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당췌 무슨 일이 터져 있을지 하루하루 불안한 이 시국에 책을 읽는 건 한숨 고르고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박근혜 게이트 터지기 전 읽고 있었던 이 책을 이제서야 마무리짓는 건 책 속에서도 책 밖에서도 속터지는 일 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진도 빼기 너무 힘들었던 책이다. 꼬인 실타래를 어디부터 풀어야 할지 알 수 없는 이 나라에서 어쩌면 지금 시국은 기회가 될는지도 모르겠다.
필사 예찬 및 방법론. 궁극적으론 필사가 자기 문장을 만들기 위한 기초가 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예전에 여유가 있을 땐 좋아하는 구절들을 필사해보곤 했는데, 할 것은 점점 쌓여만 가고 옮겨적는 속도가 따라가질 못해 타이핑해서 블로그에 기록해두는 걸로 대체했었다. 요즘은 그나마도 포기하고 이북의 하이라이트 기능을 쓰고 있긴 하지만. 저자의 필사노트도 엿볼 수 있어서 소소한 재미가 있었다.**카르타 기준 208페이지 중 본편은 160페이지까지이고 나머지는 해당 출판사의 종이책 소개로 구성되어 있다.이북의 20%씩이나 광고에 할애한 건 누구의 발상이었을까? 돈주고 광고를 산 느낌이라 책에 대한 좋은 인상이 휘발되어 버렸다.
본가에서 키우는 내 개들(였으나 이윽고 엄마의 개가 되어버린)도 열 살이 넘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 데려왔으니... 부모님이 시골로 이사가면서 내키는 대로 뛰어다니고 원할 때 마실나가면서 지내다보니 그 또래 개들보다는 팔팔하게 지내는 것 같다만, 그래도 잔병이 생겨 병원에 들락거린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마음이 짠해진다.이 책을 읽다보니 엄마도 나도 슬슬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엄마에게도 한 권 주문해 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