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고를 때 종종 난관에 부딪힌다. 자본은 한정적인데 소비해야 할 품목이 많을 때 어쩔 수 없이 책은 가치판단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일차적인 판단기준은 필요성의 유무이고 이차적으로는 선호도에 따라 선택이 갈음되겠지만, 문제는 이런 논리회로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여전히, 소비해야 할 상품의 가지수는 한정적인 자본력을 상회한다는 점이다.

 

바로 어제저녁의 내 상황이 그랬다. 알라딘 장바구니를 앞에두고 한숨만 쉬기를 수차례. 그도 그럴것이 20000원이라는 한정적인 자본에 비해 장바구니에는 토머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와 막스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헬레나 노리의 '오래된 미래'까지 무려 세권의 책이 들어있었던 것이다. 합계 24350원. 입으로는 중얼중얼 "질러버리자, 질러버리자, 질러버리자"를 반복하고 있었지만 떨리는 마우스 커서는 거래승인버튼 근처에서 멈칫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저께 잃어버린 지갑의 압빡이 큰 탓이다.

 

다행이 어제는 논리회로의 필터를 더 조밀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었지만 간간히 그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예컨대 물이 새는 배가 있다고 하자. 하지만 배 밖으로 무엇인가를 던져 70Kg정도의 무게를 감소시킨다면 배는 침몰의 위기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 더 이상 배 밖으로 던질 것이 박민규와 김영하 두 사람 밖에 없다고 한다면 과연 누구를 택하겠는가.

 

1. 박민규   2. 김영하   3. 둘 다   4. 차라리 내가   5. 함께 빠져 죽는다 

 

쉬운 문제가 아닌 것이다.

 

나는 오들오들 떨고 있는 박민규와 김영하를 옆에 묶어 두고 갑판에 머리를 짖찧으며 생각할 것이다. 과연 누구를 버릴 것인가. 우선 찬찬히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 사람의 문학세계를 돌이켜 볼 것이다. (다행히 나는 그들이 쓴 대부분의 저작을 읽었다). 그러나 결론은 용호상박. 누가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인 그들의 문학에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겠는가. 나는 다시 머리를 짖찧으며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미모지상주의자답게 두 사람의 미모를 비교할 것이다. 하지만 역시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개중에 특별히 '우'랄게 뭐 있겠나.) 결국 생각다 못한 탐미주의자는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두 사람의 패션을 비교할게다.

 

책에서 '패션'에 상응하는 것은 응당 표지디자인일 터. 그렇다. 도서구입에 있어서 나의 최종적인 판단기준은 바로 표지디자인이다. 옆구리에 끼고 다닐 때 나는 간지의 정도와 표지디자인의 점수는 비례한다. 책장에 꽃아놓았을 때 얼마만큼 포스를 발산하는가와 표지디자인의 점수는 역시 비례한다. 이 것을 수학식으로 나타냈을때... 으음.. 여하튼 표지디자인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표지디자인은 출판사마다 특색이 있는데 역시 압권은 '열린책들' 출판사의 디자인이다.


 

 

 

 

 

 

 

 

 

심히 아름답지 아니한가?

 

튼튼하고 깔끔한 양장본에, 껍질 안쪽까지 세세하게 신경을 써 주시는 굿 디자인.

내 책장에서 열린책들 출판사의 도서 총수는 35권. 꽤 비중있는 위치에 있다. 이것은 어느정도는 표지디자인의 힘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숨쉬기가 귀찮아질 정도로 심심해지면 통계로 검증해 볼 예정이다.) 

 

열린책들과 더불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출판사로는 휴머니스트, 문학동네, 문학세계사의 표지디자인이 하이퀄리티를 자랑한다.

 

 


 

                                

    

 

 

 

문학동네-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 김영하, 빛의 제국

 

역시 뷰리풀하다.

 

반면에 상당한 인지도를 쌓은 출판사임에도 표지디자인이 대략 누추한 출판사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동문선, 문학사상사, 그리고 까치글방을 꼽을 수 있겠다.

 


 


 

 

 

 

문학사상사의 누추한 디자인.

 

 

 

 

 

 

 

 

 

 

동문선의 빈곤한 디자인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개중에서도 특히 까치글방의 표지디자인은 매우 안타까운 수준이다. 까치글방은 어떻게 저렇게 훌륭한 책에 저따위 껍데기를 씌워놨을까 싶은 출판 리스트를 자랑한다. 그렇다고 타 출판사에 비해 값이 싼 것도 아니다. 오히려 비싸다! 이것은 심혈을 기울여 마빡이를 열연하는 장동건과 같은 것이다.

 

 

 

 

 

 

 

 

까치글방의 괴델, 에셔, 마빡이 ㅠ

 

 

내가 발과 그림판만으로 그려도 저것보단 낫겠다 싶다. 내가 이제껏 괴델, 에셔, 바흐를 완독하지 못한 이유는 모두가 저따위 표지디자인 때문이다.

 

그리고 주목할만한 출판사로는 민음사가 있다. 한국 연 매출액이 300억원이 넘는다는 한국 최대의 출판사. 고 퀄리티의 출판목록을 자랑하는 출판의 명가. 내 책장에서도 단일 출판사로써 최대 권수를 자랑하는 민음사는 디자인은 환쟁이들이나 하는 줄 알았던 출판계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을  출판의 질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찬란한 과거가 있다. 아직도 가끔은 심심하지만 그런대로 무난한 디자인을 채택, 중간 정도 점수를 줄만 하다. 그러나 문제는 가끔 삽질을 한다는 거.

