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를 금하노라>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

내가 책을 고르는 기준은 오직 즐거움. 책 고르는 기준으로 미루어 보건대 내게는 에피큐리언의 피가 흐르나보다. 예전 에피쿠로스 학파의 현자들은 쾌락을 일시적인 것과 지속적인 것으로 분류하고 지속적인 쾌락을 지고한 것으로 치부했다. 이 분류법은 책에도 적용된다. 예컨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는 좋은 소설이지만 두 번 읽으면 지루하다. 반면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좋은 소설인데다가 두 번 읽어도 재미있다.

그걸 구분하는 기준이 뭘까? 나는 정보의 집적도라고 생각한다.

내가 부유했다면 원하는 모든 책을 살 충분한 여유가 있었을 것이므로 굳이 지속적인 쾌락과 일시적 쾌락을 분류하지 않았을 테지만, 부유하지 않은 나는 적은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야 하는 서민이라 또 읽어도 재미있을 만큼 정보의 집적도가 높은 책을 선호하게 된 거다. 같잖게도 내 책장에 어려워 보이는 책이 많은 이유는 단지 내가 가난하기 때문이다.

아마 서평단이 아니었더라면 “고등어를 부탁해”를 읽을 기회는 없었을 거다. 이건 얇고, 쉬워보이는데다가 싸지도 않다. 가난한 에피큐리언이라면 쉽게 손이 갈 만한 책은 아니다.

#. 2

‘고등어를 부탁해’는 수필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때깔을 가진 글을 일러 보통 “잡문”이라 하는데 잡문이라고 마냥 녹록하게는 생각하지는 마시라. 내공과 기품을 갖춘 잡문은 장르적 권위에 안주하는 쓰레기들 보다는 몇 수 위다.

잡문이란 무엇일까? 이 분야의 권위자 아치가 인용한 미셸 투르니에에 따르면 그 정의는 다음과 같다.

“'잡문'이라는 단어는 논쟁들, 지엽말단의 문학, 지나친 자유, 언어의 가치 하락에서 유래하는 폭력들로 이루어진 무질서한 총체로 이해해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 하나의 인격이 자신을 드러내고 활짝 피어나는 것은 오직 비정상을 통해서, 다시 말해서 그 사회와의 대립 속에서만 가능할 뿐이다. 잡문의 시기에는 천재성과 범죄성 사이에 불가피한 친화력이 있다.”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문학의 일종으로 보기에는 지엽말단적이며, 지나친 자유를 추구하고, 때로 명민하지만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것이 ‘비정상’에 범주에 속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상에서 아우슈비츠를 연결하는 천재성, 미국으로 어학연수가는 딸내미에게 콘돔 그릇을 내미는 ‘일종의’ 범죄성 사이에서 끈적하게 감정이 이입되는 친화력을 본다. 이 잡문의 뭉텅이는 장르의 엉덩이들을 툭툭 걷어차며 활보한다. 소설이었다면 이렇게 경쾌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이 진정한 잡문인 이유는 촉수를 뻗는 범위가 워낙 전방위적이기 때문이다. 엄마로서, 아내로서, 교육자로서 그녀의 고민들은 역사와 정치, 교육과 섹스를 가리지 않고 페이지에 쓸어담는다. 이 책이 수필문학이 아니라 “인문” 분야로 분류되는 것도 그 고민의 농도가 수필이라는 얇은 접시가 감당하기엔 너무 진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이 행간에 쌓이는 순도높은 정보의 집적. 그런 묵직한 고민들을 가볍게 만드는 것은 길기만 하면 지구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다던 아르키메데스의 지렛대 같은 오리지날 한국 아줌마의 말빨.   

본 적 없어서 ‘자유’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 냄새가 어떤지는 알고 있다. 그건 남국의 과일처럼 상큼한 냄새다. 그곳 베를린에는 그런 냄새를 폴폴 풍기면서 사는 가족이 있다.  

‘돈보다는 시간을, 순간의 안락함 보다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강요와 간섭보다는 자유와 존중을’ 삶의 모토로 내 건 베테랑 건축가 겸 아줌마 그녀와, 따뜻한 물주머니와 전기담요의 환경적 가치를 비교하는 독일인 환경주의자 남편, 난독증에 스타일은 후지지만 공부도, 취직도 수월하게 해 치운 엄친아 아들과, 콘돔 사용 요령을 아빠에게 시험해 보고 싶어하는 깜찍무쌍한 딸래미. 이 불온 발랄한 가족의 삶은 그 동안 내가 봐 온 어떤 가족의 유형과도 다르고, 독특하다. 독자들은 ‘가족’에 대해서도 새로운 감수성을 쌓을 기회가 될 것이다.

어떤 페이지든 시선이 머무는대로 읽는 재미가 읽는 책이다. 가난한 에피큐리언은 흐뭇하게 만족했다.


댓글(8) 먼댓글(1)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행복을 꿈꾸거든 버려라
    from 날아라! 도야지 2009-11-19 14:31 
    고등어를 금하노라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임혜지 (푸른숲, 2009년) 상세보기 경제력과 행복지수는 비례할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통계청이 발간한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목 GDP는 IMF 집계치 기준 9,291억 달러로 세계 15위에 올랐다고 한다. 반면 영국 신경제재단이 전세계 143개국을 대상으로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68위를 차지했다. 이 행복지수의 평가항목은 경제적 요인, 자립, 형평성, 건강,..
 
 
치니 2009-11-18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오, 재미있겠는데요. 잡문으로써 범위가 전방위적이고 그 내용이 묵직한 건 말미잘님 글도 마찬가지. :)

뷰리풀말미잘 2009-11-18 22:39   좋아요 0 | URL
호호- 치니님도 참.

2009-11-19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1-19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게 그런 책이었어요? 잡문인데 읽기에 좋다는거죠? 흐뭇하게 만족할만한 잡문이라니- 오옷.

