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깐깐한 독서본능>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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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 세상이 죽은 듯 고요하고 이따금 종소리 들리는 흠내골 오두막. 그 곳에 염소 먹이고 호박 심는 은자가 산다. 당랑거철螳螂拒轍하던 도시의 삶 내던지고 매화향 아득한 초야에 묻혀 조지오웰과 마르케스, 장정일과 김훈, 이탁오와 박지원을 벗 삼아 술잔 기울이는 사람. 낮에는 깨 볶고 밤에는 가득히 쌓인 서책과 독야청청‘讀’也靑靑하는 사람. 그가 파란여우다.

40이 넘어 읽기 시작한 글이라지만 그의 책 읽기는 바다처럼 넓고 우물처럼 깊다. 각 국의 문학과 고전, 인문과 사회, 인물과 평전, 환경과 생태, 문화와 예술, 역사와 기행, 심지어 만화와 아동도서까지 넘나드는 그 방대한 지적 탐구. 나 같은 게으른 독자는 그저 목차를 대면하는 것만으로도 겸손해질 뿐이다. 또 그런 망망한 인식과 관조의 바다 속에서 헤메이고 뒤채임이 일상이련만 치우침 없이, 국한됨 없이 가지런한 서평의 목록을 뽑아든 그녀가 또한 존경스럽다.  

이 책은 저자가 블로그에 지난 5년간 쓴 380편의 서평 중 86편을 엄선해 엮은 것이다. 원래도 좋은 글이었는데 추리고 다듬고 깔끔하게 편집까지 해 놓으니 구슬을 금실로 꿰어놓은 격. 책은 보기 좋고 문장은 향기롭다.

#. 2 

그의 문장에서 나는 이 냄새는 필시 시골의 냄새다. 책의 첫 챕터 첫 장부터 아찔한 라일락 냄새. 들여다보니 어쩐지, 그녀 독서인생의 ‘첫사랑’이었다는 장정일의 <독서일기> 서평이 아닌가.  

“나에게 장정일은 ‘독서인생’의 첫사랑이다.... 나는 이 독서일기 첫째 권을 시작으로 장정일이 대신 들려주는 책의 수다로 빨려 들어갔는데 그게 벌써 일곱 번째다. 첫 번째 독서일기로부터 14년이 흘렀고 그도 나도 마흔이 훌쩍 넘었다. 작가와 애독자가 함께 늙어간 세월이다. 이제 장정일은 대머리가 되어가고 나도 주름살이 늘기 시작했다.” 파란여우는 그가 독서인생에 불을 지폈으니 ‘첫사랑에 대한 보답은 충분하다.’며 쿨한 척 하지만 아직도 그의 신간을 궁금해 한다는 윗 단락의 태도로 미루어 보건대 그의 연모에 대한 장정일의 보답이 충분했던것 같지는 않다.  

저자는 서평에서 94년 장정일의 독서일기가 첫 출간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의 글쓰기를 대관하며 늙어 부드러워지는 장정일의 글쓰기를 주목한다. 짧으나 긴 호흡으로 쓰인 글이다. 웬만한 정성과 애정 없이 쓰기 힘든 글이다. 하긴, 이 서평의 제목은 ‘당신과 함께 늙을 수 있어 기쁘네요.’ 오, 이런 달콤쌉싸름한 고백이라니.

박근혜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대한 서평에서는 새파란 청양 고추처럼 매운 냄새가 난다. 저자는 사정없이 죽비를 휘두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박근혜의 첫 번째 자서전은 두터운 화장 냄새만 진동한다.... 박씨네 부녀가 한국 역사에서 한 축을 맡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어떤 역할이었는가를 독자는 물을 필요가 있다.” 이 서평에서 파란여우는 박근혜의 뻔뻔한 현실인식으로부터 출발해 그 정치가의 낡은 멘탈리티와 더불어 한국 근현대사가 품고 있는 정치, 경제의 어두운 측면을 추적한다. 그 치열한 논구에 끝에 내려진 그의 결론은 파격적이나 명쾌하다. “진실의 의도적인 은폐와 은닉과 봉합의 삼박자 리듬을 탄 박근혜의 자서전은 한마디로 역사의 날조를 기술한 것에 불과하다.” 

이외에도 여러 편의 곱씹어 볼 서평들이 있지만 꼭 이 한편의 서평을 소개하고 싶다. 촛불 시위의 현상을 긍정적으로 해석한 책 <어둠을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에 대한 서평 ‘촛불의 회계장부 왜 필요한가’. 여기에서 파란여우의 펜촉은 결 고운 참빗처럼 촛불의 환상을 훑어나간다.