 


 정말 발과 그림판을 활용한 디자인을 해 버리는 것이다.

 

 

 


 

 

 

아.. 안습이다. 보르헤스 전집.

 

표지디자인 하신 박상순씨, 김황씨.

밥은 먹고 다니시나요?

 

이 두 사람 이 표지디자인 하고 일당 받았겠지?

설마 요따우 디자인에 돈을 받았다면 그건... 인간의 탈을 쓴 식충이다.

 

나는 탐미주의자이고 또 탐서주의자다. 읽지않은 책이라도 책장에 꽃혀있기만 하면 배가 부르다. 돈을 빌려줄땐 망설이지 않아도 책을 빌려줄 땐 망설인다. 이왕 더불어 살 책이면 오래 봐도 잘 망가지지 않는 장정이면 좋겠다. 그리고 예뻤음 좋겠다. 혹자는 열린책들의 양장본이 불편하며 문학동네의 책들이 디자인에 너무 많은 값을 할애한다고 한다. 하지만 해외 오래된 도서관의 고서들을 보며 나는 책이란 무조건 튼튼하고 예쁘기부터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정이 가는것이 오래 남는 것이니까. 책은 오래 남을 것이니까. 또 오래 남아야 할 것이니까.

 

 

 


댓글(28) 먼댓글(1) 좋아요(4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굿 바이! 빌
    from What a wonderful world! 2008-12-27 00:28 
    난, 간만의 황금같은 휴식기를 맞았을 뿐이고!  배 깔고 이불 뒤집어 쓰고 귤 까먹으면서 책 읽고 싶었을 뿐이고!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가 생각났을 뿐이고!                    구판 절판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고!  기대감에 개정판을 검색해 봤을 뿐이고!
 
 
치니 2006-11-09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어디나 어김없이 등장하는 최악의 표지, 문학사상사 책들, 이젠 친근하네요.
그나저나 김영하 냐 박민규 냐 저더러 고르라고 하믄, 저는 박민규 고릅니다.
김영하는 어느 한 지점부터 식상해졌어요. 박민규도 안 그럴거란 보장이 없지만.

이매지 2006-11-09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사상사는 정말 -_-;;
전 김영하 고르렵니다.
전 박민규에 이제 좀 식상해졌어요. 김영하도 살짝 그렇지만

뷰리풀말미잘 2006-11-0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님/ 제가 대부분의 하루키 책을 다 읽었는데 '태엽감는 새'는 아직 못 읽었어요 도저히 사 읽을 엄두가 안 나더라구요. 몇 년째 개정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웬만하면 문학사상사에서 판권을 포기했으면 좋겠어요. ㅠ_ㅠ
박민규씨 한표 나왔군요.. 후후.. 슬슬 김영하씨 표정이 굳어갑니다. ^^ 하긴 김영하는 이번 '빛의 제국'이 인간적으로 너무 별로였어요. 그래도 아랑은 왜랑 검은 꽃을 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한번쯤은 사면해줄까 생각중입니다.

이매지님/ 듀스포인트입니다. ^^ 그럼 요즘은 어떤 작가가 대세인가요? 요즘은 문학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말입니다.

프레이야 2006-11-09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린책들, 좋아요. 고전적이며 품위있어 뵈요...

뷰리풀말미잘 2006-11-09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그쵸? 책장 분위기가 산다니까요? (이러다 저 열린책들에 알바비 청구해야겠어요ㅋㅋ)

paviana 2006-11-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말미잘님 (__)
웃다가 추천 안하고 갈뻔 했습니다.
삼실에서 혼자 끼득끼득 웃었어요.
그럼요 표지 정말 중요하지요.
저도 까치에는 안습입니다.까치야 워낙 표지에 무관심하니 그러려니 하겠지만
민음사의 저 보르헤스 전집은 정말 버럭이군요.
마빡이를 연기하는 장동건이라니..생각만 해도 슬픕니다.

urblue 2006-11-09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민규랑 김영하 둘 다 버리고 혼자 잘 살테야요. ㅋㅋ

뷰리풀말미잘 2006-11-09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aviana님/ 안녕하세요! 까치의 책들 중 몇 권은 제가 무보수로 표지디자인을 해 줄 용의가 있을 정도입니다. ^^ 그리고 또 궁금한 건 도대체 누가 저 표지'디자인'을 하는 걸까요. 어쩔땐 혹시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차원의 예술세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urblue/ 그래도 없는거 보단 하나라도 있는게 낫지 않을까요? ^^; 박민규씨나 김영하씨가 이 페이퍼 보면 오늘저녁에 만나서 한잔 걸치실지도 모르겠네요. -민규야 우리 다 때려치우고 술집이나 할까?