뷰리풀말미잘 2009-11-19 17:56   좋아요 0 | URL
예 흐뭇하게 읽은 책입니다. ^^ 다락방님도 좋아하실까요? ㅎㅎ
 
<그들의 무덤은 구름속에>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 - 엄마가 딸에게 들려주는 아우슈비츠 이야기
아네트 비비오르카 지음, 최용찬 옮김 / 난장이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 1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중심인물로 유명한 아도르노는 1949년에 쓴 「문화비판과 사회」라는 논문에서 ‘아우슈비츠이후에 시를 쓴다는 것은 야만이다’ 라고 일갈했다. 논문은 1955년‘프리스멘’(Prismen)이라는 책에 수록되어 유명해졌으며, 꽤 지난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훗날, 아도르노는 그 말을 철회하게 되는데 온갖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대학자에게 그 말을 철회하게 만든 것은 한편의 시, 파울첼란의 ‘죽음의 푸가’ 때문이었다고 전해진다.

파울첼란은 누구인가? 유대계 독일인이던 그는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며, 부모를 아우슈비츠에서 잃은 시인이다. 그 무렵의 슬픔과 고통을 시로 읊던 시인은 결국 삶과 화해하지 못하고 1970년 4월 세느강에 몸을 던져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것이 그 가엾은 유대인이 끔찍한 폭력의 트라우마를 해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책의 제목 ‘그들의 무덤은 구름 속에’는 '죽음의 푸가'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 2

마이다네크에서 나치에게 살해된 역사가 이그나시 쉬퍼는 이런 말을 남겼다.

   
  모든 것은 너희들의 유언을 후세에 전해주는 사람들, 즉 이 시대의 역사를 쓰게 될 사람들에게 달려있다. 살해된 민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부는, 결국 살인자들이 살해된 민족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일 뿐이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폴란드 유대인이나 바르샤바 게토, 마이다네크의 게토 따위는 없었다는 듯이 세계의 기억을 완전히 없애 버리려고 결의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책 中-  
   



수백만의 유대인들을 고문하고 소각하기 위한 공장이 사라진지 불과 반세기다. 유대인들의 족보의 한 두 단계만 거슬러 올라가도 뻥 뚫린 빈자리에는 딱쟁이도 앉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의 더께가 쌓일수록 기억의 창고는 점차로 희미해지고, 야만과 싸우는 우리의 칼날은 그 날카로움을 잃어간다. 요즘 아이들은 더 이상 광주의 아픔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민족을 이야기하는 어른들도 알제리, 우간다, 이라크에서 한 민족의 단위가 위기를 맞고 있음을 외면 한다.

데탕트와 세계화의 양지 아래서 우리는 너무 많이 평화의 홍보자료들만 읽어왔다. 그래서 이 시대의 역사인식은 지역과, 그것도 멋대로 제단한 '민족'이라는 발 믿의 그늘에 안주하거나, 혹은 전무하다. 그 빈자리를 새로운 기술과 돈에 대한 욕망이 메꾸는 형국이다. 그러나 과거에 대한 성찰 없이 미래에 맞서 나갈 수는 없다.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미래에서 역사에 대한 성찰 없이 머리만 큰 괴물은 어떤 악몽을 만들게 될 지 모를 일이니까. 바야흐로 지나온 모든 세대보다 앞으로 한 세대가 품고 있는 위험의 크기가 훨씬 더 큰 세상이다. 

우리가 선대의 역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그것이 우리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세계 시민으로서의 교양이다.

#. 3

이 책은 아직 야만을 기억하는 세대가 평화의 온실에서 자란 세대들에게 뒤 늦게 던지는 소통의 실마리다. 저자 아네트 비비오르카는 유태계 역사학자로 자신의 아이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저자는 간략한 정황의 설명과 주요 개념들을 지루하지 않고 충실하게 제시한다. 책 뒤의 옮긴이의 칭찬대로 자연스럽게 반 유대주의의 기원, 유대인 학살, 바르샤바 게토, 학살의 책임과 소재, 기억의 의무 같은 주요 얼개가 전달되는 것이 부드럽다. 또한 이런 종류의 글은 폭력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부각해 전달함으로서 또 다른 폭력의 사태를 야기시키는 측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을 고려하는 친절한 글쓰기에서 아이를 키워본 부모의 내공이 느껴진다.  

내가 아직 청소년이던 시절에 이 책을 봤다면 역사를 인식하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지 않았을까.  

파울 첼란의 시 ‘죽음의 푸가’ 전문을 소개한다.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그것을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그것을 밤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그가 그것을 쓰고 집 앞으로 나오면 별이 빛난다  그는 제 사냥개를 휘파람으로 부른다
그는 제 유대인을 불러내 땅에 무덤을 파게 한다
그는 우리에게 명령한다 이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아침에 마시고 한잔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쓴다
날이 저물면 그는 독일을 향하여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라고 쓴다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라고 쓴다 우리는 공중에 무덤을 판다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그는 소리친다  땅 속 더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노래하고 연주해라
그는 허리띠의 쇠붙이를 움켜잡고 그것을 휘두른다  그의 눈은 푸르다
삽을 더 깊이 꽂아라 너희들 이쪽 너희들 저쪽은 계속해서 춤곡을 연주해라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그는 뱀을 가지고 논다

그는 소리친다 더 달콤하게 죽음을 연주하라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는 소리친다 바이올린을 더 어둡게 켜라  그리고 너희들은 연기되어 공중으로 올라간다.
그러면 너희들 무덤은 구름 속에 있고 거기서는 사람이 갇히지 않는다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우리는 너를 한낮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우리는 너를 저녁에 마시고 아침에 마신다  우리는 마시고 또 마신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그의 눈은 푸르다
그는 총알로 너를 맞춘다  그는 너를 정확히 맞춘다
한 남자가 집에 산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그는 제 사냥개를 풀어 우리를 몰이한다  그는 우리에게 공기중의 무덤을 선사한다
그는 뱀을 가지고 놀고 꿈꾼다  죽음은 독일이 낳은 명인이다

마아가렛 너의 금빛 머리
술람미 너의 잿빛 머리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ch 2009-11-04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의 검은 젖 우리는 너를 밤에 마신다. 아름답다는 말을 꿀꺽 삼켰어요.

