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룰 대로 해서는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나는 이빨로 글러브의 찍찍이를 물어 뗐다. 내가 벗어 던진 16온스 글러브는 아무도 없는 체육관 링 밖으로 풀썩 떨어졌다. 열여덟 살의 나는 채 영글지도 않은 맨주먹을 을러대면서 아마 이렇게 말했을 거다.

“꼬우면 너도 벗어.”

그도 글러브를 벗었던가. 어쨌거나 유혈이 낭자한 시합으로 기억한다. 불행한 것은 내 쪽에서 조금 더 낭자한 편이었다는 것,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더 심하게 낭자해지기 전에 퇴근한 줄 알았던 관장이 들이닥쳤다는 사실. 그리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내가 그 길로 체육관에서 쫒겨났다는 거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나는 다시 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의치 두 개에, 눈가에 흉터가 몇 개 더 늘기는 했지만 이제 더 주먹이 오고 가는 것 따위에 자존심을 걸지도, 상대의 도발에 평정심이 흔들리지도 않게 되었다. 마음을 비운 것이 주효했는지 엇비슷한 체급에서 져 본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제까지는 말이다.

#. 1

흐릿한 시야로 상대를 가늠한다. 키는 5센치, 무게는 한 체급 정도 높다. 녀석은 바싹 가드를 올린다. 쌔고 쌘 크로스 암 가드. 공이 울리고, 고등학생이라는 그 애송이는 팔을 뻗어 내가 내민 글러브를 툭 치고, 다시 얼굴을 감싼다. 겁을 먹은 걸까. 나는 아무 의미 없는 견제용 잽을 던지고 느긋하게 스텝을 밟았다. 예상대로 애송이의 왼 주먹이 들어온다. 내 턱을 노리는 레프트 더블. 느리다. 이어지는 레프트 바디. 다시 백 스텝. 시합 나간다는 녀석 치고는 너무 느린 주먹이다. 이봐 고삐리. 그 주먹으로는 동네 중학생 주머니도 못 털어먹겠는데? 나는 씩 웃었다. 

가드도 하는 둥 마는 둥 사뿐사뿐 백스텝을 밟는데 아차, 어느새 등으로 느껴지는 단단한 로프의 감촉. 정식 규격보다 훨씬 작은 사이즈의 연습용 링이라는 걸 깜빡했다. 어쨌거나 빠져 나가면 그만이다. 가볍게 녀석의 바디에 잽을 넣어 주고 왼편으로 돌아 나가는데.

쾅. 하고 뭔가 묵직한 충격이 내 얼굴을 오른편으로 돌린다. 라이트 훅? 위험을 감지한 건 눈이 아니라 몸이었다. 반사적으로 끌어올린 가드에 다시 쾅 하고 충격이 느껴진다. 레프트. 그리고 이어지는 바디 연타. 그리고 순간 허술해진 안면 가드 사이를 송곳처럼 뚫고 올라오는 어퍼컷. 피 냄새가 훅 나면서 머리가 핑 하고 돈다. 침에서 찜찌름한 맛이 난다. 뭐야 도대체. 가까스로 소낙비처럼 쏱아지는 펀치를 뚫고 들어가서 녀석의 겨드랑이 사이에 팔을 찔러 넣었다. 이빨 끝이 깨져 나갔는지 작고 딱딱한 조각들이 입 안에서 버석거린다. 이런 젠장.

너 어디서 좀 놀아봤니? 

#. 2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김윤식의 명대사.

“한 번! 두 번도 아니야! 딱 한 번만 삐끗하면 씨발, 인생 나가리야. 어? 정신 빡세게 차리고! 항시 가드 올리고! 상대 주시하고!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상대가 씨발, 어떤 타이밍에 어떻게 들어오는가!”

왕년에는 잘 나가던 복서였던 노가다 꾼의 눈에, 세상은 링이다. 그래서 여자가 되고 싶어 하는 아들 동구의 취향은 그에게 너무나 허술한 약점으로 보이는 거다. 물론 영화에서야 동구는 놀라운 의지로 가부장의 절대적 세계관을 극복하지만, 만약 그것이 크레딧 올라갈 일 없는 현실이라면, 통통하고 귀여운 이반의 삶은 끊임없이 시험받고, 끊임없이 고달플 것이다. 종국에는 정체성을 감추고 일반에 섞여들거나 다른 성적 소수자들처럼 사회의 변두리로 밀려나 가드 올리고 불안한 눈빛으로 상대 주시하며 살아가게 되겠지.

삶이 고달프고 시험받는 것이 비단 성적소수자 뿐은 아닐거다. 느낌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정치적 지향이 달라서, 돈이 없어서, 반푼어치도 안되는 권력에 휘둘려서 우리는 얼마나 높고 단단한 가드를 올리고 살아가는가. 진한 화장이, 딱딱한 수트가, 비싼 악세사리가, 짙은 선팅이, 귀에 꽃은 이어폰이 내겐 그런 가드의 일종으로 보인다.

#. 3

복싱의 Box는 실제로 정육면체의 그 박스를 의미한다고 한다. 경기가 시작하고 레프리가 Box를 선언하는 순간 서로를 노려보던 두 명의 파이터는 가상의 박스를 만든다. 어떤 박스? 길이는 쭉 뻗은 팔을, 높이는 자신의 배꼽에서 이마의 간격을 닮은 박스. 대충 새우깡 박스 정도의 크기쯤 되는 그런 박스. 문제가 생기는 건 링 중앙에서 둘의 박스가 부딪히는 순간이다. 경기에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배타적이고 강경한 물리적 권한의 행사. 그것이 바로 복싱Boxing이다.

종종 링은 세계의 작은 시뮬레이션처럼 느껴진다. 이렇게 보면 어떨까? 주먹은 권력을, 박스는 영토나 영역을, 다운은 실패를, 패배는 죽음이나 멸망을 상징한다고. 사회학자 김명진도 한국 사회를 ‘사각의 링’에 빗대어 설명한다. 지금 이 사회는 정말이지 단 한순간도 방심하기 어려운 위험사회라는 것이다. 정말로 대한민국의 사회는 링을 닮았다. 수 없이 많은 박스가 서로의 박스를 위협하고 갉아먹는. 어린 내가 가끔 링과 현실을 혼동했던 건 그런 이유지 싶다.

그렇게 보면 실제의 복싱 경기는 매우 신사적이지 않은가. 최소한 링에서는 슈퍼 헤비급이 동네 애송이를 두들겨 패는 법은 없으니까.

