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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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마다 소지는 점성술 살인사건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나는 아직 그 책을 못읽어봤다. 대신 마신유희라는 책은 읽어서 작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마신유희는 도입부가 제법 지루했고 이국적인 느낌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읽기 편하고 집중되는 책이어서 그런 글을 쓴 작가에 대해서도 특별한 인상을 갖고있었다. 그 책 하나는 봤으니 좀 더 익숙하지 않을까 하고 이 책을 집어들었다. 추리소설을 자주 읽지는 않았지만 -올해엔 이 책이 첫번째 책이다- <미스터리에 자신이 있는 독자라면,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라는 도전적인 문구에 괜히 더 읽어봐야 할것만 같은 객기마저 생겨버렸다. 풀생각도 없으면서.. 

  표지에 보면 서양의 어느 오래된 성같은 저택과 그 옆으로 살짝 기울어진 탑이 보인다. 저곳이 이 책의 배경이 된다. 이 큰 저택은 유빙관이라고 이름지어졌다. 유빙관은 엘리자베스 왕조풍의 서양식 저택과 피사의 사탑을 본뜬 둥근 탑이 도개교로 이어져 있는 독특한 외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점은 저택과 탑 모두 남쪽으로 5, 6도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저런곳에서 살아도 별 문제가 없을까 싶은 생각을 잠시 했다. 이 큰 저택을 지은 하마모토 고자부로는 딸 에이코와 함께 크리스마스를 맞아 손님들을 초대했다. 기쿠오카베어링의 사장인 기쿠오카 에이키치, 그의 애인, 운전수, 부하 부부, 젊은 대학생등 몇몇을 맞이하여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문제는 첫날 밤에 살인이 일어나지만 범인을 잡을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밀실 살인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이 불안해한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시마다 소지의 추리소설에는 점성술사겸 탐정인 미라타이 기요시가 등장한다. 옮긴이는 점성술 살인사건에 이어 두번째의 등장이라고 했지만 내가 읽었던 마신유희에도 미라타이는 무척 지적인 사람으로 등장했다. 어쨌거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탐정 미라타이가 이번 작품에선 참 입지가 좁았다. 한참 늦게 등장하더니 이전에 비하면 그의 매력도 좀더 약하게 느껴진다. 아무래도 미라타이의 추리보다는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쓰여진듯 보인다. 사건의 트릭등은 기발하긴 했지만 역시 내게는 조금 난해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고, 살해동기도 이해가 갈듯 말듯도 하고. 

  다른 나라의 소설을 읽을때는 등장인물이나 지명이 익숙하지 않아 조금 어렵지만 이번엔 특히나 힘들었다. 시작부터 참 많은 사람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유빙관이라는 이 저택의 구조도 엉뚱한 면이 많고 방도 많아 빨리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그림이 간간히 나와있어 도움이 됐다. 마치 보고서를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작가가 사건에 대해 아주 성실하게 설명하고 독자의 이해를 도우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느끼기에 충분했다. 이는 사건의 미스터리를 더욱 높이는 역할도 했지만. 

