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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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안 앉고 뭐해!”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나는 재빨리 쓰레기통을 끌어당겨 뚜껑을 덮었다. 그리고 그 위에, 앉았다. 짜잔, 이게 바로 내 자리다. 난 바로 이 자리를 위해 학점 평점 4.3을 유지해왔다.(p16)

스물넷, 그 나이에 입사했다. 내가 이거하려고 들어왔나? 이런 생각 많이 했다. 부모님은 같은 해 몇 달 뒤에 있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해라고 했다. 너무나 일하고 싶은 공간이었다. 공원. 처음 답사왔을 때 내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잊을 수 없었다. 밥먹을 때도 잘 때도 꿈에서도 항상 내 머릿속 어딘가 말풍선처럼 항상 떠 있었다. 내 마음속 상상 속 공간이었다. 꿈의 공간! 그 곳에 입사했다. 당당히 공채로, 너무나 기뻤다. 공무원이 되길 바라시던 부모님은 마음에 들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나와 한달동안 대화를 나누지 않으셨다. 아빠만의 시위셨다. 그래도 난 나의 꿈의 공간으로 출근했다. 매일 4시간의 출퇴근시간도 즐거워하며,,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단한가지 이유는 책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다시는 되돌아가지 못할 스물넷의 나를 찾기 위해서였다.

읽으면 읽을수록 ‘스물넷의 나’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휴학 합쳐서 대학교에 거의 6년이나 몸담았는데, 뭘 배웠는지도 모르겠어. 아까 그 여자 앞에서 무지 유식한 단어를 말하고 싶었거든? 근데 달랑 하나 생각난게 포스트모더니즘이더라. 그게 다야! 머리가 하얘지더라고! 나 회사 다닌지 3주만에 바보가 됐어.”(p98)
 

입사 3개월. 난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정신없었다. 보고서에 대장정리에 현장도 뛰어야하고. 그런데 관리라는 업무는 반복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자연은 계절이라는 시간에 맞춰 다양함을 제공하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내 생각과 다른 일들. 내가 포크레인을 공일오, 공삼이,,이렇게 친근하게 장난감다루듯이 부를 줄을 꿈에도 몰랐다. 노가다 용어들. 한 대가리, 시마이 등등 일상용어가 되어버렸다. 처음에는 나는 저들처럼 일상에 젖어들어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으리 다짐했건만, 나또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외모도 실력이다. 이를 부정할 방법이 없다. 그러고 보니 부장과 친한 홍보담당자들도 다 미인이었다. 가요계를 주름잡는 연애매체 기자들도 다 예쁜 편이었다.(p187)

이 말은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진리였다.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학교도, 선생님도, 부모님도, 오직 사회만이 나에게 이 진리를 몸소 느끼게 해주었다. 대학교 때 이 진리을 알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의 신랑이 첫사랑이 아닐 것이다. 훗. 이 사실을 알고 난 스물넷에 교정을 시작했다.

‘세상에는 개새끼가 무수히 많으며, 그중 상당수는 우리 회사에 있다.’
학교선배가 첫 월급을 받은 기념으로 미니홈피에 쓴 글이다. 나는 이 문장이야말로 최고의 명문이라고 생각한다.(p212)

갑자기 피식 웃음이 났다. 스물넷의 나가 생각났기에.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문학작품을 본 후 느낀 점조차도 다섯개 중에 하나 골라야했던 우리다. 고전을 새롭게 해석하라는 논술조차도 서울대 출신 강사가 알려준 대로 ‘새롭게’써야 했던 우리다. 교복 단추에 색깔 한번 못칠하게 해 놓고 이제 와서 창의성? 그게 중요하다고? 시대가 바뀌었으니 이제 와서 창의성을 내놓으라고? 시키는 대로 안살면 평생 낙오되어 굶어죽을 것처럼 협박해놓고, 이제와선 네 뜻대로 한게 뭐가 있느냐고 꾸짖는 모양새라니,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창의성 좀 보자고 했다고, 또 쪼르르 달려가 이게 내 창의성이에요, 하는 애들이 진짜 창의성이 있다고 생각하는건가?(p352)

주말이면 학원을 전전했다 영수는 기본이고 사탐 과탐, 언어영역은 심지어 학원을 두군데 다닌 적도 있었다. 서울대출신강사에게 강의 받으려고,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부모님 나에게 참 많이 투자하셨구나 생각이 된다. 지금 그때로 돌아간다면 책을 읽고 싶다. 공부는 내가하는거지 학원이 대신해주는게 아니였다. 대학가서 진짜 공부가 뭔지 알게 되었다. 진작 알았더라면 우리부모님 고생 덜 시켜드리는건데. 내게 남은 건 창의성도 뭐도 아닌 후회뿐이다.