저자는 우선 왜 촛불이 소멸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이어서 촛불에 대해 비폭력 혁명 주장까지 하는 과도한 기대치를 지적하고, 그래서 결국 촛불의 실질적인 소득이 무엇이었는지 질책한다.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애써 외면했던 지점을 가차없이 들춰낸다. 촛불이 결집된 에너지를 목표에 겨냥하지 못하고 거꾸로 돌려 문화제와 놀이마당에서 허무하게 소진했다는 비판도 통렬하다. 그녀는 현상을 파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조분조분 촛불의 과오를 따져 묻는다. 결론은 역시 명징하다. 촛불이 비록 국민들을 정치적으로 의식화하기는 했지만,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역풍이 언론을 압박하여 촛불의 심지까지 강타했다는 것. 그래서 다시 촛불은 가능한 것일까? 촛불의 외연만을 신화화하고 찬양하기에 급했던 필자들에게 모골이 송연해질 지적이다. 

하지만 비판은 애정을 잃지 않고 명박 산성 언저리에서 흩어진 촛불들과 제 흥에 겨워 계통을 잃어버린 촛불들을 보듬는다. 그 어떤 촛불이 저희를 성장시키는 비판을 고깝게 들을 수 있을까. 만약 촛불에 관련해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는 독자가 읽는다면 새로운 담론의 거처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갈피에서 풍기는 청청한 솔향을 맡는다. 세한도의 소나무가 툭 튀어나와 풍길것만 같은 청청한 내음이다. 누구도 메스를 들이대기 어려운 부위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파란여우에게서 겨울이 진해질수록 깊어지는 초록의 기개를 본다.     

#. 3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책은 쓰인 부분과 쓰이지 않은 부분으로 나뉜다. 홀로 완벽한 책이 어디에 있으랴. 완전한 독해는 책의 이면을 꿰뚫는 서평과 보족補足하는 것이다. 파란여우는 절름거리는 책들을 부추켜 걷게한다. 독자는 이 책 ‘깐깐한 독서본능’에서 파란여우와 함께 걸어오는 여든 여섯권의 책을 만날 것인데, 읽은 책이라면 미처 깨닫지 못한 새로운 시선을, 아직 읽지 않은 책이라면 참신한 소개를 얻으리라. 풍요로운 독서 경험이었다.

책 맨 뒷장을 덮는데 문득, 하얗게 눈 내리는 날 산 봉긋하고 들판 너르다는 흠내골로 찾아가고 싶다. 파란여우와 눈에 파묻힌 배추를 걷고 고구마를 구워먹으며 생계의 고달픔과 더불어 탁주 한 잔 나누고 싶다. 오랜 친구처럼. 그녀가 그녀의 마르케스, 이탁오에게 그렇게 느꼈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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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전면개정판) -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조지 리처 지음, 김종덕 옮김 / 시유시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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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년 겨울이었다. 오랜 친구 하나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구조대는 반파된 차에서 녀석을 꺼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했다. 그 절체절명의 순간 내 친구를 구한 것은 긴급한 응급조치와 빠른 후송, 그리고 지체 없이 이어진 수술이었다. 결국 그는 목숨을 보전했고 지금은 거의 완전하게 건강을 회복했다.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이야기다. 만약 구조대가 10분만 더 늦게 도착했더라면, 혹 수술이 얼마라도 지체되었더라면 내 친구는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 할 수도 있었던 노릇이었다. 이 사례는 분명 효율성의 승리로 기록될만한 사건이다.

하지만 만약 그가 충분히 느린 속도로 차를 몰았더라면 애초에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과연 무엇이 내 친구를 사고로 몰아갔는가 하는 의문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던져보면 그 최종적 용의선상에도 분명 효율성이라는 단어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막스베버는 사회가 분업화되고 구조가 복잡성을 띠면서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태도를 ‘근대적 합리성’이라는 용어로 통찰했다. 이러한 근대적 합리성은 ‘관료제’를 탄생시켰고 관료제는 적어도 70년대까지 세상의 모든 조직을 지배했다. 책의 저자 조지리처는 베버의 적자로 그가 주장하는 ‘맥도날드화’는 근대적 합리성과 관료제의 최신 버전이다. 그는 이 책에서 '맥도날드화'를 돋보기처럼 들이대고 병든 현대 사회를 진단한다.  

#. 2
 
주문한지 3분 만에 포장된 햄버거 세트가 나온다. 쟁반에 가지런히 담긴 햄버거, 감자튀김, 콜라, 캐첩, 스트로우, 티슈를 들고 가까운 창가자리에 앉는다. 흘러나오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으며 햄버거를 완전히 해치우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10분. 사실 그 이상 천천히 먹고 싶어도 자리가 불편하다. 나와 거의 동시에 옆자리에 궁둥이를 들이 밀었던 사람은 벌써 다 먹고 나간지 오래다. 가게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손님이 몰려들어 내가 했던 것처럼 손가락으로 메뉴를 가리키고 있다.