깍두기 2006-11-09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워낙 실용주의적인 사람이라서
박민규와 김영하 중 택하라면 개중 힘세고 섹시한 사람으로 고르겠습니다.
혹시 무인도에라도 불시착하면 생존에 유리해야 하며(힘세고) 그리고....ㅎㅎㅎ
(김영하씨, 박민규씨 죄송합니다)

보르헤스 전집은, 나름대로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blowup 2006-11-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상순 씨 디자인에 대해서는 그때그때 느낌이 달라서. 저렇게까지 구박하시면 맘이 좀 아픈데요. 흑.
저는 작가정신 소설향 시리즈의 디자인이 좋아요.
그리고 정병규 씨가 디자인했던 옛날 민음사 책들.
타이포그라피와 라인만 살아 있는, '이것이 책이다' 하는 느낌.

마노아 2006-11-09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푸풋, 우울한 하루에 하하 웃을 일을 주십니다^^

뷰리풀말미잘 2006-11-09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깍두기님/ 1. 황희의 누렁소 검은소 일화가 생각나는군요. "이보게, 저기 저 농군 보시게. 검은소와 누렁소중에 어느놈이 더 일을 잘 하오?" ^^
2. 그렇다면 문제는 왜 '그림판과 발로써 포스트모던한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했는가' 정도로 귀착되겠군요.. 음..

나무님/ 나무님 말씀 듣고 검색해 보니까 박상순씨의 이전 디자인은 썩 괜찮은게 많더군요! 하지만 보르헤스전집의 그 디자인은 개인적으로 도저히 용서할 수 없겠습니다. ^^ 말씀하신 작가정신소설향 시리즈 디자인은 정말 훌륭하지요.

마노아/ 제 글을 읽고 웃어주셨다니 오히려 제가 영광입니다. ^^

마노아 2006-11-0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번에 가네시로 카즈키 책들 표지 디자인 다 바꿨는데, 하나같이 맘에 안 들어요ㅡ.ㅡ;;;;

뷰리풀말미잘 2006-11-09 2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요! 뭐랄까.. 뭔가 대중적인 컨셉트로 가 볼까 했으나 실패한듯한 인상이에요. ^^ 가네시로 카즈키 책이라곤 달랑 GO하나 밖에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말이죠. 여기서 뜬금없는 질문. 마노아님 혹시 '플라이 대디 플라이' 읽어보셨어요? 볼 만 하든가요?

페일레스 2006-11-10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치는 그런 디자인이 아예 전통이 돼 버려서 오히려 어떤 '포쓰'가 풍겨나오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싫어하진 않습니다. 뭐 열린책들 좋구요. 민음사 보르헤스 전집은 처음 봤을 때 '어? 이게 뭐지? -_-' 했는데 은근히 볼수록 정드는 표지더라구요. 낄낄. 가네시로 가즈키 책들은 일본 원서 표지와 똑같이 디자인을 바꿨는데, 저는 좋아합니다. 좀 그런 맛이 있어야죠. 김영하와 박민규 문제는... 둘 다 던져버리겠습니다 -_-;

마노아 2006-11-10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이 대디 플라이 재밌었어요. 스피드보다 나았거든요. 개인적으로는 제일 처음에 접한 레벌루션 넘버 쓰리가 가장 좋았고, 그 다음에 플라이, 그 다음에 고우~ 순서예요^^ 번역된 것은 다 본 것 같아요. ^^
페일레스님, 일본 원서 표지가 그래요? 그쪽 취향인가? 하핫, 페일레스님의 취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어요^^

조선인 2006-11-10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차라리 디자인 없이 제목만 쓰던 때가 더 좋다는 생각을 해요. *^^*

뷰리풀말미잘 2006-11-1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님의 취향은 너무나도 자비로우십니다. ^^ 가네시로 카즈키책이 원서 표지와 디자인을 같게 바꾼것이군요. 어쩐지 니뽄삘이지 싶었습니다. 간만에 뵙네요. 어째 기체후일향만강하신지요. ^^

마노아님/ 왜 이준기나오는 영화로도 개봉했었잖아요 보고싶었는데 너무 일찍 내리는 바람에 아직 못 봤다죠. 저는 GO요거 무척 재미있게 봤는데 등수가 많이 밀리네요! 기대가 마구 밀려옵니다. 후후..

조선인/ 아, 저도 말씀하신 스타일 좋아합니다. 그것도 디자인의 일종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요? 위에 보르헤스 전집 디자인 하신 박상순씨가 종종 활자와 아주 기본적인 내용들로 디자인을 하기도 하는데 제법 심플한 맛이 있더라구요. 아마 마음에 드실거에요.

이를테면 요런거 말이죠. ^^


조선인 2006-11-11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말미잘님, 제가 좋아하는 책을 딱 짚으셨네요. *^^*

뷰리풀말미잘 2006-11-11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V

bee 2006-11-12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네시로 가즈키 표지는 <레볼루션 No.3> 한 권만 빼고는 다 북폴리오에서 새로 한 디자인일걸요. 책날개에 일러스트레이터 이름도 나와 있습니다. 지나가다 괜히 훈수. ^^;;

뷰리풀말미잘 2006-11-12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inboil님/ 반갑습니다. ^^ 북폴리오 디자인이었군요. 자주 훈수 좀 둬 주세요.

LAYLA 2006-11-1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 열린책들 전집 중에서 그리스인 조르바도 이뻤지요. 그리고 지금 판 말고 예전 69나 GO 도 ..^^ 근데 바뀐건 제맘에 썩 들지 않더라구요.

뷰리풀말미잘 2006-11-13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말씀하신 책들 모두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네요. ^^ 표지는 물론이고 내용도 정말 멋지구리한 것들이지요.