읽는 내내 사회초년생의 나, 그 때의 내 모습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그래도 나는 운이 좋았다. 세상에서 제일 착한 사수와 마음씨 좋은 과장님을 만났다. 내 사수 대리님을 보며 생각했다. (그 분은 진짜 내가 만난 사람 중에 제일 착했다.) ‘세상 착하게 살아서는 이용만 당하겠구나. 내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까칠해지는 수밖에 없다.’, 여자인 내가 남자들뿐인 그 사회에서 내가 살아남으려고 쓴 가면은 까칠함이었다. 열정? 그런 건 집에 두고 와야지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 훗. 그것이 사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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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
에드워드 험프리 지음, 홍선영 옮김 / 베이직북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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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개의 연설문

마흔한개의 색깔을 가진 연설문을 만날 수 있었다. 그 목적이 사과인 것도, 퇴임연설도, 취임연설, 한 총리의 사직을 권하는 연설문도 있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마틴루터 킹 목사의 죽기전날의 연설과 로버트 케네디의 연설은 흐름상으로도 이어져 가슴에 많이 와닿았다. 대통령이 될 수도 있었던 로버트 케네디의 죽음 또한 안타까웠다.

난 그동안 너무나 많은 것들을 모르고 살았다. 이 책을 통해서 역사과 인물과 연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을 덮고도 생각나는 연설문들이 있다.

 

#1. 케빈러드 ‘오스트레일리아 토착민들에 대한 사과’

p399 오스트레일리아 26대 총리이다 연방선거운동에서 야당대표였던 케빈러드는 자신이 총리직에 선출되면 국내 원주민에 가해진 학대에 대해 사죄하겠다고 맹세하였다. 그리고 당선후 약속을 지켰다. 그해 4월에는 연설문 일부가 담긴 민중가요 “작은 것에서 큰 것이 탄생하리라”가 오스트레일리아 싱글차트 4위에 올랐다. 이 노래의 수익금은 원주민 구호단체에 보내졌다.

예전 총리는 지난 정부의 만행과 정책까지 책임질 수 없고 사죄하면 피해자들이 막대한 보상을 요구할거라고 주장하며 사과를 하지 않았다. 한 나라의 총리로서 지난 과거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과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우리나라 또한 어떠한가. 그래서 그런지 더 와닿은 연설문이었다.

자신이 한 일도 아닌데 부당한 일로 가족과 생이별을 하고 상처받았을 사람들에게 사과를 했다.

 

p409 우리가 이 진실을 완전히 대면할 때에야 완벽한 통합과 완벽한 화해를 꿈꾸는 미래의 국민과 지금 우리의 위에 언제나 드리우던 먹구름이 비로소 걷힐 것입니다. 이제 화해할 때입니다. 과거의 부당함을 인정할 때입니다. ‘미안하다’고 말할 때입니다. 다함께 앞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빼앗긴 세대에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총리로서 사과드립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정부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의회를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아무 조건없이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내 마음 속에 문득 그,분이 생각났다.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려고 했다. 케빈 러드는 용감했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는 일을 해냈고 국민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 연설이 끝난 후 사람들은 깊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한다. 한 시대를 살면서 용감한 지도자에게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국민들은 얼마나 또 대단한가. 왠지 눈물이 나려고 한다. 지금은 뵐 수 없는 그 분이 생각나기에.

 

#2. 에드워드 8세 ‘퇴임연설’

심슨부인과의 사랑을 위해 아우에게 왕위를 물려준다.

p133 나는 아무 것도 후회할 필요가 없습니다. 또 그렇게 하지도 않습니다. 당신없이 내가 존재할 수 없다는 단 한가지 사실을 알기 때문입니다.

연설문에서 한사람이 한사람을 사랑하는 감정을 느낄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그는 진정 최고의 로맨티스트였다. 누군가는 권력을 위해 사랑하는 이를 배신하고 버리기도 한다. 에드워드 8세는 사랑을 위해 이 모든 것을 버렸다.

‘심슨 부인과 에드워드 8세는 죽을 때까지 함께 살았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는 순간 행복한 동화의 결말을 보는 것 같았다. 그는 부와 명예를 버리고 사랑과 행복을 얻었다.