뷰리풀말미잘 2009-11-04 18:07   좋아요 0 | URL
무플을 방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저는 솔직히 그게 뭔 말인지 잘은 모르겠어요.

Arch 2009-11-05 08:51   좋아요 0 | URL
무추천도 방지했답니다. 우리 서로서로 도와요, 미잘^^
해석해주고 싶지만 오독이 분명할 것 같아 내 느낌대로만 생각할래요. 히~

뷰리풀말미잘 2009-11-05 19:52   좋아요 0 | URL
역시 당신뿐이에요.

2009-11-08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8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0 0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0 0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심리학이 결혼을 말하다 - 두려움과 설레임 사이에서 길을 찾다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

유구한 인간의 역사에서 결혼이라는 인간 결합의 형식이 나타난 것은 불과 수천 년 전. 그것은 국가 탄생의 부산물이었으며 행정적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였다. 그래서 결혼은 국가에게 편익을 주었으되 대신 인간의 자유를 갉아먹는 것이다. 도대체 자연스러운 구석이 없는 이 제도 속에서 여성은 소외되고 연대는 제한됐다. 반면 교과서에서 말하는 결혼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란 ‘사회 성원의 재생산’, ‘교육’, ‘성적 만족’, ‘심리적 안정’같은 것들 따위인데, 과연 그런 것들이 단지 ‘결혼’이란 틀 위에서만 성립하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 2

어느날 노인네가 그랬다. “미잘아, 앞으로는 결혼할 여자보다 남자가 많기 때문에 먼저 찍어 두는 게 중요하다. 나는 다 필요 없고 그냥 착하면 되니까 얼른 하나 데려와라.” 노인네는 열 세살 이후로 처음 내 인생에 대해 코치를 시도했다. 조금은 부담스러운. 아마 대부분의 20대 중 후반 이후 미혼자들의 대부분은 나처럼 결혼에 대한 유 무형의 사회적 압박에 시달릴 거다. 때로는 가족과 지인들의 압박이고 또 때로는 미디어의 압박이다. 미디어는 환상을 만들고 지인들은 매뉴얼을 늘어놓는다. 

솔직하게 말하자. BGM으로 All by my self가 흘러나오는 작은 방 안의 브릿짓 존슨의 고독을 우리는 두려워한다. 이성이 거들떠도 안 보는 나이가 되어 문득 결혼과 내 아이에 대한 열정이 돌아오는 상상은 일종의 공포가 아닌가. 저자의 말 대로 결혼 한 여자가 결혼하지 않은 여자에 대해 우월한 듯 꾸며댈 수 있는 것은 그러한 불확정성에 대한 상대적 자신감 때문일거다.

이런 세상에서 결혼 혐오자로 남는 것은 지난한 노력과 희생을 요하는 일이다. 사회적 흐름에 반하는 상상을 하고 그 상상을 현실로 옮기는 것은 고통이다. 요컨대 독신자로 평생 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그래서 미혼자들이 각각 다른 생각의 경로를 통해 결국 모이는 곳은 ‘결혼에 대한 희망’이라는 지점이다. 내 경우에도 그 빈곤한 상상력과 용기 없음의 자리를 메꾼 것은 바로 화목한 가정의 판타지였다.

#. 3

저자, 가야마리카는 이 지점에 있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결혼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말한다. 하지만 그녀의 논의는 단순히 결혼에 대한 환상을 부풀리고 매뉴얼을 제공하는 차원은 아니다. 욘사마에 열광하는 일본 아줌마들의 심리를 분석하면서 왜 가정에 만족하지 못하는 결혼이 발생하는지 설명하고, 미디어가 제공하는 환상의 어줍잖음에 대해서도, 심지어 쓰쓰미 마치코의 ‘주부도 전업 매춘부나 마찬가지다’라는 전설적인 주장까지 소개하며 결혼에 대한 비판적 의견들을 우선적으로 추렴한 후 그 위에서 자신의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균형있는 시선이다. 물론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를 긍정하며, 결혼은 사랑이 전부다라는 다소 맥빠지는 결론을 내리지만 그에 이르는 과정이 허술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결혼에 대한 고민거리들은 그 폭에 있어서도 상당한 볼륨감을 자랑한다. ‘자신의 문제’, ‘부모의 문제’, ‘여성의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 그것은 결혼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기회가 없던 미혼자들에게 알찬 생각의 거리들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난해한 학술서적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에세이의 범주에서 분수를 지킬 줄 아는 미덕을 갖췄다. 저자가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정신과 의사로서 당면했던 특정한 사례를 바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풀어내는 형식인데 예를 들면 왜 결혼시장에서 커리어 우먼이 외면 당하는가, 결혼보다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부모를 의존하는 어느 딸의 심리 분석, 저출산에 대한 시오노 나나미의 주장과 그 반론에 대한 이야기 같은 것들이다. 결혼을 둘러싼 짤막한 에피소드들과 그에 대한 영리한 통찰에 고개를 끄덕이다 보면 책장은 어렵잖게 넘어간다.  

#. 4

나는 관념어를 믿지 않는다. 이즘도, 정신도 유물唯物의 변두리에 기생하는 곰팡이쯤 취급한다. 결혼의 주변적인 것들을 멀리하고 사람과 사랑과 결혼 그 자체를 보자는 책의 결론은 그래서 탐탁잖다. 사랑이란 작은 단어 속에 관계하는 인간의 모든 감정과 현상을 쑤셔 담을 수 있을까? 어려울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논의가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는 비판적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결혼관을 세우기만 하면 될 일이니까. 책이란 정답을 제시하는 계산기가 아니라도 방향을 찾는 나침반은 되는 물건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괜찮은 시도다.   


댓글(2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결혼 양극화도 극심해질거 같아요. 있는 놈들은 몇번씩 결혼을 하고 애인을 두고, 없는 놈은 평생 한번하기도 어려운 --;;

가끔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이 산다면 나는 아이를 함께 키우고 공간을 쉐어하는 하우스메이트 상을 늘 떠올려요.