별빛속에 2007-01-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너무 잼나서 한참을 웃었네요. 대략난감 표지들은 정말;;;
저도 추천 누르고 갑니당. ^ ^
앗, 이제보니 이 글.. 제 생일에 쓰신 거군요! 괜시리 친근감이;; 쿨럭;; ㅎㅎㅎ

뷰리풀말미잘 2007-09-20 15:34   좋아요 0 | URL
^^

산책 2008-07-2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책 구입할때 표지디자인 중요하게 고려하는 편이어서요. 디자인이 많이 허접하면 책 읽는 재미가 조금은 반감되는 것 같기도... 디자인자체가 조악한건 그래도 어느정도 이해가 되는데 어떤책은 표지디자이너가 책을 읽고서 디자인을 한건지 의심될 정도로 책 내용과 완전 딴판인 경우가 있어요. 그럼 진짜 표지디자이너 이름을 한번 찾아보고 밥은 먹고다니나?생각하게 될때가 있어요ㅋㅋㅋ

뷰리풀말미잘 2008-07-31 13:05   좋아요 0 | URL
말씀하신대로 책의 내용과 표지디자인이 조화로우면 금상첨화겠지요. 표지디자인의 중요한 요소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표지디자인을 보고 참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
 
소금가마니 외 - 2005년 제6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구효서 외 지음 / 해토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 1  about 구효서

구효서는 특출한 작가가 아니다. 주지주의적 기품이 묻어나는 이문열의 글이나, 유장하고 지독한 김훈의 문장, 혹은 참신하고 창조적인 박민규의 필체처럼 어떤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의 문장은 평이하고 담담하며, 자극적인 소재를 찾아내는 후각도 예민한 편은 아니다. 문단에서 구효서의 위치도 늘 그러했다. 수많은 문학상에 번번이 거론되는 것도 그의 이름이지만, 19년의 작가활동을 통틀어 별반 특별한 수상실적을 거두지 못한 것도 또 그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끈질기게 살아남는 것 또한 그의 이름이다. 수많은 "기대주"와 "총아"가 쉴 새 없이 명멸하는 문단에서 그는 은근한 빛을 오래 밝힌 수성의 작가다. 윤대녕의 말 대로 "어떤 소설의 국면에 처해서도 자기 나름의 색깔로 이야기 할 줄 아는 작가"인 것이다. 다른 말로 그의 글에는 꾸준한 생명력을 품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생명력은 오래된 산삼의 약효처럼 응축되어 이제 비로소 제 향을 풍기고 알싸하고 끈적끈적한 진액을 만들기 시작했다. 바로 2005 이효석 문학상을 수상한 "소금가마니"가 그 결과물이다.

소설 ‘소금가마니’에서 이효석이 수성의 대상으로 삼은 이야기는 닳고 닳은 모성신화다. 수많은 고통과 싸워 삶의 현실을 초극하고 끝내는 자식의 마음속에 각인되어 영원히 살아갈 그런 어머니의 이야기다.

 

#. 2. 소금가마니- 세 인물을 중심으로

소금가마니에서는 세 인물의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키는 어머니와, 빼앗는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의 유품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을 통해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어머니를 읽는 주인공 ‘인호’다.

어머니는 '지키는 자'이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패악과 폭력 속에서 애틋한 과거의 사랑을 지켰고, 집안의 경제를 도맡아 지켰고, 나무에서 떨어져 죽어가는 딸을 지켰고, 처가의 어머니와 조카를 지켰고, 자신의 지성을 지켰다. 작가에게 이러한 어머니의 모습은 '부처'의 모습과 대비되어 나타난다.

“남편에게 얻어맞아 구시월의 늙은 호박처럼 붉게 부푼 몰골로도 아무 소리 없이 두부를 만들고, 그 두부 판돈을 남편에게 빼앗기고, 그 두부 판에 온몸이 처박히게 맞는 일이 되풀이 된다” 그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모든 것을 묵묵히 참으며 아이들을 끌어안는다. “마치 눈 안보이는 장님처럼, 안 들리는 귀머거리처럼 (중략)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울음소리 한 번 내 뱉지 않고 모든 것을 초연한 어머니의 모습은 마치, 불당 안에 온화한 모습으로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미소 짓는 부처의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머니가 두부를 만들어 팔아먹고 사는 형편이라 집에는 세 개의 소금 가마니가 있었다. 그런데 그 소금 가마니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덜어져나가면서 뱃구레가 꺼지는 모습이 영락없이 삼존불처럼 보이는 것이었는데 어쩌면 어머니는 소금가마니며 부처인지도 몰랐다.”
 
이런 어머니 상은 소설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어머니의 유품 키에르케고르의 ‘공포와 전율’에서 어머니가 밑줄을 그어가며 읽은 구절(소설에서는 고딕체로 표기된다)과 맞닿아 있다. 키에르케고르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신에게 이르기 위해 무한히 체념하고 다시금 모든 것을 부조리의 힘으로 손에 넣었다. 어머니도 일체개고(一切皆苦)의 삶 속에서 온전한 자신과 자신을 이루게 하는 요소들을 지키기 위해 '무한 체념'이라는 고행을 실천하며 끊임없이 침묵했던 것이다.

