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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정글 1
캔디스 부쉬넬 지음, 서남희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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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20대인 내가 보기에 이미 거대한 하나의 세상같은 40대 여인 세명이 주인공이다. 이들 명함은 또 어찌나 거창한지 그 자체로 반짝반짝 빛이 나는것만 같았다. 영화사 사장, 잡지사 CEO, 일류 패션 디자이너. 영화나 드라마속에서나 있을것만 같은 이들이 이번엔 책속에 등장한 것이다. 이미 내게 꿈같은 그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잘나가는 디자이너로 우뚝 선 빅토리 포드. 그녀의 패션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제껏 쌓아온 명성과 달리 혹평이 가혹하게 따라붙은 쇼가 되고 말았지만 사업의 어려움에도 자신의 안목을 지켜내려 이를 악물고 있다. 그리고 아직 싱글이었던 그녀는 억만장자와 연애를 시작한다. 멋진 경력을 자랑하는 잡지사 편집장 니코 오닐리. 일도 잘 해내지만 전쟁과도 같은 사내경쟁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 냉정함과 자기관리가 돋보인다. 이런 빽빽한 생활을 이어갈 활력을 남편이 아닌 연하의 남자에게서 찾기 시작한다. 시나리오더미에 파묻혀 매달려온 웬디 힐리는 영화사 사장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시나리오를 모두 체크하고 영화제작시 촬영지에도 모두 들려보는등 일을 열심히 하기때문에 남들보다 연평균 히트작이 더 많다. 자신이 위로 오르고 오르는 사이 꽃미남 남편은 하는일마다 실패하고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불만이 쌓여 가정이 위태롭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미 거대한 그들의 빛나는 면면에 어려움이 있었다. 화려한 그들의 모습보다 무너질듯 힘든 문제들을 이겨내려 심지를 굳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아직 내세울것이 없는 내가 어쩌면 더 희망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 정도로 내눈엔 세 사람의 생활이 쉽지 않아보였다. 그래서 그들 누구 하나에게도 쉽게 감정을 터뜨릴수도 없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조심스럽게 생겨났다.
 
아직 1권밖에 못봐서 배경파악을 한 정도밖에 못되는게 아쉽다. 그리고 세 사람의 이력은 다르지만 캐릭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세 사람 모두 열정적이고 일에 중독되었다고 해도 좋은 직장여성이다. 모두 직장에서 파워를 갖고있고 자신의 위치에 자부심을 갖고있어 직장에서의 트러블에 강한모습을 보인다. 나는 이것이 아쉽다. 이런 지도자형의 여성들만 칙릿문학의 주인공이 될수있는건 아니다. 친구의 이름으로 엮인 세 사람인만큼 서로 다른 장단점으로 서로를 보완해주고 살펴주는 모습과 각자 나름대로 타고난 성격과 방식으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이는게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 주인공들의 다른점보다 비슷한면이 더욱 부각되어 상황파악을 해야하는 처음 몇장은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런 아쉬움은 좀더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2권에서 사그러들것으로 기대해본다.
 
신혼보다 황혼에 접어든 부부의 이혼률이 4배나 더 높다고 한다. 그만큼 자아의 인식이 강해진게 아닐까 한다. 그리고 나 역시 내일은, 내년은 더욱 나으리라 믿으며 자신에 대한 생각이 가장 많은 사람이다. 칙릿문학이라고 알고 읽은 책에 난데없이 40대의 아주머니가 등장해 처음엔 놀랐지만 조금 생각해보니 놀랄일도 아닌것같다. 지금은 젊은날 쌓아올린것에 안주하고 가족을 우선시하는 나이가 40대가 아닌데다 가족만큼이나 자신의 인생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시대인것이다. 그렇게보면 모두에게가 아니라고해도 40대는 20대에 사회에 발을 들여 30대에 정신없이 달려오면서 하나씩 쌓아온것을 더욱 견고하게 쌓고 지켜내야하는 나이이지 않을까? 이런 시각에서 보니 더이상 아가씨문학의 주인공에 40대가 등장한게 어색하지 않다. 미(美)를 본능적이라 할만큼 동경하는 여자로서 상상도 안되는 40대의 나이에도 자신의 삶과 사랑에 열정을 쏟아부울수 있는 그들이 정말 멋있었다. 이제 내나이만큼을 더욱 살아온 어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여자이자 인생선배로 바라보면서 2권에선 그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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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2 - 죽음의 예언에서 라그나뢰크까지, 영원한 상징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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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유명한 반지의 제왕이 자꾸만 떠올랐다. 사실 떠올리지 않는게 이상하다. 그 모티브가 되는 신화이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새로운 느낌으로 책을 읽으며 영화속 장면들을 떠올렸다. 북유럽 신화에 대해서는 아는게 전혀 없었다. 거의 백지상태라고 봐도 좋을정도였다. 그래서인지 영화 반지의 제왕도 남들만큼 재밌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 정신이 없다고 생각을 해왔으니 할말 다했다. 허허... 

