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 25년 현직교사가 실천한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 아이들 마음에 일으킨 변화와 성장의 기록
이화자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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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을 읽으면 아이의 마음 그릇이 자란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

​   두 아이를 키우며 내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 부분이 독서 교육이다. 집 안을 책으로 채우고, 아이들의 책모임을 운영하며, 수시로 아이들과 책 이야기를 나눈다. 엄마인 나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으며, 엄마 책모임도 꾸준히 운영한다.  '공부를 잘 하게 하려고','위인들이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니까', '좋은 직업 가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니까'  이렇게 애를 쓰는게 결코  아니다. 나는 내 아이가 책을 읽으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고민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더 나아가 책을 통해 다른 이의 삶에 공감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렇게 ​큰 방향성은 갖고 있었지만 막상 ' 내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히는 이유는 이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기는 어려웠다. 뭔가 늘 막연하고, 확실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를 읽으면서 꽤 근사하게 나의 독서 교육 목표를 정리해볼 수 있었다.  

   인성 교육의 목표는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하고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24쪽)​

  저자는  지금 아이들에게 가장 시급한 건 마음 교육이며, 고전 읽기를 통해 아이들 내면의 성장과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의 이야기에 기대어 나의 독서교육 목표를 정리를 해보자면, '아이의 마음 그릇을 크고 단단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다져온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받는 기분이 들어 반가운 생각이 든다.


   마침 큰 아이가 4학년이 되고나서,  읽고 있는 책에 대한 아쉬움이 느껴지던 차라 이 책이 더욱 반가웠다.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담긴 책, 더 깊은 생각을 이끌어낼 수 있는 책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그게 바로 고전이다. 하지만 고전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정말 초등학생들이 고전을 읽을 수 있을까, 어떤 책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걱정이 앞섰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이런 내게 고전 읽기에 대한 용기와 확신을 주었다. 

  저자는 책의 1장에서 인성교육의 중요성과 고전읽기의 힘이 무엇인지 자세히 논하고 있다.

     고전 문학은 인간의 마음과 갈등에 대해 살펴보게 하고, 철학 고전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진실한 삶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건강한 가치관을 심어 주어 아이의 마음을 자라게 한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사람을 만나라."는 말이 있듯이, 위대한 고전을 탕생시킨 위대한 사람들을 만나는 출발점은 고전이다. 위대한 삶을 살다 간 인물들의 글에 접속하는 순간 그가 지닌 위대한 생각이 아이를 물들인다. (41쪽)


     아이들은 고전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등장인물들이 어떤 행동을 선택하기까지 이루어지는 고민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행동이 가져온 결과를 자연스럽게 함께하게 된다. 이로써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꼭 알맞은 행동 양식을 발견하게 한다. 다른 사람과 건강한 소통을 이룰 수 있게 된다.(71쪽)

