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질소 포장 과자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질소 기체는 상온에서 화학적으로 비활성이며 이를 이용하여 식품의 선도를 유지하는 데 사용되며 과자봉지의 충전제로 쓰인다."라고 한다. 질소가 언제부터 과자봉지의 충전제로 쓰였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대기의 약 78%를 차지하고 있다는 흔하디흔한 질소가 과자봉지 안에 자리 잡고 있는 건 그저 겉멋만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질소가 과자봉지 안에 너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일찍이 누군가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따라왔다."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적어도 롯데제과의 타코스를 먹기 위해 과자봉지를 뜯어본 사람이라면 이 표현의 빛나는 통찰력에 감탄함과 동시에, 이 표현이 그저 농담이 될 수 없는 상황에 화가 솟구칠 게 틀림없다. 혹시나 타코스를 먹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부연하자면, 타코스는 약 22%의 과자와 약 78%의 질소로 이루어져 있는바, 만의 하나라도 빵빵한 포장에 속아 친구와 나눠먹을 요량이었다면 꽤나 민망한 상황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가령 떡과 오뎅이 대략 4:1의 비율로 되어있는 떡볶이를 친구와 먹는다고 가정하면 떡을 네 개 먹고 나서 오뎅을 하나 먹는 게 매너일 텐데, 타코스를 먹을 때면 질소를 네 번 흡입하고서야 비로소 과자 하나를 먹을 수 있는 셈인 것이다. 나는 차라리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괜찮지만 못 먹는 질소 따위로 양을 채워 실질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이따위 짓거리를 보면 꽤 화가 난다.

 

2. 담배와 침

 

흡연자들의 흡연권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반대할 생각은 전혀 없다. 건물 내의 모든 곳을 금연구역으로 설정하고 무작정 흡연자들을 밖으로 내모는 행위도 일면 가혹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굳이 걸어 다니며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를 보면 그들이 자신들의 흡연권만을 지나치게 과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특히 하필 담배를 피우는 이의 바로 뒤에 걸어가게 되어 담배연기를 도리 없이 모조리 흡입하게 될 때면, 그를 앞질러 가면서 뒤로 에프킬라를 뿌리며 걷는 상상을 하곤 한다. 과연 그는 자신의 담배연기와 나의 에프킬라가 적어도 내게는 그리 다르지 않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거리에서 침을 마구 뱉는 사람도 역시 곱게 보아 넘기기 어렵다. 최악인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다가 침을 뱉는 것인데, 나는 어느 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서 침을 뱉은 이가, 볼일을 마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러 와서는 자기가 뱉은 바로 그 침을  본인이 밟은 적이 있으리라는 것을 거의 확신할 수 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이 누군가의 침을 밟은 것을 알게 되면 "어떤 개새끼냐?"라며 화를 낼 텐데, 내가 그때 그에게 CCTV를 증거로 들이밀며 "니가 바로 그 개새끼다."라고 말할 수 있다면 세상이 무척이나 흥미로워질 거라고 항상 생각하곤 한다.

 

3. 야구천국 불신지옥

 

며칠 전 어느 글에서 "야구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야구관련 방송이 봇불을 이루는 현 상황은 야구를 좋아하는 이에게는 천국이지만, 야구를 싫어하는 이에게는 지옥이 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야구를 딱히 싫어하지 않았지만 점점 불신지옥으로 빠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저녁을 먹은 후에 스포츠 채널을 차례로 돌려보면 당연하다는 듯 모든 구장의 야구경기가 중계중이고, 심지어 경제 채널(SBS CNBS)에서조차 이대호의 경기를 중계해준다. 뿐인가, 야구경기 재방송은 물론이고 야구관련 방송까지 재방송이 넘쳐나고, 게다가 어느 날엔가는 어느 스포츠 채널에서 "48시간 동안 야구만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진짜로 48시간 연속으로 줄창 야구 관련 방송만 내보내기도 했다. 물론, 가끔은 나도 한때 해태의 팬으로서 해태왕조에 관한 영상을 즐겁게 보기도 했고, 야구 레전드에 관한 영상도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건 거의 변태적으로 지나치다. 지금의 스포츠 방송을 보면 방송사가 '야구천국과 불신지옥' 중 하나를 택하라고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은데,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국의 주민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그래놓고는 또 월드컵 시즌이 오면 언제 그랬냐는 듯, 축구관련 방송을 늘어놓고는 '보편적 시청권' 운운하며 월드컵 경기를 중계하려고 안간힘을 쓸 게 뻔한데, 그런 꼬락서니는 더욱 보기 싫다).

 

4. 귀를 닫은 모든 것

 

지난주의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라운드는 한국 축구팬들에게 꽤나 흥미로운 경기들로 가득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44년만의 우승을 위한 마지막 경기를 남겨두고 있었고, 볼튼은 이청용이 10개월 만에 복귀한 상태에서 강등을 벗어나기 위한 힘든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맨유와 선덜랜드는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소속팀 간 맞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마지막 라운드는 모든 경기가 동시에 치러지기에 어느 한 경기만이 생중계될 수 있었고, SBS ESPN은 맨유와 선덜랜드의 경기를 생중계로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좋지 않았다. 박지성과 지동원 모두 결장한 것은 물론, 역전 우승을 노리던 맨유는 맨시티의 승리로 인해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한마디로 시즌 말미의 의미 없는 경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반면에 맨시티의 경기에는 환희가 넘쳐흘렀다. 맨시티는 추가시간에 2골을 터뜨려 거짓말 같은 역전승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더할 수 없이 드라마틱한 경기였다. 볼튼의 경우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예상했던 대로 이청용이 출전하여 시즌 첫 슈팅을 기록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지만, 끝내 볼튼은 승부를 뒤집지 못하고 2부리그로 강등되고 말았다. 슬픈 일이지만, 역시 그 경기에도 드라마틱한 요소가 가득했다.

