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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6 - 그런데 한 가지 더
이오인 콜퍼 지음, 김선형 옮김 / 책세상 / 2009년 12월
평점 :
뭐, 안내서 6권을 사는데 주저함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도대체 이오인 콜퍼가 누굴까?' '이렇게 깔끔하게 엔딩이 나 버린 글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난 원래 작가 이외의 작가가 이어서 쓰는 글은 구입한 적이 없었는데?' 등등.. ..
다만 개인적으로 볼 때 별로 행복하게 끝나지 않은 5권 때문에 6권을 구입하게 되었는데 굳이 평을 하자면 기대보다 나쁘지 않았다(이걸 뒤집으면 기대수준이 낮은 경우 실망도 하지 않는다는 옛말을 떠올리게 된다).
6권의 여러 에피소드들 간에 조금씩 질의 차이가 있어 보이는데 와우배거의 연애담 같은 이야기는 원래의 플롯에서 제대로 가지쳐 나간 것으로 생각되지만, 토르나 아스 신들의 에피소드는 조금 생뚱맞게 끼어들어가 있다는 느낌도 들고, 보고인의 부자관계는 '도대체 왜 이걸 집어넣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다.
어찌되었건 배드엔딩이 아니라는 한 가지 만으로도 나에게 좋은 점수를 받기는 충분하다.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분, 안내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구입하셔도 별 무리가 없겠다.
그건 그렇고 읽기에 껄끄러운 부분이 조금 있는데 이게 번역의 문제인지 아니면 원작의 문제인지는 조금 판단하기 어렵다(원서를 사서 대조할 열정은 애저녁에 없기 때문에 그런 걸 기대하면 곤란하다). 하기는 작년 10월달에 나온 책이 벌써 번역되어 나왔다는 점(역자의 번역속도에 대해 만강의 경의를 표한다)을 고려할 때 조금씩 개선될 부분이 있다고 하겠다.
그럼 대충 눈에 띈 몇 가지 부분만 짚고 넘어가보자. 혹시 원서가 있는 분은 확인을 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다(쿨럭).
118쪽
"~ 1보고인 1시간의 작업량과~"
이건 분명 우리 말로 인시, 영어로 man-hour라는 단어와 연관된 이야기일 것이다(아마 원문은 Vogon-hour이겠지). 1보고인시라고 써놓으면 독자들이 알아보지 못할 것을 우려한 세심한 역자의 배려이겠지만 1보고인 1시간은 아무래도 조금 어색하다. 역주 처리가 나았을 듯...
119쪽
"~리가노논 인들의 주의를 산만하게 하기 위해 북극광에서 현란한 불꽃놀이를 벌였던 이가 누구였던가?"
원문을 봐야겠지만 북극광에서 불꽃놀이를 벌였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별 문제 없어보인다고? 오로라에서 불꽃놀이를 벌였다라고 바꿔써보면 어떨까? 이상하지 않은가.
121쪽
"프로스테트닉 옐츠?"
이건 저자의 권한에 속하는 부분이고, 실제로 번역하기 애매한 부분이기도 한데 일단 인물간의 상하관계를 따져볼 때 "프로스테트닉 옐츠 님"이 어떨까 싶기는 하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부분을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가자면 이후로 프로스테트닉과 프로테스트닉이 121-122쪽에 걸쳐 섞여서 쓰여있다. 내가 봐도 헷갈리기는 한다.
223쪽
"~이산화탄소-산소 혼합물이 대다수 필사의 존재들에게는 ~"
죽어야 할 운명을 가진 자들을 필사의 존재라고 부르는 건 좀... 필사적으로 죽고 싶어 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필멸의 존재 내지 죽어야 할 운명의 인간들 등과 같은 좋은 역어가 이미 있다.
232쪽
"치아 임플란트를 새로 한 옵티미지아의 부패 시장이 생일날 행성 로또에 당첨되고 고등학교 시절 연적의 아내가 최근 바람을 피웠을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검찰 기소가 중도 취소된 것을 알게 되었을 때보다 더 큰 미소를 입에 걸고~"
원문을 확인해 봐야겠지만 어쩐지 문맥상 연적의 아내와 바람을 피운 것이 이 시장이어야 맞지 않나 싶다. 확인 요망.
235쪽
"하임달은 자기 용 한 마리가 또 추격당하자..."
아마 격추가 맞을 듯...
275쪽
"네놈이 나를 꽤서 그 비디오를 서브-에서에~"
아마 꾀서가 맞을 듯...
280쪽
"~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축소판 곤봉들을 선물로 주면 혹했다."
여기서 곤봉들clubs?의 뜻이 무언지는 정말 원문을 보지 않으면 모를 부분이다. 전혀 짐작도 안가는 대목.
336쪽
"뜻밖에 괜찮은 와인을 마셔보고 싶군."
아마 surprise me정도의 의미로 생각되는데 어딘지 껄끄럽다. 확인 묘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