이 재빠름, 이 효율성이 언제부터인가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말도 필요 없고 어정쩡한 제스츄어도 필요 없다. 단지 이것. 한 마디와 크레딧 카드 한 장이면 우리는 놀이공원에서 짜릿한 스릴을 구입할 수 있고, 예쁜 여성과 섹스를 구입할 수 있다. 뿐 만이냐 옮긴이의 말처럼 의료, 영화, 스포츠, 쇼핑, 마케팅, 출생, 죽음, 심지어 죽음 이후의 영역에까지 효율성은 달콤한 사탕가루처럼 묻어있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맥도날드화이며 그 대가로 우리가 바쳐할 것이 다름 아닌 인간다움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맥도날드엔 손맛이 없고, 놀이공원엔 리스크가 없으며, 예쁜 여자는 사랑이 없다. 인터넷 쇼핑은 에누리가 없고, 컴퓨터 경마에는 말발굽에 자욱하게 일어나는 먼지 냄새가 없다. 보람 상조에 월 3만원씩 내면 죽음의 순간 오물로 화한 내 육신은 깔끔하고 빠르게 수습되겠지만, 그 직원들이 진정으로 슬퍼하고 눈물 흘려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이처럼 맥도날드화가 자랑하는 효율성, 계산가능성, 예측가능성, 종업원, 고객, 제품에 대한 완벽한 통제는 어느 순간 이 합리적인 불합리에 직면한다. 이것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아우슈비츠. 보라, 유대인들을 빠르고 쉽게 살해하기 위해 거대한 소각장을 건설한 효율적 마인드, 개체수를 조절해 적절한 인구를 유지하는 계산가능성, 일단 들어온 자들은 100% 소각된다는 예측가능성. 이 일련의 과정이 나치라는 ‘고객’의 의뢰를 의해, 교도관이라는 ‘종업원’들의 작업으로 생산되는 것이다. 물론 그 생산물이란 앙상한채로 죽은 유태인이라는 ‘제품’.  

리처는 이러한 맥도날드화의 내재적 한계가 역사적 사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미국의 고등교육은 육류처리를 닮아가고 있으며, 의료시스템에서 환자는 단지 숫자에 불과한 존재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맥도날드화에 대한 대응’을 다루고 있는 10장에서 노골적인 어법으로 맥도날드화에 대한 혐오를 내비치고 그것을 저지하고자 하는 바램을 드러낸다. 그가 마지막으로 인용하는 딜런 토마스의 시구는 자못 비장하다. 

"그 깊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 3

흑인 마을에 간 어느 백인 선교사가 커다란 지옥도를 걸어놓고 흑인들을 겁박했다. 신을 믿지 않는다면 죽어 지옥에 떨어지리라. 그림을 본 흑인들은 겁에 질려 흩어졌다. 그러나 웬걸? 다음주 주일에 교회에 모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분노하며 연유를 묻는 백인 선교사에게 흑인 하나가 그랬단다.

“그림에서 지옥에 간 사람들은 모두 백인뿐이더군요.”

지금 여기에서 맥도날드화란 어떤 의미일까? 정말 그것이 악마와의 계약일까? 최소한 나는 악마적 맥도날드화를 피부로 체감하기 어렵다. 실제로 우리 동네에는 맥도날드가 생겼다가도 자금난으로 문을 닫았고,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는 동네 밥집은 메뉴 하나 늘지 않지만 점포의 크기는 두 배로 늘었다. 비근한 예지만 내가 자주 가는 병원의 의사는 늘 친절하며, 우리 동네 슈퍼에서는 ‘씨즐리언’도, ‘유대인 베이컨’도 팔지 않는다. 이건 그의 분석틀이 지역적 국한성을 갖고 있다는 증거다.

물론 조지 리처의 염려를 모르는 바가 아니다. 지나친 효율성의 추구가 인간의 인간다움을 억압하는 측면이 있다는 점도 동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불안이 지나치게 맥도날드화의 어두운 면만 부각시키지 않았는가 하는 점을 의심해 볼 여지는 있다. 

그런 의미에서 맥도날드화의 선례를 찾아볼까? 내가 생각하기에 현대인들의 수명이 이전과 비교해 월등하게 늘어난 이유도 맥도날드화 즉, 효율성의 극대화가 이뤄낸 성과다. 그 중심에는 의료와 행정과 서비스를 통합한 신식 병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지 리처가 병원 서비스를 맥도날드화의 부작용으로 평가절하 하게 된 이유는 미국의 후진 의료서비스 체계에 있다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조지 리처가 염려하는 많은 부분들은 ‘맥도날드화’의 부작용이라기 보다는 미국 사회의 고질적인 풍토병 같은 인상을 풍긴다. 그는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수많은 논문과 저서와 자료들을 가지고 좌충우돌하지만 그 조차도 대부분은 미국에서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것들이 아닌가.

그래서 리처의 현실인식 보다는 마지막 장에서 소개하는 맥도날드화에 대한 대안 부분이 더 재미있다. 마트에 대항하는 식품협동조합, 주립 대학에 대항하는 소규모 대학들, 베스킨라빈스에 대항하는 수제 아이스크림, 반 노동자적 포디즘에 대항하는 스웨덴의 샤브나 볼보 같은 자동차 기업들. 또 개인적 차원의 대응 모색까지.. 이러한 글쓴이의 탐구는 현대사회에서 인간답기 원하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4

베버의 시대는 암울했다. 산업혁명과 1차 대전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식인은 낮선 모든 현상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조지 리처는 막스 베버의 적자. 그래서 세상을 독해하는 그의 눈빛도 베버의 예민한 눈빛을 닮았다. 그래서 그의 분석은 지나친 시니시즘에 빠져있다. 하지만 그러한 불완전한 구석이 있더라도 세상을 읽는 하나의 패러다임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성과는 눈부시다. 