#. 4

내가 1라운드의 데미지를 회복 한 건 2라운드 중반 이후였다. 그 때까지 나는 거의 유효타 없이 완전한 수세에 몰려있었다. 승기를 잡은 스파링에서 이럴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녀석은 1라운드 초반 이후 거칠게 연타를 퍼부어댔다. 저돌적으로. 나는 그게 좀 얄미웠나보다.

2라운드 후반에 내가 일부러 주먹을 크게 휘두른 건 단지 녀석을 도발하기 위해서였다. 생각대로 녀석은 3라운드에도 날 코너로 몰아붙였다. 고등학생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경기 운영이었다. 내 몸뚱아리를 두들기는 콤비네이션은 아주 빠르고 리듬감이 있었다. 주먹에 힘만 좀 더 붙었다면 2라운드를 넘기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교과서적인 복싱을 구사하는 녀석의 유일한 문제점은 폭력 자체에 너무 도취된다는 점. 나도 그 터질 것 같은 아드레날린을 안다. 내 박스가 상대의 박스를 다 먹어 치울 때의 그 흥분은 겪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종류다. 상대가 침몰하는 그 순간 링 안의 위너는 정복자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나는 녀석이 더 도취할 수 있도록 침몰하는 상대를 연기했다. 단지 내게 더 큰 충격을 주기 위해 큰 궤도로 주먹을 휘두를 수 있도록. 그리고 3라운드 후반, 조바심을 내던 녀석은 일격을 날렸고, 큰 동작으로 턱 밑이 훤히 비었다. 사실 좀 치사하기는 했다. 회심의 라이트 어퍼. 아프냐.. 나도 아프다.

경기가 끝난 후 나는 정확히 이틀간 두통을 앓았고 아직도 오른쪽 턱이 좀 욱씬거린다. 아까는 다 읽은 책을 냉장보관하려고 했는데 그날 데미지의 영향이지 싶다. 으윽. 빌어먹을 고삐리.      

#. 5 



 

 

 

 

 

  

 

“왼손을 곧게 뻗어 봐 그 상태로 한 바퀴 돌아라. 지금 네 왼손이 그린 원의 크기가 대략 너라는 인간의 크기다. 말하는 의미를 알겠냐? 꼬마야. 그 원의 가운데 앉아서 닿는 곳에만 손을 뻗으면 넌 상처 없이 살 수 있어. 복싱이란 뭐냐, 그 원을 네가 주먹으로 뚫어서 밖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오는 행위다. 밖에는 강한 녀석들로 가득 차 있지. 그리고 그들은 네  원 속으로 치고 들어오려고 한다. 맞으면 아프고 때리면 그들 또한 널 때릴 것이다. 그래도 하겠느냐? 원 속에 있는 게 안전한데도?”

언젠가부터의 내 삶은 영화 ‘GO’의 터프가이 아버지 야마자키 츠토무가 말 하는 것처럼 그리 진취적인 것이 아니다. 조금만 구부리고 살자고 결심한지가 벌써 2년 전인데 구부린 허리가 펴질 날이 요원하다. 혹시 벌써 굳어서 영영 못 펴게 된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올해 내가 세운 목표는 ‘살아남는 것’. 

좀 멀리 가게 되었다. 그리고 정신없이 바쁠 거다. 5년 만에 서재 리뉴얼한 보람도 없이 글 남길 짬도 없을지 모른다. 세상은 끊임없이 나의 박스를 물어뜯으려고 들 테고, 링 밖의 복싱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내 것을 빼앗길까봐 매일을 스트레스와 불면에 시달릴지 모른다. 그래도 나는 열 여덟살의 나 처럼 글러브를 벗어 던지지 못할거다. 단지 가상의 마우스피스를 질끈 깨물 뿐.  

당신이 그렇듯, 나도 내 박스 안의 자질구레한 삶을 지키기 위하여 싸울테다. 비루하고 때론 남루하지만 그게 지금의 대한민국. 이 거친 삶의 자리에서 투쟁하는 복서들의 숙명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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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0-01-19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미잘님의 복싱형태는 일보일까요. 아니면 일랑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마모루..(이건 절대 아닌 것 같고.)마사루나 타츠야는 아니고...설마...마시바 료..??

인생이 링이고 내가 링에 오른 복서라면 난 어떤 타입일까나 잠시 좀 생각 좀 해봐야 겠습니다.(오래가는게 쎈거라고 생각하면 전 포먼 같은 복서가 되고 싶겠군요.)

뷰리풀말미잘 2010-01-19 14:47   좋아요 0 | URL
더 파이팅 얘기죠? 그거 아직 못봤습니다. 아주아주 예전에 챔프인가 어디에서 연재할때 아, 이런 만화가 있구나 했었고, 애니메이션으로는 한 3화까지 봤는데 솔까말 좀 재미가 없었어요. ㅠ_ㅠ 뒤로 갈수록 더 재미있어지나요?

저는 별로 누구한테 배운 적도 없고, 별로 스탠스에 집착하는 편도 아니고 해서 특별히 이렇다 얘기할만한게 없습니다. 대충 조지 포먼의 크로스 가드와 타이슨 비슷한 피커부의 어중간한 형태일 것 같네요. ^^

인생이 링이라면 메이웨더의 약삭빠른 스타일이 좋을 거 같아요. 보기는 별로 재미가 없어도 유연하고 순발력 있고 맞지 않으면서 실리를 취하는. 용감하고 터프한 인파이터들은 대체로 선수 생명이 짧더라구요. ㅎㅎ

Mephistopheles 2010-01-19 15:13   좋아요 0 | URL
책으로 보시는 것이 백만배 더 재미있습니다. 왠지...스트리트 파이터 기질이 다분히 존재할 것 같은 말미잘님....^^(글러브 벗고 한 판! 이었을 때 알아 봤어야 하는데..^^)

뷰리풀말미잘 2010-01-19 16:50   좋아요 0 | URL
에이 전혀요. ㅎㅎ 그냥 좀 도도하고 쓸데없이 자존심만 강하던 시절이 있었죠.

Mephistopheles 2010-01-19 20:01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말미잘님은 일랑 스타일 같습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1-19 22:03   좋아요 0 | URL
일랑이라.. 기회 닿는데로 구해봐야겠습니다. ^^

Arch 2010-01-22 0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복싱이라니, 흥미없어요.'라고 미뤄뒀는데...
미잘, 링 밖으로 나가는군요.
부디 살아남아요!

