉽게 그 뜻으로 이끌어준다. 허나 문자에 얽매이지 않아야 함은 동양고전을 읽는 진정성이다.




' 서양과학사상사'와 같은 종류의 책은 무수히 나오는 듯 하다. 같은 종류이지만 다른 각도에서 살펴보고 엮고자 해서인데, 과학의 사상이라는 접근은 친근하다. 서양사상과 과학사가 합쳐진 것이라고 추측을 할 수 있는데, 사상이 어떻게 과학과 연결이 되는지를 살펴볼 수 있을 듯 싶다. 인문학이 문학과 사회와 철학을 아우르는 용어가 되었듯, 과학은 인문학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궁금해진다. 플라톤이 철학자라고 알려졌는데, 책에서는 플라톤부터 시작하는 듯 싶다. 플라톤의 주석서라고 할 정도로 서양철학은 그의 그늘을 벗어나지 않는 데, 과학이 추구하는 본질도 거기에 있어서겠다. 사상과 과학의 문제를 먼저 접근하는 것이, 기술의 범람으로 중독으로 신음하는 시대에는 올바른 선택이겠다.




' 창작에 대하여'. 제목이 끌린다. 수잔손탁의 '사진에 관하여'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왜 이런 책이 감동을 주는가. 소설도 좋고 시도 좋겠지만, 작가가 직접 그 세계관을 보여주는 까닭에 좌충우돌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자의적 해석이 더 쉽기에, 굳이 이런 책을 돈을 주고 살 필요가 없다고 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리라. 허나 읽어두는 게 좋다. 지식이 어떻게 실천이 되고, 지혜가 되는지 이런 책에서 적어도 하나 정도는 발견할 수 있어서다.


현대는 창작의 시대이지만, 왜 창작에 몰입하려는지 스스로 물어보지 않고 언어를 다루는 터라 예술로 승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책은 그런 길잡이고 회초리가 되겠다.




예술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적지 않다. 예술이 대중화가 행복의 질을 높여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미디어는 사건과 사고가 새로운 소식으로 지면을 꽉꽉 채우는 동안, '행복'은 더 이상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하겠다. 그래서 예술의 이론을 알아야 하고 배워야 하는 게 정석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직업을 갖기 위해 공부를 하더라도, 예술에 끌리게 되는 게 인간의 정서 중 하나가 아니던가.


다른 분야에서 밥벌이를 하다가 나이가 든 이들이 달랠 수 있는 것은 놀이이지 중독이 아니다. 사회가 중독을 만들더라도 개인은 이겨내야 하는 힘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시禪詩를 하나 옮겨둔다.


야부(冶父)의 송(頌)


천 길 낚싯줄 곧바로 드리우니

잔잔한 한 물결에 만파도 뒤따르네

밤은 깊고 물은 찬데 고기하나 물지 않아

빈 배 가득 공을 싣고 달빛과 더불어 돌아오네

 

千尺絲綸直下垂 一波纔動萬波隨 夜靜水寒魚不食 滿船空載月明歸

천척사륜직하수 일파재동만파수 야정수한어불식 만선공재월명귀


예술이론을 배우지 않고서는 공空이 공恐이 될 수도 있다. 이론이란 언어이고, 언어는 곧 규칙이다. 허나 이를 배우지 않고서는 틀에 얽매이는데, 대개는 그런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그런 이유는 이론은 실제보다 더디 습득이 되는 까닭이라서겠다. 그래도 흐름을 읽어두어야 생각이 선택에서 필수로 변할 수 있다. 소극적에서 적극적인 관찰로 바라보게 되고, 행동하게 되는 데 중도中道도 그 즈음에 나타난다.


위 책은 필독서 중에 하나다. 예술이 대중성을 갖게 되었으며, 대중성은 예술성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줄 수 있을 명제가 수두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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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책 2013-08-0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근담과 서양과학사상사는 저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제 취향에도 맞고 정말 유익할 것 같아요

심도 있고 좋은 추천글 잘 읽고 갑니다

조석현 2013-08-05 11:51   좋아요 0 | URL
'양반'님의 지금 글을 읽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관심이라시니 반갑습니다. 문우文友가 될 듯한 느낌이 들며.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 - 의사결정에 관한 행동경제학의 놀라운 진실
마이클 모부신 지음, 김정주 옮김 / 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겉표지로 책을 판단하지 마라