맥도날드화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인간의 역사는 유구한 세월을 거쳐 오며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왔고, 때로는 어리석게 퇴보하기도 했으며, 때로는 명석한 길을 찾아 진보하기도 했다. 맥도날드화란 과거 어느 시점에 취한 선택의 결과이며 또 다른 선택의 기로이리라.

전태일은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당하는 현실에 분노하고 스스로 자신의 심장에 불을 당겼다. 그는 온 몸으로 맥도날드화를 거부했다. 그가 한줌 재로 스러진 이후 한국의 노동현실은 숱한 변화가 있었다. 때로는 퇴보했지만 대체로는 진보했다. 아직도 열악한 노동은 많지만 그 정도를 과거와 비교하기는 어렵다. 줄어드는 노동시간과 그나마라도 늘어나는 임금, 손톱만큼씩이라도 나아지는 복지.

나는 숱한 전태일이 불을 당긴 그 진보를 믿는다. 그리고 그 치열한 투쟁의 한복판에서 펼쳐진 지금의 역사를 신뢰한다. 내가 맥도날드화를 겁내지 않는 건, 그 역사가 달고 있는 저울추의 무게가 그리 가벼운 것이 아님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전망한다. 적어도 우리의 아이들은 효율성과 더불어 뜨끈뜨끈하게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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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2-1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 잘 읽었어요. 책 한권을 보는 것 같아요.^^ 괴물의 탄생 독서 모임할 때도 비슷한 대안이 나왔었죠.

그런데 페이퍼는 안 써요? 응?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1:47   좋아요 0 | URL
쓰, 쓸게요. 안 그래도 쓰고 싶은 얘기가 한참 밀렸어요. ㅎㅎ

Arch 2009-12-15 11:56   좋아요 0 | URL
나 완전 기다린다! ^^

2010-07-05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7-10 09:18   좋아요 0 | URL
별로 재미없습니다. :) 뭔가 막 추천해드리고 싶은데 지금 막 생각이 안나네요.

2010-07-12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7-12 18:52   좋아요 0 | URL
의외로 공대 출신이셨군요:) 개인적으로 이공계 출신들을 우대합니다. 샤프한 매력이 있지요. 진중권이나 박노자 김규항의 책들이 좋아요 고종석의 칼럼이나 유시민의 글도 좋구요. 위 저자들중에는 직접만나본 사람도 있고, 아주 싫어하는 사람도 있고, 애정이 가는 사람도 있는데 어쨌거나 다 좋은 필자이긴 하죠. 원하시는 장르인지 잘 모르겠지만 정신과 미녀 전문의 정혜신의 남자vs남자 사람vs사람 추천합니다. 인물론, 심리학, 사회과학이 파티하는것 같은 책들이에요.

봄밤 2014-07-05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생각나서 찾고 있었어요. 아, 책보다 더 좋은 리뷰를 보고가요. 그냥 갈 수 없어서 안부를 남겨요. 여름, 건강히 계셔요.

뷰리풀말미잘 2014-07-07 09:08   좋아요 0 | URL
리뷰보다 더 좋은 댓글이네요. 링크 타고 서재 구경 잘 했습니다. 이렇게 잘 쓰는 사람이 또 어디서 나타났지?

봄밤 2014-07-07 19:51   좋아요 0 | URL
뷰말님의 예전글에 지내다가요. 어찌나 계속 읽고 싶게 쓰셨는지. '잘'이라고 하기에는 말이 부족해요. 뷰리풀말미잘님의 '지금'을 기다립니다!

뷰리풀말미잘 2014-07-07 21:53   좋아요 0 | URL
부끄럽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쓸 때 좀 더 열심히 쓸걸!
 
<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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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오직 즐거움. 책 고르는 기준으로 미루어 보건대 내게는 에피큐리언의 피가 흐르나보다. 예전 에피쿠로스 학파의 현자들은 쾌락을 일시적인 것과 지속적인 것으로 분류하고 지속적인 쾌락을 지고한 것으로 치부했다. 이 분류법은 책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좋은 소설이지만 두 번 읽으면 지루하다. 반면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좋은 소설인데다가 두 번 읽어도 재미있다.

그걸 구분하는 기준이 뭘까? 나는 정보의 집적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유했다면 원하는 모든 책을 살 충분한 여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굳이 지속적인 쾌락과 일시적 쾌락을 분류하지 않았을 테지만, 부유하지 않은 나는 적은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 서민이라 또 읽어도 재미있을 만큼 정보의 집적도가 높은 책을 선호하게 된 거다. 같잖게도 내 책장에 어려워 보이는 책이 많은 이유는 단지 내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아마 서평단이 아니었더라면 “고등어를 부탁해”를 읽을 기회는 없었을 거다. 이건 얇고, 쉬워보이는데다가 싸지도 않다. 가난한 에피큐리언이라면 쉽게 손이 갈 만한 책은 아니다.