짙은 화장을 해도, 썬팅을 아주 근사하게 해도 난 단박에 어줍 미잘 알아보니까 다 소용 없어요^^

2010-01-22 0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1-22 16:03   좋아요 0 | URL
저 위 영화들 다 봤어요? 완전 강추인데. ㅎㅎ 저걸 다 보면 어쩜 쪼끔은 복싱에 흥미가 생길지도.

2010-01-22 16: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 1

전쟁이었다. 

나는 군인이었다.

내가 속한 부대의 명칭과 편제는 잘 모르겠다. 나는 소대라기에는 좀 작았고 분대라기에는 많은 규모의 팀에 소속되어 있었다. 우리 임무는 이동중인 요인을 사살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주 전장에서 조금 떨어진 그 곳은 올림픽공원처럼 아주 커다란 공원이었다. 우리는 뭔가 시간에 쫒기고 있었고, 그래서 서툴렀다. 그래서 아직 요인과 경호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여유있게 매복하지 못했다.

풀 숲에 숨은 내 앞으로 지나가는 건 소대 규모의 호위부대와 모녀로 보이는 두 여인. 나는 소총을 가만히 들고 발사준비를 했다. 그런데 내가 겨누고 있는 소총 가늠자 끝에 보이는 건, 예전 내 동료였던 Y. 말수 적고, 운동 잘 하고, 사람까지 좋은 그 Y였다. 나는 놀라서 조금 부스럭 거렸고 Y는 예리하게 소리를 간파했다. 자세를 낮추고 주위를 경계하는 그. 그리고 지척의 거리에서 숨소리도 내지 못하고 얼어붙은 우리. 그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우리 쪽의 누군가가 성급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빵- 하는 총 소리.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한 적의 강력한 역습.

순식간에 우리 팀은 전멸했다. 살아남아 도망치는 건 나와 어떤 여성 동료. 우리는 정신없이 달렸고 추격자들은 인정사정없이 연사 모드로 소총을 갈겨댔다. 그녀가 표적이 된 이유는 아마 나보다 조금 느렸기 때문이었을거다. 어느 순간 돌아본 내 시야에 그녀는 없었고 개떼처럼 뒤를 쫒는 추격자들만 있었다. 그녀는 죽었을까? 아니면 부상당한 채로 포로가 되었을까.

이상한 건 나는 그 상황이 별로 슬프지는 않았다는 거. 그래서 그 싫어하는 총을 별 죄책감 없이 계속 쏴 댈 수 있었다는 거다. 어쨌거나 숨가쁘게 도망가던 나는 마침 포탄의 자국인듯 푹 패인 구덩이를 발겼했고 당연히 뛰어들었다. 피맛에 미친 추격자들은 제 정신이 아니었다. 그들은 말도 안 되는 실수를 두 가지나 하고 있었으니까 1. 엄호 없이 맨 몸으로 개활지를 지나고 있었고. 2. 단 한명인 내가 매복할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참호가 되어버린 웅덩이 벽면에 몸을 기대 흔들림을 없게 하고 점사 모드로 조준했다. 탄은 충분했다. 그리고 인형 사격장에서처럼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했다. 총 소리가 날 때마다 추격자들은 인형처럼 하나씩 쓰러지더니 곧 아무도 남지 않았다. 그렇게 패배도, 승리도 하지 못한 나는 총을 어깨에 걸고 터덜터덜 전장을 빠져나왔다. 정말 이상하게 커다란 늑대 한 마리가 사람은 아랑곳 없이 시체 주변만 킁킁거리고 있었다.  


#. 2

나는 오래 걸었다. 그리고 뜬금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철 계단을 발견했다. 시야가 미치는 사방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도대체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미지의 어두운 계단을 내려가기로 했다. 그건 이제 아무도 사용하지 않은 벙커였다. 벙커는 지하 4층으로 되어있었는데 각 층마다 20명은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찍했다. 어느 층은 통째로 문이 잠겨져 있었다. 나는 맨 아랫층을 사용하기로 했는데 거기엔 넓찍한 침대도 있었고, 냉장고도 있었다. 나는 좀 머무르기로 했다.

며칠이 지난 것 같다.

나는 걸을 때 마다 쿵쿵 소리가 나는 철 계단을 올라 가서 주변을 탐색했다. 군인 몇 명이 벙커의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아직 때가 아니다. 나는 거북이처럼 고개를 집어넣고 발 소리 안 나게 다시 지하로 내려간다. 그때 쿵- 하고 소리가 들렸다. 침입자다. 나는 총을 겨누고 어두운 곳에 숨었다. 놀랍게도 내 앞으로 지나간 건 얼굴 모르는 젊은 여자였다. 나는 여자의 뒷통수에 총을 겨눴다. 걸어.

겁에 질린 여자는 짐짓 그렇지 않은 척 하면서 내게 뭔가를 협상하려고 했다. 그녀가 열어 보인 것은 짧은 치마였고 요구 조건은 자신을 풀어 줄 것이었다.

정말 비겁한 대목이지만 나는 정말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내가 그녀의 협상을 받아드리려고 했는지 아닌지. 하지만 최소한 나는 그녀를 풀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것 자체가 엄청난 리스크가 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녀를 총으로 위협해서 맨 아랫층으로 끌고 왔고 침대에 묶었다. 도대체 나는 어쩔 생각이었을까. 나는 그녀의 처분을 고민했던 것 같다. 

그때 벙커에는 또 다른 침입자가 발생했다. 발소리. 나는 다시 총을 들고 층계 옆 계단에 몸을 은닉했고, 계단을 따라 내려오는 그 늙은 남자의 가슴을 겨눴다. 그는 건장했는데 군복 바지에 녹색 군용 런닝을 입고 있었다. 빵- 그는 무력하게 허물어졌고 나는 뒤를 따라 내려오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총구를 겨눴다. 그는 검정색 해녀복 비슷한 것으로 온 몸을 감싸고 있는 남자였다. (이제 알겠는데 그건 UDT가 사용하는 잠수복이었다. 꿈에서는 전혀 기억해 내지 못했다.)  