아이가 자신의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내려면 내면의 힘, 즉 인성이 중요하다. 고전읽기는 아이가 스스로 깨치며 내면의 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훌륭한 멘토다. 그러니 머뭇거리지 말고 용기를 내어 고전읽기를 시작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2장에서는 저자가  2년 동안 교육현장에서 고전읽기를 실천하면서 관찰한 아이들의 변화를 정리했다. 산만하던 아이가 집중력 있게 책을 읽게 됐고, 아이들이 욕을 쓰는 일이 줄어드는 등 긍정적인 변화다. 그러나  저자는 " 고전의 명성 탓에 드라마틱한 변화를 기대한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이 작은 변화들이 가진 커다란 의미에 주목해 보길 바란다."다고 힘주어 말한다. 교육을 통한 변화는 한순간에 확, 엄청나게 크고 멋지게 나타나는 게 아니다. 교사로서 애정을 갖고 아이들 내면을 세심히 바라보았을 저자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녀는 아이들 내면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고 알아채려고 노력했을 거고, 발견했을 때는 엄청난 감동을 느끼며 아이를 격려했을거다. 아이 내면의 작은 울림들이 오랜 시간  모이고 모여서 단단한 내면의 힘으로 키워질 때까지 교사는, 부모는 믿고 기다려야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고전읽기가  또 다른 학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책에서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3장에서는 '가정에서 인성 고전 읽기를 시작하기 전 유의사항'에 대해 다룬다. 따라하기 쉬운 고전읽기의 메뉴얼을 얻고자 이 책을 펴들었을 독자는 이쯤에서 조바심이 날거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지는 언제 나오는거냐"며 짜증을 낼 법도 하다. 저자는 "효과적인 읽기법보다 중요한 것은 잘못된 고전읽기법을 바로 잡고 올바로 시작하는 것이다."면서 고전읽기를 시작할 때 교사나 부모가 가져야 할 자세를 안내한다.  '부모가 먼저 고전을 사랑하라.', '부모의 욕심을 버려라','고전에 대한 편견을 버려라','고전읽기를 방해하는 유혹을 없애라', '아이의 독서 수준을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성적을 올리겠다는 목적으로, 유명한 고전을 아이에게 들이밀고, 정답을 찾도록 고전읽기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거다. 이것은 독서교육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나는 이 가운데서 부모가 먼저 읽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읽어야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읽어야 좋은지 알 수 있다. 아이에게 책과 벗하는 삶이 어떤 모습인지 보여줄 수 있다. 특히나 고전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어려울 수 있으니 부모의 동행이 필수적이다. 당장의 손쉬운 방법을 안내하기 보다는 독자가 고전읽기의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이 저자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4장에 이르러서야 저자가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실천한 고전읽기를 엿볼 수 있다. 10권의 대표도서로 실천하는 인성 고전읽기를 자세히 담았다. 선정한 고전에 대한 간단한 소개, 고전을 선택한 이유, 고전을 읽을 때 주의할 점, 아이들과 함께 해볼 만한 활동으로 구성했다. 고전읽기 전후로 아이의 생각을 키워줄 질문들을 학습지 형태로 담고 있어 학교와 가정에서 실천하는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 학습지를 모두 채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면 아이에게 무척 지루한 공부가 될거다. 가뜩이나 한 문장 한 문장 생각을 많이 해야 하는 고전읽기인데 숙제까지 주어진다면 아이도 엄마도 일찍 나가떨어지게 된다. 저자는 5장에서 연필 한 자루 독서법, 고전 일기 쓰기, 독후 토론하기 등 꾸준히 해볼 만한 방법을 제안하고 있다. 가정에서는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고전읽기 방법을 조금씩 실천해보면서, 4장을 참고해서 활동을 심화시켜 나가는게 좋겠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은 어떤 구체적이고 유용한 지도안을 주는 책이 아니다. 책 이곳저곳에서는 '인성 고전읽기 프로젝트'라는 말이 종종 등장하는데, 저자가 2년 동안 실천한 실제적인 계획이나 실천과정은 담겨 있지 않다. 다른 독서 교육서처럼 방대한 추천목록을 부록으로 실어 독자를 유혹하는 책도 아니다. 저자가 추려낸 추천 목록을 끝에 실어 두고는 있으나 양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주변에 권해주고 싶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나 초등학교 교사가 독서교육의 실제적인 방법을 고민하기에 앞서, 특히 고전읽기를 시작하기 전에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왜 우리 아이들에게 책을, 고전을 권해야 하는지, 어떤 방향으로 읽어나가게 도와야 하는지를 생각해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저자 스스로가 고전읽기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올바른 고전읽기, 아이의 내면의 힘을 키우는 고전읽기를 해나가려 애쓴 저자의 진심이 느껴진다. 저자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다보면  고전읽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어떻게 접근해나가야 할지 스스로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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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한귀은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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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이를 살리는 로고테라피

<엄마의 인문학 습관>



   저자는 '전형적으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고, 전형적으로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평범한 14살 아들을 둔 엄마다. 아들을 키우면서 마주치는 긴장과 갈등, 고통 그리고 환희의 순간들을 54개의 짧은 에세이로 풀어냈다. 공부하지 않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고, 아이의 성적에 대해 고민하고, 사춘기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모습 등 엄마라면 누구나 공감할 엄마의 일상이 담겼다. 재미있고 쉽게 읽혀서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이 책은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래!" 하는 맞장구만 유도하는 동네 친한 아줌마의 수다 수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저자 한귀은은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로 '인문학으로 잔소리할 줄 아는 엄마'다. 엄마인 자신에 대해, 아이에 대해, 아이와의 관계에 대해 이성적 성찰을 해나간다. '엄마로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와 자신에 대해 여러 질문을 던져보고, 해석해나가는 로고테라피(Logotherapie)를 실천했다. 로고테라피(Logotherapie)란 ' 이성적으로 어떤 의미를 생각하고 발견하는 심리치료 방식'(p.212) 이다. 예를 들면, 아이의 행동 때문에 와락 짜증이 날 때 '내가 왜 짜증이 날까' 해석해보는 거다. '짜증이 나면 짜증을 억지로 참지는 말되, 그 짜증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고 아이와 자신에 대해 재해석을 해봐야 한다.'(p.213) 고 저자는 말한다. 짜증의 원인을 생각해보면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줄이고, 아이의 긍정적 변화를 유도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성적 성찰, 로고테라피가 저자가 강조하는 '엄마의 인문학 습관'이다. 