또 본문과는 상관없지만 '외모와 빈부의 차 없이 성을 즐길 권리'를 헌법에 넣는 운동을 하자고 하면 누가 하려는 사람이 있을까요?(근데 어떻게? 모름..) ㅎㅎ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35   좋아요 0 | URL
돈 많은 사람일수록 여러번 결혼한다. 이 명제가 통계적으로 검증된다면 재미있는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 근데 결혼이 많이 할 수록 좋은 건 아니잖아요? 그런가요? 아, 휘모리님한테 결혼하자고 못하겠네. ㅎㅎ (퍽-)

빈부의 차 없이 성을 즐길 권리. 헉, 휘모리님은 제가 아는 빨갱이들 중에 최고로 혁명적인 사람입니다. ㅋㅋ 개인적으로 저는 찬성입니다만 문제는 국가가 제가 자고 싶은 사람과 재워 줄 능력이 있을지 걱정이 되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10-27 11:51   좋아요 0 | URL
막 티브이에 보면 돈 많은 사람들이 몇 번씩 꽃미녀꽃미남을 상시적으로 옆에 둘 권리를 공식적으로 얻는 방법으로 결혼을 많이 하는 듯해서 ㅎㅎㅎ 아닌가 ^^;;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어지면 소외되는 사람들은 더 없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뭐 있다고 누군가를 딱히 보호해 주지도 않지만 --;;)

어떻게 부분이 말미잘님처럼 창조적인 분들의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왠지.. 학습으로 돌파해야한다는 식의 생각밖에 제 머릿속에서는 안나옵니다 --;;

Arch 2009-10-2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추천했어요. 오랜만의 미잘 리뷰인데다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하나의 책에 소이부답님의 리뷰와 미잘님의 리뷰를 보니까 어떤 책인지 손에 잡히는 느낌이에요. 결론은 시원섭섭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은 충분히 제가 좋아할만 내용 같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40   좋아요 0 | URL
소이부답님 리뷰 읽고 왔는데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마 좋아하실 것 같네요. 저자가 가지고 있는 여성주의적인 면모가 아치님이랑 통하는 부분이 있을겁니다.

다락방 2009-10-2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도 추천해요. 저는 원래 소설만 읽는데 간혹 이런것도 좀 읽어줘야 할 것 같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1:4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이 추천하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입니다. 두두두두.

Arch 2009-10-27 11:50   좋아요 0 | URL
아, 부럽다. 꿀꺽.

다락방 2009-10-27 11:58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천군마마 스럽긴 해요. 뭐래..( '')

Arch 2009-10-27 12:06   좋아요 0 | URL
호한마마와 상궁마마와는 무슨 관계인가요. 진짜, 궁금해서 묻는것임.
저 꼬라지 나서 일도 안 하고(늘 그랬지만) 흐~

다락방 2009-10-27 12:10   좋아요 0 | URL
이렇게 생각하면 되요, Arch님.

천군마마-다락방
호한마마-뷰리풀말미잘
상궁마마-Arch

뭐 이런 관계인거에요.

Arch 2009-10-27 13:16   좋아요 0 | URL
제가 상궁마마에요? 흐흐~ 미잘은 좋아?
다락방님이 깔끔하게 정리한걸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7 13:30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날카로운 비유입니다. ^^

Forgettable. 2009-10-27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어제 친구랑 결혼에 대해서 한시간은 넘게 이야기한 것 같네요. 그래서 이 리뷰를 읽으며 단상들이 마구 떠올라서 정리해서 있다가 댓글달아야지, 했는데 저녁이 되어도 정리는 안되고-_-; 아마 평생 안되지 않을까..

그러니까, 질문들밖에는 없어요 아직은. 이 리뷰를 읽으면서도 그렇고..
40살이 넘어서 여성이 한국에서 어떤일을 하며 밥벌이를 하나, 이런 걱정 때문에 결혼을 하는걸까, 회계사라면 무조건 소개팅 콜이라는 여성들은 행복할까, 결혼의 목적이 남편이 벌어오는 돈일 뿐이라면, 사랑하는(한다고 생각하는) 사람과 평생 참으며 같이 했을 때 노년에 얻을 수 있는 행복이란,
이런 질문들. 질문들만 떠다니고 답은 아마 살아가면서 찾게 되겠죠.

그런데, 미잘님은 결혼 할건가요? (너무 바보같나?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0-27 22:29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확실히 40살 넘은 여성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은 한정적이지요. 저자도 노동의 고달픔이 여성에게 결혼을 선택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어요. 일본의 산업 호황기에 돈 벌어놓은 부유한 부모 슬하에서 편하게 살다가 갑자기 생업전선에 뛰어드는 걸 부담스러워 한다는 거죠.

오래 전에 본 통계자료라 인용할 수는 없지만 아마 결혼 전 후로 가난한 남성과 결혼한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행복할 가능성이 클 겁니다.

맹목적으로 돈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죠. 반대로 오직 사랑하나만 보고 결혼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참는다고 말씀하신 건 가난을 견딘다는 얘기인 거 같은데,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계속 이 상태로 머무르는 한 노년에 경제적인 부분에서 만족하기는 어렵겠지요. 물론 개인차도 클 겁니다. 저처럼 원체 가난한 사람이야 계속 가난하다고해서 더 짜증날 것도 없지만, 타워팰리스 J같은 갑부녀석이 갑자기 제 수준으로 가난해진다면 눈앞이 깜깜하지 않을까요.

답변은 아니고 뽀님의 고민을 함께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제 생각은 아래 비밀댓글로 대신하겠습니다.

2009-10-27 22: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Forgettable. 2009-10-27 22:31   좋아요 0 | URL
평생 참는다는건 가난도 물론 포함되지만, 관계에서의 인내심을 말한거였어요. 평생을 함께 산다는건 이시대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만큼이나 노력을 요하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 노년에 손 꼭 붙잡고 편안한 마음으로 서로 돌봐줄 사람이 있다는 것에 대한 로망도 있고;;;

2009-10-27 2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10-27 23:07   좋아요 0 | URL
그렇겠네요. '평생을 함께 산다는건 이시대에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만큼이나 노력을 요하는 일'이다.

