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멸감 -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지음, 유주환 작곡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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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쓸모 많은 사회학 - 한국 사회를 지배한 모멸감을 꺼내 보이다.

 

   김찬호는 우리의 삶과 사회를 조망하고 분석하는 사회학자이다. 30개의 공간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삶과 문화를 탐구한 [문화의 발견], 돈의 실체를 인문학적으로 규명한 [돈의 인문학]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모멸감]은 ‘굴욕과 감정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달고 가장 최근에 출간된 책이다. 책은 우리의 삶을 비인간적으로 만드는 위험한 감정인 모멸감에 대해 다룬다. 과거나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문제이기에 공감하며 책장을 부지런히 넘기게 된다. 저자의 눈을 통해 사회를 넓게 바라보면 모멸을 주는 우리가 보이고, 모멸감으로 고통 받는 우리가 보인다.

 

   최근 보복 살인, 보복 운전, 층간 소음으로 인한 살인, 고객의 갑질 행태 등 흉흉한 사건이 자주 보도된다. 왜 이렇게 사소한 일에 크게 분노하고 위험한 행동을 하는지 동기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다. 저자는 이러한 사건들의 이면에 모멸감이 존재한다고 본다. 모멸감은 타인에게서 모욕이나 경멸을 받았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모멸은 인간이 목숨 보다 소중히 여기는 자존감을 크게 훼손시킨다. 자존감을 훼손당한 사람은 ‘자신 또는 남을 죽이고 싶은 충동마저’ 느낀다. 저자는 한국이 모멸감을 쉽게 주는 사회라고 말한다. 철저한 서열의식과 귀천 관념,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짓밟는 심보가 한국인의 심성을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서로 아무렇지 않게 모멸을 주고받는 사회 안에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도, 행복할 수도 없다. 오늘은 내가 갑이지만 내일은 을이 되어 누군가에게서 모멸을 당할 수 있다. 그렇다면 나의 자존감을 지키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저자는 세 가지 차원에서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는 일자리 창출, 불평등한 분배의 개선, 부동산 가격 안정 등 구조적 차원의 접근이다. 둘째는 특정한 기준으로 인간의 귀천을 나누는 문화를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 존중받도록 바꾸는 문화적인 차원의 접근이다. 마지막은 모멸감을 당하지 않도록 개인의 자존감을 키우는 일, 즉 내면적인 힘을 키우는 일이다.

 

   [모멸감]을 읽으면서 문득 이것이 사회학의 쓸모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사회학은 사회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시야를 통해 나의 위치를 확인하게 해준다. 개인의 삶과 사회․문화 구조가 맞닿은 지점을 조망하게 해준다. 사회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사회의 이면이 또렷이 드러난다. 나와 너를 가르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나 보다 못하다 싶으면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 내가 받은 모멸감을 더 약한 사람에게 분노로 퍼붓는 사람들. [모멸감]을 통해 우리는 한국인을 지배한 부정적인 감정들의 이면에 존재하는 모멸의 매커니즘을 확인할 수 있다. 책에 인용된 연구물, 영화, 문학 작품, 다양한 통계 자료는 나 또한 모멸 매커니즘의 일부일 수 있음을 생생하게 깨닫게 해준다. ‘모멸감을 주는 사회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모멸감을 쉽게 느끼는 마음’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만,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한 세 가지 차원의 대안이 그리 새롭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원론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쳐 아쉽다. 하지만 한국 사회를 지배한 감정의 실체를 분석하고, 모멸의 매커니즘을 지적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크다. 모멸을 넘어 존엄한 삶, 인간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책에 담긴 사유는 넓고 깊지만 읽어나가기 어렵지 않다. 인용한 문구나 사례들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것들이라 낯설지 않고, 조곤조곤 이야기를 풀어내는 저자의 문체도 쉽게 읽힌다. 사회학의 쓸모가 궁금하다면, 모멸감이란 낱말에 자꾸 눈길이 머문다면, 한국인을 지배한 분노와 불안의 원인을 알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읽어보자. 당연시 했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고, 나는 그 동안 누군가에게 모멸을 주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된다. 사회학의 쓸모를 깨닫게 되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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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체를 읽는다 / 박찬국/ 아카넷/ 2015-12

 

  책모임에서 니체의 대표작을 함께 읽었다. 다양한 번역본을 접했는데 박찬국의 번역이 가장 친절했고, 이해하기 쉬웠다. 철학 초보자들이 겁없이 도전한 니체 읽기는 쉽지 않았다. 문장 너머의 깊은 사유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니체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내삶의 주인이 되라는, 내가 당연하다 믿는 것들을 의심해보라는 니체 덕분에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내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문제들을 제대로 살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툭툭 털고 일어나 나만의 삶을 창조해낼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박찬국 교수가 <니체를 읽는다>를 새로 냈다. 목차를 살펴보니 니체의 핵심 사상을 정리하고, 니체와 대적했던 사람들과 니체를 해석했던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실었다. 니체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나 나처럼 니체를 더 잘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책 같다. 아카넷에서 나온 박찬국  번역의 <비극의 탄생>을 즐겁게 읽었던 경험이 떠오른다.