이러한 어머니와 대비되며 소설의 긴장구도를 형성하는 것은 '빼앗는 자'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이다. 아버지는 언제나 눈에 불을 키고 어머니에게 '두부를 판 돈'으로 대표되는 그녀의 노동력을 착취했으며 성을 착취했고 그러고서도 죽 한그릇이 새어나갈까 두려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그는 가문의 맥 빠진 힘을 신봉하는 가부장이며, 어머니를 겁간해 임신시키는 마초이고, ‘해산한지 사흘’ 밖에 안 되는 어머니를 다시 생업전선에 밀어 넣어 착취하는 억압자이다. 결국 아버지는 다분히 인과응보적이고 권선징악적인 최후를 맞게되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등은 아버지가 죽어가며 ‘어머니의 손을 움켜쥔 손’과 ‘한줄기 눈물’을 흘리면서 일단락된다.

주인공 인호는 이런 어머니와 아버지 사이를 한 시대 건너에서 관찰하는 오이디푸스적 고민의 체현자이다. 그는 아버지를 멸시하며, 회상을 통해 어머니에게 다가가려 하고 키에르케고르의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려한다. 소설의 말미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두 책의 밑줄 친 부분을 대조하고 있는 지금, 나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제대로 이해도 못하면서 내가 밑줄을 그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손길이 작용하고 있었던 때문이라고.”

무슨 의미일까? 작가는 근대적 어머니, 아버지 상의 대립을 통해 아버지와 정서적 연결고리를 끊어 버리고 주인공 인호라는 매개체로 현대사회와 어머니와의 조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작가는 남성주체로서 품고있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어머니라는 한 인물에 집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것은 명백한 모성신화의 연장이며  여성에게서 여성 본연의 여성성을 거세한(요상한 표현이지만) 남성용 판타지의 일종이니까.

하지만 문학이 반드시 현실을 초월하고 비전을 제시해야 할 의무는 없다. 소금가마니도 분명 해석상의 한계와 의미론적인 평론에 있어서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설의 감동조차 한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떤 이유일까? 이효석의 단단한 문장과 고밀도의 문단을 곱씹고 있자면 어떤 근본적인 향수가 뿌리부터 젖어 올라오는 것이다. 결국 '소금가마니'에서 구효서가 지켜낸 것은 근대적 어머니 상과 '리얼리즘의 승리' 그 두 가지일 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1-02 1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11-02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정말 멋진 리뷰!^^
'소금가마니'라는 제목부터 땡기네요.
구효서, 이순원, 박상우가 말미잘님 말씀처럼 제겐 큰 특징이나 매력 없는
작가들로 묶이는데 말이죠.

뷰리풀말미잘 2006-11-02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옛날 라디오 DJ라.. ^^ 적절하고 재미있는 비유네요. 사실 구효서의 소설이 좀 뭐랄까.. 있으면 읽게되지만 억지로 찾아읽기는 좀 그렇잖아요. ㅋㅋ 저도 사실은 읽으려고 읽은게 아니라 모종의 어떤 이유때문에 반 강제로 읽게 된 거랍니다. 근데 구효서씨 계속 이렇게만 써 주신다면야 눈에 불을 키고 찾아읽게되는 작가군에 포함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로드무비/ 앗! 로드무비님.. 멋진 리뷰라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 요 소설 만큼은 매력이 찰찰 넘친답니다. 2005년 현장비평가 어쩌구 좋은 소설로 뽑힌 작품이기도 하구요.
 

화랑대 역 벤치에 앉아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무가지 신문을 읽고 있는데 다리께에 뭔가 야릇한 느낌이 전해져온다. 처음엔 가방끈이나 파리 혹은 그에 준하는 쓸데없는 것이라고만 생각을 하고 신문 읽기에 열중하고 있는데 점점 느낌이 진해진다. 읽던 신문을 살짝 들어서 확인해보니 웬 낮 모르는 손이 내 허벅지께를 마음껏 주무르고 있는 것이었다.

 

지조와 절개로 버텨온 한평생이 아니던가! 그 찬란한 금자탑에 빠직 금가는 소리를 어찌 그냥 듣고만 있을 수 있으랴.. 결심했다. 얇은 종이 하이얀 신문 고이 접어 네놈 콧구멍에 쑤셔 드릴레라.. 그리고 신문을 확 접어드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펼쳐진 시츄에이션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아니, 최소한 환갑은 훌쩍 넘겼을 것 같은 쪼글쪼글 할머니가 대체 뭐가 아쉬워서 젊은 총각 다리를 더듬고 있는 거냔 말이다. 그것도 찢어진 청바지 사이로 손가락을 푸욱 넣어서.. 혹시 로리타 컴플렉스 변태 할머닌가? 관상을 보아하니 별로 색을 탐할 것 같지도 않게 생겼다. 그래서 그냥 물어보기로 했다.

 

"지금.. 뭐 하시는 건가요 할머니?"

 

할머니 왈

 

"거, 참 시원하게도 뚫어놨수" 

 

"아니, 할머니! 그게 뚫렸든 말았든 저도 순결은 지키고 살아야지요. 멀쩡한 총각 다리를 그렇게 함부로 더듬으시면 어떡합니까!"

 

그러니까 할머니, 호호 웃는다.

 

"아니.. 그런게 아니고 왜 이렇게 멀쩡한 옷에 구멍을 뚫어놨나 궁금해서 그랬지"

 

그제서야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할머니는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던 것이다.