그 잠수복 사내는 반항 없이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고 나는 아랑곳 하지 않고 총을 발사했다.  그런데 웬걸. 아무런 충격을 느끼지도 않는 그. 그 남자는 예상했다는 듯 머리위로 들어올린 총을 천천히 내려서 유유히 내게 겨누기 시작한다. 나는 몸을 날려 소파의 뒤로 피했다. 남자의 이상한 옷에는 방탄 효과가 있는게 분명했다. 이후 나의 공격은 여러차례 실패했고 좁은 공간에서 나는 금새 궁지에 몰렸다. 그는 베테랑 사냥꾼 처럼 나를 몰아갔다. 

결국 나는 무력한 상태로 그와 대치했다. 죽겠지.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는데 이상할 정도로 긴장되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는데 그 순간 내 시야에 보인 것은 내게 다가오는 그의 발. 그 발을 감싸고 있는 건 평범한 가죽 군화였다. 2차대전 태평양의 어느 섬에서 옥쇄를 각오한 일본군이 삶아 먹기도 했다는 가죽군화. 나는 총으로 방심한 그의 발등을 쐈다. 그리고 검은 잠수복 뒤에서 비명을 지르는 그의 작살총(웬?)을 가볍게 뺏어 던져버렸다.

그리고 잠수복의 허리를 노린 태클. 그때 잠수복 군인과 넘어져 뒤엉킨 내 시야에는 반라(왜?)의 상태로 도망가는 그 여자가 보였다. 어떻게 결박을 풀었을까. 잠깐 정신을 팔고 있는 사이 잠수복 군인은 나를 밀쳐내기 시작했다. 그는 나보다 체구가 컸고 힘도 셌다. 까다로운 상대였다. 나는 그의 팔을 제압하기로 했다. 팔 얽어비틀기. 작은 체구로 무골 그레이시 가문을 제압한 기무라의 절기. 그런데 내가 그렇게 기무라록을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알았던가. 어쨌거나 나는 그의 팔꿈치와 어깨를 작살내고 그것도 모자라서 한 손의 손가락을 몽땅 부러뜨렸다. 그리고 거의 공격할 의지를 잃고 늘어진 쇄골과 턱 사이에 팔을 찔러 넣어 경동맥을 제압했다. 그의 목은 축축하고 뜨뜻했다. 배운대로라면 그가 의식을 잃는데는 7초, 뇌가 기능을 정지하는데는 몇 분 가량의 시간이 걸렸을거다.      

얼마 후 나는 아직 온기가 식지도 않은 그의 목에서 팔을 빼냈는데 이제는 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크리스마스 아침이었다.

#. 3

자기 전에 내가 읽은 책은 스푸트니크의 연인이었다. 그 자아의 분열과 찾기 어쩌고 하는 맨 뒷 꼭지의 해설이 꿈에서 내 이드와 에고를 분열시키는 암시가 됐던 것 같다. 꿈에서 내가 에고와 분리된채 어둠의 말미잘이 된 건 아마 적 중에서 Y를 발견한 이후였을거다. 그때부터 나는 아무 죄책감 없이 방아쇠를 당겨대고, 꺼리낌없이 동료를 전장에 버려두고, 그 여자를 침대에 묶어 놓기까지 (뭐, 뭘 하려고?) 했다.

분석하기로는 아마 그 벙커는 내 심층 무의식의 단면이었을거다. 실제로 내 심리의 깊숙한 곳에는  깊고, 어둡고, 음침하고, 넓고, 스스로를 아늑하게 유폐하는 그런 공간이 존재할거다. 또 내 안에는 분명 그런 에로스와, 그런 폭력의 충동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는 것이고.

그렇다면 벙커에 난입한 두 명의 군인은 악역이 아니라 선역에 가까운 역할이리라. 아마도 그들은 내 에고가 파견한 에이전트. 다행인것은 어둠의 말미잘은 그들을 제압하기가 너무 어려웠고, 거의 죽음의 위기까지 몰리기도 했으니 내 에고의 수준은 무의식의 영역에서도 상당히 강력하다는 반증일거다. 그래, 나는 원래 양심적인 인간이다.  

하지만 결국 어둠의 미잘은 그들의 가슴팍에 총알을 박아넣고, 뼈를 해체하고, 숨통을 끊어놨지만. 그래도 희망적인 부분은 내 또 다른 자아인 잠수복 그가 죽어가면서도 결국 그 여자를 무사히 탈출 시키는데 성공했다는거다.  

크리스마스 아침이다. 나는 아직 밥도 안 먹고 

이러고 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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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2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놀드 슈바제네거+에밀리아넨코 효도르+돈주앙

뷰리풀말미잘 2009-12-26 00:2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아무리 생각해도 아놀드와는 좀 거리가 있는 외모에요. 효도르가 기무라를 사용하던가요? 돈쥬앙은 아직 안 본 영화네요. 한번 구해봐야겠어요. ㅎㅎ

다락방 2009-12-25 14: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꿈은 제가 전문이에요. 예지몽두요. 정말로요.

이건 개꿈-
1. 며칠전에는 움직이는 전기톱 꿈을 꿨어요. 그 전기톱은 아무도 멈출수가 없지요. 땅속으로도 하늘로도 마구 날아다니고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다 잘라버려요. 다들 그 톱에 베어지지 않기 위해 여기저기로 도망다녔어요. 사람들은 그 톱을 피해 다같이 떼를 지어 물가로 향했어요. 물을 헤치며 도망가면 톱이 쫓아오질 못하겠지, 하구요. 다들 한길로 무리지어 도망다니는데 저는 왜였는지 혼자 반대로 뛰면서 울었어요. 왜 아무도 나한테 피하라고는 하질 않는거지? 했어요. 그러면서 막 울었어요. 톱도 무섭고, 외롭고..


이건 예지몽인데요,
2. 어젯밤에는 떡집엘 갔어요. 5만원인지 50만원인지를 들고 떡을 사러 갔어요. 체인으로 운영되는 예쁜떡을 파는 떡집이었는데요, 크리스마스라 그런지 떡이 별로 많이 남진 않았더라구요. 그래서 싹싹 긁어 모았어요. 뒤져보니 구석에 숨겨진 분홍색과 하얀색과 갈색떡들도 보였어요. 그래서 떡을 떡을 떡을 떡을 계속계속 샀어요. 이쯤되면 돈만큼 채웠을까 생각하면서요.