이 책 안인희의 북유럽신화 1,2권은 이런 내게 아주 좋은책이었다. 이해하는데 부족함이 없게 쉬운 설명과 서술된 문장이 내겐 감사했다. 그저 신화의 이야기만 나열했다면 알아차리지 못했을 상징성이나 의미들도 친절하게 쓰여있고 관련된 그림이나 조각상등도 실려있어 지루할 새가 없다. 마지막엔 책의 이해를 돕기위해 용어설명이 되어있고 종이재질이나 인쇄상태도 좋다. 나와같은 북유럽신화에 무지한 사람을 위해 신경쓴 흔적이 엿보인다. 

 모든 이야기를 시작과 끝으로 나눈다면 1권이 신화의 시작이고 2권이 끝이다. 즉 신들의 탄생에서 죽음까지를 담고있다. 이 두권을 이어서 생각했을때 가운데부분이 신화속에 등장하는 신과 거인, 인간, 요정등에 대한 설명과 일화를 소개한다. 두권에 걸친 신화속엔 너무도 인간적으로 보이는 신들의 이야기가 많다. 대부분이라고 하는게 좋을것같다. 불멸과 절대적인 존재로서가 아닌, 무언가를 갖기위해 그 대가(代價)를 치르고 죽음이 있음을 아는 신이었다. 신들의 아버지이자 전사의 신인 오딘조차도 지혜의 샘물을 마시기 위해 한쪽 눈을 내놓아 애꾸눈이 되었고 바네에서 아제의 신이 된 아름다운 여신 프라야도 황금목걸이를 얻기위해 난쟁이와 사흘을 함께 보내면서 몸을 허락한다. 정신연령이 의심스러울만큼 사고를 치고 수습하기 바쁜 불의신 로키와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거인들을 때려잡는 우직한 토르의 캐릭터도 인상적이다. 이런 신들간의 관계와 함께 그들의 최후 전쟁이 벌어지는 마지막엔 아홉세계의 전쟁이라 생각하니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 들면서 반지의 제왕 속 장면을 다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북유럽신화 자체의 구조와 캐릭터들도 재미가 있지만 이들에 관심을 갖게한 절대반지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영화속처럼 환각상태인듯 보일만큼 정신이상을 일으키게하진 않았지만 무시무시하긴 했다. 반지를 로키에게 빼앗긴 난쟁이 안드바리는 화가나 반지에 저주를 걸어버린다. 반지와 함께 빼앗긴 보물은 로키를 통해 흐라이트마르라는 농부에게로 전해진다. 반지를 손가락에 끼면 누구든 죽을거라던 저주를 전해듣고도 많은 보물에 눈이 먼 농부는 정말 반지의 저주를 받아 죽게 되고 돌고 돌면서 모두들 저주를 받는다. 비록 손에서 벗어났어도 잠시라도 끼우면 모두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그에 얽힌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신이라는 환상과는 달라 오히려 신선하고 재밌는 북유럽신화였다. 수요일이 오딘의 이름에서, 목요일이 토르의 이름에서, 금요일이 프라이의 이름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알고나니 더욱 친근하게 느껴져 절대 잊을수 없을것같다. 이름이 낯설어 조금 어렵기도 했지만 다른문화권의 신화임에도 이질감없이 빠져들수 있었다. 북유럽신화는 이제 더이상 내겐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멋진 안내를 받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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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시간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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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울의 늪에 빠져있을때 만나게 된 책이다. 그나마도 순전히 작가만을 보고 만난 책이다. 그렇지만 하마터면 볼수 없을뻔한 것이었는데 출판사측에서 연락을 해줘 내 손에 들어올수 있었기 때문에 고마운 마음에 책을 읽을때 만큼은 온전히 책에만 집중했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내용인지 알수가 없다. 표지그림만으로 대충 배경이랄까, 잘사는 어느집 여성이 나올것이라는 단순한 예상만을 할 뿐이다. 평범한 노리코 앞에 연하에 돈많고 능력있고 섹시한 고라는 남자가 나타나 청혼을 한다. 그와 결혼하면서 상류층 사모님이 된 그녀의 사적인, 그녀만의 사적인 이야기다. 

