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주문화의 중건에 치중한 것은 결코 순전히 전통에 의해서가 아니다. 사실은 자각적으로 긍정을 한 것이다. 바꾸어 말해 공자는 결코 하나의 전통을 옹호할 줄만 안 것이 아니라, 보편적인 이유에 의거하여 그 주장을 건립한 것이다. 이것이 공자가 중국문화의 자각시기의 시초를 대표하는 이유이다. - P62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군자는 의로써 바탕을 삼고, 예로써 이를 실행하며, 겸손으로써 이를 나타내고[表出] 믿음으로써 이를 이룩한다. 이것이 군자이다." 子曰君子義以質. 禮以行之, 孫以出之, 信以成之, 君子哉. <衛靈公>
여기서 ‘정의로써 바탕을 삼고. 예로써 실행한다‘는 말은 예를 의에 귀속시킨 이론이다. 質은 바로 實이요. 현대어로 말해, ‘실질‘을 나타낸다. ‘예로써 이를 실행한다‘는 것은, 바로 예로써 義를 실행하는 것으로 삼은 것이다. 바꾸어 말해, 예는 義에 의하여 성립된다. 義는 예의 실질이요, 예는 義의 표현이다. 이리하여 일체의 제도, 儀文과 모든 생활질서는 모두 정당성 또는 理를 그 기초로 삼는다. 인간이 생활질서가 있어야 하는 까닭과, 크게는 제도가 있고 작게는 儀文이 있는 까닭은 모두 인간이 그 옳음[正當]을 실현하려는 요구이다. 바꾸어 말해 일체의 습속전통이 예의 참된 기초가 아니라, 올바름을 요구하는 의식이 바로 禮의 참된 기초가 된다. 이에 이르러 일체의 역사사실, 사회사실, 심리 및 생리방면의 사실, 그 자체는 가치기준을 제공하지 않으며 자각적인 의식이 가치기준의 유일한 근원이 된다. 인간의 자각적인 지위는 갑자기 드러나게 되는데, 유학의 최초 기반은 여기에서 建立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 P69
대체로 仁이란 것은, 자기가 서고자 하면 남도 세워주고, 자기가 달성하고자 하면 남을 달성케 하는 것이다. 가까운 자신을 비유로 삼는다면, 仁을 구하는 길[方]이라 할 수 있다. 夫仁者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 能近取譬, 可謂仁之方也巳 <雍也> 여기서 仁의 본래 의미는 아주 뚜렷해진다. 仁이란 남을 자기처럼 여기고, 사사로운 감정의 얽힘을 깨끗이 제거하는 경지이다. 이 경지는 자연히 하나의 자각적인 경지이며, 잠시라도 밖에서 구할 수 없고, 또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므로 공자는 또한 이것으로써 自我의 主宰性을 말하였다. - P73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仁은 멀리 있는가? 내가 仁을 바라니, 이에 仁이 이르도다." 子曰仁, 遠乎哉? 我欲仁, 斯仁至矣. <述而>
仁은 초월적 의미의 大公한 경계이며, 이것은 ‘남과 나를 같이 보는‘ 의미로부터 드러낼 수가 있다. 우리가 사사로운 잡념을 제거하고 ‘公的인 마음‘을 세울 수 있으면, 이것은 순수한 자각의 활동이다. 그러므로 이곳에서 최후의 主宰性이 드러나며, 모든 존재의 제약을 초월한다. 우리가 이 "公心을 세울 수 있는 것은 전부 다 스스로 주인노릇을 함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仁을 바라니, 이에 仁이 이르도다"라고 말하였다. 우리가 公心을 세울 수만 있으면, 일체가 자연히 이치대로 될 수 있다. - P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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