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서 성을, 짓밟힌 자유가 아니라 정신적 침해나 ‘외상外傷’으로 인식하면서 새로운 성범죄 개념이 탄생했고, 이 개념은 서서히 사회 전체로 퍼져 모든 관계를 약하게 만든다. 이런 성범죄 개념을 만들어낸 이유는, 사람들이 서로 정신적 영향을 끼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인간관계에서는 이런 현상이 으레 생기는 법이 아니던가. - P20

이로써 여러 결과가 생겼다. 특히 나폴레옹 법전으로 탄생한 네 인물인 남편과 아내, 미혼 남성과 미혼 여성의 성적 권리가 완전히 변했다. ‘나쁜 섹스’를 상징하는 인물이던 미혼 여성은 점점 더 많은 권리를 얻는 반면-게다가 앞으로 가장 많은 권리를 획득할 인물이 바로 미혼 여성인 데 반해-결혼한 여성은 계속해서 권리를 잃는다. 그리고 결혼한 남성에게 가해지던 일부 제약이 사라지는 한편, 미혼 남성은 서서히 결혼한 남성과 같은 제약을 받게 된다.
 ‘성 해방’이라 불린 움직임은 이 과정의 마지막 단계였다. 성 해방의 목적은 부부 관계와 성, 친자 관계를 지배하는 제도로서의 결혼을 완전히 죽이는 것이었다. 자기 나름의 합리성과 절차를 지닌 새로운 ‘나쁜 섹스’ 체제로 결혼을 대체하기 위해서, 성에 관한 논리와 형벌을 도구 삼아 뿔뿔이 흩어져 고립된 개인들로 이루어진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 P71

배우자와 헤어지거나 이혼을 한 다음에, 여자나 여자가 돌볼 자녀에 대한 ‘손해 배상’을 보장해주는 체제로 인해 이 논리는 더욱 강화된다. 바로 이 때문에, 즉 이혼한 다음에 여자에게 주어지는 경제적 보상이 크기 때문에, 동거하거나 시민연대계약을 맺은 커플보다 결혼한 커플 내에서 여자가 커플 소득에 기여하는 정도가 낮은 것이 아닐까? 이혼하기로 한 여자들(이혼의 70퍼센트를 여자가 결정한다)은 이미 어머니가 된다는 계획을 실현했고 따라서 자기 자신에 대한 위자료와 미래에 자신이 벌 소득의 평균 20~30퍼센트에 이르는 자녀 양육비를 확보할 수 있다. 비록 이혼한 커플 각자는 모두 삶의 질이 떨어지지만 말이다. 그래서 자녀의 나이가 아주 어릴 때 이혼하는 커플은 많지 않다. 부모가 이혼할 때 보통 자녀는 9세 정도다. - P88

우리의 근대적 가족상에서 부모와 자녀가 맺는 관계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무엇보다, 부모가 이루는 불안정한 부부 관계에 아이들을 맡겨놓는 일이 정당한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 불안정한 관계에 따르게 마련인 다툼과 언쟁, 이로 인해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폭력에 아이들을 맡겨놓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를 말이다. 부부 싸움 문제를 떠나서, 어떤 아이들은 애정이 가득하고 균형 잡힌 부모와 함께 평화로운 어린 시절을 보내는 반면, 다른 아이들은 자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사랑과 주의를 줄 능력이 없는 부모를 참고 견뎌야 하는 상황을 과연 인정해도 좋은지에 대해서도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가정에서 태어났느냐 저런 가정에서 태어났느냐에 따라 한 인간의 운명이 이토록 좌지우지되는 상황이 민주국가에서 과연 용납될 수 있을까? 한 인간이 공부를 하고 성공적인 직업 생활을 하고 테러리스트나 범죄자가 되지 앟않는 것이 근본적으로 이런 사실에 달려 있따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어머니가 처한 부당한 노예 상태까지는 언급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자격을 갖춘 기관에 자녀 교육을 맡기고 어머니와 아버지 역할은 일주일에 몇 시간 정도로 제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이때 부모의 역할은 자녀를 양육하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가능할 때 자녀를 애지중지 예뻐해주는 일일 것이다.
92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체제에서 프랑스인의 40퍼센트는 일단 어른이 되면 자기 가족을 더 이상 만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그토록 무조건 자신을 사랑해주던 어머니조차 보지 않는 것이다. 그 어머니들은 자녀의 어린 시절 내내 암사자처럼 군림했을 것이다. 자신이 자녀에게 주는 사랑은 너무도 명백하고 ‘본능적인’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하고 파괴적인 문제가 있다. - P91