                               아카넷, 박찬국, 니체. 믿고 읽어도 되지 싶다.

 

2. 제국의 역습 진격의 일본/ 조용택/북클라우드/2015-12

 

  한국과 일본의 문제는 감정적인 접근으로 해결될 수 없다. 두 나라의 관계를 면밀히 살피고, 일본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일본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들이 어디를 보고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이 책은 과거에서 현재까지의 한일 관계를 두루 살피고,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한국이 일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게 쓰였다. 과거를 아파하고 분노하는데 그치지 않고 영리하게 일본과 상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지식인 것 같다. 추천사 중에 '한국의 역사에서 고려시대는 평균 1.09년에 한 번, 조선시대는 1.44년에 한번 꼴로 침략을 당했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배우고, 깨닫고, 행동해야 한다.

 

 

 

 

3. 교실을 위한 프레이리 / 아이러 쇼어/ 살림터/ 2015-12

 

   '배움이란 혼자 떠드는 교사로부터 수동적인 학생에게로 기술이나 정보가 옮겨 가는 것이 아니다. 교사는 말하는 교과서를 넘어, 그저 시험지를 돌리고 수업 계획서대로 의무적으로 가르치는 지식 기능공을 넘어, 크나큰 희망을 품고 성장해가야 한다. 가르침은 교사와 학생 모두로 하여금 우리를 옥죄는 사회적 제약을 통찰하게 하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에 눈뜨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책 소개글을 읽고서 어찌 읽지 않을 수 있겠나. 지식과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교사가 단순히 '가르치는 사람'이라면 멸종할 수밖에 없는 직업이 되는 건 당연하다. 교사는 성장, 성찰의 길에 학생과 손잡고 나아가는, 큰 그림을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교사는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 해야 하는가. 이 책을 통해 귀한 조언을 얻을 수 있을 듯 하다.

 

 

 

4. 전문가들의 사회/ 이반일리치 외/ 사월의 책/2015-12

 

  '전문가는 우리의 타고난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듦으로써 삶을 지배한다. 육아, 심리, 교육, 인간관계, 심지어는 삶의 지향까지 그들에 의해 결정된다. 전문가에 의해 시민은 '고객'으로, 국가는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우리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는 공동의 정치 역시 실종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 사회의 허구를 꿰뚫어 봄으로써 가능성의 존재인 인간을 회복하기 위한 지침서이다.' 지인들과 집 안에 의사 한 명, 변호사 한 명쯤 있어야 한다는 말을 농담처럼 자주 한다. 일반인들은 의학이나 법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피해자가 되기 쉽기 때문이다.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은 자신들끼리 정보를 독점하고, 자신들만 아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것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누린다. 이 책은 전문가 사회의 허와 실을 낱낱이 들춰낸다. 이반일리치 전집 중 한 권이라 반갑다. 읽고 싶다.

 

 

 

5. 왜 분노해야 하는가/ 장하성/ 헤이북스/ 2015-12

 

   '한국의 불평등은 재산 불평등보다 소득 불평등 탓이 크고, 그 원인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고용 불평등과 대기업, 중소기업 사이의 불균형이다.'라는 문구에 눈이 간다. 얼마 전에 한 방송에서 장하성 교수를 인터뷰 했던 기억이 난다. 세세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한국 사회의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그의 말이 꽤나 명쾌하게 와 닿았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의 목차를 살펴보니 한국 사회의 불평등 구조의 원인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마지막 장에서는 대안을 '정의로운 분배'로 제시하고, 그 희망을 청년 세대에게서 찾는다. 답답하기만한 현실에 속만 끓일게 아니라 문제를 알아보고,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해보고 싶다. 우리 사회는 뭐가 문제인가, 우리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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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의심한다
강세형 지음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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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의 문턱에 선 당신과 나의 이야기

 

 

‘나는 그런 어른들이 더 무서웠다. 나를 의심하지 않는 어른,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는 어른들보다도, 내가 지금 거짓이나 틀린 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자신에 대한 의심이 조금도 없는 어른들이 백배는 더 무서웠다. ’(12-13쪽) ​