2009-10-27 2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7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1-02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이주의 마이리뷰 당선! 축하해요, 어여쁜 말미잘님! :)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1:38   좋아요 0 | URL
와우! 그랬네요. ^^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휴.. (쉼호흡 한번 하고.) 앞으로 리뷰의 사절이 되어 인터넷에 알라딘의 리뷰를 널리 알리겠습니다. 또 이 자리를 빌어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도록 열심히 리플을 달아주신 서재 지인들과 다락방님, 여러 저자분과 코디님께 이 영광을 돌리겠습니다. 울먹. 아, 그리고 아샘 미용실 원장님과 알라딘 사장님, 지기님께도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근데 왜 상금이 오만원에서 만원으로 줄었나요. ㅠ_ㅠ 요즘 알라딘 가난한가요?

다락방 2009-11-02 12:40   좋아요 0 | URL
그쵸, 좀 아쉬운 부분이죠, 말미잘님. 5만원이었다면 지금보다 수상소감이 두줄쯤 더 길어질수도 있는데 말예요, 그쵸? 물론 일만원도 기쁘긴 하지만, 그래도 오만원이라면 완전 땡잡은것 같아서 마구 지를텐데 말예요. 하핫.

리뷰를 올리는 사람이 너무너무 많아서 수상자를 많이 뽑고 상금은 줄인다고 예전에 공지했었어요. 물론 저는 1만원으로 내려졌어도 타보진 못했지만 말이죠. 후훗.

어쨌든 예쁜 리뷰어, 말미잘님 만쉐이~!!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3:26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은 오만원이던 시절에도 많이 타셨지 않습니까. ^^

벌써 바람 찬 11월이네요. 수상소감을 한 줄 더 붙인다면 요걸로 하겠습니다. '플루야 다락방님 조심해라.'

Forgettable. 2009-11-02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요올~ 축하해염 ㅋㅋ

뷰리풀말미잘 2009-11-02 13:26   좋아요 0 | URL
으쓱- 뭐 이정도 가지고. 히히.
 
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1 

사람들은 종종 '수상작'의 아우라에 낚인다. 책계界에 막 입문한 뉴비들은 물론이거니와 제법 읽는다 하는 대인배들도 수상작에는 쉽게 지갑을 열곤 한다. 한심한 일이다. 수상작 목록의 폐해는 사람낚는 베스트셀러 만큼이나 만만치가 않다. 굳이 열거하지는 않겠으나 특히 각종 신문사들의 문학상 또, 중, 소 규모의 문학상들은 좋은 작품을 선정하기보다는 상업적 폭탄들을 양산하는데 더 많이 기여했다. 상은 단지 참고적인 지표일 뿐, 책을 심판하는 잣대가 있다면 그것은 다만 세월일 것이다. 호머는 상을 받은 적 없지만 일리야드는 문학사적으로 독보적 위치를 획득했고, 검은 집은 제 4회 호러 대상을 수상했으나, 그 명성만큼 가치있는 책은 아니다.  

책 표지에서 인용하는 심사평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마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없다는 사실을 검은 집 만큼 확실히 보여준 소설은 일찍이 없었다. 시종 분위기를 압도하는 섬뜩한 캐릭터 설정, 절묘한 구성력과 복선의 묘미... 심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을 정도로 숨가쁘게 페이지를 넘겨가는 가운데 등골이 서늘해짐을 느꼈다. 미저리보다 몇 배 더 강력한 공포, 일본 호러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정점.  

부담스러울 정도로 미끄러운 평은 그 업계의 상도의니까 그러려니 하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틀린 부분이 눈에 띤다. 검은집은 '마음이 없는' 사이코 패스에 대한 이야기이며, 아래에 언급하겠지만, 가장 중대한 결점을 꼽으라면 호러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시종 여유있는 분위기에 있다. 이 기세라면 심사위윈이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읽어봤는지도 조금은 의심해봐야 할 것 같다.  

#. 2  

어린시절의 트라우마, 연쇄살인, 트라우마와 사건의 극복. 말 할 것도 없는 클리셰, 진부한 플롯이다. 굳이 그 대표격인'양들의 침묵'을 언급할 필요도 없이 그런 류의 이야기 보다 그렇지 않은 류의 이야기를 찾는게 더 빠를 지경이니까. 작가 기시 유스케가 내 세운 주인공, 몇 살 터울의 형의 자살을 상처로 품고 사는 보험설계사. 요것도 그리 독창적인 설정은 아니다.    

전체적인 소설의 완성도에는 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작가가 3인칭 관찰자 시점을 다루는 데 어설프다는 점이다. 주인공의 생각이 전환되거나 상황이 변환되는 부분을 무리하게 하나의 문단에 우겨 넣으려는 부분이 여러차례 나타나는 것. 또 하나는 사설이 길어 몰입도를 해친다는 점이다. 소설은 총 4개의 장과 에필로그로 구분되는데 소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1, 2 장은 클라이막스로 들어가기 위한 포석일 뿐이어서 전체적인 속도감을 저하시킨다. 또 에필로그에서 사회 아노미에 대한 작가의 일장 연설은 도대체가 김이 빠진다. 전기밥솥 샀는데 압력밥솥을 사은품으로 받은 기분이랄까.

소설의 잘 된 부분은 거시적 구도에서 보다 미시적인 부분들에 있다.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소설의 전개를 그럴 듯 하게 포장하고 말쑥하게 이끌어내는 건 곤충에 대한 치밀한 묘사를 바탕으로 등장인물의 행동과 유형을 대입시키는 장치다. 이러한 장치는 곤충학도 출신이라는 주인공의 배경과, 소설의 전개가 꽉 맞물린 은유로 기둥처럼 소설의 얼개를 구축한다. 곤충의 은유가 소설의 외부적 틀을 떠받친다면 소설의 내면적 축을 형성하는 건 정신분석학적 틀이다. 비록 프로이트와 칼 융의 고전에서 머물기는 하나 소설의 흥미를 위해서는 충분히 매끄러운 수준이다.   

