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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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계장 이야기>를 고민없이 올해의 책으로 꼽은 몇 가지 이유

첫째, 말할 수 없는 이들의 말이기 때문에. 집요하고 성실한 사람이 매일 기록한 메모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말할 수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최근 협박과 폭력에 시달리다가 목숨을 끊으신 경비원 분의 유서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임계장들은 대부분 글을 쓰거나 출판할 수 있는 교육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책이란 건 다양한 요인과 탁월함이 맞물려 나오기 마련인데, 자기 목소리를 낼 권리와 기회조차 애초에 박탈 당한 그룹을 대변한(그러리라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글이라 2020년을 기억하는 책으로 꼽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우리사회의 화두는 불평등이고, 자세히 살펴본다면 비정규직은 노인 세대가 가장 많으므로.

둘째, 바뀔 수 없는 이들의 말이기 때문에. 경비업법이 바뀌기 어려운 이유가 책 속에서 잘 나온다. 저자는 경비원 근무 당시 실제 정치인을 만날 자리가 있었고 어떤 것이든 어려움을 말하라 했지만, 실제 말이 나오니 뒷걸음쳐 도망치기 바빴던 그 시의원처럼, 유권자 대다수는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이지 경비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몇천 몇백표가 반대할 게 뻔한(그래봤자 관리비 소액 인상이지만) 경비원을 위한 정책이 마련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많아야 몇십표에 그치는 이들을 위해 분투할리 없다. 저자분이 이번 경비원 자살 사건을 두고 “사회적 타살”이라고 말한 것에 동의한다. 한 사람이라도 일요책방을 통해 실제 임계장들이 어떻게 죽지 못해 일하고 있는지를 알게되고 작은 행동이라도 한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셋째, 우리 모두 연결되었기 때문에. 공동주택(아파트)로 대표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더럽고 추악하고 어두운 면모를 직접 몸으로 마주해야 하는 이들의 문제는 결국 세대를 막론하고 모두가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저자분이 이 책을 읽게 될 가족과 자녀들에게 남긴 문장을 보며 책을 덮어버리기 힘들었다. 혹여나 책을 통해 자신(남편이자 아버지)이 하던 일이 이 정도일 줄 몰랐다고 놀라고 슬퍼할 이들을 위한 덤덤한 문장으로 끝나는 책이라 더 그랬다.

언젠가 경비업(그땐 기계에게 빼앗겼을까. 그렇지만 아파트 경비업의 경우 인간적인 잡무가 너무 많아서 아닐 것 같다)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도덕적으로 죄가 아닌 한, 일에 귀천이 없다고 믿는다. 어떤 일을 하든, 이 사회의 구성원이자 존재 자체로 존엄한 생명이기에, 서로가 각자가 스스로 자립 가능하고 지속 가능해야지 않을까. 소득의 격차는 있을지언정 인간됨의 격차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청년 문제에 골몰하고 있던 나를(내가 속한 세대 문제니 당연하고 또 언제나 중요하고 우선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는 것 알지만), 태극기부대, 틀딱 같은 은어나 정치적 밈 용어 같은 것으로 환원된 것으로부터 벗어나 노인 노동자의 삶을 보게 도와준 것만으로도, 두고두고 고마울 책이다.

덧. 내용의 문제의식을 떠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이야기를 끌어가는 저자의 필력으로도 좋은 책이다. 저자의 일지가 애초에 그랬는지 출판사의 편집(당연한 말이지만) 역량이 큰 몫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잘 쓰인 책이라 읽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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