  시마다 소지의 추리소설은 항상 묘한 느낌을 준다. 항상이라고 해봐야 이제 달랑 두권째이지만...... 사건 자체에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포심을 자극할 무언가를 항상 꼼꼼히 챙겨넣는 작가같다. 그것이 때로는 인간의 힘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것만 같이 느끼게 해주기 때문에 더욱 그런지도 모른다. 그렇게 보면 이 사건을 해결하는 미라타이의 이력도 조금은 묘하다. 극히 논리적이어야 하는 탐정이 점성술사라는 것은. 하지만 이런면이 있어 시마다 소지의 작품은 차별성이 있고 독특한 인상을 남기는것 같다.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점성술 살인사건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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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 앤드 밸리 - 절망의 골짜기에서 다음 봉우리를 바라보라
스펜서 존슨 지음, 김유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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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이렇게 되는 일이 없지? 이런말을 안해본 사람은 몇이나 될까. 반대로 요새 하는 일마다 너무 잘돼~ 라고 말하는 사람은 또 몇이나 될까. 잘된다는 긍정보다 되는일이 없다는 절망의 목소리를 더욱 많이 해봤을 것이다. 이런 말은 찾기도 쉽다. 누구나 겪는 일이고 고민이기 때문일까. 사실 누구도 겪고싶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선물이라는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스펜서 존슨의 또다른 책이 출간됐다. 피크 앤드 밸리라는 제목의 책으로 스펜서 존슨의 지혜를 여전히 함께 할 수 있는 책이다. 그가 이번에는 인생의 오르막과 내리막을 폭넓게 보고 이해하며 절망에서 더욱 빨리 벗어나 절정에 좀 더 오래 머무를 수 있는 길을 이야기하고 있다. 삶은 항상 좋을수도, 항상 나쁘지만도 않단다 라는 것은 알지만 가슴으로 느끼기엔 정말 어려운 진리이다. 이러한 것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보면 스펜서 존슨이라는 사람 역시 많이 성숙한 어른일 것이라고 짐작한다.  

  이 책도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우화형식을 띄고있다. 어려움에 처한 마이클이 앤을 만나 그녀를 구해준 이야기를 듣는 내용으로 마이클이 듣는 내용이 거의 대부분이다. 후에 마이클이 자신의 삶에 적용시키는 과정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 젊은이가 자신이 살던 골짜기에서 벗어고자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절망하다 산에 오르는데 정상에서 노인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노인으로부터 삶의 굴곡에 대해 조언을 듣게 된다. 

  일이 좋지 않은 방향으로 풀리고 좌절할때 사람들은 열등감에 빠지기 쉽다. 상황이 어렵고 운이 나쁘니까 무엇을 해도 안될거라는 부정적인 시각 외에도 그런 불운이 나에게만 오는것만 같은 생각마저 하게된다. 그런탓인지 노인이 가장 먼저 언급한 것은 누구나 침체기가 있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 모두에게도 침체기는 있고 인생은 침체기와 전성기가 이어져 있다고 말이다. 그리고 말했다. 자기 자신의 가치는 변하지 않으므로 현재의 상황을 어떤 마음으로 보는지가 중요하다. 인생의 절정과 나락은 연결되어있기때문에 오늘의 성공에 도취해서 저지르는 실수는 내일의 불행을 초래하고 오늘의 시련에 슬기롭게 대처하면 내일의 행복을 창조할 수 있다 라고.  

  이런 커다란 틀 아래 노인은 젊은이에게 나락을 마주할때 주의할 점과 해야할 것, 절정에서 주의할 점과 필요한 자세등을 알려준다. 젊은이는 이를 바탕으로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깨달아가고 결국엔 훌륭한 사람이 되었다. 이 깨달음은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형식의 이야기로 되어있다.  