 

   곧 마흔이 되는 저자의 독백이 마치 나의 것처럼 느껴진다. 30대 중반의 내가 한 번쯤 가졌을 법한, 그러나 일상을 살아내느라 잊어버린 생각들이 고스란히 이 책에 담겼다. 나보다 어른인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당신들과 다르게 살 거야.'했던 호기로움은 '삶이란 다 그런 거구나.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군.'하는 수긍으로 바뀐 지 오래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나처럼 살아라 하기에는 떳떳하지 못한, 어중간한 나의 모습. 『나를, 의심한다』를 읽으며 그런 나의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볼 기회를 얻었다. 30대 중반을 넘어 40대로 향하는 사람이 갖는 고민과 삶에 대한 사유는 작가만의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것이기도 했다.

 

   강세형은 라디오 작가로 일하다 2010년『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출간한 이후 본격적으로 글을 써 오고 있다. 2013년에 『나는 다만, 조금 느릴 뿐이다』를 출간했고, 이번『나를, 의심한다』가 세 번째 책이다. 자신의 일상,과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덤덤하게 들려주는 에세이집인데, 짧은 에세이 24편이 담겼다. 굳이 책의 주제를 뽑아보자면 '어른이 된다는 것',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일상의 평화로움이나 자연의 아름다움, 사람들의 행복한 일상을 담는 서정적인 글을 기대하면 안 된다. 문체는 다소 건조하며, 작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회색 구름이 꽉 낀 날처럼 어둡고 우울하다. 20대에 꿨던 꿈을 기억하고 있고, 그때의 감수성을 여전히 간직한 채 사회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30대의 마음 풍경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는지.

 

   작가는 J의 ‘저절로 그려지는 그림’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지난밤 무슨 꿈을 꿨을까,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지난밤 어떤 아이였을까. 이 수많은 어른들은 또 어떤 아이로 태어났던 걸까,’(152쪽)하고 묻는다. 당신도 ‘아름다운 글을 쓰기 위해’,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었다고 말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학업, 취업, 결혼, 육아 등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급급해서 잊어버렸던 나의 꿈이, 열정이 그리워진다. 저자는 오래전부터 지켜봐온 영화감독의 최근 작품이 ‘너무 어른의 영화 같아서’ 슬펐다 한다. 감독의 젊은 날에는 볼 수 없었던 배려와 머뭇거림이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줄 위에 올라야 했다.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균형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야 했다. 아무리 우리의 마음은 아직 어린 날의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 해도, 우리의 시간은 이미 어른의 영화 속으로 넘어와 있었으니까’(135쪽)라는 저자의 독백을 듣고 있노라면 어른 되는 일의 쓸쓸함이 크게 와 닿는다. ‘ 사람들은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하나를 얻으면, 그 하나의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둘을 생각하고, 그 둘을 위해서 쉼 없이 달리고, 그다음엔 또 셋, 넷, 다섯, ….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193쪽)라는 물음은 고스란히 독자에게로 날아든다. 당신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느냐고, 매 순간 자신의 삶을 제대로 느끼며 행복하게 살고 있느냐고 아프게 묻는다.

 

   40대 진입을 코앞에 둔 30대의 작가 강세형. 그녀는 정말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가 보다. 혹시나 주어지는 그대로 만족하며 살고 있지 않은지, 자신의 생각이 당연히 옳다고 믿어버리고 있지 않은지 끊임없이 의심한다. 독자는 남의 이야기인 듯 흘려듣다가도 문득 ‘그렇다면 나는?’ 하는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드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와 같은 30대 후반 40 초반 연령의 독자라면 특히나 크게 공감할 것이다. 강세형은 젊은 날의 열정에서 빚어지는 열정과 호기심, 사랑을 잃어버린 지금 우리의 모습을 담담하게 들려 준다. 그리고는 그냥저냥 살다가 그저 그런 어른이 되는 건 별로라는 말을 툭 던진다. 꿈 많고 열정이 넘치던 젊은 날의 우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증언한다. 친한 친구와 소주 한 잔 걸치면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라고 공감하면서 잔잔한 위로를 얻는다. ‘내가 이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내가 저것을 할 수 없는 핑계. 모든 핑계를 거두고 나면, 그리고 운이 좋다면, 나는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진짜 나, 진짜 나의 욕망을.’(291쪽) 라는 말은 ‘나도 진짜 욕망을 찾아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한다.