아무래도 우리는 책을 고를 때 끌리는 제목이 있다. 또한 누가 저자인지도 한 몫을 하고 이 책에 대해 누가 어떤 평을 했는지도 책을 선택하는 데 한 요소라 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찬사의 글은 글이 시작되기 전 첫 페이지에 실려 있다. 세계가 주목하는 경제학자 마이클 모부신이 쓴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릴까?‘는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적으로 ’똑똑한 사람‘이 아님을 책의 거의 말미에 가면 알아챌 수 있다. 즉, 증권 계통에서의 똑똑하다는 사람을 일컫는다. 저자의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책의 과정은 ’전문가‘의 생각 내지는 행동 등에 대해 아이러니하게 전문가의 말을 빌리면서 거침없이 일격을 가한다. 중요한 결정을 앞둔 CEO, 투자자, 정치가, 소비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메시지는 단지 책의 판매를 위한 광고일 따름이다. 광고 너머 책의 속살은 드러나지 않았다. 광고가 비늘이라면 책읽기는 살을 맛보는 것이므로.

2장 선택의 폭 열어두기에서 편견을 일으키는 생각의 습관이 담겨져 있다.

기준점 설정은 판단을 내릴 때 실수를 불러일으키곤 한다. 이것을 뭉뚱그리면 터널 비전(시야 협착증)이라고 할 수 있다(p59) 사람들이 문제를 보는 방법이 문제를 푸는 방법까지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따지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문제를 풀 때 그 문제의 표현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p60

편견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표현'에 이끌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시가 내용은 전혀 일관성이 없고 그저 상상으로만 엮어냈어도 수식어나 아름답게 느껴지는 단어로 표현만 하면 그 자체가 아름다운 시라고 일컬어지듯이 말이다. 여기서 '시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라는 편견 자체가 내용을 바로 볼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논리적인 능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습관적인 편견의 요소가 더 작용한다고 봐야 한다.

인생은 뒤를 돌아봐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앞을 보며 살아야 한다.
p83

일반적으로 앞을 내다보는 데 실패하나 사건이 벌어진 다음에는 마치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애시당초 알고 있었던 것처럼 생각한다. 해결방법은 판단을 내린 근본적 이유를 적고, 과거의 행동을 일관되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왜 그런 판단을 내렸는지 일기를 쓰면 나중에 확신편향을 상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쉬울 것이다.
 

와인의 가치 =  -12.14540 + 0.00117(겨울 강수량)
                    + 0.61640(평균 식물성장기 기온) - 0.00386(수확기 강수량)

경제학자이자 와인광인 오를리 아센펠터는 프랑스보르도 지역 레드와인의 품질을 설명하기 위해 이 회귀방정식을 만들어냈다.
p89

이제 방정식으로 더 빠르게, 더 저렴하게, 더 신뢰할 수 있게 그리고 속물처럼 맛을 보지 않고도 와인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90

컴퓨터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므로 그 가운데 열로 계속 침입할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최근까지 세계 체스 챔피언을 무찌른 컴퓨터는 아직 없었다. - 중략 - 그러나 이것도 시간 문제일 뿐이다. 컴퓨터 의 힘이 더 위대해짐으로써, 이 경기에서도 컴퓨터가 우승을 거두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p94

통계적 방법이 전문가들의 임상 판단보다 탁월하거나 비슷했다.
p98

 

위 3장의 글에서 전문가들이 살아남는 세가지 방법은 전문가 전당의 붕괴의 내용을 역으로 뒤집은 것에 다를 바 없다. 컴퓨터 시스템을 얘기할 때의 자신 있는 글에 비해 세 가지 방법 중 두 번째 방법의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세 번째 사람을 다루기 위한 사람이 필요하다는 등 살아남을 수 있는 해결 방안이 적절치 못함을 알 수 있다. 문장 곳곳에 전문가들에 대해 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데 전문가들을 컴퓨터나 통계적 방법과 비교하여 가치를 떨어뜨린다.
 
다음 페이지 부분을 한 번 보도록 하자. 전문가를 활용하는 세 가지 방법이다.
 
   1. 직면한 문제를 가장 적합한 해결 방법과 연결하.
      전문가들은 여러 상황에서 일을 잘하지 못하므로, 다른 접근법으로 전문가의 견해를
      보충해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2. 다양성을 추구하자
      전문가의 예측이 전반적으로 미흡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에는 우수할 때가 있다.
   3. 가능하다면 첨단기술을 이용하자.
      모든 접근법에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유일한 해결책은 없다.
p107

①에서 우선 전문가들을 낮추고, 다른 접근법으로 보충해야 한다 했다.
   다르기 전의 접근법도 제시되질 않았기에 다른 접근법이란 개념도 모호하게 남는 문장이다.