  읽는동안 나는 마이클이 되고 한 젊은이가 되었다. 그들이 무겁고 무기력한 마음을 벗고 새로 시작할때마다 덩달아 기대감으로 설레었다. 그들의 해피엔딩을 지켜보니 나도 그들처럼 현명하게 내 삶을 마주대하고 싶다고 간절하게 바랐다. 책의 내용은 어려운 내용도 문자도 없었지만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자신이 없다. 때문에 몇번은 더 읽어야 할것같다. 비록 짧았지만 인상깊은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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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의 질병완치
유태우 지음 / 삼성출판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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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처럼 책을 서점에서 충동적으로 사는일이 없는편인데 예외를 둔 책이 있다. 그 중 한권은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라는 책이었다. 새로 생긴 큰 서점을 구경하러 갔다가 사고말았다. 주말에 새로 생긴 서점의 활기찬 분위기에도 취했지만 제목이 너무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10kg이 결코 적은 몸무게가 아닌데 라고 중얼거렸던 일이 기억난다. 그 책으로 유태우라는 이름을 처음 알았고 표지에 사진까지 있어 더욱 쉽게 기억에 남았다. 그게 벌써 몇년 전인데 이렇게 새로운 책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직접 만난적이 있는것처럼 한결 낯익고 반가웠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책은 질병완치라는 제목처럼 한국인에게 자주 발병하는 온갖 질병에 대해 설명하고 그에 따른 주의사항, 일시적인 치료가 아니라 온전히 나았다고 여길 수 있는 완치에 대해 말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세계인이 아닌 한국인의 평균치에 맞춰진 설명, 병의 예방이나 완치를 위해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치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도록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면 이미 알고있는 내용인듯 하지만 읽다보면 몰랐거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겨울에만 두번이나 감기가 걸렸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감기가 걸렸는데 최근 몇년간 감기에 걸리면 갈수록 여러증상이 겹쳐서 한꺼번에 몰려와 기어이 약을 먹곤 했었다. 가장 곤혹스러운것은 두통과 열이었다. 눈이 빠질듯해서 볼멘소리를 친구에게 한적이 있었는데 머리로 열이 몰려서 그렇다는 말을 듣고서야 열이 나는줄 알았다. 하지만 약을 먹으면 가장 먼저 없어지는 증상도 이것이었다. 대신 새로 감기에 걸리면 끊임없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 않았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걸린 감기에서는 약을 안먹고 버텼다. 생강차와 대추차를 섞어 끓인 후 이를 수시로 마셨고 틈나면 잤다. 밥이나 대추생강차를 먹는 시간 외엔 거의 다 잠만 잤던것 같다. 당연히 크리스마스도 가는 줄도 모르고 보냈다. 며칠 그렇게 하고나니 머리아프고 눈이 빠질것같던 것이 가라앉았고 몸살기운도 조금은 덜해졌다. 그리고 난 후에 약을 먹었는데 해가지나 겨울의 끝자락에 또다시 걸린 감기에선 약을 먹을때 갖고있던 증상들만 다시 나타났다. 아, 감기약...... 약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태우의 질병완치를 읽으면서 조심해야 할 죽는병 - 암이나 심장병과 같은-에 대한 부분도 잘 알아두어야 했지만 아픈데도 죽지 않는 병이나 생활습관에 대한 부분이 더욱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몸의 저항력을 키우기 위한 설명에서 감기를 그냥 앓으라는 제목만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괜히 뿌듯했다. 술이나 담배에 대한 내용도 언급이 되고있는데 이부분만이라도 손에 쥐어주고 싶은 사람이 생각나 조금은 안달나기도 했다. 가만히 읽고 있으면 몸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력이 높아지고 시야도 넓어진다. 책의 내용이 몸의 자연 치유력과 기능을 살려 건강한 삶을 사는것에 목적을 두고있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기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이런 마인드일 것이다. 

  병에 대한 올바른 습관과 지식등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 이 책에서도 강조한 또 다른 주문은 바로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다. 평소의 생각에도 과거보다 현재와 미래에 더욱 비중을 두고 병에 대한 정보도 증상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어 보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생각이 밝고 강해야 몸도 더 빨리 병에서 해방되고 자신이 원하는대로 따라와줄 수 있다. 이런 주문은 함께 소개되는 내몸 훈련방법의 체계적인 설명에 대한 신뢰가 더해서 힘을 얻는다. 그래서 책을 덮을때쯤엔 누구나 내 몸을 원하는대로 바꾸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거라는 희망으로 기운이 솟아난다.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이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전의 책도 그런 희망을 함께 심어주어 기분좋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은 좀 더 포괄적으로 변했지만 긍정적이고 희망찬 메세지는 여전해서 좋았다. 어려운 의학도서 다 내려놓고 이런 책부터 읽는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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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주지 않는 따뜻한 말의 힘
이정숙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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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에 독서계획을 세우면서 화술에 대한 책을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했었다. 1월에 세운 이 계획을 4월에야 실천하기 시작한게 조금 민망하지만 책을 고르는 것 자체도 쉽지 않았다. 시중에는 정말 멋진 책이 많았다. 유머를 곁들인 화술을 구사하는 방법,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을 성공으로 이끌어주는 말의 방법, 남을 설득시키는 말하기 방법등 가지가지였다. 무작정 화술에 대한 책을 보겠다고 생각한것이 잘못이었다. 좀 더 자세한 목적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왜 화술에 대한 책을 보고싶어했는지를 다시 따져보았다. 그리고 금새 답을 찾았다. 말이 많고 말하는데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 만큼 늘어나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그 실수라는 것은 바로 남에게 나도 모르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잠들기전에 그날의 일을 가만히 떠올리다 뒤늦게 이 말이 그애에게 기분나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된적이 있어 조심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래서 읽은 책이 대화전문가 이정숙의 책이다. 제목도 내게 딱이다.  