공감하기 어려운 호화로운 생활을 3년간 해온 노리코의 모습이 그림처럼, 액자에 갇혀있는 고정된 그림처럼 보였다. 하지만 끔찍이 아끼는 아내를 자신이 의식하는 계급에 맞도록 강요하고 아내의 과거, 생각, 행동, 취미등 모든것을 무시하는 고에게서 질려가는 노리코의 마음만은 이해할수 있었다. 서서히 죽어가는 -생기를 잃는다는 말이다. 오해가 없길!- 그녀가 침울한 지금의 나와 닮아있어 내가 괜히 다 눈물이 났다.  

사랑이라는 것에 있어 생기는 문제가 무엇때문인지 많은 생각을 하고있는 요즘이다. 아주 사적인 시간이라는 제목이 내게는 순도 100퍼센트의 역설로 들릴만큼. 이런것에 생각도, 경험도 없던 때엔 남자도 여자도 같은 사람이니까 다를게 없다고 생각했다. 여자라고, 남자라고 딱지를 붙이지 말고 생각하면 된다고 믿었다. 아픈 경험을 하고 난 후 남녀간의 차이와 사랑에 대해 책을 읽어댔다. 그리고 나는 내가 나름대로 어른이 됐다고 느꼈다. 상대를 믿고 잘 아껴줄수 있다 라고. 그럴줄 알았다. 참 우습게도...... 닥치고 보니 나는 내 기분도, 마음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고 휘둘렸다. 그에 따라 나도, 그사람도, 우리사이도 냇물에 떠내려가는 종이배처럼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있는 것이 어려운 종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함께 살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것같다......................하지만 원래 사랑했던 혹은 서로에게 상냥했던 남자와 여자 사이에 냉혹한 말이 처음으로 오갔을 때의 심적 충격은, 세상의 그 어떤 큰 사건에도 필적할 만하다. 또 만일 한족이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을 때, 다른 한쪽이 그런 말로 상처를 준다면 그것은 범죄나 마찬가지다. 그것도 보통의 범죄와 달리, 사랑의 문제에 있어서 그것은 누구도 심판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81년 5월에 썼다는 이 작가의 말이 20년도 더 지난 지금 내게 뼈저리게 공감이 되는지...... 그냥 자체만으로도 마음 깊이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게 다나베 세이코 작품의 힘인것같다. 답은 모르겠지만 위안은 받게된다. 아주 솔직해질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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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 박완서 산문집
박완서 지음 / 열림원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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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산문집을 좋아하는 편이다. 좋아하는 정도에 비해 많이 읽어보진 못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이전시대의 이야기들을 좋아한다. 어렵고 모진 시절이지만 그래도 자꾸만 눈이 가는걸 보면 내가 그 세대들의 자식이 맞긴 맞는 모양이다.
 
박완서라는 이름은 신뢰가 두터운 하나의 브랜드 이름과도 같았다. 장편인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를 읽어봤고 단편인 보시니 참 좋았다를 읽어봤는데 장편도 단편도 모두 든든한 만족감을 주었다. 그리고 나는 한사람의 애독자가 되었다. 그런 작가의 산문집이 나온다니 당연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무척 원한 책이었지만 막상 손에 쥐고보니 이렇게 읽을 수 있는게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처음엔 자그만 집의 밭에 꽃을 심고 잔디 가꾸고 잡초를 제거하는 그런 전원생활의 모습이 나온다. 지금 시골에 있는 내겐 무척 정겨운 모습이다. 엄마와 같은 우리네 이웃을 보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에 대한 부분, 소중히 인연을 맺은 지인들의 이야기, 자라온 과정을 쓴 이야기 등등 모두가 인간적이었다. 열렬히 환호하는 내게 우상과 같은 작가의 큰 모습이 아니라 나와 같이 실수도 하고 속상한 일도 겪으면서 기쁨도 슬픔도 가지고 살아가는 따뜻한 이웃의 한사람을 보았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장을 덮을땐 마음이 무척 잔잔하고 평화로웠다.
 
직접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를 할수는 없지만 함께해서 든든하고 정이 가는 한 사람을 지면으로나마 만날수 있었던 그 시간들이 기뻤다. 그렇게 애틋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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