 

"아, 그거야 폼나잖아요. 시원하기도 하고"

 

할머니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마침 지나가는 처자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묻는다.

 

"그게 폼이야? 그럼 총각은 저기 저 훌렁 벗고 댕기는 처녀 보면 어떤 생각 들어?"

 

탱크탑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처자다.

 

"시원해 보이는데요?"

 

"아무 생각 안 들어?"

 

"다들 그러니까요. 저런 차림새를 볼 때마다 생각을 하면 골치아파서 어떻게 살게요?"

 

"그래도 어른들이 보기엔 그게 아닌거야. 천박해 보이고"

 

"음.. 그거야 할머니도 마찬가지죠. 할머니가 옛날에 한복에 두루마기 입던 시절로 돌아가서 그 옷차림으로 돌아다니시면 어른신네들한테 욕 깨나 얻어먹을걸요? 그때야 한복에 두루마기 입는게 보통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 할머니 옷차림이 나쁜 건 아니잖아요. 서로 피해주는 거 아니면 조금씩 이해하고 살아야지 어쩌겠어요."

 

"그, 그런가?"

 

마침 지하철이 들어오고 있었고 나는 선언하듯 대화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럼요, 또 제가 나이를 먹으면 제 또래의 사람들은 다 찢어진 청바지에 짧은 치마 입고 앉아서 우주복 같은 옷 입고 다니는 꼬마들한테 예의없다고 말 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이 바닥이 다 그런거 아니겠어요?"

 

양아치의 요설에 변태 로리컴 할머니는 지하철이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눈치었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마노아 2006-09-07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전드라마나 한뼘 드라마 같아요^^

LAYLA 2006-09-07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상황에서 할머니께 또박또박 자기 생각 말씀하시는 님의 모습...^^ 호호호
전 상대방이랑 저랑 다르면 그냥 조용히 있는 편이고 거기다가 상대방이 저보다 높은계급, 연장자일 경우 더더욱 조용히 있는 편이거든요. 약간의 배려(당신을 민망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말 섞어서 더 귀찮아지기 싫은 마음...^^
얼마전에 영어회화 교재를 들고 다녔더니 식당에서 아저씨가 "자손이 누구냐?"
'JASON'S TEXTBOOK'이거 보고요........제가 좋아하는 달콤한 발음의 제이슨이 자손이 되어버렸어요. 그냥 웃으며 넘어갔죠. 아저씨는 저에게 외국어 공부의 필요성에 대해 역설하시며 인터넷으로 영어공부를 하라고 당부해주셨답니다...(왜 이야기가 여기까지..-.-;;)

치니 2006-09-07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뷰티풀말미잘님은 , 말만 양아치지, 너무 자상한 청년이시네요 ~

Mephistopheles 2006-09-07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혹시 모릅니다...그 할머니 쇼타콘 할머니로써 말마질님 전철 타고 사라지신
후 품에서 종이 꺼네 바를 정자로 표시하면서 오늘도 한x~! 하면서 체크할지도..^^

건우와 연우 2006-09-07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두분다 쿨하세요..^^

페일레스 2006-09-0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느므느므 재미있으셔요 낄낄 -_-)b

뷰리풀말미잘 2006-09-07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 '한뼘' 드라마가 뭐에요? 호호.. 무식해서리..
layla/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커피 먹다 키보드에 쏱을 뻔 했습니다. 정말이지 "자손이 누구"일까요.
제가 좀 병이 있어요. 중병이라죠. APDS 후천적싸가지결핍증(Acquired Polite Deficiency Syndrome)이라구요.. 말대꾸를 안 하면 혓바닥에 가시가 돋치는 증상이 발생을 한답니다.^^;;
치니/ 49, 49, 49, 이제 또 한명만 속여 넘기면 50명이군..
메피스토/ 헉! 저 당한.. 건가요? ㅠ_ㅠ
건우와 연우/ 50!
페일레스/ 마음껏 섹시함을 뽐내지도 못하게 하는 이 땅의 변태들이 저는 너무너무 미워요. 흑흑.

- 2017-05-1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헹 재미있ㄷ

뷰리풀말미잘 2017-05-18 21:13   좋아요 0 | URL
헉, 이 깊숙한 곳까지..
 

 

떼지마라 너희에게 그럴 권리는 없다.

 

-성신여대 레즈비언 클럽-



 


댓글(5)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뷰리풀말미잘 2006-07-31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심이 많으신 님/ 참 당차고 씩씩해 보이기는 하는데 안타까운 건 아직도 우리나라 성적 소수자 운동이 적극적 주장보다는 소극적 방어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그게 왠지 좀 찜찜하네요.

뷰리풀말미잘 2006-07-31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일이 있었군요. ㅡ_ㅡ 정말 어디가나 그느무 기독찌질이들이 말썽이네요.. 다른곳도 아니고 학교에서 그런 행패를.. 에휴.. 그 일은 어떻게 해결했나요? 학교차원에서 징계를 받았겠지요? 주동자를 색출해서 목만 남기고 확 묻어버린다던가 최소한 그에 버금가는 처벌 말입니다.
학교에서 성적 소수자 운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뭐 우리학교만 놓고 봤을땐 양성적으로 들어난 움직임은 거의 전무하다 싶은 실정이구요.. 사회과학쪽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생들의 성적 소수자 운동에 대한 인식도 매우 낮은 수준이죠. 음.. 안타까운 일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6-07-31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여하튼 차별은 나빠요!

