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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즈데이 북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미리 말씀드리자면 이 책은 암울한 책입니다. 인간정신에의 희망은 머나먼 별빛처럼 비칠 뿐이고 이 책의 대부분은 인간의 어리석음과 무책임, 슬픔, 절망감으로 가득합니다 (간혹 코믹한 부분도 있긴 합니다). 극한상황에서 인간은 신에 대해 회의하기 마련이고 (저자는 책의 마지막에 가서 인간에 대한 신뢰를 남겨두었다고 보입니다만) 그 해답이 이 책에 있지 않은 바에야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 그건 독자가 결정하기 나름이겠지요.
별로 이 책을 권하고 싶지 않은 대상
1.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의 미묘한 농담, 한가한 분위기에 기쁨을 느끼고 그런 점을 기대하며 이 책에 손을 대신 분
2. 세상은 이렇게 억지로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미 슬픔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는 분
3. 조금이라도 과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머리가 아파지는 분
4. 우리나라에서 감염성 질환이 대량발생했을 경우 대처가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믿고 싶은 분
5. 여러가지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계시거나 성미가 급한 분
추기 : 전좌타종술에 대해 조금 더 찾아보고 싶은 분은 세이어즈의 '나인 테일러스'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하긴 그쪽에서는 전좌명종술이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수학이 수군수군-확률'편에도 좋은 설명이 있군요.
추기 2 : 혹시나 몰라서 언급해두지만 이 책에서 나오는 '신타마이신이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라는 말을 믿는 분은 없기를 바랍니다. 이 책에서는 따로 번역하지 않았지만 항균제와 항진균제, 항바이러스제는 서로 다른 것이며 ~마이신이라는 어미가 붙은 약은 99.99% amnoglycoside계 항균제인 고로 바이러스에 효력이 없습니다. 더불어 제가 아는 한도내에서 저런 이름의 약은 없습니다.
추기 3 : 방역활동에 종사하는 분들이 보면 재미있겠더군요. 잘하면 상황 교재로도 채택될 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거꾸로 역학조사사례집을 참고해서 이 책을 썼을지도...). 어찌보면 마이클 크라이튼이나 로빈 쿡의 책처럼 보이기도 한다니까요.
추기 4 : 이 글만 읽고 미리 이 책을 포기하시는 분들께 : 제가 올린 서평만 믿지마시고 서점에서 한 번이라도 살짝 보시고 직접 판단하세요. 워낙 이쪽이 취향을 많이 타는 분야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의외로 재미있으실지도... (작가와 이 책이 탄 수많은 상들을 생각해보세요!)
추기 5 :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O아 일보의 북리뷰 담당자는 이 책을 읽지 않고 서평을 쓴 것이 분명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