#. 3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소설의 히로인이자 심리학도인 메구미와 또 다른 심리학도인 가나이시의 대립이다. 이 둘은 사이코패스의 구원 가능성을 놓고 충돌한다. 소설에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지만 아마 메구미의 심리학적 베이스는 칼 로저스(Carl Rogers)의 상담심리학일거다. 로저스는 인간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학문의 준거점으로 삼았다. 그는 자기실현의 욕구를 가진 인간과 그 가능성을 믿으며, 정신적 위험상황의 모든 사람은 적절한 치유에 의해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반면 기나이시는 샤와 로스(shah and roth)의 유전학적 범죄학의 적자다. 1974년, 샤와 로스는 유전자 염색체에 대한 표본 조사를 통해 특정 염색체(XYY)를 가진 사람이 키가 크고 공격적이며 전과를 가지는 경력이 있다는 결론을 냈다. 물론 이 이론은 불과 3년만에 덴마크 연구자들에게 반박된다. 요지는 XYY염색체가 불러오는 문제는 단지 지능장애이고, 낮은 지능으로 사기를 치다 보니까 단지 정상 염색체를 가진 사람보다 체포율이 높은 뿐이라는 거다. 하지만 이들의 반박도 범죄를 일으키는 특정 염색체가 없다는 확신에는 이르지 못했다. 

어쨌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형질'이 존재하는가. 또 그러한 형질이 범죄를 유발하는가라는 의문은 18~19세기에 유행했던 골상학(骨相學) 이후, 오늘날 유전학까지 이어지는 범죄학의 오랜 테마다. 어떤 사람들은 믿음직한 통계조사로 그러한 이론을 뒷받침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우생학의 끔찍한 전례를 들어 그러한 사고를 비판한다. (소설계에서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필립딕이 가장 강력한 비판자일거다.) 하지만 이러한 논쟁은 아직 종지부를 찍은 것이 아니고 과학적 발견과 생물사회학(Biosocial)적 진보에 의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중이다.   

기나이시와 메구미, 이 둘의 대립으로 소설의 두가지 이론적 배경은 부딪히지만 기시 유스케는 이 두 등장인물을 한 무대에 올려놓는 모험을 택하지 않는다. 다만 기나이시는 죽음으로 자신의 이론에 무게를 싩고, 메구미는 가까스로 살아 자신의 이론을 증명할 기회만을 얻을 뿐이다. 작가의 메타포는 힘 없이 희미하다. 나쁘지는 않지만 용기있는 선택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한 치열한 학문적 탐구를 녹여내지 못한 건 못내 아쉬운 부분이며, 결정적으로 이 지점에서 검은 집은 A급 소설에서 멀어졌다고 본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09-03-12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생각하는 기시 유스케의 소설과는 거리가 먼 리뷰네요. ^^;
기시 유스케의 책들의 플롯은 뻔하고, 소재 역시 흔해빠졌는데, 정말 무서워요.
사람따라 호러를 느끼는 부분이 틀린걸까요? 세상에서는 기시 유스케를 호러작가라고 하긴 합니다만. 간혹 뒤끝이 약하다는 느낌을 받긴 하지만, 그게 그렇게 큰 약점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제가 읽은 가장 무서운 이야기는 기시 유스케의 <천사의 속삭임>이에요.

호러 대상으로 우리나라에 소개 된 것은 이 작품과 <야시>지요. 일본에는 워낙 다양한 상으로 다양한 장르의 마켓을 장려하다보니 정말 눈에 안 차는 수상작들도 많지만,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이 작품은 수상작이어서기 보다는 영화로 명성(?)을 얻은게 아닌가요.

뷰리풀말미잘 2009-03-12 15:40   좋아요 0 | URL
어휴 하이드님 무섭죠. 무서운건 너무 당연하니까 안 썼을 뿐이에요. 한 반쯤은 눈 가리고 봤다니까요! 생각해보면 그렇게 아주 흔한 소재도 아닐지 몰라요. 요즘 사이코패스라는 단어는 국민상식이지만 요 소설이 출간된 97년 즈음에는 전문가나 알 법한 단어였을걸요.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범죄학의 저변이 좁아서 학회가 생긴지도 대략 2년 정도 밖에 안 됐다니까 더 그랬겠죠. 말씀하신 '천사의 속삭임'은 도서정보를 보니까 정말 재미있겠더라구요. 하이드님도 추천하시니까 조만간 꼭 볼 생각이에요. 하이드님의 선구안은 이치로 수준이니까요.

영화는 안 봤어요. 듀나가 재미 없대서. ㅎㅎ 듀나도 그 분야에서는 거의 이치로 수준이거든요.

Arch 2009-03-12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감히 댓글을 못달겠어요.(그럼 달지 말지?) 전 영화로 검은집을 본게 다인데다 호러 소설은 잘 읽지 않아서.
영화로 검은집을 볼 때는 미잘님이 말하신 부분들이 전혀 보이지 않고, 오로지 반전, 반전, 깜짝 놀래키기, 황정민의 연기변신인데 굳이 안 해도 될 연기변신만 보이더라구요.
미잘님은 미모로울 뿐만 아니라 어쩜 범죄학에서 우생학까지 두루두루 아신답니까.

뷰리풀말미잘 2009-03-12 15:43   좋아요 0 | URL
저도 호러소설은 잘 안 읽었는데 간만에 읽어보니까 또 재미있더라구요! 싼 값에 오래, 어디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보다 메리트 있는거 같아요. ㅎㅎ 제 모든 지식은 미모에서 나오는 거 같아요. 단점이라면, 별 깊은 구석이 없다는 거지만.
 
한 아이 1 - 아동교육 심리학의 영원한 고전 한 아이 1
토리 헤이든 지음, 이희재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새댁중의 새댁 멜기세댁님이 이런 얘기를 했었다. “제가 티비에서 봤는데, 어느 교수가 하도 책을 많이 읽으니까 책에 손을 얹고 부르르 떨면 대충 책의 내용이 파악되는 경지에 올랐대요.” 놀라운 이야기다. 하지만 반드시 불가능 할 것 같지는 않은 얘기다. 생활의 달인 류의 TV프로그램에서 목도하듯 어떤 일이든 성실하게 매진하면 차원이 다른 능력이 계발되는 것이다. 물론 나의 독서의 질과 양이 알라딘의 수 많은 용자들에 비할 바는 못 됨은 사실이다. 하지만 비록 절반이 만화와 잡지와 무협지였을망정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라는 말에 부끄럽지 않을만한 책을 읽어왔다. 두어 수레까지는 아무 생각 없이 읽었지만 세 수레쯤 읽었을 때에는 나름의 분류법이 생겼고, 네 수레가 넘어서자 각종 분야와 작가의 미모, 색깔 크기별로 나름의 '사쿠라(벚꽃)서지학'을 세우기에 이르렀다.  