아침에 일어나서 크리스마스인데, 떡 꿈이라니, 혹시 말미잘님이 방명록에 인사를 남긴거 아닐까? 하고 들어왔는데 정말로 그랬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뷰리풀말미잘 2016-05-13 11:19   좋아요 0 | URL
오, 다락방님 스티븐 킹이 울고 가겠는데요. 제가 피터잭슨이었다면 그 전기톱 꿈 당장 판권 계약하겠습니다. 장담하건대 영화로 만들어지면 아카데미에서는 좀 어려울지 몰라도 칸이나 베를린에서는 알아 줄 겁니다.ㅎㅎ 근데 다락방님 요새 뭐 압박감 느끼고 그럴 일 있나요? 돈 꾸고 안 갚았다던가.

떡과 크리스마스와 먹음직한 홍게와 미잘과 방명록이 도대체 어떤 이유로 연상 작용을 일으키게 되는 건지 심히 궁금합니다.

성탄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저는 배가 빵빵해질때까지 먹고 코가 구십도로 삐뚤어질때까지 마셨습니다. 왠만하면 적게 먹는 편인데 왠지 성탄절엔 그래야 할 것 같아서요. 제가 오늘 받은 최고의 선물은 오늘이 금요일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내일은 허리 아플때까지 누워있기를 시도해볼까 해요.


Arch 2009-12-27 01:45   좋아요 0 | URL
오바 미잘 같으니, 뼈가 노곤노곤 해졌으니 이제 들어와요^^

다락방님, 만약에 미친 톱이 나타나면 내가 제일 먼저 다락방한테 우리 같이 팔짱 끼고 물가로 가자고 말해줄게요. 나도 다락방님처럼 꼭 나만 어딘가에서 제외되는건 아닐까란 두려움이 있어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7 11:11   좋아요 0 | URL
흥. 아치 찜질방 갔다왔죠?

당신들이 팔짱끼고 물가로 가면 저는 이렇게 말 할 겁니다.

"빵꾸똥꾸들아, 강을 건너지 마라."

다락방 2009-12-27 16:35   좋아요 0 | URL
Arch님. 그것도 좋지만요,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미친톱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건 어때요? 맞서 싸웁시다. 미친톱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는거에요!! 뜨거운 용광로에 녹여버리든가 하는거죠. 물론, 우리 둘이 온 세상사람들을 구해도 우리가 구했다는걸 알아주진 않겠지만, 그런것쯤 필요 없잖아요. 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동떨어져 구해지지 않을거란 외로움에 울 수도 있는데, 우리가 톱을 없애 버리면 그 사람들은 울지 않아도 될테니 말예요. 내가 혼자라면 톱을 잡는걸로 끝나겠지만, Arch님과 함께라면 그 톱을 가지고 용광로까지 갈 수 있지 않을까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7 17:13   좋아요 0 | URL
061-790-0114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화번호에요. 두분이 거기까지 가시기 힘들테니까 우체국 택배를 이용하세요. 요금은 제가 우표가 좀 있는데 지원해 드릴게요.

hanalei 2009-12-27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님 미스테리인데요..
첫째. 내용에 비해 극도로 추천이 없다. 이번거는 퍼펙트이군요. 그 취지를 살려 그대로 둡시다.
둘째. 댓글들은 본문과는 전혀 딴 이야기들로 일관들을 한다.

hanalei 2009-12-27 23:39   좋아요 0 | URL
가능한 답으로서는
첫째. 추천'따위'로 어떻게 이 훌륭함을 칭송할 수 있겠는가. 아에 하지를 말자.
둘째. 완벽한것에는 더 이상의 언급이 필요없다. 입다물고 있자.

뷰리풀말미잘 2009-12-28 01:48   좋아요 0 | URL
레이시즌님 이전에도 추천수 미스테리를 제기한 몇몇 분들이 계셨습니다. 하지만 모두 어느샌가 서재를 폐쇄했거나 실종되고 말았었지요. #우님을 하나의 사례로 들수 있겠습니다. 본문과 전혀 딴 이야기를 한다. 과연 그것이 딴 이야기일 뿐일까요? 혹시 단어를 획수 단위로 분해해서 패턴을 재정립한다면 비로소 의미가 열리는, 고도로 암호화된, 그런 알고리즘은 아닐까요?

Arch 2009-12-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잘 나 완전 빵 터졌어요. 전 미잘이 무척 좋아요.
광양제철소는 뭐고 암호화는 또 뭔지. ㅋㅋ 그나저나 달레랑스는 아직 알라딘 출근 전인가봐요.

뷰리풀말미잘 2009-12-28 13:20   좋아요 0 | URL
달레랑스 열심히 점괘 뽑고 계시던데요. ㅎㅎ

다락방 2009-12-28 17:05   좋아요 0 | URL
아 미치겠다. 열심히 점괘 뽑고 있대요. 아 놔....... 오늘 진짜 엄청나게 집중모드 일하다가(그래도 점보는건 하고)지금 또 잠깐 들어왔어요. 아, 나 당신들이 너무 웃기네요. 어쩌죠?

뷰리풀말미잘 2009-12-28 23:08   좋아요 0 | URL
우리 달레랑스님 웃음에도 관용이 넘쳐요. 흐.. 즐거운 밤입니다. ^^
 

 

 

 

 

 

 

 

"너와 술마시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어린왕자가 물었습니다.

"참을성이 많이 필요하지."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우선 내게서 조금 떨어진 의자에 앉아. 난 곁눈질로 널 볼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마. 말은 오해의 원천이지. 그리고 한잔 마실때 마다 조금씩 나에게 더 가까이 앉으면 돼." 

다음 날 어린왕자는 댓글을 달았죠.

"술은 몇 시에 마시는게 좋을까."  

여우가 말했죠.

"예를 들면, 네가 오후 일곱시에 마시자고 하면, 난 여섯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시간이 갈수록 나는 더 행복감을 느낄 거야. 여섯 시엔 난 벌써 숙취 걱정을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게 될 거야. 내가 얼마나 마시고 싶은지를 보여줄 수 있지. 그런데 네가 그냥 아무 때나 오면, 내 위장은 몇 시에 술 먹을 준비를 해야 할지를 전혀 모르게 되지. 적절한 관례를 지켜야 해."

"관례가 뭐야?" 어린왕자가 물었죠.

"그것 역시 너무 자주 소홀히 다루어지는 행위야."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건 술 먹는 날을 다른 날과 구별되게 하고, 술 먹는 시간을 다른 시간과 구별되게 만드는 거지. 예를 들면 사냥꾼이 술 먹는 날에도 관례가 있어. 그들은 매주 금요일이면 마을의 여자들과 술을 마시지. 그래서 금요일은 내게 멋진 날이야! 난 을지로 3가 까지 산책을 할 수 있지. 하지만 사냥꾼들이 그저 아무 때나 술을 마시면, 매일 매일 이 다른 날과 마찬가지가 되고, 난 결코 을지로에 갈 수 없게 되지."