②는 전문가를 고슴도치와 여우로 분류한 점을 예로 들었는 데 한 가지의 렌즈를 통해서 모든 것을 설명하려고 하는 고슴도치와 많은 것들을 약간씩 아는 경향이 있는 여우의 예로 여우가 고슴도치보다 더 나은 예측가로 본다는 테드록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장인 정신이 무언가. 한 가지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다 통하게 된다. 또한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은 문학, 음악, 철학, 수학을 다 섭렵했었다. 그것도 여우와 같은 얕은 지식이 아님은 통합적인 판단을 해 그 시대의 사람들을 옳게 이끌기 위함이다. 깊이가 없는 얕은 앎으로 과연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지의 위 예화는 적합하지 않게 여겨진다.

③은 유일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은 상황이 변하기에 의사결정자가 자신의 문제를 밝히고 가장 좋은 해결 방법을 고려하라는 얘긴데 좋은 해결 방법은 제시하질 못했다.


책에서 <똑똑한 사람>은 수학을 다루는 직업군을 말하는 데,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문제를 역으로 짚어내려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논증은 적당하지 않았다. 시스템 트레이딩(System Trading)에 관련 분야를 다루는 것은 까다롭다. 괜챦은 수식 하나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변수를 처리를 하게 되면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린다. <어리석은 결정>는 것이 암시하는 바는 선택하기 전 재료나 자료가 충분하다는 암시가 있다. 그러나 날씨 예측이나 주식의 예측은 간단한 수학 2차방정식의 해가 결코 아니다. 그가 말하려는 첨단기술을 이용하는 것만이 최적의 해를 구할 수 있는가? 라는 의구심은 오래 남는다. 삶에서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자본사회에서 크다고 할 수 있을 듯 하다. 그러나 제목에서는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그 무엇을 알리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행복지수가 금융 즉 자본의 실에 얽혀 행복할 수 없다. 자본, 개인에게 있어 돈은 중요하지만 절대는 아니다.

의사결정과 행동심리학의 결합이라고 한 책은 전반적으로 읽기 수월했다. 그러나 <왜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가?>라는 데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까닭은 수학의 공식은 한 가지 답을 유츄하는 데 특별할 뿐, 다른 답에 대한 관용은 상당히 떨어지는 게 우리 부부의 입장이다.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고, 수치로 환산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게 있는 게 세상이다. 의사결정수decision tree같은 나무에 국한시킨 것은 아닐까. 숲의 이야기가 없지 않으나 나무+나무=숲이라는 등식이 성립시키려는 왜곡이 적지 않다. 경영의 의사결정이 진보하는 이유는 사회가 변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역으로 보면 제대로된 공식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플롭스Floating Point Operations per Second라는 컴퓨터 연산처리 능력인 플롭스는 Tera까지 왔고, Peta도 운영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역수인 Pico는 아직 정상적이지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의사결정의 가장 심각한 모순은 소비자의 선택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데 있다. 그것은 의사결정이 가격·생산·재고 같은 통상적 업무를 합리적이며 능률적으로 다루고자 하여서다.

책의 제목은 원제를 의역한 것인지는 모르나 어리석은 결정이 조금 스몄다고 보았다. Think Twice : Harnessing the Power of Counterintuition 가 원제인데 심사숙고를 하라는 뜻을 넣었다면 어땠을까. 의사결정과 직관에 대한 예증을 풀려고 한 내용과 책 제목은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그럴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겠지만, 외국의 영화가 들어올 때 전혀 다른 제목으로 상영관에 걸리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마켓에서 본 상품명과 내용이 다를 경우 어떤 반응이 나타날까. 무모한 선택에 대한 관찰은 쉽지 않다. 수학적 증명이 최고라고 확신하는 내재적 결함에 대한 쓴 소리만이 탁월한 결정을 얻을 수는 없다. 회귀로 복귀하는 것도 있으나 선회하는 것도 있다. 수치모델이 혁신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이 책의 뿌리는 말하고 있는데, 상황에 따라 비상식이 주도권을 잡는 행동에 대한 언급이나 논증은 그리 탁월하지 않다. 증명을 완강히 거부하는 사례는 일상 곳곳에 스며있다. 주식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 게 시행착오였듯, 의사결정은 그런 모델링이 당장 아픈 곳만 치료하는 반창고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전체를 보지 못하는 의사결정모델은 수치화가 되면서 더 심각해졌다고 볼 수 있다. 관계없는 것이라 소홀했던 것에서 충격이 내포되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은 컴퓨터 연산처리 속도가 아무리 빨라져도 더딜 것이다. 다양한 감정과 경험이 지속적으로 축적된 사람의 언행을 데이터화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패턴을 발견하려고 무모할 정도로 정보기기에 투자하더라도 예측은 논리 예측이지 비이성 논리 예측이 아니다. 삶을 지배하는 것이 감정처럼 심리적 측면이 적지 않으므로, 가치귀착의 오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책이다.