 

#3. 마틴루터 킹 주니어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연설로 손꼽힌다.

p261 우리는 한 장의 약속어음을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 이 나라의 수도 워싱턴에 모였습니다. 미국을 건국한 사람들은 헌법과 독립선언문에 근사한 말들을 써 넣으면서 모든 미국인이 상속받게 될 약속어음에 서명하였습니다. 그 약속어음이란 백인, 흑인 할 것없이 모든 사람이 ‘삶과 자유, 행복추구’라는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보장받는다는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우리 유색인종에게만큼은 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해졌습니다. 미국은 이 신성한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서 대신 흑인에게 ‘예금잔고부족’이라는 도장이 찍힌 부도수표를 되돌려주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의라는 이름의 은행이 파산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소유한 기회라는 이름의 거대한 금고가 잔고가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유라는 재물과 정의라는 보호막을 지급해줄 약속어음을 교환하러 왔습니다.

자손들은 백인들과 사이좋게 손잡고 평등해지길 바란다는 그의 아름다운 꿈이 언젠가는 이루어지길..

 

이 책을 읽던 중에 딸아이와 EBS를 시청하다가

“청년들이어 깨어나라”고 말씀하신 독립운동가 강우규에 대해서 나왔다.

그 분의 연설이 궁금해졌다. 우리나라에도 많은 분들이 명연설을 하셨을터이다. 문득 우리나라 사람들의 연설로 이루어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위대한 명연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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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지 않으면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서한얼 지음 / 보림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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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 수상작

표지 빨간 모자의 여자아이 그림이 눈에 너무나 들어오는 책이라 집어들었다.

그런데 공모전 수상작이란다.

더욱더 궁금해지는 걸?

  

어쩌면 딸아이보다 내가 더 그림책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일단 내가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여자주인공 아이 봄이는 바람이 불어서 좋아하는 모자가 날아간다.

바람이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러자 연도 멈추고 풍차 방앗간도 멈추고 마을도 멈추고 배도 멈춘다.

봄이의 말 한마디로 세상이 모두 멈춘느낌이다.

나비효과가 생각난다.







 

그림이 너무 예쁘다.

글씨체도 너무 예쁘다.

내용도 너무 예쁘다.

삼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그림책이다.

그림과 색채가 내 마음 속으로 파고 든다.
내용과 맞는 글씨체와 크기가 마치 귓속에 말은 전달하는 듯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다.



 

봄이는 바람에게 미안하다고 속삭이자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봄이의 그 마음이 느껴진다.

나에게 까지 바람이 불어오는 느낌이다.

 

도서관에서 만난 이책.
첫눈에 반해 버렸다. 그 표지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기에.
한장한장 넘기면 넘길수록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나 간절히 들었다.

 

언제든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

무언가 없어져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때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때면

이 책을 펼쳐들어 봄이를 만나

마음을 정화하고 싶은 마음이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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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나
야나기 코지 지음, 정인영 옮김 / 새앙뿔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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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랑이가 된 아버지. 제목만 보고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갈까 매우 궁금했었다.
시대는 앞서가는 사람을 수용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열네살 주인공 ‘나’는 아마도 너무 시대를 앞서간 아버지를 만났나보다.

아버지 ‘이징’은 고향 농서에서 수재로 스무 살의 나이에 과거시험에 합격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후 마음속 이상형이었던 마을 처녀(‘나’의 어머니)와 결혼하게 된다. 상상했던 생활과는 달리 첫 부임지인 강남에서 아버지는 관직을 내팽개치고는 엄마와 갓 태어난 나를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집은 빈곤해져갔고 아버지는 다시 이전보다 휠씬 말단직의 관리로 들어가게 된다. 일년 후 어느 날 아버지는 출장을 떠나서 그 길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자라면서 어머니로부터 “아버지를 빼다 박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엄마가 기분이 나쁠 때면 하는 말이었다.

엄마에게 아버지는 그러한 존재였던 것이다. 문득 2월에 읽은 책 내인생의 멘토 붓다가 생각났다. 그 책에는 좋은 아내가 되는 법, 시부모와 남편을 섬기는 다섯가지 착한 것과 세가지 나쁜 것에 대해서 나와있다. 또한 남편의 의무에 대해서도 나와있다. 물론 아버지가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 첫째 잘못이고, (의무의 조항 중에는 의식주 걱정 없게하고 때맞추어 의목을 사줄 것이며, 몸을 장식하는 금은과 보석을 사주며,라는 내용이나온다) 엄마는 남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지해 주지 못한 것이 잘못이다.