   힘겨운 30대를 넘어 40대의 문턱으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차분히 살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그리고 '좀 다르게 살아보는게 어때?'하고 어깨를 툭툭 쳐주는 특별한 친구 강세형을 만날 수 있다. 모든 게 익숙해지는, 당연해지는 시시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당돌하게 외치는 이 30대 (이제 곧 40대)의 돈키호테가 밉지 않다. 누구나 평온한 일상을 벗어나 무모한 도전을 감행하고픈 돈키호테를 품고 살고 있을테니 말이다. 40대, 50대, 60대가 된 강세형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그녀는 또 어떻게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또 어떻게 살아내고, 살아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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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사회/과학/예술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판타스틱 과학 책장 ( 이한음 | 조진호 | 이정모 | 이명현 (지은이) | 북바이북 | 2015-11-16)

 

  

   ' 과학책을 읽고 싶지만,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망설였던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 란 소개글만 보고도 마음이 동한다. 마냥 어렵게만 느껴지고, 나와는 먼 이야기로 생각되는게 과학이다. 과학 분야 책을 다수 집필하거나 번연해온 전문가들이 단계별로 읽어볼 수 있는 과학책을 골라 엮었다 한다. 목차를 살펴보니 오랫동안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 고전 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으면 좋은 과학만화책,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갖춘 신간도 포함되어 있다. 과학에 거리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나 과학책 읽기를 시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매우 유익하리라 생각한다.

 

 

 

 

2. 장자를 읽다 ( 양자오 (지은이) | 문현선 (옮긴이) | 유유 | 2015-11-14)

 

 

  <장자>는 기울어져가는 시대, 주류가 무너지는 사회에 읽히고 이해되는 책이라 한다. 사실 장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노자와 더불어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는 도인의 이미지로만 남아있다. 얼마 전 노자에 관한 책들을 읽으며 깊이 반성했다. 사회 안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주체적인 삶을 강조하는 노자의 이야기들은 참으로 귀한 것이었다. 바로 지금 현대인이 처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노자에 이어지는 장자의 이야기도 궁금하다. 비주류가 갖는 가치, 편협한 인간 중심 주의를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  

 

 

 

 

3. 간디의 진리 (에릭 에릭슨 (지은이) | 송제훈 (옮긴이) | 연암서가 | 2015-11-30 )

 

    요즘 국내에서 정부와 국민, 국민과 국민 사이의 갈등이 심각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테러 소식이 연일 들려온다. 서로 자신의 이야기만 할 뿐 상대편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다. 폭력은 폭력을 부르고, 수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는다. 안타깝고 화나는 소식들을 접하면서 문득 오래 전 들었던 비폭력 저항이란 단어와 간디라는 위인이 떠올렸다. 폭력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용기와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간디의 삶을 역사심리학적으로 재조명한' 책이라고 한다. 간디를 상징하는' 아힘사(비폭력), 사티아그라하(진리 추구) 그리고 브라마차리아(금욕)'에 대해서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하니 읽어보고 싶다. 지금 우리에게는 간디와 같은 지도자가 필요하다.

 

 

 

 

4. 정의를 부탁해 (권석천 (지은이) | 동아시아 | 2015-11-03)

 

  '25년차 베테랑 기자 권석천의 칼럼집. 저자의 눈은 한국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세대와 이념, 그리고 지역의 벽 너머에 있는 진실을 직시하려 애쓴다.' 손석희 아나운서가 서문을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요즘 정치,경제, 사회의 문제들이 나의 삶과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나와는 상관없다고, 나는 모른다고 뒤로 물러나 있을 수 없다. 관심갖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누구에게 정의를 부탁해야 할까? 궁금하다.'세월호와 메르스의 한복판에서 권력과 검찰, 법원의 심장부까지, 참혹한 살인부터 절박한 취업까지 현장을 뛰어다니며 그 속사정을 파고든다.' 바로 지금 우리의 문제를 다룬 이야기라 꼭 읽어보고 싶다.