이 책과 더불어 읽어볼만한 서적으로는, 스웨이(Sway)이다. 궁합이 잘맞기에, 서로 보완해줄 뭔가가 있다.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단지 기본적 경영개념을 조금 알아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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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CEO 특강 2 - 글로벌 리더 EBS CEO 특강 2
『EBS CEO 특강』제작팀 지음 / 마리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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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나는 CEO를 Cheif Executive Officer에서 Crisis Energetic Observer라고 바꾸곤 했다. Chief 라는 단어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이유가 한 몫했다. 까닭은 Chief라는 개념에서 적지 않은 모순을 느껴서였다. 지금은 예술문화연구회에서 문헌을 담당하고, 개인적으로 아내와 철학과 사진을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가끔 비평을 쓰기도 한다. 이전에는 최적제어에 관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엔지니어였고, 기술이사였다. 그런 일을 해왔기에, <CEO 특강2>는 경험과 이론의 차이를 조금 볼 수 있다. 서문에 성공한 CEO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한다. 기업가 정신과 개척정신,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이다. 라고 글을 펼친다. Executive와 Energetic의 차이이지 않겠는가.

책은 1부에 하이퍼포먼스 경영, 2부에는 변화와 혁신경영, 3부에 휴먼 캐피탈 경영을 배치했다. 여기에 나오는 회사는 유한킴벌리, 삼양사, 한미파슨스, 구글코리아, 인텔코리아, 시스코 시스템즈, Fedex 코리아, ADT 캡스, S-Oil--모두 9개로 굵직하고, 나름대로 그들만의 암묵지가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곳이다.

  • 직원을 Worker가 아닌 Lover로 만들어라/유한킴벌리
  • 인사는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봉사다/삼양사
  • 직장인의 천국을 만들어라/한미파슨스
  • 즐거운 이노베이션을 일으켜라/구글코리아
  • 과감하게 생각을 바꾸어라/인텔코리아
  • 세계는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시스코 시스템즈
  • 직원이 최고의 브랜드다/Fedex 코리아
  • 행복한 글로벌 리더를 꿈꾸어라/ADT 캡스
  • 리더십의 핵심은 사람과 미래이다/S-Oil

라는 부제는 직원 곧 사람과 관계에 대한 집중 조명을 하고 있다.

그 중 유한킴벌리를 집중적으로 읽게 됐다. 유한양행과 직간접 영향을 받은 까닭도 있어서며, 그 내용을 간추리면 아래와 같다.

경영문화가  관리에서 리더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소제목들이다. 일을 Work와 Job으로 표현하는데 둘 다 지배적인 속성이 스며있다.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은 없는데, 어찌하여 일이 능동이 아닌 수동으로 바뀌어가고 있을까. <일>을 하는 입장은 수동적일 수밖에 없는 시스템의 문제는 책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다. 책은 단순한 경영서가 아니라 위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했는가 하는 프리젠테이션이다. 절대절명에서 그들은 수많은 길 중 하나를 골라야만 했다. 스트레스는 뇌량(腦量)를 감소시키는 데, 특히 결정을 내려하는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물론 극복하면 이전의 병도 씻은 듯 낫는 경우도 있으나, 실패한 경우는 참담해져 우울증은 물론 자살로 이어지거나 대인기피까지 올 수 있다. 인간 누구나 장애를 겪는다. 자칫 무용담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어, 책을 두어번 더 읽게 되었던 이유는 객관적으로 어떻게 다가갔는지를 살펴보려해서였다.