어린왕자는 여우와 마셨습니다. 그리고 떠날 시간이 가까워 왔을 때,

"아아." 여우가 혀 꼬부라진 소리로 말했답니다. "울고 싶어."

"그건 네 잘못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죠. "난 너에게 적당히 따라주고 싶었어. 그런데 네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우겼잖아."

"맞아.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넌 지금 울려고 하고 있어!"  

"맞아,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죠. "그런데 너는 아직 취하지도 않았잖아!"

"나도 많이 취했어." 왕자가 말했죠. "맥주의 색깔 때문이지." 그리고는 덧붙여 말했죠. 

"가서 알라딘을 다시 살펴봐. 이제 넌 내 댓글이 세상에서 유일하다는 걸 이해할 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나와 맥주 한잔 더 해줘. 그러면 선물로 망고 하나를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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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18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왕자와 술을 먹을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8 16:01   좋아요 0 | URL
간사이 오뎅탕에 도꾸리 한 병 사준다고 꼬십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18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글에 돼지 한마리도 들어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8 16:05   좋아요 0 | URL
그럼 패러디를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으로 바꾸면 되겠군요! ㅎㅎ

Forgettable. 2009-12-18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자는 맥주를 눈으로 마시는군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8 16:06   좋아요 0 | URL
그 부분은 저도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입니다. 왜 그렇게 썼을까요. 흐음..

하날리 2009-12-1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세계명작 뻬빠에 추천이 고작 6이라니
인류의 존망이 심히 걱정되지만
시류 영합적 뻬빠를 거부하는 미잘님 탓에 그래도 미래가 있군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9 10:24   좋아요 0 | URL
아마 레이시즌1,2,3,4님이 각각 1개씩 하날리님의 포스추천이 2개 그래서 도합 6개의 추천이 나온 것 같네요 ㅎㅎ 그래도 세계명작을 이해하는 알라디너가 있다는 것이 제가 페이퍼를 그만 둘 수 없게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백아절현? ㅎㅎ 아아, 하날리님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웁니다.

2009-12-19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0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1 14: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23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12-24 01:15   좋아요 0 | URL
놀라기는요. 쥬드님이신데요.
이런 서재 변방에까지 몸소 와 주시니 감읍할 따름이지요. ^^
게다가 댓글까지?
알라딘 바다에 사는 말미잘은 댓글 먹고 산답니다.

2009-12-23 15: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24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송완료!
빨리 가주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텐데~
좋은 하루 되세요 ^^

뷰리풀말미잘 2009-12-25 00:53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고마워요. 사실은 사연이 절절한 피오레님에게 양보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게 알아서요. ^^ 잘 읽겠습니다. 즐거운 성탄절 보내세요!

무해한모리군 2009-12-28 13: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말미잘님 피오레님은 1권은 읽으셨어요~
재미난 책읽기 되세요~
 

#. 1

내 지난 2년이 남긴 부산물은 골판지 박스로 두 박스였다. 몇 개의 문서를 파쇄하고, 또 약간의 쓰레기를 정리하자 약간의 의류, 한 뭉텅이의 책, 이런저런 도구 같은 것들이 남았다. 생각보다 많은 양이다. 차 조수석에 몽땅 싵고 지하주차장을 빠져 나왔다.

표 받는 말 잘하고 인상 좋은 언니가 그런다.

“오랫만이에요. 환경 때문이었어요 기름 값 때문이었어요?”

그녀와는 가끔 뒷 차가 없으면 차 세워놓고 짧은 한담을 나누기도 했는데 그게 오래 되니까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늘 그렇듯이 그녀는 안부를 물어준다.

“둘 다요. 그런데 한 2:8쯤.”

그녀가 깔깔 웃는다.

“오늘은 옆에 뭘 잔뜩 실었네요?”

“짐 정리했어요. 오늘이 마지막이거든요.”

뭐 하러 그런 걸 얘기했을까.

“어머 섭섭해서 어떡해요.”

섭섭해 하지 않아도 될 걸 괜히 섭섭하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했다. 별 말 없이 그냥 지나 갔으면 자연스럽게 잊혀졌을 것을. 그 동안 음료수 하나 챙겨주지도 못한 것도 괜히 미안하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더듬거리는데 마침 뒷 차가 빵빵거린다. 반사적으로 엑셀을 밟았는데 허파에 들었던 숨이 확 쏠리면서 말이 아무렇게나 튀어나온다. “먼저 갈게요.” 다급해서 뱉어놓은 말이지만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소린가. 그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닌데 먼저 가긴 뭘 먼저 가냐.

하던 일이 끝났다. 아마 거기에 남은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두세 번 더 들르면 평생 다시 갈 일은 없을 거다. 돌아보면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후회도 없다. 할 만큼 했고, 그만하면 됐다.  

그래서 1월 까지는 아무 일도 없다. 2월초까지도 거의 한가하지 않을까 싶다. 책 읽고, 가끔 운동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술 마시고, 기회가 되면 여행도 가 볼란다. 아마 향후 5년간은 내 인생에서 다시 누리기 힘든 호사일테니까.

그런데 잘못 먹은 생선가시처럼 영 걸리는 건 내 어설펐던 그 마지막 인사. 아, 그것만은 뭔가 개운치가 않다.

#. 2

내 낡은 노트북 모니터가 자주 나간다. 그러면 재부팅을 해야 하는데 덕분에 하던 작업을 두어 번 날려먹었다. 빈도가 더 잦아진다면 조만간 새 놈을 들여야 할 것 같다.

이 노트북을 버리고 새 놈 들이는 것을 생각해본다. 새것은 헌 것을 대체하고도 남음이 있겠지만 왠지 약간은 쓸쓸한 마음이 들 것 같다. 그게 정일까? 하지만 무생물에 정을 줄 수 있나? 있다면 그건 생물에 주는 정이랑 뭐가 다른 걸까? 또 이건 갑자기 궁금해 진 것인데 소중한 생물을 잃어서 나는 눈물과 소중한 무생물을 잃어서 나는 눈물은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문득 내가 잃은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영원히 사랑할 것 같았던 그녀, 아직도 시골에 가면 주머니에 용돈을 쿡 찔러 줄 것 같은 죽은 할아버지, 내 손으로 묻었던 죽어서 딱딱해져 버린 토끼와, 아직도 체취를 기억하는 내 강아지 비비.