 

 

 

5. 헌법의 발견 (박홍순 (지은이) | 비아북 | 2015-11-06)

 

  '인류 지성의 집합체이자 실천 강령인 헌법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책. 저자 박홍순은 헌법에 대한 무관심과 이해 부족은 특정한 세력이 헌법을 독점하면서 국가 정체성이 왜곡되고 주권을 비롯한 국민 권리가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한다.' 출판사 소개글에 있는 이 구절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할 이유가 생긴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헌법'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일반 국민이 헌법을 찾아 읽고 공부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헌법의 중요한 조항이 갖는 의미를 쉽게 풀어서 정리해서 누구나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나의 권리를 지킬 수 있다. 관심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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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에듀 2016 - 2016 대한민국 교육계를 뒤흔들 13가지 트렌드
이병훈 교육연구소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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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


  솔직히 나는 이런 종류의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란 사람이 원래 '트렌드'를 잘 읽어내지 못하고, 트렌드를 따르는데 거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공교육 밖에 있는 사람이 교육을 논해?'하는 말도 안 되는 자존심 때문일까. '교육의 트렌드'라니 괜히 싫었다. '알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이 컸다. 어려운 책이 아님에도 읽어내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막상 다 읽고 나니 읽어볼만했다는 생각이 든다.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분석을 통해 현재 세계적으로 중시되는 교육 이슈와 한국 교육의 흐름을 담아냈다. 책을 읽는 동안 교육 변방에 살고 있는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금 아이를 잘 키우고 있나'하는 무거운 회의가 드는 순간도 있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고, 그에 맞추어 교육도 큰 변화를 겪고 있었다.  

    대표 저자인 이병훈은 국내 최고의 진로 입시 및 학습법 전문가라고 한다. 방송 출연도 많이 했고, '공교육과 사교육계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교육컨설턴트'라고 저자 소개에 나와 있다. 아이가 아직 어린 탓인지 내게는 저자의 이름이 낯설다.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는 명확하다. 2016년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보여주는 것이다. 13개의 주요 이슈를 통해 한국 교육에서 어떤 것들이 중요해지고 있는지, 중요해질지를 짚었다. 13가지의 이슈는 코딩교육, 인성교육, 자유학기제로 진로 탐색, 플립러닝(거꾸로 교실), 중국어 교육, 아날로그 교육, 수학교육, 영어 절대평가시대, 국어교육 열풍, 고등학교가 대학 입시를 결정, 대학 교육, 국내 국제학교의 부상, 사교육의 현주소이다. 내가 가장 주의깊게 살펴본 부분은 코딩교육과 자유학기제 진로 탐색, 플립러닝에 대한 것이다. 여러 매체를 통해 대충 알고는 있었지만 어떤 배경에서 이러한 변화가 필요해진 건지 모르고 있었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소프트웨어가 중요해졌고, 컴퓨터 언어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코딩 능력을 갖추는 것이 미래 인재에게 필수적이라고 한다. 여러 나라에서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진작에 깨닫고 공교육 안에서 체계적으로 가르친다고 한다. 사람이 하는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시대가 온다. 부모인 내가 알고 있는 직업의 대부분은 사라질거라니 걱정이다. 2016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자유학기제의 도입 배경과 진행 과정도 책을 통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학습 후 진로 선택'에서 '진로 선택 후 학습'으로 변화하는 것은 아이를 위해 좋은 일이라 생각된다. 아이가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찾아보고, 자신이 즐겁게 잘 할 수 있는 일을 탐색하도록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으니 말이다. 플립러닝(거꾸로 교실)에 대한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플립러닝 교사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학생 스스로의 배움의 장을 마련해주는 교수학습법이다. 학생이 가정에서 학습을 미리 해오고 학교에서는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학생이 학습의 주체로 나설 수 있는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강남에서는 플립러닝을 내세운 사교육이 극성이라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공교육 보다 한 발 앞서 나가는 사교육.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교육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여러 유용한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지, 앞으로 중요하게 다뤄질 교육 이슈는 무엇이 있는지 한눈에 파악 가능하다. 책이 담고 있는 정보의 유용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마치 백화점에 가서 현란한 상품들을 구경하면서 모두 다 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생각 없이 유행을 좇고 싶은, 아니 좇아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이것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하니 우리 아이에게 모두 가르쳐야 할 것 같은 조바심이 난다. 교육 트렌드를 주도하는 강남 엄마들의 사례를 읽다 보면 위기감, 위화감, 불안감 등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각 이슈마다 '시사점'을 두어 현명하게 아이를 교육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간단히 짚어주고 있긴 하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모의 중심 잡기가 중요해 보인다. 예쁘고 좋은 옷은 많지만 내 몸에 잘 맞고,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한다. 교육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교육 트렌드는 잘 살펴보되 무엇이 나와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인지 잘 따져보아야 한다. 맹목적으로 유행만 좇다가는 아이를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남들 한다고, 강남 엄마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성공을 위해서 엄마의 정보력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나처럼 은둔하는 엄마는 여러 가지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런 책이 나와주니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다행이다. 이 책이 중고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더 유용할 수 있겠다. 학교 밖 소식에 둔감한 국공립학교 교사들도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피고, 공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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