이덕진/직원을 Worker가 아닌 Lover로 만들어라/유한킴벌리

유한킴벌리는 3S를 실천하는 조직으로 Say, Stay, Strive 으로 최고의 직장을 이렇게 정의했다. 유한킴벌리에게도 위기가 왔는데, 주력업종이 여성용품으로 경쟁자가 초기에는 없었다. 1990년도에 추격을 당하기 시작했는데, 점유율이 계속 떨어져 1995년도에는 20%로 뚝 떨어졌고, 경쟁사는 60%였기에, 사업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2009년 현재, 유한킴벌리의 시장점유율은 55.8%이고, 경쟁사는 20.5%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대개혁의 핵심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2. 환경친화적 경영
  3. 평생학습 경영
지식반감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기업환경이 계속 지식을 요구하고, 인간존중을 위한 방침이기에 개개인이 재충전을 할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런 결과는 High Performance Organization을 구현할 수 있는데, 매우 참여적인 조직이며 자율경영팀이라 불리기도 한다. 따라서 평생학습은 매우 중요한 데, 그 결과를 밝히자면

  1. 1인당 평균 제안활동 건수가 많아졌다.
  2. 평생학습으로 안전(산재)사고가 감소했다.
  3. 유아용품의 생산성이 2배 이상 증가했다.
  4. 소비자 불반 최적, 세계 최고 품질 수준을 인정받게 되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 실질적으로 우리 회사의 사원들이, 회사가, 문화가 많이 달라졌다. 과거에 혁신이 일어나기 전에는 직원들이 일에 치여서 기부나 봉사, 여가 같은 것은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일을 기본으로 하되 '삶의 질'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되었다. 기부와 봉사, 여가활동이 가능해졌고 교양교육, 해외연수, 가사, 육아, 자기개발 등 이 모든 것을 함께 즐기며 재충전할 수 있는 문화로 바뀐 것이다.
pp33

혁신은 공즉시색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혁신은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근로자 또는 노동자는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가 곤란해지는 자본사회에 살고 있다. 그들은 기생물이거나 애완동물이 아닌데도, 착취한 역사에서는 전태일도 보인다. 가치형태론, 이동론, 역사적 반복론은 단단한 매듭이라 잘 풀리지 않는다. 기수奇數처럼 나누어 1이 떨어지는 게 있는 것이 포지티브 게임이라 생각해왔다. 네거티브나 제로섬 게임에 익숙해서 타자를 제대로 살피지 못한 역사가 동서양 즐비하다.

귀족 자신이 본질적으로 부르조아화했다. 신의信義, 사랑, 그리고 믿음이라는 덕목 대신 이제 귀족은 주로 사탕무우, 브랜디, 양모를 거래했다. 귀족의 으뜸가는 시합종목(토너먼트)는 양모 판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Karl Max, 1848/12/10, 신新 라인신문, 맑스·엥겔스 전집 제6권 pp104
라는 브루조아의 변형이 자본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나온다. 동질화 과정과 사회화 과정은 맥락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 위험을 이겨내자고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근로자가 따르지 않으면 노동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런 내외의 문제를 터닝포인트로 삼은 유한킴벌리의 시간이 어느 정도 경과한 후에도 실패에 대한 가책을 받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보여주고 있다.

그들의 노동은 3H로 나뉘는 데, Hand·Head·Heart 라고 하며 이를 참여경영이라 하는 듯 했다. 내가 왜 이 일을 하는가, 일의 목적과 의미가 주요하다. 여기에는 소비자와 사회와 환경에 대한 책임도 포함된다(pp35) 라고 Heart를 소개하며 사람들에게 사랑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이가 진정한 성공이라 정의를 내렸다. 그것의 운동방향은 비전경영(Visionary), 감동경영(Inspirational), 혁신경영(Innovation), 팀조직경영(Collaboration),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재육성경영(Building Talent)라 소개했다. 인재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며 덕목이라는 것을 유한킴벌리는 확고하게 믿고 있다고 할까. 혁신의 관점을 구조주의나 자유주의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람의 가치에 맞추고 있는 경영을 말하고 있다. 특이한 용어, 휴먼 캐피탈(Human Capital)이라는 개념을 체화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선하다.