Mephistopheles 2006-08-03 0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안가는데도 불구하고
차별을 자행하고 소수를 묵살하는 행위는 왜들 할까요..??

뷰리풀말미잘 2006-08-0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 메피스토님.. 그렇게 어려운걸 물어보시다니;; ㅠ_ㅠ 저는 잘 모르겠구요 다우님이나 로드무비님이나 푸하님은 아실거 같은데요..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지음, 윤종석 옮김 / IVP / 200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Book]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 -필립 얀시

 

 

싫다. 정말 오지게 싫다. 뭐가? 서점가를 배회하는 수천 수만의 유령들. '나는 이렇게 성공했네' 류의 자뻑충만 도서, '이렇게 하면 돈 잘버네' 류의 사이비 컨설팅 도서,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 류의 새디스틱 훈계도서. 아주 그냥 제목만 들어도 닭살이 오소소.

 

'집 팔아서 땅을 사라' '애들은 대치동 엄마들처럼 키워라' '웰빙해라' '몸 만들어라' '느리게 살아라' '7가지 습관을 익혀서 성공해라' '밥은 굶어도 돈은 모아라' oh my god! 그렇다면 '진실로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너는 가서 '집 팔아 대치동에 땅을 산 다음에 애를 낳고 매일같이 요가를 수행해 몸을 만든 후 매우 느린 속도로 7가지 습관을 익히는 동시에 밥을 굶으면 돈이 생길 것'이다. 아멘.

 

교회에서 전도사 형제님과 교회 안에서 동성애가 허용이 되느니 마느니 하는 문제로 모처럼 한 따까리 하고 씨근덕거리는 내게 이 책을 빌려준 K누이의 의도 때문이다. 솔직히 뻔한 거 아닌가. 필시 그녀는 논쟁에서 나와 반대 방향에 앉아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훈계'가 하고 싶었으나 대 놓고 하기에는 화목한 교회의 평화가 저해된다고 판단 했을 터. 그래서 선택한 것이 점잖은 책을 통한 감화정책. 정치색을 띠고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이 내게 이쁘게 보이리 만무하다. 보나마나 '순종' 이 어떻고 하는 '조신하게 믿어라' 류의 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 '필립얀시'.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복음주의 진영의 컬럼리스트 아니던가.

 

그래서 마지 못해 펴들었는데, 이럴수가. 놀랍게도 제법 읽어볼만한 내용이다. 생각했던 것 보다 촌스런 예수쟁이 냄새가 안 나는, 마치 눈이 그물그물한 할아버지가 화롯가에서 조근조근 풀어놓는 옛날 이야기 같았달까? 그러니까 이 책의 최대 장점은 '은혜'라는 신학적 개념을 학문이 아니라 이야기로 풀어내는 힘이다. 그 한 주제에 관한 한 그의 성찰은 분명 깊고 넓은 것이었다.

 

사실 '감사'라는 교회 사투리를 문자로 찍 써 놓고 나면 얼마나 감이 안 잡히는가. 왜 감사를 해야 하냐고 물어보면 그것 또한 얼마나 감이 안 잡히는 것인가. 하지만 이야기가 갖는 힘을 이용하면 낮은 수준에서도 어려운 개념들을 이해 시킬 수 있다. 마치 셰헤라쟈드의 천일야화처럼 살의를 품은 임금도 순한 양으로 만들어 버리는 이야기의 힘이다. 예수도 학적 개념이 아닌 비유적 이야기로 진리를 설파했다. 2000년을 이어 내려오고 있는 성경의 힘은 이야기의 힘이다.

 

하지만 K가 내게 이 책을 준 목적은 안타깝게 달성되지 못했다. 복음주의적 시각으로 동성애를 해석하는 얀시의 수준은 겨우 성경이라는 틀 안에서 기존 권력이 장악하는 헤게모니를 방어하는 수준이지 그것을 신학과 세상 안에서 정당화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쓸 정도가 되기에는 함량미달이다.

 

이것은 그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컨텐츠가 "육체에 흠 있는 자는 그 하나님의 식물을 드리려고 가까이 오지 못할 것이라. 무릇 흠이 있는자는 가까이 못할지니 곧 소경이나 절뚝발이나 코가 불완전한 자나 지체가 더한 자나 발 부러진 자나 손 부러진 자나 곱사등이나 난쟁이나 눈에 백막이 있는 자나 괴혈병이나 버짐이 있는 자나 불알상한 자나... (레위기 21:17~20)" 라는 말씀을 그대로 신봉하던 중세 수준에서 오랫동안 업데이트가 안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것이 단적으로 들어나는 예가 현대 영화를 은혜롭게 해석하는 대목에서다. 얀시 曰 "포레스트 검프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의 현대판이라 할 수 있다. 불러일으킨 반응도 비슷했다. 그 영화를 단순하고 황당하고 교묘히 사람들을 조종하는 것으로 본 사람들도 있지만, 그 속에서 "펄프픽션"이나 "내츄럴 본 킬러"의 잔혹한 비은혜를 깨끗이 상쇄해준 은혜의 루머를 본 사람들도 있다. 그 결과 "포레스트 검프"는 당대 최고의 성공작이 되었다. 세상은 은혜에 굶주려 있다."

