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르메 빠라디 Gourmet Paradis - 상위 1%를 위한 다이닝 가이드북
손문선.신동민 지음 / 아이리치코리아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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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정도 수준의 책일 줄은 몰랐다. 아니 비단 책이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에 이런 고급, 호화 음식점이 있는지 몰랐다. 책의 제목부터가 범상치 않은 구르메 빠라디’. 미식가의 낙원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 부제는 더욱 놀랍다. ‘상위 1%를 위한 다이닝 가이드북’, 제목부터 위화감이 들게 만든다. 1%가 아니면 이 책을 읽으면 안 될 것처럼, 그렇게 상당한 충격을 받은 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일단 펴들면 눈이 호강한다. 가게마다 특색 있는 인테리어에서 가게의 대표 메뉴를 아주 맛스러운 사진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저자의 설명을 곁들여 사진 속에 들어가 상상을 해보면 아주 아름다운 식당의 풍경과 음식들을 상상할 수 있다. 또 한식 뿐만 아니라 일식, 중식, 이태리언, 프렌치까지 다양한 요리들을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호강은 여기까지다. 일단 넘기 어려운 가격의 장벽이 식당에 가는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 보통 한식은 10만 원대를 호가하고 20만원 넘는 메뉴들도 많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음식의 양은 어찌나 적은지 대식가들이 갈만한 곳은 확실히 아닌 것 같다. 전적으로 미식가들을 위한 곳이다. 그래서 이런 곳은 중요한 날에 중요한 사람과 중요한 자리를 가질 때나 와야 할 것 같다. 그만큼 격식 있고 분위기가 차려진 곳이다.

그나마 내가 이 책에 정을 둘 수 있는 이유는 이중에 한곳을 가봤기 때문이다. 양지훈 쉐프의 남베101에 가봤는데 스테이크도 맛을 보았다. 4년 전쯤 쉐프의 쿠킹 클래스에 초대를 받아 육즙을 가득 머금은 스테이크를 굽는 방법도 배웠고 쉐프가 직접 플레이팅한 스테이크도 맛을 보았는데 그 맛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물론 스테이크를 집에서 자주 해먹지는 못하지만 지금도 쉐프의 가르침을 따라 실천하고 있다. 책의 모든 음식점들이 남베101과 같지는 않겠지만 경험으로 비추어 볼 때 그 수준은 알 수 있겠다. 남베101은 당시에 손님을 받지 않고 저녁을 준비하는 타임이었는데 일단 대중 음식점과 같이 빽빽이 들어찬 테이블이 있지 않고 인테리어는 대단히 세련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건 음식의 맛일 것이다. 책에 소개된 양지훈, 에드워드 권 쉐프들은 이미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 쉐프들이고 각자 음식점을 책임지고 있는 다른 쉐프들도 경력과 내공이 충분히 쌓여 그 이름만으로도 신뢰가 가는 분들이다.

충격으로 시작한 책읽기는 경제학적인 분석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방법으로 끝을 맺으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못가겠지만 1%의 사람들은 가게를 방문하고 엄청난 돈을 지불하며 한끼 식사를 해결할 것이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식사가 아니라 예술품을 즐기러 온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사람이 다양하듯이 사람이 향유할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해야 한다. 길거리에서 파는 포장마차 음식도 남베101에서 파는 스테이크도 모두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들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서 여건이 되는 사람은 먹으며 사는 것이다. 다 먹고 사는 한 가지 모습일뿐 이질적인 것은 아니었다. 10년 후에 구르메 빠라디에 소개된 한 음식점에서 맛을 음미할 것을 생각하며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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