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 재욱, 재훈 (리커버 에디션)
정세랑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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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펀딩에 참여해서 받게 된 정세랑 작가의 『재인, 재욱, 재훈』. 젊은 작가 중에 핫한 편에 속하는 정세랑 작가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참여했는데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겠구나 싶었다. ^^;;

 

 

둘째 재욱이 타국의 사막으로 파견 근무를 떠나기 전 다 같이 휴가를 보낸 삼 남매는 돌아오는 길에 늦은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식당에서 묘하게 형광색을 띤 바지락칼국수를 먹게 된다. 휴가 후 첫째 재인과 재욱은 각자의 일터인 대전과 아랍으로 떠나고, 고등학생인 재훈은 어머니와 집에 남는데... 업다운이 심한 어머니는 재훈의 뒷바라지를 할 에너지가 없었고, 결국 일방적으로 신청당한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재훈도 미국의 농장으로 떠나게 된다. 떠나기 전 재훈은 자신에게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소소한 새로운 능력이 생겼음을 알아차린다. 재인과 재욱도 미묘한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우연, 아주 조그만 초능력, 평범하고 작은 친절, 자주 마주치는 다정함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작가의 의도에 딱 맞는 이야기라는 느낌이 든다. 작다면 작은 초능력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구원의 드라마로 나아간다.

가장 갖고 싶은 초능력에 대해서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거다. 그리고 갖고 싶은 능력치와 이유, 그 능력을 가지면 하고 싶은 일은 사람마다 엄청나게 다양할 거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갖고 싶은 초능력과 그 초능력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서 생각할 때 참 제한된 사고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았는데 뭐 딱히 그게 잘못되었다기보다는 뭔가 좀 다르게 바라볼 수도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느낌이랄까.

갑작스럽게 다른 능력이 생긴 삼 남매는 거한 꿈이나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 그저 자기 주변을 좀 더 살피고 티 나지 않는 작은 시도들을 해보고, 결국은 누군가를 구함과 동시에 자신들도 구원받는다. 그리고 더 큰 모험, 긴 여정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으로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 이상하게 아쉬웠다. 무기를 가지고 있는 기분, 누군가를 구하고 싶다는 의지는 재인에게 활력이 되었던 것이다. 재인은 어렸을 때부터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여자아이가 대부분의 이야기에서처럼 누군가에게 구해지지 않고 다른 사람을 구하는 이야기. 여자아이가 다른 여자아이를 구하는 이야기.


- 『재인, 재욱, 재훈』 中 p. 13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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