책 한 권에 9개의 경영방침이 있어 할당된 페이지는 적다. 그래서 난독이 생길 수 있는 위기 대처법은 인간중심주의로 자본주의가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고, 나름대로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조금 더 믿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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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비로소이다 - 소송으로 보는 조선의 법과 사회 너머의 역사책 3
임상혁 지음 / 너머북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노비로소이다

 

현現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의 척도는 재산 즉, 몇 평의 아파트인지, 몇 CC의 무슨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지 어느 곳에 살고 있는지 등등 가시적으로 기준을 삼는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선시대 때의 사회는 노비의 양이 현 사회의 물질적인 양으로 대체된 듯 싶다. 

 "나는 노비로소이다"라는 제목을 대할 때 어떤 사회적인 소송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표현하는 책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머리말의 저자 임상혁의 글을 대할 때 이 책 한 권에  실렸던 저자의 내면 자체가 곧 나는 노비로소이다를 대변하는 것이 아닐까.

책의 구성은 총 5장으로 칼럼 세 편을 부록식으로 중간에 끼어 넣었다. 또한 마지막에는 '부록'이란 장을 마련하여 1517년 노비결송입안과 이지도 판결문 전문 그리고 미주로 마무리 했다. 독특한 구성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전체적인 주 내용이 조선시대 나주 관아에서 벌어진 노비 소유권 문제를 다루었는 데 대부분 각 단원마다 다른 내용으로 단원마다 끊어져 있는 데 이 책은 전체적으로 이어져 있고 중간에 삽입 요소들이 무궁무진 하다. 물론 그 요소들은 조선시대 노비의 문제나 이두, 현행 민사소송과의 비교, 판례, 소송심리 순서에 입각한 구성이나 실체법적인 민사 규정 등을 섞어 놓고 있다. 이는 소설처럼 한 번에 읽어낼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구성 자체가 흥미와 판결의 궁금증을 더하게 했고, 지루할 수 있는 소송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기 쉽고 재밌는 예화를 들어 결코 지루함과는 거리가 멀게 엮어냈다.

전체의 맥이 되는 내용은 원고가 양반인 이지도(李止道)라는 남성이고 피고는 여든이 된 노파 다물사리(多勿沙里), 그리고 그 재판을 담당한 송관은 김성일 나주 목사로서 노비 소유권에 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의 과정을 풀어놓는다. 조선시대와 현대의 법률 용어의 차이점을 설명하고, 법관이나 법원의 구실 등에 대해 조선시대와 비교할 수 있는 상세한 해석이 주를 이룬다. 

나주 목사인 학봉 김성일은 일본 정부의 위협과 무례에 대해 남들은 적당히 넘어가려는 사회적 분위기 앞에서 당당히 시정을 요구하며 맞설 정도로 강직함이 소문난 사람이었다. 특히, 1574년 경연(經筵)에서 임금이 신하들에게 "경들은 나를 이전 시대의 제왕들과 비교해 볼 때 어떤 임금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때 누군가는 "요순 임금입니다." 하고 대답하였지만, 학봉은 "요순이 될 수도 있고, 걸주(桀紂)가 될 수도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임금이 "요순과 걸주가 어디 같은 부류인가?"라고 물었다. 김성일은 "올바른 생각하면 성인이 되고 엉뚱한 생각을 하면 미치광이가 됩니다. 전하께서는 타고난 자질이 고명하시어 요순이 되기 어렵지 않습니다만, 스스로 똑똑하다고 여겨 간언을 거부하시는 병이 있습니다. 간언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걸주가 망한 원인 아니겠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이런 예화 뿐만 아니라 저자는 학봉 김성일에 대한 법관으로서의 자질 문제도 거론하고 있다. 또한 임씨 ·나씨의 소송으로 김성일의 수난을 얘기하고 있다. 쟁쟁한 집안인 두 가문의 겹친 민형사로 얽힌 판결은 문제가 되었던 듯 싶은 데 이는 임씨의 아버지는 장흥의 수령을 지낸 고관이며, 그녀의 큰 오라비는 문명을 크게 떨친 백호 임제였고  「북정일록」을 보면 김성일이 임제를 만났다는 기사가 있어 면식이 있는 관계였음에도 문벌가인 임제 집안에게 불리한 판결을 서슴없이 내렸기 때문이다.