#. 2

‘고등어를 부탁해’는 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때깔을 가진 글을 일러 보통 “잡문”이라 하는데 잡문이라고 마냥 녹록하게는 생각하지는 마시라. 내공과 기품을 갖춘 잡문은 장르적 권위에 안주하는 쓰레기들 보다는 몇 수 위다.

잡문이란 무엇일까? 이 분야의 권위자 아치가 인용한 미셸 투르니에에 따르면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잡문'이라는 단어는 논쟁들, 지엽말단의 문학, 지나친 자유, 언어의 가치 하락에서 유래하는 폭력들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의 인격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직 비정상을 통해서, 다시 말해서 그 사회와의 대립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잡문의 시기에는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에 불가피한 친화력이 있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문학의 일종으로 보기에는 지엽말단적이며, 지나친 자유를 추구하고, 때로 명민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비정상’에 범주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아우슈비츠를 연결하는 천재성, 미국으로 어학연수가는 딸내미에게 콘돔 그릇을 내미는 ‘일종의’ 범죄성 사이에서 끈적하게 감정이 이입되는 친화력을 본다. 이 잡문의 뭉텅이는 장르의 엉덩이들을 툭툭 걷어차며 활보한다. 소설이었다면 이렇게 경쾌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이 진정한 잡문인 이유는 촉수를 뻗는 범위가 워낙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교육자로서 그녀의 고민들은 역사와 정치, 교육과 섹스를 가리지 않고 페이지에 쓸어담는다. 이 책이 수필문학이 아니라 “인문” 분야로 분류되는 것도 그 고민의 농도가 수필이라는 얇은 접시가 감당하기엔 너무 진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 행간에 쌓이는 순도높은 정보의 집적. 그런 묵직한 고민들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길기만 하면 지구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다던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같은 오리지날 한국 아줌마의 말빨.   

본 적 없어서 ‘자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냄새가 어떤지는 알고 있다. 그건 남국의 과일처럼 상큼한 냄새다. 그곳 베를린에는 그런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사는 가족이 있다.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삶의 모토로 내 건 베테랑 건축가 겸 아줌마 그녀와, 따뜻한 물주머니와 전기담요의 환경적 가치를 비교하는 독일인 환경주의자 남편, 난독증에 스타일은 후지지만 공부도, 취직도 수월하게 해 치운 엄친아 아들과, 콘돔 사용 요령을 아빠에게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깜찍무쌍한 딸래미. 이 불온 발랄한 가족의 삶은 그 동안 내가 봐 온 어떤 가족의 유형과도 다르고, 독특하다. 독자들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로운 감수성을 쌓을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떤 페이지든 시선이 머무는대로 읽는 재미가 읽는 책이다. 가난한 에피큐리언은 흐뭇하게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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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31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치니 2009-11-1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재미있겠는데요. 잡문으로써 범위가 전방위적이고 그 내용이 묵직한 건 말미잘님 글도 마찬가지. :)

뷰리풀말미잘 2009-11-18 22:39   좋아요 0 | URL
호호- 치니님도 참.

2009-11-19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1-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게 그런 책이었어요? 잡문인데 읽기에 좋다는거죠? 흐뭇하게 만족할만한 잡문이라니- 오옷.

뷰리풀말미잘 2009-11-19 17:56   좋아요 0 | URL
예 흐뭇하게 읽은 책입니다. ^^ 다락방님도 좋아하실까요? ㅎㅎ
 
<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1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인물로 유명한 아도르노는 1949년에 쓴 「문화비판과 사회」라는 논문에서 ‘아우슈비츠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이다’ 라고 일갈했다. 논문은 1955년‘프리스멘’(Prismen)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유명해졌으며, 꽤 지난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훗날, 아도르노는 그 말을 철회하게 되는데 온갖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대학자에게 그 말을 철회하게 만든 것은 한편의 시, 파울첼란의 ‘죽음의 푸가’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파울첼란은 누구인가? 유대계 독일인이던 그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며, 부모를 아우슈비츠에서 잃은 시인이다. 그 무렵의 슬픔과 고통을 시로 읊던 시인은 결국 삶과 화해하지 못하고 1970년 4월 세느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것이 그 가엾은 유대인이 끔찍한 폭력의 트라우마를 해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책의 제목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는 '죽음의 푸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 2

마이다네크에서 나치에게 살해된 역사가 이그나시 쉬퍼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것은 너희들의 유언을 후세에 전해주는 사람들, 즉 이 시대의 역사를 쓰게 될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살해된 민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는, 결국 살인자들이 살해된 민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폴란드 유대인이나 바르샤바 게토, 마이다네크의 게토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세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 버리려고 결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 中-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고문하고 소각하기 위한 공장이 사라진지 불과 반세기다. 유대인들의 족보의 한 두 단계만 거슬러 올라가도 뻥 뚫린 빈자리에는 딱쟁이도 앉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의 더께가 쌓일수록 기억의 창고는 점차로 희미해지고, 야만과 싸우는 우리의 칼날은 그 날카로움을 잃어간다. 요즘 아이들은 더 이상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족을 이야기하는 어른들도 알제리, 우간다, 이라크에서 한 민족의 단위가 위기를 맞고 있음을 외면 한다.