한마디로 인문학이란, 인간이나 인간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이다. 이 세상에서 엄마와 아이의 관계만큼 인문학이 더 필요한 경우가 있을까. (p.11)

   정말 그렇다. 아이를 고유한 인격을 가진 한 인간으로 키워내는 일을 하는 엄마에게 인문학은 필수적이다.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행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아이는 어떤 취향을 가진 사람인지, 나는 어떤 엄마가 될 수 있는 사람인지 끊임없이 되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 하는대로'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갈팡질팡하게 된다. 저자는 아들과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인문학을 통해 갈등의 본질을 이해하고, 대처 방법을 찾는다. 아이를 명문대를 보내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 들 때면 현대인의 모방 욕망을 꼬집은 르네 지라르의 <<폭력과 성스러움>>을 떠올린다. "내가 바라는 내 아이의 미래상이  '나의 욕망'인가, 누군가로부터 주입된 모방된 욕망인가?"를 따져 묻는다.

다른 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명문대에 넣으려고 기를 쓰고, 대기업에 가게 하지 못해 안달할 때, 자기 아이의 재능을 지켜보고, 아이의 욕망과 자신의 욕망을 직시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정말 잘 사는 사람이 아닐까. (p.39)

  아이가 원하는 것을 다 못해 줘서 미안한 마음이 들 때 저자는 버트런드 러셀의 <<행복의 정복>>을 들춘다. '지나치게 잦은 여행을 하고 지나치게 다양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어린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러셀의 말을 되짚는다. 행복의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권태를 이기는 힘을 가져야 하며, 아이의 행복을 위해 아이에게 권태를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지혜를 얻는다. 아닌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정말 바쁘다. 엄마들은 아이를 똑똑하게, 남다르게 키우고자 틈틈이 여행을 가고, 각종 문화체험에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 방학이면 경쟁적으로 박물관, 미술관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보면서  씁쓸함이 느껴질 때가 많다. 엄마 손에 이끌려 학습지를 손에 들고, 바쁘게 그림을 하나씩 훑고 지나가는 아이. 사설 학원의 체험학습 프로그램에 따라 강사 뒤를 따르며 학습지에 정답을 받아 적느라 바쁜 아이들. 나는 러셀이 강조한 '권태를 이기는 힘'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권태와 결피, 지루함을 참아내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저자의 의견에 크게 공감했다. '무엇이 중요한가?', '본질은 무엇인가?를 묻고 답하는 일, 그게 엄마에게 필요한 이성적 성찰이고 인문학 습관이다.  

​   저자는 아들을 키우며 자신이 겪은 시행착오를 그대로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엄마의 모습을 진실되게 보여준다. 엄마의 맘을 몰라주는 아이 때문에 상처받기도 하고, 아이와의 밀당을 하며 권위를 잃지 않으려 애쓰기도 한다. 평범한 엄마의 일상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일상에 묻혀 수동적으로 살아가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성찰해나간다. 엄마 노릇을 잘 해보려는 노력은 엄마인 '나'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자신의 성장과정과 취향, 장단점 등에 대해 차분히 정리해낸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아이를 이해하고, 아이와 소통하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도 '역할'이 아니라 '존재'로 다가가야 할 때가 있다. 역할의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분명 역할이 중요하지만 그 역할의 비중이 너무 커져서 존재를 막아버리게 해서는 안 된다. 나 자신을 엄마로서만 말고 '나'라는 존재로 보자. 내 아이도 내 아이로만 보지 말고 그 '존재' 자체를 보자. (p.222)

   엄마의 인문학적 습관은 엄마인 나와 아이를 '존재' 그 자체로 보는 일을 하기 위한 노력이다. '좋은 엄마'라는 허울 속에 나를 가두지 말고, '좋은 아이'라는 망상에 내 아이를 가두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왜?"라고 묻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엄마는 읽고, 쓰고,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인문학이 엄마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엄마의 성장이 왜 중요한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자기 절제 사회>>, <<절망의 시대를 건너는 법>>, <<레토릭>>, <<부모와 다른 아이들>>,<<인간은 언제 지루해했을까?>>, <<부모혁명 스크림프리>>, <<게으름에 대한 찬양>> 등 책 속에 인용된 글들은 지금 나와 내 아이의 관계를 성찰해보는데도 도움을 줬다. 책 읽기를 좋아하지 않는 엄마라도 이 책에 담긴 글들을 하루 한 편씩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이 책의 마케팅 문구처럼 하루 10분이면 족하다.