비비를 잃었을 때 나는 꼬박 열 두 시간을 울었다. 누구 말처럼 방 문짝을 청테이프로 발라놨다면 나는 내 슬픔에 익사했을지도 모른다. 어린 나는 그날 뭘 잃는다는 감정에 대해 배웠다. 내 배 위에 올라앉기를 좋아했던 토끼가 죽었을 때 나는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모종삽을 잡았다. 토끼를 묻고 이틀은 말도 못하게 우울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이상하게 슬펐지만 눈물은 나지 않았고, 그녀를 보낼 때 나는 단지 차갑게 돌아섰다. 어쩌면 이별이란 숱하게 많은 것이고 눈물은 한정적인 것이라 사람에게 슬픔은 학습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로 유명한 가수 예민은 시골 분교를 돌며 아이들과 노래부르는 봉사활동을 하는데 TV에서 보니까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다. 그가 학교를 떠날때가 되면 아이들은 '또 올거죠? 또 올거죠?' 하고 매달리는데 그는 꼭 그렇게 답한다. '아니 우리는 다시 만나기 힘들거야.' 왜 그러냐고 묻는 애들에게 그는 그랬다. '그게 인생이니까.' 그때는 피식 웃고 말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의 말은 애들에게 노래보다 더 많은 걸 가르친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나는 만난 모두와 헤어졌고, 또 헤어질 예정이다. 이 곳에서도 숱한 서재가 문을 닿았고 또 다시 열지 않는다. 아마 나도 언젠가 어떤 이유에서건 더 글을 올리지 못하는 순간이 올 것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알라딘도 예전 PC통신 업체들이 그랬듯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질 거다. 열반경의 그 유명한 구절대로 '모인 것은 흩어지기 마련'이니까. 

#. 1

얼마전에 루리가 키우던 사루비아 한 송이가 말라버렸다. 아무리 물을 부어도 다시 살아나지 않으니까 표정이 영 어둡다. 쉽게 정 주지 못하던 애가 그러는 걸 보니까 어쩐지 나도 좀 마음이 안 좋았다.

“어차피 모이면 흩어지게 마련이야. 회자정리라고 들어는 봤냐 이 어리석은 놈아.”

내 말을 듣고 있던 루리가 한숨을 폭 쉬더니 별안간 내 복부를 가격한다. 기습에 배를 부여잡고 무너지는 나를 휙 지나치며 중얼거리는 루리.

“이런거?”

숨을 몰아쉬며 비척비척 일어나는데 어느새 사루비아를 쓰레기통에 던지고 온 루리가 씩 웃는다.

“어라? ‘거자필반’이네?” 

다시 내 복부로 날아드는 치명적이고 담백한 호선.  

맞다. 회자정리의 다음 구절은 '거자필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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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9-12-15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리 만세..!!! =3=3=3=3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6:11   좋아요 0 | URL
메피님. -_-+

Forgettable. 2009-12-15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루비아 꿀빨아먹고 싶네요.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6:12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루리가 사루비아에 그렇게 집착했던 것이군요!

다락방 2009-12-15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 받는 말 잘하고 인상 좋은 언니는 정말로 섭섭해했을 것 같다...이런 나쁜 미잘님!! 떠나기 얼마전쯤에 미리 말씀좀 해주시지....

뷰리풀말미잘 2009-12-15 16:55   좋아요 0 | URL
그냥 아무 말도 없었으면 자연스럽게 잊혀졌을건데 그랬어요. 입이 방정이에요 입이.

토끼 2011-10-2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감사해용

말미잘 2011-11-04 03: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뭐가요?
 

#. 1 

박아둔 쁘락치 녀석과 커피를 마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는 중이었다. 녀석이 한숨을 푹 쉬더니 그런다.   

"미잘 뒷 얘기 장난 아닌거 모르죠?"  

"나처럼 비중없는 사람이 무슨 뒷 얘기 나올게 있다고."  

쁘락치는 한참동안 열심히 내 일거수 일투족에 대해서 읊어대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까운 얘기들이다. 내가 어디서 뭘 했고, 무슨 말을 했고, 심지어 어떤 생각을 했는지. 내 스스로 잘못이었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부분까지 뒷담화의 도마에 올랐던 모양이다. 그 뒷담화의 도마에서 나는 센척하고 건방진데다 얍삽한 놈으로 토막나 분류됐다. 구체적인 근거까지 꼬리표처럼 붙어서. 내가 쁘락치 하나를 심어 놓을 때 내 주변에는 누군가가 심어놓은 수 많은 쁘락치가 있었던 거다. 왠지 조금 억울한 느낌. 

내게 적대적인 세력이 있다는 건 나도 익히 아는 바다. 그 집단의 수장인 J는 모르긴 몰라도 내 이름 적힌 지푸라기 인형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눈치다. 그가 내게 가지고 있는 감정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나한테 관심 많은 거 뻔히 아는데 내가 인사만 하면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 그 감정. 그를 주축으로한 그 세력이 최근에 나에 대한 성토의 장을 연 모양이다. 어쩌다 그 자리에 끼게 된 내 마음 약한 쁘락치는 그들이 나를 욕하는게 마음이 아파서 나서 변호를 시도했고, 제대로 쿠사리를 먹고 잔뜩 의기소침해졌다.   

"왜 미잘이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하죠? 그들은 미잘을 알지도 못하잖아요!" 라고 쁘락치는 얘기했지만 그건 니가 내 쁘락치니까 그렇지. 순진한 놈아.  

사실 그 적대적인 세력은 어느 정도는 내 실수로 만들어진 집단이다. 나는 별로 신경 못 써주는게 미안할 만큼 그들의 비난을 받아줄 용의가 있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새 멤버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는 점은 좀 당혹스럽다. 날 싫어하는 건 이해하겠지만 이름도 모르는 어중이 떠중이까지 모아 놓는 건 좀 자존심 상한다고 가서 말해볼까.

#. 2    

내가 그랬다.  