데탕트와 세계화의 양지 아래서 우리는 너무 많이 평화의 홍보자료들만 읽어왔다. 그래서 이 시대의 역사인식은 지역과, 그것도 멋대로 제단한 '민족'이라는 발 믿의 그늘에 안주하거나, 혹은 전무하다. 그 빈자리를 새로운 기술과 돈에 대한 욕망이 메꾸는 형국이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미래에 맞서 나갈 수는 없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미래에서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머리만 큰 괴물은 어떤 악몽을 만들게 될 지 모를 일이니까. 바야흐로 지나온 모든 세대보다 앞으로 한 세대가 품고 있는 위험의 크기가 훨씬 더 큰 세상이다. 

우리가 선대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교양이다.

#. 3

이 책은 아직 야만을 기억하는 세대가 평화의 온실에서 자란 세대들에게 뒤 늦게 던지는 소통의 실마리다. 저자 아네트 비비오르카는 유태계 역사학자로 자신의 아이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간략한 정황의 설명과 주요 개념들을 지루하지 않고 충실하게 제시한다. 책 뒤의 옮긴이의 칭찬대로 자연스럽게 반 유대주의의 기원, 유대인 학살, 바르샤바 게토, 학살의 책임과 소재, 기억의 의무 같은 주요 얼개가 전달되는 것이 부드럽다. 또한 이런 종류의 글은 폭력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부각해 전달함으로서 또 다른 폭력의 사태를 야기시키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친절한 글쓰기에서 아이를 키워본 부모의 내공이 느껴진다.  

내가 아직 청소년이던 시절에 이 책을 봤다면 역사를 인식하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파울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 전문을 소개한다.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그것을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그가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오면 별이 빛난다  그는 제 사냥개를 휘파람으로 부른다
그는 제 유대인을 불러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
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아침에 마시고 한잔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라고 쓴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그는 소리친다  땅 속 더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노래하고 연주해라
그는 허리띠의 쇠붙이를 움켜잡고 그것을 휘두른다  그의 눈은 푸르다
삽을 더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계속해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소리친다 더 달콤하게 죽음을 연주하라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는 소리친다 바이올린을 더 어둡게 켜라  그리고 너희들은 연기되어 공중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너희들 무덤은 구름 속에 있고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의 눈은 푸르다
그는 총알로 너를 맞춘다  그는 너를 정확히 맞춘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그는 제 사냥개를 풀어 우리를 몰이한다  그는 우리에게 공기중의 무덤을 선사한다
그는 뱀을 가지고 놀고 꿈꾼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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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1-0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아름답다는 말을 꿀꺽 삼켰어요.

뷰리풀말미잘 2009-11-04 18:07   좋아요 0 | URL
무플을 방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솔직히 그게 뭔 말인지 잘은 모르겠어요.

Arch 2009-11-05 08:51   좋아요 0 | URL
무추천도 방지했답니다. 우리 서로서로 도와요, 미잘^^
해석해주고 싶지만 오독이 분명할 것 같아 내 느낌대로만 생각할래요. 히~

뷰리풀말미잘 2009-11-05 19:52   좋아요 0 | URL
역시 당신뿐이에요.

2009-11-08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0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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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유구한 인간의 역사에서 결혼이라는 인간 결합의 형식이 나타난 것은 불과 수천 년 전. 그것은 국가 탄생의 부산물이었으며 행정적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다. 그래서 결혼은 국가에게 편익을 주었으되 대신 인간의 자유를 갉아먹는 것이다. 도대체 자연스러운 구석이 없는 이 제도 속에서 여성은 소외되고 연대는 제한됐다. 반면 교과서에서 말하는 결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란 ‘사회 성원의 재생산’, ‘교육’, ‘성적 만족’, ‘심리적 안정’같은 것들 따위인데, 과연 그런 것들이 단지 ‘결혼’이란 틀 위에서만 성립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 2

어느날 노인네가 그랬다. “미잘아, 앞으로는 결혼할 여자보다 남자가 많기 때문에 먼저 찍어 두는 게 중요하다. 나는 다 필요 없고 그냥 착하면 되니까 얼른 하나 데려와라.” 노인네는 열 세살 이후로 처음 내 인생에 대해 코치를 시도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아마 대부분의 20대 중 후반 이후 미혼자들의 대부분은 나처럼 결혼에 대한 유 무형의 사회적 압박에 시달릴 거다. 때로는 가족과 지인들의 압박이고 또 때로는 미디어의 압박이다. 미디어는 환상을 만들고 지인들은 매뉴얼을 늘어놓는다. 