자신만의 서지학과 그것의 전파는 어쩌면 경지에 이른 자들의 본능 같은 것인가보다. 대관절 왜 그런지 이해하긴 어렵지만 수 많은 기관, 대학, 서점, 심지어 쇼 프로그램까지 똥강아지 똥 싸제끼듯 각종 책 리스트를 만들고 이리저리 퍼트리기에 힘 쓰는 거라. 하지만 주변의 강압과 왠지 모를 의무감으로 그러한 리스트에 선정된 책들을 친견해 보면, 우선 놀라운 무게와 베게로 쓰면 뒷목 쑤실만한 두께에 주눅부터 들어 선뜻 열어보기조차 겁나는게 사실이다. 간혹 만나는 두께와 무게가 만만한 책들에도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이기적 유전자’ 같은 것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에 새겨진 문자들은 분명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의 모양을 따르나, 실은 비슷한 모양의 오랑캐 말로 쓰여있는지라 오로지 한글만을 최고로 알고 일생을 살아온 우리 같은 우국지사들은 실상 읽어도 읽는 것이 아니다.  

이에 가슴을 치고 통탄하기를 어언 20여 분. 이제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여기 이 척박한 독서의 광야에 새로운 서지학의 씨앗을 뿌리나니, 이름하여 '우국충정 리스트'. 본 리스트는 우선 얇고, 가벼운데다, 국민공통교육기본과정을 마스터 한 자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훈민정음으로 쓰여 있으며, 그 감동의 깊이가 무슨무슨 기관, 무슨무슨 대학의 추천도서 목록에 싸다구를 왕복으로 쌔려 줄 수 있다는 것을 그 특징으로 한다. 그렇다고 무슨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어린왕자’처럼 흔해 빠진 교양도서냐. 아니다. 이건 레어의 미덕을 잃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공수해온 유니크 아이템인 것이다. 장르불문, 국적불문한 이 책들은 당신의 얼음 같은 심장에 콸콸 끓는 쇳물처럼 쏱아지리라. 물론, 읽는 이 중에는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는 위인이 선정 도서에 대해 이러저러한 의문점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어쩌라고. 추천도서목록 따위가 A/S 되는 거 봤냐. 낙장도 니 책임, 파본도 니 책임, 무감동도 오직 니 책임일 뿐.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서두가 길었다. 그래서 우국충정리스트의 첫 리뷰 도서(처음이자 마지막 리뷰일지도 모르지만)는 토리 헤이든의 한 아이. 본인, 이 책을 날밤 까먹는 귀신이라고 부르리라. 도대체 재미없을 것처럼 생긴 표지디자인과 알듯말듯한 제목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무슨 저주라도 걸렸는지 손에 딱 하고 붙어 떨어 질 줄은 모른다. 왜냐? 왜 나는 늘 책 선물을 할 때 늘 영 순위로 이 책을 고려하는 것이며, 선물 받은 이들은 껍데기는 열었으나 차마 닫지는 못하고 은한은 삼경일제, 잠 못 들어 하는 것인지. 당최 이 책의 무엇이 그들의 차가운 파토스에 불을 싸 질렀을까.

내가 생각하건대, 글의 감동은 진정성에서 온다. 절절 끓는 온돌이 폭신한 침대보다 개운한 건 뜨겁게 살 부비며 등 지지는 그 리얼함 때문이다. 그 리얼함이야 말로 침대가 갖지 못한 끈적한 진정성이다. 본 즉,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노후한 스승의 죽음과 아직 팔팔한 제자의 젊음이 대화를 통해 교차하는 이야기다. 약에 쓸래도 따분해서 쓰기 싫을만한 아이템이요 소설이라면 그저 지루한 냄비받침에 불과할 뿐이었으리라. 하지만 그것이 제법 팔려 이 변방 소국에까지 번역되어 나올 수 있었던 추동력은 바로 ‘논픽션’이 갖고 있는 파워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무서운 얘기가 무서웠던 이유가 그 이야기 자체의 힘이었는지 아니면 그것이 믿거나 말거나 ‘실화’라는 전제 때문이었는지.. 죽어가는 스승을 목전에 둔 제자,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을만한 얘기지만 그것이 ‘사실’이라는 전제는 그 전제만으로도 이야기에 힘을 보태 가슴의 둑을 허문다. 한 아이는 순도 100% 논 픽션. ‘모리’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절절한 논 픽션임을 본 필자 보증한다. 그 감동은 날카롭게 심장을 후벼파는 시퍼런 칼날이다.

입자가 거친 필름사진이 디지털 시대에도 살아남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그 거친 입자가 주는 아날로그적 감성 때문이다. 그 정제되지 않은 터프함에 매끈한 디지털 시대의 우리 감수성은 자극받는다. 헤이든의 한 아이는 필름사진을 상기시킨다. 이건 무지하게 와일드한 이야기다. 일곱 살 짜리 여자애가 네 살 먹은 한 남자애를 묶어놓고 옷자락에 불을 당긴다. 태워 죽이려고. 애새끼들이 전갈을 잡아 개미굴에 짖이겨 넣는 오프닝으로 시작하는 영화 ‘와일드 번치’ 충격이 오버랩 된다. 도대체 왜 천진이 난만하고 순진이 무구해야 할 일곱 살이 그런 숭악한 짓을 저지르게 된 걸까. 토리 헤이든은 반 평생을 특수교육에 이바지한 서술자로 한 아이 ‘쉴라’와 겪은 치열한 사건들을 나열하며 담담하게 그 상황을 독자에게 설득시킨다.