 

아이와 엄마는 공동체다. 아이의 행복이 엄마의 행복이 되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행복의 순환, 사랑의 피드백과 피드포워드, 그것이 엄마와 아이 관계의 본질이다. 그러므로 엄마는 아이를  '잘' 사랑해야 한다. 그 사랑 속에서 엄마 자신도 성장해야 한다.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은, 아이를 잘 키우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엄마 자신의 성장에 있다고 말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p.209) 

   책을 다 읽고도 '아이를 잘 키우려면, 잘 사랑하려면 엄마가 성장해야 한다'는 말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는다. ​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이일 뿐만 아니라 엄마로서의 나 자신이었다. 실로 나의 양육 투쟁은 치열했다. 그런데 그것은 아이와의 투쟁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투쟁이었다.'(p.288)라고 고백한다.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나 자신과 투쟁하고 있나, 성장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나 되묻게 된다.

   책에는 엄마와 아이의 관계를 담은 그림이 중간중간 등장한다. 그림에 담긴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나와 내 아이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서 공감하며 보았다. 특히나 마지막 그림인 한스 안데르센 브렌데킬데의 <가을, 나무가 우거진 오솔길>을 보다가는 울컥하기까지 했다. 가을 오솔길 가 벤치에 엄마가 앉아 있고, 저 멀리서 두 아이가 달려오는 어찌 보면 정적이고 편안한 그림이다. 그런데 저자가 덧붙여 놓은 설명을 읽어보면 편안히 그림을 볼 수가 없다.


멀리서 다가오는 아이 둘을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어떨까. 반갑고 흐믓하고 자랑스럽고 든든하고 뿌듯하고 행복할 것이다. 그래도 엄마는 일어나지 않는다. 나라면 아이들이 오기 전에 일어서서 먼저 달려갔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 안 된다. 아이들에게, 엄마에게로 다가올 시간을 줘야 한다. 엄마가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아이들은 저렇게 걸어오는 행동만으로도 엄마에게 힘을 준다 


​   나 는 엄마니까, 엄마라서 벤치에서 일어나 달려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는 마음을 안다. 엄마는 아이에게 먼저 달려가 뽀뽀를 퍼붓고, 아이가 넘어질까 봐 손을 잡아주고, 아이 발에 흙이 묻지 않도록 깨끗한 길로 이끌고 싶다. ' 그런데, 그럼 안 된다.' 는 저자의 단호한 어투에 울컥 눈물이 나려고 한다. 그래, 엄마는 사랑도 '잘' 해야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야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라는 이 책의 부제가 눈에 들어온다. 아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는, 그러나 '엄마가 그 자리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게 해주는 성숙한 엄마가 되고 싶다. 나는 하루 10분이 아니라 더 많은 시간을 읽고 생각하고 쓰겠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잔소리를 하지만 본인은 읽지 않는 엄마,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잘 모르는 엄마, 아이와의 감정싸움으로 힘겨운 나날을 보내는 엄마, 육아와 살림의 일상 속에서 자신이 텅 비어간다고 느끼는 엄마,... 저마다의 고민으로 우울한 하루를 보내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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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나아렌트의 말/ 한나 아렌트/ 마음산책/ 2016-01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로 20세기 탁월한 정치이론가 한나아렌트의 인터뷰집이다. 워낙 여러 책들에서 그녀의 말을 인용하고 있는 터라 무척 궁금했었다. 한나 아렌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갔는지... "사유한다는 것은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한다는 뜻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늘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거에요." 이렇게 말하는 그녀였기에 '악의 평범성'에 대해 말할 수 있었던 거다. 한나 아렌트의 냉철한 사유와 당당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낸 책일거라고 기대해본다.