조선의 법제는 양인과 천인이 서로 통혼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였고, 엄한 처벌 규정도 마련하였다. 양천간의 혼인으로 나온 자손을 노비가 되도록 한 것도 그에 대한 규제일 수 있다. 노비인 첩의 자녀, 이른바 천첩자녀는 또한 노비로서 아버지의 다른 자손들에게 상속될 수 있는 존재이다. 곧, 자신의 배다른 형제들에게 부려지게 되는 것이다. p65


하지만 아버지의 입장에서 볼 때 천첩자녀도 자신의 피가 흐르는 자식임에 틀림없는데, 그를 비롯한 자손들이 이후 노비로서 다른 자식들에게 부려지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일 수 없음은 일반적인 정리이다. 그리하여 일정한 지위에 있는 이들에 대해서는 그의 비첩(婢妾)소생들을 양인으로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p66

조선시대의 재판에 대하여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구별이 없었다거나, 사실상 구분되기 어려웠다고 보는 시각들이 많다. - 하지만 오래전부터 민사절차와 형사절차는 개념상 구별되어 있었고, 그 운영도 달랐다. 중략 - 같은 기관에서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둘의 차이가 없었다고 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동일한 법원에서 민사재판과 형사재판을 수행하고 있으며, 법관들도 또한 두 업무를 두루 맡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에 중앙에서는 오히려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의 담당기관이 분리되어 있었다. 곧 전택(田宅)에 관하여는 한성부가, 노비에 관하여는 장예원이 맡았고, 형사소송은 형조가 담당하였던 것이다. 가헌부는 풍속에 관한 사건을 맡았다. 사안이 다르다고 여겼을 뿐만 아니라 그 절차 또한 달리 이루어져야 함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p106


현재는 소장을 제출한 후부터 소송이 시작되는 데 3장의 '법에 따라 심리한다'에서 조선시대는 피고를 직접 데리고 와야 했으며 그렇더라도 우선은 소지 즉 판결을 구하는 소지를 제출해야 하며 그것이 지금의 소장이 되는 셈이다.  또한  조선시대의 이두가 섞여 있는 문장으로 된 소장을 보여 민사상 구제와 함께 사기죄에 대한 형사상 고소의 예를 현재의 소장처럼 해석해 표현해 이해를 돕고 있다. 공문서에서 이두 즉 한자의 음과 뜻을 빌어 우리말을 기록한 이두에 대해 참고 문헌을 -조선시대의 문헌-소개하며 이 자료들을 활용하고 보존해 온 서리들의 계층에 대해 사회 경제적 법률 업무에 대해 관하고 있다. 소송법서인 『사송유취』 등 중요한 법령들과 법전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실체법과 절차법에 대한 해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조선시대의 남겨진 기록을 꼼꼼이 찾고, 해석할 수 있었던 저자의 이면에는 아마 법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해박한 법규정에 대해 알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안다는 것은 그저 지식적인 학습뿐만 아니라 법관들의 판결에 대해 어떤 회의가 들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 조선시대의 판결과 슬쩍 비교하거나 조선시대 때의 명판결의 예화를 든 이유가 현재 문제시 되고 있는 판결에 이의를 든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달리 생각해 보면 '노비'라는 최하위 계층을 들어 그래도 그 노비들의 살 궁리가 마련될 수 있었다는 점은 돈이 없으면 소송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현대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다. 또한 법관의 자질은 그저 시험에 합격이 되면 인성은 그저 관심 밖의 일이라 할 수 있지 않은가.
  
임상혁의 <나는 노비로소이다>(너머북스 펴냄)는 조선시대 나주 관아에서 벌어진 노비 소유권 문제를 다룬 것으로, 원고는 양반 남성 이지도(李止道)이고 피고는 여든이 된 노파 다물사리(多勿沙里), 그리고 그 재판을 담당한 송관은 김성일 나주 목사로서, 그 문제를 어떻게 판결해 냈는지를 상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 라고 오마이뉴스에도 올라온 걸 보면, 노비는 현대에도 중요한 이슈임에 틀림없다. 카스트 제도가 계급사회를 지칭하지만, 포루투칼 언어였고 침략을 정당화하고자 만든 확대된 개념이라 할 때, 노비는 자본주의가 만드는 현대판 노예제도 속의 사람들을 건지고자 함이 아니겠는가. 책은 조선에서 건너오면서, 닳고 낡아 행간을 오로지 상상력으로 읽어야 할 대목이 적지 않다. 까짓 노비의 기록보다는 양반의 기록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한 당시 사회의 문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다. 시간이 더 속도를 내어 책을 밖으로 글자를 꺼낸다. 멋진 책이다.

 

二乙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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