솔직하게 말하자. BGM으로 All by my self가 흘러나오는 작은 방 안의 브릿짓 존슨의 고독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이성이 거들떠도 안 보는 나이가 되어 문득 결혼과 내 아이에 대한 열정이 돌아오는 상상은 일종의 공포가 아닌가. 저자의 말 대로 결혼 한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 대해 우월한 듯 꾸며댈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불확정성에 대한 상대적 자신감 때문일거다.

이런 세상에서 결혼 혐오자로 남는 것은 지난한 노력과 희생을 요하는 일이다. 사회적 흐름에 반하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고통이다. 요컨대 독신자로 평생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미혼자들이 각각 다른 생각의 경로를 통해 결국 모이는 곳은 ‘결혼에 대한 희망’이라는 지점이다. 내 경우에도 그 빈곤한 상상력과 용기 없음의 자리를 메꾼 것은 바로 화목한 가정의 판타지였다.

#. 3

저자, 가야마리카는 이 지점에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논의는 단순히 결혼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고 매뉴얼을 제공하는 차원은 아니다. 욘사마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들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왜 가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결혼이 발생하는지 설명하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환상의 어줍잖음에 대해서도, 심지어 쓰쓰미 마치코의 ‘주부도 전업 매춘부나 마찬가지다’라는 전설적인 주장까지 소개하며 결혼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을 우선적으로 추렴한 후 그 위에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균형있는 시선이다. 물론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긍정하며, 결혼은 사랑이 전부다라는 다소 맥빠지는 결론을 내리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허술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결혼에 대한 고민거리들은 그 폭에 있어서도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한다. ‘자신의 문제’, ‘부모의 문제’, ‘여성의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 그것은 결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기회가 없던 미혼자들에게 알찬 생각의 거리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난해한 학술서적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에세이의 범주에서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미덕을 갖췄다. 저자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정신과 의사로서 당면했던 특정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인데 예를 들면 왜 결혼시장에서 커리어 우먼이 외면 당하는가, 결혼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를 의존하는 어느 딸의 심리 분석, 저출산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주장과 그 반론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결혼을 둘러싼 짤막한 에피소드들과 그에 대한 영리한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책장은 어렵잖게 넘어간다.  

#. 4

나는 관념어를 믿지 않는다. 이즘도, 정신도 유물唯物의 변두리에 기생하는 곰팡이쯤 취급한다. 결혼의 주변적인 것들을 멀리하고 사람과 사랑과 결혼 그 자체를 보자는 책의 결론은 그래서 탐탁잖다. 사랑이란 작은 단어 속에 관계하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현상을 쑤셔 담을 수 있을까? 어려울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논의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는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결혼관을 세우기만 하면 될 일이니까. 책이란 정답을 제시하는 계산기가 아니라도 방향을 찾는 나침반은 되는 물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괜찮은 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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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결혼 양극화도 극심해질거 같아요. 있는 놈들은 몇번씩 결혼을 하고 애인을 두고, 없는 놈은 평생 한번하기도 어려운 --;;

가끔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이 산다면 나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공간을 쉐어하는 하우스메이트 상을 늘 떠올려요.

또 본문과는 상관없지만 '외모와 빈부의 차 없이 성을 즐길 권리'를 헌법에 넣는 운동을 하자고 하면 누가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근데 어떻게? 모름..) 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35   좋아요 0 | URL
돈 많은 사람일수록 여러번 결혼한다. 이 명제가 통계적으로 검증된다면 재미있는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근데 결혼이 많이 할 수록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가요? 아, 휘모리님한테 결혼하자고 못하겠네. ㅎㅎ (퍽-)

빈부의 차 없이 성을 즐길 권리. 헉, 휘모리님은 제가 아는 빨갱이들 중에 최고로 혁명적인 사람입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저는 찬성입니다만 문제는 국가가 제가 자고 싶은 사람과 재워 줄 능력이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51   좋아요 0 | URL
막 티브이에 보면 돈 많은 사람들이 몇 번씩 꽃미녀꽃미남을 상시적으로 옆에 둘 권리를 공식적으로 얻는 방법으로 결혼을 많이 하는 듯해서 ㅎㅎㅎ 아닌가 ^^;;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어지면 소외되는 사람들은 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 있다고 누군가를 딱히 보호해 주지도 않지만 --;;)

어떻게 부분이 말미잘님처럼 창조적인 분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왠지.. 학습으로 돌파해야한다는 식의 생각밖에 제 머릿속에서는 안나옵니다 --;;

Arch 2009-10-2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추천했어요. 오랜만의 미잘 리뷰인데다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하나의 책에 소이부답님의 리뷰와 미잘님의 리뷰를 보니까 어떤 책인지 손에 잡히는 느낌이에요. 결론은 시원섭섭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제가 좋아할만 내용 같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40   좋아요 0 | URL
소이부답님 리뷰 읽고 왔는데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좋아하실 것 같네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여성주의적인 면모가 아치님이랑 통하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다락방 2009-10-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추천해요. 저는 원래 소설만 읽는데 간혹 이런것도 좀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추천하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두두두두.