1970년대에 도입된 새로운 성 규범으로 나타난 가장 중요한 결과 중 하나는, 여자가 미래에 배우자가 될 사람과 반드시 성관계를 맺은 다음에 커플 관계를 시작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성적으로 궁합이 잘 맞는 것이 커플을 이루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사회학 설문 조사에 따르면 성적인 방황(또는 시도)은 남녀에게 각각 다른 의미를 띤다. 이런 시도는 대부분의 남성에게 배우자를 찾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성을 체험하는 한 방식인 반면, 여성에게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띤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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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는 어떤가요? 언제부터인지 대화는 카톡으로 하고 함께 이야기할 때는 단톡방을 만드는 게 문화가 되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트 280 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게 익숙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존 문명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리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중독된 듯이 계속합니다. 그러는 사이 사람과의 만남은 줄어들고 혼술, 혼밥, 혼고기까지 혼자 하는 걸 즐기는 게 익숙한 시대가 되었죠.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며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나누던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스마트폰이 따뜻하던 사람 간의 만남과 관계를 어그러뜨린 겁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이제 뒤돌아 순작용은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우리는 SNS를 통해 국경도, 언어도, 문화의 경계도 뛰어넘어 관계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실시간으로 알게 되었을 뿐 아니라 같은 관심사를 가진 많은 사람들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생각과 다양한 정보, 지식을 공유하고 빠르게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P279

앞서 이야기했듯 모든 비즈니스의 근간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 중입니다. 디지털 플랫폼과 빅 데이터 그리고 인공지능은 가장 핵심적인 기술 분야의 학습 영역이 되었습니다. 전공을 막론하고 이 분야에 대한 기술 이해도를 부지런히 쌓아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식입니다. - P289

내용만 파악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의 방식도 변화해야 합니다. 구글 신을 이용해 관련 정보를 파악하는 방법도 익혀야 하고, 유튜브로 관련 분야 강의도 찾아내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관련 기술 전문가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정기 구독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정보를 확대해야 합니다. 가능하다면 스스로도 새로운 걸 개발해보고 그 결과물을 공유해 지식의 공유 문명에 동참해보는 것도 좋겠죠. - P290

대부분의 사람들은 SNS에서 자기와 다른 생각을 보았다고 해서 바로 악플을 달지는 않습니다. 늘 분노에 가득 차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래서 욕설은 배설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는 게 좋습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는 주장을 하는 비교적 점잖은 댓글의 경우는 대응이 필요하긴 합니다. 생각이 다른 것은 사실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데이터가 명백히 존재하는 경우에는 달라집니다. 분명한 과학적 데이터를 갖고 있다면 그것에 근거해서 반박해야 합니다. 데이터의 시대인 포노 사피엔스 문명에선 과학적 데이터에 기대는 것만큼 확실한 논거는 없습니다. 확실한 데이터와 입증 가능한 사실이 없다면 대응하지 않는 것이 현명합니다. - P295

댓글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자기 기분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올리게 됩니다. 또 집요하게 악플을 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의 글에 댓글을 달 때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입니다. 더구나 실제 얼굴을 대하고 만날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에 즉흥적이고 때에 따라서는 조금 난폭해지기도 합니다. 악플이 습관이 되어 어디 가서든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폭력성을 드러내는 전문 악플러도 많습니다. 그래서 굳이 고민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SNS 공간은 나의 생각, 나의 일상을 공유하는 곳입니다. 유튜브 방송이든 페이스북 게시물이든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내 생각의 편린들일 뿐입니다. 거기에 올라오는 댓글들이 심각하게 비난하는 것들이라면 차라리 그냥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 생각과 다르다는 의견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댓글이라면 몰라도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댓글이라면 굳이 시간 낭비하지 않고 정리하는 편이 바랍직합니다. 8년 동안 개인방송을 하며 이 시대 최고의 유튜버로 성장한 대도서관이 하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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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상사의 인식에서 인물중심적 사고는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 왜냐하면 고대의 전적은 거개가 ‘집체창작’이므로 ‘유일한 작자’라는 판단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집체창작도 기술의 한 방법이고 전통이다. 그런데 저작과 작자를 지나치게 동일화(identification)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노자, 문자, 열자도 반드시 인물일 필요는 없다. 만일 여기서 말하지 않은 장자를 논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 P68