 

아니, '은혜'롭기 때문에 '펄프픽션'과 '본 킬러'의 '비은혜'를 마구 '상쇄'해 주며 '당대 최고의 성공작'이 된 '포레스트 검프'.라.. 영화 팬 입장에서 가슴을 치며 한탄할 얘기다. 타란티노의 '펄프픽션'을 '내츄럴 본 킬러'와 단지 '잔혹하'다는 이유로 묶어 '포레스트 검프'와 대조하다니. 이건 운동선수라는 이유로 펠레와 마이클조던을 묶어 미셸 콴이랑 권투로 2:1 맞짱을 뜨게 하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닌가. 사실 영상이 주는 잔혹함을 충격량으로 계산한다면 언뜻 봐도 포레스트 검프의 베트남 전쟁 장면은 어디 내어놔도 빠지지 않을 장면일게다.

 

사실 이것 말고도 율법주의를 자신의 복음주의에서 의식적으로 배제하려고 애는 쓰지만 결국 그것을 버리지 못하고 논리적으로 전전긍긍하는 필립 아저씨의 귀여운 모습은 이 책의 백미중 하나다. 231~232p 등등등. 이런 은혜로운 얀시 아저씨의 삑사리를 발달 심리학적으로 해석해 보려는 나의 시도는 안타깝게도 길게 쓴 글을 날려먹는 바람에 게시하지는 못하게 됐다. 아무래도 착한 아저씨 너무 놀려먹지 말라는 주님의 뜻이리라. 이런 것이 바로 은혜일까.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드무비 2006-07-1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젊잖은 책을 -- 점잖은 책들
눈에 띈 오타 신고!


로드무비 2006-07-1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혜의 루머라고요?
재미있는 말이네요.
그래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책' 쪽으로 리뷰를 쓰셨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06-07-18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런 오타가 있었군요. 이 쓸모없는 손가락 확 잘라버릴까. ㅠ_ㅠ
예, 신앙인이시라거나 그쪽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한번 쯤 읽어볼만한 책이지요. 어려운 개념 몇개 잡고 낑낑거리는 신학 입문서가 아니라 페이지도 쉽게 너머가구요.. 물론 얀시와 저는 견해가 다른 부분이 있어서 중간 중간 조금 껄끄럽기도 했지만 특별히 성격 모나지 않은 분들이야 문제없이 넘어가실 수 있겠죠. ^^ 편안한 이야기를 듣는다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마음이 마구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근데요 로드무비님.
'젊잖은 책을 -- 점잖은 책들' 이 부분에서 (--) 요 건 인상 찌푸린 이모티콘으로 봐야 하나요 하이푼으로 봐야 하나요? 저.. A형이에요..

치니 2006-07-1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사무실 내 예배 시간에 놀라운 은혜를 찬송하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립니다.
동성애까지는 바라지 않고, 흑, 그냥 소리만 조금 줄여주심 고마울텐데, 저같은 비신앙자에게는...아무래도 어렵겠죠?

그나저나 안 읽어봐도 정말 잘 쓰신 리뷰 같아서, 추천!

rainy 2006-07-19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하늘만큼이나 가라앉을려던 참인데.. 리뷰를 읽고 나니 슬몃 웃음이 나요.
저를 볼 때 가끔 심사가 뒤틀려 있을 때 글이 잘 써지는 것 같다 싶을 때가 있어요.
너무 다 그런게야 싶을 땐.. 쓰고 앉아 있는 글도 참 재미가 없더라구요 ^^
쓰는 사람의 호흡이 읽는 사람과 맞을 때, 잘 읽히고 좋죠. 그래서 추천이요.
그리고 너무 오랜만 아니셔요? ^^

뷰리풀말미잘 2006-07-19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니/ 거 참 이기적으로 은혜로운 사무실이군요. ^^ 치니님이 고생이 많으시네요. 엄니 뱃속에서 부터 교회를 다닌 저도 가끔 적응이 안 될 때가 있으니까 말입니다.

듣자하니 우리나라 기독교가 그토록 요란뻑적지근 한 이유가 왈가닥스럽기로 어디 안 빠지는 캐나다 북장로파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더 그렇다는 얘기도 있고, 특유의 샤머니즘적 오버라는 얘기도 있고, 심지어 유독 영성이 강한 민족이라 그렇다는 얘기도 있더라구요. 싹수부터 촌스러웠단 얘기죠 뭐.. ^^ 기독교 문화도 좀 바뀔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은 낌새가 보이질 않네요.. 여하튼 추천 감사합니다. 히히

뷰리풀말미잘 2006-07-19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이니/ 맞아요! 저도 그렇더라구요. 그 뭔가 짜증나고 울컥하는 그 감정이 글이 될때 '오, 내가 이런 걸 썼단 말이야?" 할 때가 종종 있죠. ^^ 감정이 글로 승화 된 걸까요? 그런데 그런 글은 가끔 날카로와서 읽는 사람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상처를 주게 될 때도 있더구만요.

정말 오랫만이에요 레이니 님. 그 동안 팔자에도 없는 주독야경을 하게 되어서 말이죠. 이제 방학이라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방학'이란걸 해 보는데 주책맞게스리 너무 신나는 거 있죠?

로드무비 2006-07-19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론 하이푼이지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