 

 

 

 

2.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김정선/ 유유/ 2016-01

 

  <동사의 맛>을 쓴 김정선의 두 번째 책이 나왔다. 글을 잘 쓰려면 퇴고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런데 막상 글을 스스로 고쳐보려면 어디가 어색한지, 뭘 어떻게 다듬어야 좋을지 모르겠다. '내가 쓴 글, 내가 다듬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에 눈길이 머무는 이유다. 어색한 문장을 살짝만 다듬어도 보기좋고 잘 읽히는 문장이 된다. 목차를 살펴보니 20년 넘게 단행본 교정을 해온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 듯 하다. 실제적이고 핵심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3. 25년간의 수요일/ 윤미향/ 사이행성/ 2016-01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인 윤미향이 묶어낸 25년간의 수요집회 기록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지우고 싶어하는 역사다. 그에 맞서는 방법은 진실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일일거다. 그래서 이 책은 귀한 책이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일어난 '위안부' 문제가 왜 1990년대에 이르러서야 세상에 알려졌는지, 아픈 경험을 꺼내놓기 힘들어했던 할머니들이 어떻게 평화인권가로 변했는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세세히 담았다.

 

 

 

 

4. 명태가 노가리를 까니, 북어냐 동태냐 / 권오길/ 지성사/ 2016-01

 

  '우리말에 깃든 생물이야기'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이다. 생물수필가 권오길이 썼다. 목차를 살펴보니 우리말에 담긴 생물의 특성과 우리말의 어원을 재미있게 풀어냈다. 우리말의 맛깔스러움과 생물에 대한 지식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 편씩 읽고, 잠자리에서 아이들에게 들려주어도 좋겠다.

 

 

 

 

 

 

 

5. 온더 무브/ 올리버 색스/ 알마 / 2016-01

 

   나는 올리버 색스에 대해서 잘 모른다. 지난 해 8월 그의 타계 소식을 매우 안타까워하며 전하던 사람들을 보고서야 그의 명성을 알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으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다. 이 책은 올리버 색스가 타계 전에 자신의 삶을 정리한 것이라 한다. '투명한 지성을 가진 따뜻한 휴머니스트' 라는 올리버 색스의 이야기가 무척 궁금하다. 의사이며 작가인 그의 글을 읽기 전에 그의 삶을 먼저 알아봐도 좋을 것 같다. 온더 무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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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전과 영원 - 푸코.라캉.르장드르
사사키 아타루 지음, 안천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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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철학이란 이런 것

《야전과 영원》

 

  저자 사사키 아타루는 '일본의 니체'라고 불린다 한다. 니체는 시대의 주류 사상을 뒤엎고 자신만의 철학을 세워낸 망치 철학자이다. 그는《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열에 들뜬 목소리로 자신의 사상을 전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니체의 잠언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역시 철학적 소양이 충분하지 않은 내가 읽기에 쉽지 않은 책이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라캉의 사상에서 출발하여, 그와 대립점에 있던 푸코, 그들 사이에 위치했던 르장드르를 고루 다룬다. 그는 서문에서 '미셀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 이 세사람의 텍스트를 나름대로 철저하게 읽고 정성스레 재단해 세로실 가로실을 풀어 묵묵히 다시 짜는 작업'을 했다고 발혔다.(16쪽) 책을 직접 읽어보면 이 말의 뜻을 잘 알게 된다. 사사키 아타루는 푸코, 라캉, 르장드르 각각에 대해 치열하게 읽고 해석했다.

 

    단순히 과거의 유명한 철학자들의 사상을  열심히 공부해서 풀어내는데 그쳤다면 저자는 '일본의 니체'라는 평을 듣지 못했을거다. 그는 세 철학자의 사상을 하나씩 풀어내어 촘촘히 다시 엮어냈다. 서로 달라보이는 사상들을 이리저리 자신만의 방법으로 교차시켰다. 읽는 내내 그의 내공과 사유의 힘을 발견하며 놀라워해야 했다. 그는 푸코, 라캉, 르장드르를 넘나드며 막힘없이 자신의 사유를 전개한다. 능수능란하다. 다른 이들의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는듯 거침없이 서술 한다. 사실 푸코도, 라캉도, 르장드르에 대해서도 알지 못하는 내가 읽기에는 많이 버거운 책이다. 오랜 시간에 걸쳐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지만 개운치 않다. 하지만 '나는 누구인가', ' 내가 보고 느끼는 것이 진실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 또한 어떤 하나의 사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관점으로 여러 사상을 넘나드는 사사키 아타루의 철학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많은 책을 읽고, 많은 경험을 한다해도 나의 관점으로 재해석하고 창조해내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일반인이 읽기에 쉽지는 않지만, 여러 번 읽고 소장할 가치가 있는 책이다. 라캉, 푸코, 르장드르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더불어 세 철학자를 넘나들며 '나만의 철학'을 엮어내는 또 다른 철학자의 열정과 사유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힘겹게 읽어나가며 철학자들의 사유를 따라가면 머리가 말랑말랑해지는 기분도 든다. 전문가가 이 책에 대해 쓴 리뷰가 있다면 읽어보고 싶다. 저자를 유명하게 해준 《잘라라,기도하는 그손을》도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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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불감증 - 유동적 세계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너무나도 소중한 감수성에 관하여
지그문트 바우만.레오니다스 돈스키스 지음, 최호영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비춰주는 대화