  처음에 책을 읽기 시작할때는 심심했다. 한마디로 누가 몰라? 라는 대꾸가 자꾸 나오는 내용이 펼쳐졌다. 책에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위로하고 긍정적인 말을 따뜻한 말이라고 칭한다. 반대로 화를 누르지 못하고 내뱉어져 상대방도 할퀴고 상처주고 관계를 단절시키는 말을 차가운 말이라고 한다. 처음엔 이 따뜻한 말이 왜 좋은지, 어떤 효과를 가져오는지 설명한다. 그래서 심심했다. 따뜻한 말이 좋다는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때문에 심드렁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는 책이 절반을 넘어가기도 전에 점차 사라졌다. 그리고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내게 비추어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책을 덮을때엔 읽기 잘했다는 생각뿐이다. 

  사람들은 몸에 좋은 약은 쓰다고 충고를 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지인이라고 여기면서도 그런 따끔한 충고를 들으면 고마움보다 상처와 놀라움이 앞선다. 나도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경험을 했다. 더 웃기는 것은 이런 내 반응을 잊고 남에게는 밀어붙이기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말미엔 항상 아팠다면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하면서도 어쩐지 말을 내뱉는 나도 속이 시렸다. 이제까지 나는 착각을 해왔던 것이다. 그런 말이 좋은 말이라고 여겨왔는데 이제보니 그렇지 않았다. 마음이나 의도는 좋았지만 상대에게 전하는 과정은 엉망이어서 내 뜻과는 반대방향으로 향해있었다. 이를 책을 읽고나서 명확히 알았다. 사람은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비난을 들으면 언짢은 마음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흥분하고 화가나면 말의 내용보다 불편한 마음에 더 집중을 하게되어 상대방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갖게 한다고 한다. 따라서 상대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면 불편한 감정을 이해해주고 먼저 표현해주어 화를 가라앉혀야한다.  

  이에 못지않게 눈여겨 볼 내용이 있다. 습관적으로 하는 말에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를 얼어붙게 만드느 차가운 말이 있다. 평소 짐작조차 못한것이어서 책을 읽으며 정말 놀랐다. 다음에 나열하는 말은 차가운 말이다. <하지만, ㅇㅇ했어야지, 하라, 하지 마, 안돼, 어쩔 수 없어, 별문제 없지?, 넌 항상 그러더라.> 이 말중에 뭔가 잘못됐다고 여겨지는 말이 있는가? 사실 책을 읽으면서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별문제 없지 라는 말은 이게 왜 차가운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쉽게 듣고 쉽게 쓰는말이 아닌가. 책을 읽고서야 알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모두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부정하는 느낌을 주고 말에도 부정의 단어가 들어가있다. 어쩔 수 없다는 말에는 없다라는 단어가 들어가 듣는 사람에게 성의없게 들린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별문제 없지 라는 말에도 없다라는 단어와 부정의 뜻을 담는 문제라는 단어가 있어 듣는사람은 자신이 문제꺼리이거나 혹은 그런 문제를 안고있는 사람으로 인식된다고 여겨 마음을 닫게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하지만은? 하지만이란 단어는 그 자체로 파괴적인 단어라고 한다. 때문에 이 단어를 들으면 상대방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않고 말대답하는 것으로 들린다고 한다. 정말 놀랍다. 구어체로 여겨지지 않아 거의 사용하지 않았던게 다행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도 선뜻 납득하지 못할때가 간혹 있었는데 그럴때마다 연기하듯 말을 해보았다. 가끔 드라마 속에서는 등장인물이 같은 말을 다양한 톤과 어감으로 자신의 모습을 비추어보며 말하는 장면이 나오곤한다. 나도 그렇게 이해가 어려운 말을 차가운 느낌과 따뜻한 느낌을 담아 말해보았다. 그렇게 하고보니 둘 중 하나는 미묘하게 어색한 느낌이 들어 그 말이 왜 차가운 말인지 왜 따뜻한 말인지 이해되고 이들을 구별할 수 있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말을 하는 방식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또한 사람들을 존중하고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인격이 우선임을 알았다. 말은 그사람을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다시한번 깨달으면서 역으로 내가 짚어낸 평소 내 말투의 단점에서 내 성격의 모난부분을 보았다. 처음에 기대한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 생각하게 된 책이었다. 
 