다시 말해, 흔히들 철학사에서 상식적으로 말하는 ‘도교는 도가의 종교적 발전’이라는 모식이 깨지게 되는 것이다. - P86

한마디로 말해, 임금을 위한 수양론이나 통치론으로서의 『노자』 읽기가 바로 『하상공주』였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하상공주』를 단순한 개인의 양생술로 보는 것은 오류라는 것이 쉽게 드러난다. 그것은 오히려 군주를 위한 교범, 좀 더 정확히 말해, 군주가 인민을 제어하기 위한 통치술이었던 것이다.
- P95

한마디로 말해, 『노자』는 그 자체가 하나의 철학사이다. - P99

분류는 시대구분이나 학파구분을 뜻하고, 범주는 시대와 학파를 뛰어넘어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개념 또는 관념을 뜻한다. ‘고대’나 ‘중세’라는 말은 분류이고, ‘도’, ‘기’, ‘리’, ‘성’ 등은 범주에 속한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시대로 구분되고, 관념은 범주로 나뉜다. - P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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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십걸>에서 댄은 현대 남성의 ‘선택’을 이렇게 정리합니다.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끝없이 약해지거나 혹은 전혀 모르는 여자와 자거나, 세상에는 후자를 여러 번 선택하는 남자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남자들 중 일부는 전통적인 마초들입니다. 하지만 나머지 남자들은 상처 입을까봐 두려워하는 남자들입니다. 댄 역시 두려움을 느끼지만 그는 사랑을 선택합니다. 네이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네이트는 3년 동안이나 그녀를 사랑해왔노라고 세레나에게 고백합니다. 더 근사한 것도 있어요. 마침내 연인으로 발전할 때도 두 사람은 책에서 권하는 ‘밀당 게임’으로는 연애가 잘 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네이트에게서 질투를 유발하려던 세레나의 시도는 역효과만 내고 맙니다.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숨기겠다는 네이트의 결심은 세레나를 밀어내죠. 결국 오해만 쌓이게 됩니다. 두 사람이 게임을 그만두기로 할 때까지 말이에요.
 그러니 어떻게 이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오늘날의 남성은 한 여자를 갈망하는 법을 알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오래전부터 연모의 감정이 불러오는 고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커플들을 생각해보면 이들 중 많은 남자가 엄청나게 로맨틱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단테와 베아트리체, 로미오와 줄리엣, 베르테르와 롯데만 봐도 알겠잖아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무엇이든(결코 잘했다고는 말할 수 없지 95 만 자살마저도) 할 남자들이라는 걸요. 아무하고나 자고 다닌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 P94

하지만 왕자는 신데렐라의 화려한 외모가 사라졌을 때도 그녀에게 혐오감을 드러내거나 등을 돌리지 않았습니다. 그가 청혼한 사람은 누더기를 입은 재투성이 아가씨였습니다. 그녀가 강인하고 재능 있으나 부당하게 혹사당한 아가씨라는 점을 왕자가 어떻게든 직감했겠죠. 잠자는 숲속의 미녀나 백설공주와 달리 신데렐라는 진정한 진취성을 보여줍니다. 왕자가 이런 점을 어떻게 알아챘는지는 여전히 알 길이 없지만, 요술봉과 못된 이복언니들이 등장하는 허구의 세계에서 그런 것쯤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진짜로 중요한 것은 신데렐라가 잘됐을 때 우리가 그녀의 성공을 함꼐 기뻐한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우리는 왕자가 올바른 이유로 신데렐라와 결혼했다고 믿고 있습니다. 왕자가 자신의 판타지를 깨고 진짜인 그녀를 알아본 거라고요. - P110