쁘락치야. 너 자본론 서문에서 마르크스가 이런말 한 거 알어?  "니 갈 길이나 가, 그리고 멍청이들이 멋대로 지껄이게 그냥 내버려둬!" 그런거 저런거 신경쓰면서 세상 살면 피곤하다. 너 인생에서 니 편 다섯명만 있으면 성공한거야. 나 한번도 평판에 연연하고 살아 본 적 없다. 누구에게 뭘 의지하고 기대본 적도 없다. 처신에 신경쓴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유없이 남에게 모질게 대해 본 적도 없다. 남에게 어려운 일 시키기 미안해서 내가 떠 앉아 한게 센척이고, 옹기종기 모여서 위 아래 따지고 노는 꼴 무시한게 건방진거고, 그 실수 하나가 얍삽한걸로 보일 정도면 그 동안 내가 너무 깨끗하게 살았다는 거 아니겠니?     

프락치가 그랬다.  

"그 자리에 Y도 있었어요."  

아주 오랫만에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이 저릿하다.

#. 3   

솔직히 말하면..  

그래서 나 오늘 좀 속상하다.  

이렇게 유치한 일로 마음이 아플 수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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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00: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0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02 09:34   좋아요 0 | URL
그런데 미잘이 미모로움을 시기하는 사람이 많군요!!

뷰리풀말미잘 2009-12-02 09:46   좋아요 0 | URL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그것도 좀 있는 거 같아요.

2009-12-02 0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09: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2 09: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12-02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랫만에 인간관계 때문에 마음이 저릿하다, 라는 문장이 오늘 유독 저릿하네요.
사람들이 마음이 아픈건 대부분 유치한 일들 때문이죠....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0:0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속이 쓰린 건 아침을 안 먹었기 때문이구요. ^^ 흰 쌀밥에 삼겹살 쌈 싸서 꼭꼭 씹어 먹으면 힘이 불끈불끈 솟을 것 같은 아침입니다. 다락방님은 식사 하셨습니까?

다락방 2009-12-02 10:27   좋아요 0 | URL
저는 아주 맛있는 소불고기 엄청 먹고 출근했는데,
이 글을 읽고나니 어여쁜 말미잘님께 뜨거운 소불고기 한접시 가득 담아 대접하고 싶어졌어요. 저릿할때는 따뜻한 걸로 뱃속을 채우고 기절하듯 잠을 자면 좀 나아질테니 말예요.
제가 드린다고 생각하시고 일단 지금은 소불고기 사서 한 그릇 드시구요,
저녁엔 말씀하신것처럼 삼겹살 드세요. 음, 삼겹살은 역시 소주가 최고에요.


쓰다보니 굉장히 개인적이 되는데, 쓰다보니 욱, 해서 말이죠.
저도 어제 오늘 컨디션이 엉망이에요. 사실은 따지고 보면 제가 신경쓰지 않아도 될 일이고 그냥 무심히 넘겨도 될 일인데 제가 자꾸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별것도 아닌 일인데 말이죠. 그러다보니 회사고 뭐고 때려치고 도망 가버리고 싶은데, 제 사정이 또 회사를 때려쳐서는 큰일날 사정이에요.

날은 추워지고 스트레스는 좀처럼 줄어들질 않고
정말이지
고기 없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를 날들이에요. 과연 이 순간이 지나가고 더 좋은 순간이 오긴 올까요? 어떻게 하면 신경쓰지 않아도 좋을 일들을 신경쓰지 않으면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을까요?

오늘 아침은 말미잘님과 제가 같이 우울의 수렁에 푹 담가져 있는 것 같아요. 누가 그 안으로 밧줄을 던져 넣어주려나요...

2009-12-02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Arch 2009-12-02 13:18   좋아요 0 | URL
제 밧줄 잡고 올라오라고 하고 싶어요. 난 이제 좀 괜찮으니까.
모두모두 힘내요, 응? 서울발 급행열차를 타고 모두에게 행복한 삼겹살을 사주고 싶어요. 착한체냐하면, 네 착한체 맞아요.^^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4:06   좋아요 0 | URL
대변인 괜찮으면 나도 괜찮아요. ㅎㅎ 오늘 댓글 만선이네요.

Mephistopheles 2009-12-02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치는 바람에 그대 모습 보이면 오늘도 쓸쓸히 이 길을 걷게 만드는 분과 대립을 하고 계시군요..그저 아름다운 여름날이 멀리 사라졌다고 생각하시는 편이 속 편할지도 모릅니다.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0:04   좋아요 0 | URL
저는 늘 겨울에 살았는데요.. 아름다운 여름같은 건 본 적도 없는데요.. 메피님 아침부터 그렇잖아도 신파모드 미잘 눈물샘 자극 할 겁니까? -_-+

Mephistopheles 2009-12-02 11:35   좋아요 0 | URL
노랫가사일 뿐입니다.흐흐흐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4:07   좋아요 0 | URL
'M' 에게 였던가요. ㅎㅎ

Forgettable. 2009-12-02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결심대로 헛소리하지 않기 위해 24시간을 기다렸다가 쓰려고 했는데,
12시간이 지나니 말들이 다 걸려져서 할 말이 없게 되어버렸어요. -_-
진정 난 헛소리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걸까요??

그 자리에 F는 없을거에요. 평~~~~생~ 다음생에에서도!그 다음생애에서도!
살다보면 유치한 일 때문에 마음이 저릿하기도 하지만
또 유치한 일 때문에 괜찮아지기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유치하다능ㅎㅎ

Arch 2009-12-02 13:19   좋아요 0 | URL
난 하나도 안 유치한데? 12시간 기한 지킬 필요없습니다. 응?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4:04   좋아요 0 | URL
제가 달 댓글을 제 대변인께서 대신 달아주셨네요.

뽀님 여기에서 태양까지 보내는 메시지도 10분이면 갑니다. 메시지가 오고가는 시간이 24시간이면 그건 우주적 스케일의 버퍼링이네요. 기다리다 말라죽습니다. ㅎㅎ

무해한모리군 2009-12-02 14:20   좋아요 0 | URL
24시간이면 말하려던 걸 참았다는 거까지 잊어버릴 시간이예요.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4:31   좋아요 0 | URL
응가도 참기 어려운 시간이라구요!

Arch 2009-12-02 15:01   좋아요 0 | URL
응가 참으면 똥독 올라요. 얼굴이 누래질 수 있다구요!

뷰리풀말미잘 2009-12-02 16:06   좋아요 0 | URL
헉. 아치가 누런 이유가 있었어..

푸하 2009-12-07 20:21   좋아요 0 | URL
음... 그자리에 p도 없을 거에요.

2009-12-02 1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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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4: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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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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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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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5 15: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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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7: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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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8: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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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8: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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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2 1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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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09: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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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4: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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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4: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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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5: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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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3 15: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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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2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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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7 20: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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