Arch 2009-10-27 11:50   좋아요 0 | URL
아, 부럽다. 꿀꺽.

다락방 2009-10-27 11:5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천군마마 스럽긴 해요. 뭐래..( '')

Arch 2009-10-27 12:06   좋아요 0 | URL
호한마마와 상궁마마와는 무슨 관계인가요. 진짜, 궁금해서 묻는것임.
저 꼬라지 나서 일도 안 하고(늘 그랬지만) 흐~

다락방 2009-10-27 12:1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생각하면 되요, Arch님.

천군마마-다락방
호한마마-뷰리풀말미잘
상궁마마-Arch

뭐 이런 관계인거에요.

Arch 2009-10-27 13:16   좋아요 0 | URL
제가 상궁마마에요? 흐흐~ 미잘은 좋아?
다락방님이 깔끔하게 정리한걸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3:30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날카로운 비유입니다. ^^

Forgettable. 2009-10-2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친구랑 결혼에 대해서 한시간은 넘게 이야기한 것 같네요. 그래서 이 리뷰를 읽으며 단상들이 마구 떠올라서 정리해서 있다가 댓글달아야지, 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정리는 안되고-_-; 아마 평생 안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질문들밖에는 없어요 아직은. 이 리뷰를 읽으면서도 그렇고..
40살이 넘어서 여성이 한국에서 어떤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나, 이런 걱정 때문에 결혼을 하는걸까, 회계사라면 무조건 소개팅 콜이라는 여성들은 행복할까, 결혼의 목적이 남편이 벌어오는 돈일 뿐이라면, 사랑하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평생 참으며 같이 했을 때 노년에 얻을 수 있는 행복이란,
이런 질문들. 질문들만 떠다니고 답은 아마 살아가면서 찾게 되겠죠.

그런데, 미잘님은 결혼 할건가요? (너무 바보같나?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0-27 22:2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확실히 40살 넘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지요. 저자도 노동의 고달픔이 여성에게 결혼을 선택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일본의 산업 호황기에 돈 벌어놓은 부유한 부모 슬하에서 편하게 살다가 갑자기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는 거죠.

오래 전에 본 통계자료라 인용할 수는 없지만 아마 결혼 전 후로 가난한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맹목적으로 돈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반대로 오직 사랑하나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참는다고 말씀하신 건 가난을 견딘다는 얘기인 거 같은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계속 이 상태로 머무르는 한 노년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만족하기는 어렵겠지요. 물론 개인차도 클 겁니다. 저처럼 원체 가난한 사람이야 계속 가난하다고해서 더 짜증날 것도 없지만, 타워팰리스 J같은 갑부녀석이 갑자기 제 수준으로 가난해진다면 눈앞이 깜깜하지 않을까요.

답변은 아니고 뽀님의 고민을 함께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제 생각은 아래 비밀댓글로 대신하겠습니다.

2009-10-27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0-27 22:31   좋아요 0 | URL
평생 참는다는건 가난도 물론 포함되지만, 관계에서의 인내심을 말한거였어요. 평생을 함께 산다는건 이시대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만큼이나 노력을 요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노년에 손 꼭 붙잡고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로망도 있고;;;

2009-10-2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10-27 23:07   좋아요 0 | URL
그렇겠네요. '평생을 함께 산다는건 이시대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만큼이나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2009-10-2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7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1-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해요, 어여쁜 말미잘님! :)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1:38   좋아요 0 | URL
와우! 그랬네요. ^^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휴.. (쉼호흡 한번 하고.) 앞으로 리뷰의 사절이 되어 인터넷에 알라딘의 리뷰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리플을 달아주신 서재 지인들과 다락방님, 여러 저자분과 코디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울먹. 아, 그리고 아샘 미용실 원장님과 알라딘 사장님, 지기님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근데 왜 상금이 오만원에서 만원으로 줄었나요. ㅠ_ㅠ 요즘 알라딘 가난한가요?

다락방 2009-11-02 12:40   좋아요 0 | URL
그쵸, 좀 아쉬운 부분이죠, 말미잘님. 5만원이었다면 지금보다 수상소감이 두줄쯤 더 길어질수도 있는데 말예요, 그쵸? 물론 일만원도 기쁘긴 하지만, 그래도 오만원이라면 완전 땡잡은것 같아서 마구 지를텐데 말예요. 하핫.

리뷰를 올리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수상자를 많이 뽑고 상금은 줄인다고 예전에 공지했었어요. 물론 저는 1만원으로 내려졌어도 타보진 못했지만 말이죠. 후훗.

어쨌든 예쁜 리뷰어, 말미잘님 만쉐이~!!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3: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오만원이던 시절에도 많이 타셨지 않습니까. ^^

벌써 바람 찬 11월이네요. 수상소감을 한 줄 더 붙인다면 요걸로 하겠습니다. '플루야 다락방님 조심해라.'

Forgettable. 2009-11-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요올~ 축하해염 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3:26   좋아요 0 | URL
으쓱- 뭐 이정도 가지고.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