관심과 스토킹이 엄연히 다르다는 걸 남자들도 잘 알고 있습니 119 다. 관심이 스토킹으로 비쳐질까 염려가 되면 즉각 뒤로 물러나겠죠.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용기를 꺾어놓아도 여전히 상대를 쫓아다니는 공격적인 남자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남자들은 여러분의 교제 상대가 아니겠죠. 계속 무시하는데도 포기할 줄 모르는 남자를 한번쯤 겪어본 적 있으시죠? 이런 남자는 어떻게 해도 별 수가 없잖아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짜증만 나고요. 그가 보낸 이메일을 향해 눈을 부라려도 봤겠죠? 선량한 남자들은 이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들은 미친 스토커로 치부되느니 차라리 조심하는 편을 택합니다. 어떤 미친놈이 날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아, 라는 말을 이성 친구로부터 들을 때마다 이들은 어떤 여자에게도 그런 말을 듣지 않겠다고 속으로 다짐하죠. - P118

하지만 독립적인 여자가 되기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우리 문화가 싱글인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백화점이나 엘리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싱글로 사는 것이 최악의 비극인 것처럼 떠들어댑니다. ‘과학적이라는’ 연구들에서도 싱글인 여자들은 외롭고 우울하고 비참하다고 말합니다. 싱글은 거의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습니다. 어딘가 모자라고 미완인 인간인 것처럼 말이죠. 짝을 만난 여성도 정서적 배고픔을 느낄 수 있다거나, 많은 남녀관계가 답답하고 지루하다거나, 심지어 서로 상처만 주는 관계도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싱글 생활은 어떻게든 청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싱글이 되는 것이 두려워 우리는 그저그런 관계에도 타협해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사랑은 싱글이라는 ‘비극’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방편에 불과합니다. 싱글의 장점이 뭐가 있을까 탐색해보는 대신 우리는 ‘사랑’에 명운을 겁 123 니다. 그 ‘사랑’이 아무리 뜨뜻미지근해도 말이죠. 때로 우리는 이런 타협에 너무 익숙해져서 사어 받는 관계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싱글 생활에도 장점이 있다는 걸 스스로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싱글 생활은 우선 자기 자신을 더 잘 알 수 있게 해줍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할 때는 안 보려 했던 자신의 면면들에 친숙해지게 됩니다. 미처 몰랐던 자신의 창의력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탁월함을 보여줬던 많은 이들이 오랜 기간 싱글로 살았습니다. 고독은 종종 성취의 전제조건이 됩니다. 관계의 가치를 과소평가하라는 게 아닙니다. 홀로 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혼자서 삶을 꾸려나가려는 의지보다 더 강해지면 자신의 잠재력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싱글로 있는 시간이 여러분의 힘을 앗아가는 일은 별로 없습니다. 교제를 하면서 너무 많은 요구로 인해 지쳤다면 그 기간은 재충전의 시간이 됩니다. 심지어 더 깊은 인간관계를 다루는 능력을 재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사랑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을 때 필요한 생기를 미리 축적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 P122

싱글 기간을 참고 기다리는 것과 좋은 남녀관계는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혼자 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고 온전한 사랑을 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을 124 내건다는 것은 아무것도 걸지 않았을 때보다 더 높은 곳에서 떨어질 준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아찔한 낙하 후에는 다시 혼자가 되겠죠. 그러니 존재를 뒤흔드는 정열을 품고 사랑을 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극복해야 하는 것이 홀로 서기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남녀관계를 큐피드의 변덕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사건은 늘 예상치 못한 순간에 벌어집니다. 폭풍우가 다가오는지조차 모를 때도 있죠. 먹구름이 아주 오랫동안 깔리고 나서야 폭풍우가 몰아칠 때도 있습니다. 몰아친 폭풍우로부터 몸을 피할 곳을 찾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분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입니다. 혼자서 좋은 날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혼자 살아나갈 힘이 있다고 해서 사랑이 더 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은 연인의 존중을 불러올 것입니다. 또한 여러분이 사랑이라는 높이뛰기의 바를 높이 걸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이 대충 타협하지 않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을 갖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죠. 기준을 높게 잡으면 여러분은 튕기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갖기 어려운 사람이 됩니다. 남자들이 최고의 노력을 바쳐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여러분은 남자들이 갖고 싶은 여자가 되기 위해 의도적으로 튕기는 척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진정으로 갖기 어렵다는 점에서 여러분은 갖고 싶은 사람이 됩니다. 이것은 게임이 아닙니다.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보다는 차라리 혼자인 편을 택하겠다는 결단입니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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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우리는 어렸을 때 그림도 그리고 춤도 추고 친구들과 같이 놀면서 사회성을 체득합니다. 사회성을 배우는 시기에 놀이의 역할은 너무나도 강력합니다. 그 시기에 제대로 놀지 못하면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5배 이상 증가하며, 심지어 살인을 저지를 위험성은 17배나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샤이닝>이라는 영화의 주인공이 그랬듯이, 놀지 않고 일만 하는 건 사람을 바보로, 살인자로 만듭니다. 이제 "나, 왕년에 좀 놀았어!"가 자랑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 P117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일은 힘듭니다. 고된 일을 놀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변태입니다. (웃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자유가 우리 손에 있는 사회가 아니라, 시스템이 자유를 움켜쥐고 우리를 대하는 사회이지요. 우리는 이런 사회를 신자유주의라고 부릅니다. 인간에게는 자유가 별로 없지요. 우리는 열심히 일하고 성취하면 칭찬받지만, 열심히 일하지 못하는 순간 냉정하게 내쳐지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로 항상 가득 차 있는 시스템, 그들을 언제든지 내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신자유주의 사회입니다. 진정한 자유가 없는 곳에는 놀이도, 창의도, 혁신도 없습니다. - P122