물론 예전에도 말한 적 있지만 어느 경기를 중계하든 모든 축구팬들을 만족시키기란 불가능하다. 아마도 맨유팬들은 극적인 역전우승을 기대하며 맨유경기를 마음 졸이며 지켜봤을 게 틀림없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시청자 투표라도 했다면 과연 맨유 경기를 원하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유감스럽게도 SBS ESPN은 언제부턴가 시청자 게시판을 닫아 놓았고, 당연하다는 듯 자기들 좋은 대로 했다. 영국으로 날아가 맨유와 선덜랜드의 경기를 현지 생중계하는 것은 아마도 꽤 전부터 예정되어 있었을 것이고, 그 중계에 관련된 일부 사람들은 영국에서 좋은 추억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올시즌의 마지막 경기를 보다가 결국 TV를 꺼버렸고, 그건 의심의 여지없이 화나는 일이었다.

 

5. 모기

 

대학생 때 하숙방에서 하룻밤 사이에 십 수 마리의 모기를 잡은 적이 있다. 적어도 열다섯 마리 이상을 잡았고, 그건 내가 자려고 누웠다가 적어도 열 번 이상을 일어나야 했다는 걸 의미한다. 당연히 미칠 것 같았다. 나는 그 작은 방 한 칸에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모기가 숨어 있었는지에 관해서, 지금도 일종의 경이로운 의문을 가지고 있다.

모기의 가장 나쁜 점은, 다시 말해 모기가 나를 가장 화나게 하는 점은 꼭 사람이 잘 때 피를 빨아서는 사람을 깨운다는 것이다. 한 번도 아니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런 짓거리를 쉴 새 없이 해대면 제아무리 '생태계의 조화' 어쩌고저쩌고 해도 모기의 멸종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가 예전에 위키백과에서 본, "과학자들은 모기를 멸종시키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라는 문장에 전적으로 지지를 보내는 건 절대로 내 탓만은 아니다.

 

6. 마일리지

 

내 알라딘 마일리지는 현재 4980원이다. 한편 생각하면 4990원까지는 아니라 다행이지만, 대관절 왜 이런 마일리지 같은 것들은 조금 넘치는 경우는 없고 언제나 조금 모자라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혹 마일리지 합계가 5020원이 될 것 같으면 컴퓨터 시스템이 알아서 4980원으로 수정하는 것일까. 마음 같아서는 20원은 현금으로 결제하겠다고 말하고 싶지만, 인터넷 환경이라는 건 때때로 지독하게도 융통성이 없다. 내가 20원의 5배인 100원을 주겠다고 해도 아마 4980원을 쓸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가끔 지독하게 융통성이 없는 경우를 만난다. 얼마 전에는 쿠폰으로 통닭을 시켜 먹으려고 했더니 몇 장의 쿠폰이 유효기간 만료였다. 언제나 그 집에서 시켜 먹었고 몇 번은 공짜로 먹기도 했는데 쿠폰의 유효기간이 왜 그렇게 빨리 돌아온 건지 알 수 없었다. 사정 얘기를 했더니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결국 나도 기분이 별로라 그냥 다른 데에서 돈 내고 시켜 먹었다. 미스터 피자와 작별하게 된 데에도 쿠폰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우리 집은 도미노 피자와 미스터 피자를 한 번씩 시켜 먹곤 했는데, 도미노 피자는 쿠폰을 모아 여러 번 공짜로 먹었지만 미스터 피자는 단 한 번도 공짜로 먹지 못했다. 도미노 피자를 좀 더 자주 사 먹은 것도 한 이유겠지만, 결정적으로 미스터 피자의 쿠폰은 그 유효기간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짧았다.

쿠폰을 주는 건 그것을 미끼로 소비자가 다시 자기네 것을 사먹도록 유도하는 것이 목적일 텐데, 그깟 쿠폰 따위로 외려 소비자의 반감을 사게 하는 건 정말로 멍청한 짓이다. 모름지기 마일리지 혹은 쿠폰이란 건, 최대한 소비자가 편하게 그리고 자주 쓸 수 있도록 하는 게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7. 하의실종

 

다음 검색창에서 '하의실종'이라고 치면 약 12600건의 기사와 약 37100건의 이미지가 검색된다. 그리고 블로그에서는 약 45900건이, 웹문서에서는 무려 약 444000건이 검색된다. 그 뿐인가, 뭔놈의 '종결자'는 또 왜 그렇게 많은지, '하의실종 종결자'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하의실종'의 홍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하의실종'이라고 해서 놀란(?) 마음에 해당기사를 클릭했던 기억이 있지만, 이제는 '하의실종'이라고 해서 '실종 신고' 따위를 생각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이제는 화가 날 뿐이다. 거짓말도 정도가 있지, 그 많은 거짓말쟁이들의 눈에는 명명백백히 입고 있는 '하의'가 보이지 않는단 말인가. 내가 좀 더 많이 어렸다면 그 '하의'란 것이 벌거벗은 임금님의 옷처럼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는 거라고 믿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 나는 어리지 않고 무엇보다도 착하지 않다. 그저 바라거니와, 실종된 하의들이 다시 주인의 하체로 무사히 돌아가기를...아니, 하의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무쪼록 하의를 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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