이건 우아한 성장소설의 장르적 관성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단순히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내용이 아니니까. 이 책의 관심은 세련된 어휘를 구사하고, 수준높은 잡지를 읽다가, 난데없이 금붕어의 눈알을 파내는 ‘쉴라’의 내면과 그 내면을 만든 추악한 사회의 현실에도, 교육이 가지고 있는 제도적, 본질적 문제에도 한 다리씩을 걸쳐놓고 있는 것이다. 결국 책의 말미에서 쉴라는 정서적인 안정감을 찾고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게 되지만 그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헐리우드적 관점의 해피엔딩의 조건을 충족시키지는 못한다. 이를테면 이 이야기는 예쁘게 포장된 햄버거가 아니라 펄떡거리는 우럭의 살점 한 조각이랄까. 그래서 이 책은 다소 일목요연하지 않고, 얼개는 포장이 덜 된 듯 거칠지만 읽을 수록 생살에 이빨을 쑤셔박고 육즙을 빨아먹는 쾌감이 더해가는 것이다.  

본 서물書物 '한 아이'는 아동교육 전공자들 사이에서 이름을 얻은 책이다. 그러나 그 이야기의 힘은 결코 교육이라는 하나의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건 교육을 뛰어 넘어 한 아이와 한 교육자의 삶을 통해 그 시대현실과, 인간의 심리, 그리고 독자의 감수성을 화살처럼 관통하는 가슴 저릿한 얘기다.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AYLA 2009-02-03 0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추천의 영광은 제가 가져갑니다 ^^

뷰리풀말미잘 2009-02-03 11:48   좋아요 0 | URL
라일라님의 추천이라면 제가 더 영광스럽죠. 히..

치니 2009-02-03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럼 두번째 추천이라도. ^-^

뷰리풀말미잘 2009-02-03 11:51   좋아요 0 | URL
치니님.. ♡

Arch 2009-02-03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영풍문고 갔다가 '이 아이'를 찾아내라고 직원들에게 타박을 해대다 쉴라를 보는 뭇사람들의 시선같은 뭐 그런걸 한몸에 가득 받았더랬어요.
한 아이, 꼭 읽어보고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그런데 페이퍼처럼 리뷰를 써도 되는거에요? 전 리뷰 부담감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그나저나 우석훈씨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유머'를 말미잘님은 곳곳에 무더기로 퍼붓고 다니는군요! 흠(메모메모^^)
아, 저도 쭉 다 읽은 후 추천!

뷰리풀말미잘 2009-02-03 20:4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방금 영풍문고에서 오는 길이에요. 종로점에 있었는데 혹시 같은 영풍문고? 결국 '이 아이'는 구입하셨나요? ^^
페이퍼처럼 리뷰쓰면 잡아가기라도 한다든가요. 리뷰를 쓰던 야설을 쓰던 쓰는 놈 맘이지. 흐흐..
재미있게 읽어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전 아치님밖에 없는거 아시죠?

Arch 2009-02-03 22:13   좋아요 0 | URL
뭐 저기 저기 밑에 다른 분도 있던데요. 흥~^^ 콧방귀 살포!! 지지지
어어~ 나도 거기였는데^^ 그런데 영풍문고는 거기 한군데 아닌가요? 아님 패쓰. '이 아이'ㅋ는 미친 사수의 미친듯한 재촉 덕분에 구입하지 못했어요. 어제 주문을 넣은지라 아마 조금 있다 사게 될 듯.
아하! 그럼 전 야설 버전 리뷰 전문가라도 되어야겠습니다.(미개척분야에 몰두) 그때도 저 밖에 없으셔야할텐데...^^

뷰리풀말미잘 2009-02-03 23:52   좋아요 0 | URL
오호.. 야설리뷰라.. 아마 아치님이 쓰시면 리뷰계의 태풍이 될 겁니다. 어쩌면 아치 신드롬이라 불리게 될지도 모르죠. 음.. 예상할만한 부작용이라면 어마어마한 추천수에 비해 왜소한 수준의 댓글정도?

그럼 전 즐겨찾기에 아치님 빼고 다 지우러 가 보겠습니다.

Arch 2009-02-04 00:08   좋아요 0 | URL
이런식의 자극, 아주 좋아요. 그런데 리뷰 울렁증이 있어 야설이든 뭐든 나올런지 모르겠어요.
우리, 사랑의 단상도 쓱쓱 써야할텐데 말이죠...
말미잘님 돌아오셔서 제가 참말로 즐겁습니다. 댓글 늘어뜨리며 점점히 나빌레라하는 기분이랄까. 키힉^^ 아 자야겠다. 잘자요~

자발적실업자 2009-02-06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한 아이.
제게 추천한 도서중에서도 아마 거의 일순위였죠?
자기전에 가볍게 잡았다가 정말 말그대로 "시간가는줄 모르고" 새벽5시까지 두권을 다 독파해버리고 말았던 기억.
여러 추천도서 중에서도 여운이 깊게 남았던 책이었죠.

저도 추천날리고 갑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2-06 14:15   좋아요 0 | URL
실업자님이 빨리 취업자님이 되셔야 저도 다시 대여업을 시작할텐데 말입니다. ^^ 앞 일이야 모르는 거지만 어쩌면 실업자님이랑 제가 한솥밥 먹게 될 거수도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드네요. 삼국지 보면 손책이 죽을때 이런 말을 남기죠. "나라 밖의 일은 장소와 논하고 나라 안의 일은 주유와 논하라." 아마 우리 사장님은 후임자한테 비슷한 말을 하게 될 지도 몰라요. "안의 일은 실업자와, 밖의 일은 말미잘과 논하라." 물론 안 밖이야 바뀔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만. 쿡쿡..

무해한모리군 2009-02-18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솔깃한 리뷰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02-18 23:35   좋아요 0 | URL
오늘 아침 휘몰이님을 즐겨찾기에 추가했을 뿐인데 저녁에 님의 댓글을 볼 줄이야. 통한건가요. ^^;

무해한모리군 2009-02-23 11:55   좋아요 0 | URL
저랑 통하셨군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