뇌에 입력된정보들을 차갑고 공격적으로 편집하면 공격적이고 사나운 말이 나오고, 부드럽고 따뜻한 방향으로 편집하면 부드럽고 따뜻한 말이 나온다.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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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차인표 지음, 김재홍 그림 / 살림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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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모르게 생긴 작은 편견으로 처음엔 이 책을 거들떠도 안봤다. 주변에서 이 책을 눈물흘려가며 보았다고 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관심밖으로 밀어두었을 것이다. 생각외의 반응에 조금 놀라기도 했고 괜찮다고 한번 보라고 하기에 서점에서 급히 찾아보게 됐다.  

  조금 읽어보니 마치 전래동화같았다. 호랑이가 등장해서 그런걸까. 아무튼 문체도 동화마냥 따뜻했고 글의 내용도 그랬다. 옛날이야기같은 이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앞으로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시작은 흡족했다. 그래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이면 귀신이 나와도 무섭지 않을 것 같았다. 

  원래 호랑이와 친근하게 살아가던 호랑이마을 사람들은 임금님의 호랑이 사냥이 있은 후로 호랑이를 무서워하게 됐다. 더이상 예전처럼 서로 어울려 살아가지 못하게 됐고 담을 높이 올려 쌓으며 살아가고 있다. 이 마을에 황포수와 그의 아들 용이가 찾아와 백호를 잡겠다고 한다. 호랑이를 잡으러 간 사람들은 대부분 살아 돌아오지 못했기 때문에 말리지만 그들의 뜻은 완강하다. 아내와 딸을 잡아간 백호를 잡지 못하면 대신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고 무섭게 만드는 육발이라는 호랑이라도 잡겠다고 한다. 결국 황포수 부자는 그 마을에 머물게 되고 촌장의 손녀 순이와 고아인 딸국이, 용이의 인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 마을에도 일본군이 오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이야기 흐름이 매끄럽고 쉽게 빠져들어 눈을 떼기 힘들었다. 이 책이 약 10년에 걸쳐 쓰였다는 것을 보고 너무 쉽게 빨리 읽어버리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까지 했다. 하늘에 있는 엄마별에 의지하는 순이는 엄마별을 찾지 못하는 용이에게 백호를 용서하라고 하는 부분이 있다. 용서하고 네 마음이 편해지면 보일 것이라고. 용서를 빌지도 않은 백호를 어떻게 용서하냐는 용이의 말에 대답하는 순이의 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용서는 백호가 용서를 빌기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엄마별 때문에 하는 거야. 엄마별이 너무 보고 싶으니까.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아직도 껄끄러운 우리와 일본의 역사가 슬그머니 떠오른다. 

  따뜻한 이야기, 따뜻한 문체, 생각할수록 슬픈 역사가 정성껏 버무려진 소설이었다. 중간 중간 '나 제비 맞아?' 와 같은 말을 내뱉는 제비가 있어 웃으면서 기분전환을 하기도 했다. 글도 좋았고 그 안에 담긴 어른스럽고 성숙한 생각이 좋아 이 책에 가졌던 편견에도 읽어볼 수 있게 된게 지금은 그저 다행스럽다. 따뜻한 봄날에 읽으면 참 좋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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