《도덕적 불감증》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이름만 보고 많은 기대와 설렘을 갖고 책을 펼쳤다. 그는 탈근대 사상가인데, '현대 유럽 사상의 최고봉'이라 불린다. 나는 얼마 전 지그문트 바우만의 대담집 《사회학의 쓸모》를 읽으며 큰 감동을 받았다. 이 시대의 어두운 그늘을 똑바로 바라보면서도,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내는데 힘을 보태려하는 노학자의 삶이 아름다웠다.《도덕적 불감증》은 지그문트 바우만이 '유랑하는 학자'인 레오니다스 돈스키스와 나눈 대담을 엮어낸 책이다. 서문에서 돈스키스는 이 책이 '파편화,원자화, 그리고 그에 따른 감수성의 상실에 대한 실행 가능한 대안으로서 귀속감의 재발견 가능성에 대한 대화'(27쪽)라고 밝힌다. 바우만은 우리의 삶이 점점 개인화되면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소비자의 활동이 시민의 기본 의무로 되어버리는 문제를 지적한다.

 

   책에서는 1장 '우리의 모습을 닮은 평범한 악에 관하여', 2장 '정치의 위기, 감수성의 언어를 찾아서', 3장 '감수성의 상실, 공포와 무관심 사이에서', 4장 '소비하는 대학, 새로운 무의미와 기준의 상실', 5장 '서구몰락을 다시 생각하며' 으로 이들의 대화를 묶어냈다. 돈스키스는 '인간의 고통에 대한 불감증'과 '사생활을 식민지화하려는 욕망'을 새로운 악의 두 가지 형태라고 지적한다. (19쪽)무척 공감가는 대목이다. 뚜렷한 하나의 거대한 악이 존재하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서로에 대한 무관심이 가장 큰 두려움이다. 인터넷에서는 익명성을 방패삼아 타인에게 갖은 욕설과 비난을 퍼붓는다. 타인의 개인정보를 함부로 훔쳐내고 공유한다. 권력을 쥔 자들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언론을 통제한다. 소비자로 전락한 유권자는 정치를 바꿔내지 못한다. 우리는 점점 도덕적으로 무감각해지고, 정치에 무관심해진다. 오늘날 '유동적 근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깊이 들여다 본 두 학자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 우리의 삶의 어둡고 우울한 면이 그대로 드러나니 답답한 생각도 든다. 그러나 두 학자는 마지막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돈스키스는 미셀 우엘벡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관계의 역사는 언제나 주기적이다.'라고 말한다. 생겨나고 발전하고 시들어 죽는다는 거다. 하지만 돈스키스는 '인간관계의 생명주기와 그것의 종말을 극복하는 것은 사랑과 우정의 본질 자체'라고 강조한다.(352쪽) 결국, 타인과의 공감과 소통에 대안이 있는 것이 아닌가하고 나는 생각했다.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함께 살아가는 일, 무의식중에 소비 생활에 물들어 나를 잃어버리지 않도록 깨어 있는 일. 나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공존하는 삶.

 

   짧게 주고받는 대화 형식의 글을 기대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서면 대화를 주고 받은 듯, 한 사람의 이야기가 꽤나 길다. 대중과의 공감과 소통을 중시하는 바우만인지라 이번 책도 쉽게 읽힐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다. 학자들 간의 대화라서일까. 번역탓일까.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화 형식의 글인데도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지 않다. 각자 이야기하다 뜬금없이 "자네는~" 하는 어색한 호칭이 몇 번 등장할 뿐이다. 역자의 후기를 통해 길잡이를 얻어볼까 했으나 웬일인지 역자후기도 보이지 않는다.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니까 말이다. 다만, 유동적 근대사회의 문제점을 도덕적 감수성 상실로 봤다는 점에 크게 공감이 갔고, 두 학자가 대화 중에 인용한 다양한 문학 작품과 학자들의 연구물에 대한 소개는 유용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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