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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 Haeunda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어제 포스팅한 영화 해운대의 리뷰 1편
[movie] 영화 해운대의 헐리우드 따라잡기 1편 - 똑똑한 아버지, 어리보기한 아버지
에 이어 오늘은 2편을 준비했습니다. 이름하야~ 착한놈, 혹은 나쁜놈.
이런 재난 영화를 보면 꼭 하나씩 나오는 인물이 있습니다. 사람들은 그런 인물을 이렇게 부르곤 합니다다. 나쁜 놈. 쳐죽일 놈.답답한 놈. 죽어라!(-_-;) 등... 해운대에서 등장하는 이런 인물을 종합해 봤을 때, 여호민(준하 역), 송재호(억조 역)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돈 좀 있는 집에 양아치 아들로 나오는 여호민. 마찬가지로 돈 좀 있는 집 여자 강예원(김희미 역) 과 엮어 보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로 인해, 아주 순박한 부산 청년인 이민기(최형식 역) 를 자존심 팍 상하게 만들기도 하는 인물입니다. 꼬라지를 보면, 영화 내내 정말 느끼하다~ 밉상이다~ 를 연발하게 됩니다. 역시나 재난이 일어났을 때도... 이런 배역 특유의 답답함을 유감없이 보여줍니다.
여기서...! 헐리우드 재난 영화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헐리우드 재난 영화 중 포세이돈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역시 투모로우에 버금가는 재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도시가 아닌, 북대서양 한 가운데 떠있는 초호화 유람선 '포세이돈' 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에야 생각난 거지만, 해운대는 투모로우와 포세이돈을 합쳐 놓은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본론으로 넘어가서, 이 영화에서도 해운대의 여호민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답답한 놈이 나옵니다. 물론? 그는 죽습니다. 역시 헐리우드는 화끈합니다. 그냥 죽입니다. 하지만? 해운대는 [한국형] 이기 때문에 살리는 대신, 그 착한 이민기를 죽입니다. 이 역시 [한국형] 이기에 가능한 설정일 듯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실 그렇게 모질지를 못합니다. 윤제균 감독 역시 그러한 사람 중 한 사람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답답한 놈을 죽이는 대신 뭇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민기를 대신 죽임으로서 관객의 안타까움과 눈물샘을 더욱 자극하고 있습니다. 이민기가 그렇게 죽고, 재난이 끝난 뒤 영결식 현장에서... 여호민이 아랫입술을 꽉 깨문체 침울한 표정으로 묵념을 올리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본 이미지는 단순 인용의 목적으로만 사용되었으며, 본 이미지의 저작권은 ㈜JK FILM 과 CJ엔터테인먼트㈜ 에 있습니다>
이번에는 송재호의 이야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그는 영화의 실질적인 주인공 설경구(최만식 역) 의 작은 아버지 되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부산에서는 힘 꽤나 쓰는 사람으로 나옵니다. 세월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지역 상인들을 한 순간에 쫄딱 망하게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지역 주민들은 경멸합니다.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일을 추진해 나갑니다. 하지원(강연희 역) 의 아버지와는 친구사이 였지만, 인도 쓰나미 때 친구를 잃고, 이 후에는 하지원을 종종 봐주고 있는 사이로 나옵니다.
드디어 구청의 허락이 떨어지면서, 이제 지역 상인들은 쪽박을 찰 신세가 됩니다. 송재호는 하지원에게 좋은 자리에 가게를 하나 내준다며 그녀를 부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하지원은 송재호에게 다시 한번 지역 상인들을 생각하여 뜻을 접을 것을 얘기합니다. 상황이 바뀌어, 송재호는 차를 타고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들어닥치는 해일에 급하게 도망을 치게 됩니다. 한 손에는 서류 봉투를 들고 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모든 관객은 아마도 '나쁜 놈이 역시 명은 기네~' 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스토리는 모든 이의 예상 밖으로 전개됩니다. 하지원과 함께 해일을 피해 도망을 가던 설경구는 건물로 도망을 치려던 중에 떨어지는 간판에 맞아 물 속에 빠지게 됩니다. 그렇게 휩쓸리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내민 구원의 손길. 바로 그는 설경구의 작은 아버지인 송재호 였습니다. "정신차려라~ 만식아~! 정신차려라~ 꼭 잡으레이~" 를 연신 외치며, 그를 잡아 끌어 목숨을 구하고... 우선 여기까지는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 그 다음에 벌어집니다.
바로 해일에 휩쓸려 내려오는 간판에 송재호가 맞아 휩쓸려가게 된 것입니다. 정말 너무나도 뻔한 스토리에, 손발이 점점 오그라 들기 시작했습니다. 위에는 나쁜놈이라고 여겨졌던 송재호가 갑자기 착한놈이 되는 순간 바로 죽여버립니다. 이로서 감독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많은 사람들에게는 감동과 함께 눈물샘이 더욱 뽐뿌질을 시작했을 것입니다.
해운대가 [한국형] 이라서 아쉬운 점은, 역시나 헐리우드 따라잡기를 표방하던 영화가 자꾸 감동만을 추구하는 스토리로 전락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재난 영화라지만, 헐리우드식 재난 영화는 나쁜놈은 끝까지 나쁜놈으로서 죽음을 맞이하는... 어찌보면 결국엔 감동을 주는 재난 영화의 특성상 영화 중간부분에서라도 그런 통쾌함을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좋았는데, 해운대는 그런 통쾌함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고 오로지 감동만을 고집한다는 점입니다.
결과적으로 해운대를 봤을 때, 결국 나쁜놈은 한 사람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착한놈, 착한놈, 착한놈 만 있을 뿐입니다.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떤 것을 의도했는지는 저로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지만, 차라리 정말 나쁜놈을 만들어 냈다면, 나쁜놈의 악행에 맞서 싸우며, 재난을 극복해 나갔다면 오히려 관객입장에서는 조금 더 감동적이고 조금 더 통쾌한 그야말로 헐리우드식 재난 영화를 표방한 진짜 [한국형] 재난 영화를 볼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마지막으로 다음 3편에서는 해운대의 헐리우드 따라잡기 - 특수 효과 처음 써보니? 편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