나는 어떻게 놀 때 가장 행복한가

 이제 강연을 마무리하려 합니다. 교수는 답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오늘 여러분에게 ‘인간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놀이란 이런 겁니다’라고 답을 드릴 능력과 재간은 없습니다. 그런데도 제가 이 질문을 여러분께 던진 이유는 ‘나에게 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어떤 존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맞닿아 있어서입니다.
 ‘당신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많은 답변 중 하나가 ‘어린 시절 해변에서 모래성을 쌓을 때’였습니다. 고개를 돌려 뒤를 보면 부모님이 흐뭇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연과 함께 있으며, 고개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상황 말이죠. 놀이터의 놀이기구들과 달리, 모래는 내게 어떻게 가지고 놀아야 한다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타인의 모래성과 비교하지도 않고, 혼자 쌓아도 재미있고 친구와 같이 쌓아도 즐겁지요. 완성하지 못해도 즐겁고, 결국 근사한 모래성이 완성되면 부모님에게 보여주며 즐거워합니다. 과정 그 자체를 즐기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내일 다시 쌓는다면 다른 모래성이 나오겠지요. 놀이의 본질을 모두 담고 있는 행위입니다. 노는 동안, 놀이에 몰두하는 동안 우리는 행복합니다. 창의와 혁신, 행복은 서로 맞물려 있는 듯 보입니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가를 살펴보면 내가 어떤 인간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혼자 노는 사람인가, 아니면 같이 노는 사람인가?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질문은 내가 어떻게 일할 때 가장 행복한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합니다. 혼자 노는 게 즐거운지 함께 노는 게 즐거운지, 현실에서 놀 때 즐거운지 온라인상에서 놀 때 즐거운지, 나는 몸을 움직이면서 노는 사람인지 두뇌의 유희를 즐기는 사람인지, 이성적인지 감성적인지 말이지요. ‘나는 무엇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무엇을 지향하는 사람인지 알려줍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려면, 내 즐거움의 원천인 놀이 시간을 들여다보아야 합니다.
 나는 어디에서 누구와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이 질문에 정말로 답하고 싶다면, 일만 들여다보지 말고 놀이에서 해답을 찾아보세요. 일과 놀이를 함께 성찰할 때, 우리는 더 나은 대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 P123

하지만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욕망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예를 들면, 일상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은 자신의 안 좋은 습관, 즉 게임에 빠져 있다거나 술이나 담배를 못 끊는다든가 하는 일상의 태도를 바꾸어보고 싶을 겁니다. 사랑을 새로고침하고 싶은 분들도 많을 거예요. 여자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바꾸고 싶다거나, 애인과의 관계를 바꾸고 싶은 경우가 많이 있죠. "나는 늘 사랑에 빠지면 비슷한 행동들을 한다. 헤어질 땐 다음에는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또 비슷하게 행동한다. 그래서 나는 내 사랑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는 분도 있을 테고요. 직장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싶은 욕망도 있을 겁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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