아버지, 이징은 자신의 이상형이었던 아내가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큰 실망을 느낀다.
 p170 뭔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저는 반드시 아내에게 알렸습니다. 아내는, 아름다운 아내는 어릴 적부터 저에게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과거시험에 합격함으로써 사모하던 아가씨와 결혼할 수 있었던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아내를 사랑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감동을 나누고 싶다, 저는 절절히 그렇게 바랐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제가 가리키는 것들을 앞에 두고도 조금도 마음을 움직이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엇을 보여 주어도 흐응, 흐응, 하고 가볍게 끄덕거리기만 할 뿐 흥미가 없다는 듯 곧바로 다른 곳으로 시선이 향하는 겁니다. 저는 아내의 이런 태도가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습니다. 눈앞에 처음 보는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있는데 왜 아내는 감동을 느끼지 않는 걸까요?

 이 부분을 읽고 마음 속으로 쿠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나의 남편이 나에게 이러한 느낌을 받은 적이 많았으리라. 사업을 준비하는 신랑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라 신이나서 이야기하는데도 나는 내 일에만 열중하며 내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하며 내 만족만 추구했던 것이다. 이 부분에서 남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오늘 아침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쓰려는 나에게 남편이 사업계획서라며 읽어보라고 했다. 전같으면 대충 읽어봤을텐데.. 오늘은 진지하게 읽어보았고 남편의 입장에서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의 반응이 달라졌다. 책이란 이렇게 나를 변화시키나보다.

호랑이와 나, 아들과 아버지를 중심으로 쓰여진 책이다. 나는 특이한 관점으로 읽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라 느껴진다. 아마도 다음 번에 읽으면 또 다른 관점으로 독후감을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오늘의 강렬한 나만의 교훈을 마음 속에 담아본다.

 

페이지마다 호랑이가 있다. 모양이 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다. 이 또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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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장화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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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가오리는 결혼한지 몇 년차에 빨간 장화를 썼을까?‘

한 장씩 한 장씩 넘길수록 짙어지는 생각이다.

‘결혼한 모든 여자들이 히와코와 같은 감정을 느낄까?’

난 그랬다. 공감했다. 히와코에게.


결혼한지 10년차. 쇼조와 히와코는 아이가 없다. 쇼조는 중견식품회사의 부장이고 집안인이라고는 도와주는 않는 남자이다. 그런데 세상으로부터 아내를 지켜준다. 아내를 사랑한다. 자상한 남편이다. 그리고 아내 히와코는 원예점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자신이 쇼조보다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아이가 없어서 일까 히와코가 느끼는 감정들은 일반 주부보다 휠씬 세밀하다. 전개는 에쿠니 가오리의 다른 책들과 비슷하다. 도후쿠 신간센, 군것질, 실버카...와 같은 소제목을 중심으로 히와코와 쇼죠가 느끼는 감정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호쿠 신간센

p15 의미를 읽은 말은 히와코를 제외한 부모자식 사이에서 마치 암호처럼 오갈 뿐이다.

“왜 내 말은 통하지 않는걸까?”


시집온 지 5년차 시댁이랑 30초거리에 살아서 그런지 갈일이 많았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시댁에 갈때마다 느끼는 감정들이었다. 히와코가 아마도 아이가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같은 일이라도 다르게 해석한다. 서로 생각해서 하는 행동들과 말이었는데 오해가 쌓이고 감정의 골이 생긴다. 이것이 내가 느낀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의 관계이다. 고부간의 관계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의 성격차이도 적용된다. 우리 시어머니는 활달하시고 외향적이시다. 며느리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하다. 이러한 차이가 성격차이 일 수도 있는 문제가 무슨 관계냐에 따라서 갈등양상이 다른게 펼쳐진다. 고부관계는 항상 남편이 중간에 끼인다.그것이 문제다.


#군것질

히와코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 쇼조는 히와코의 외출이 달갑지 않다. 히와코가 깨워도 도대체 일어나지 않는다. 쇼코는 침실의 TV, 거실의 TV 모두 켜놓는다. 아침을 늦게 먹고 먹자마자 점심은 어떻게 해야하냐고 물어본다. 히와코가 샌드위치라도 사먹으라고 하자 같이가자고 한다. 히와코는 이미 약속시간에 늦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점심을 먹으러 가는 그녀에게 굳이 한입먹고가라고 한다.


결혼생활을 하다보면 포기하게 되는 것들이 늘어난다. 나와 상대가 다름을 인정함으로써 생기는 결과이다. 처음에는 왜 휴지는 여기 두냐고, 안경은 찾을수 있는 자리에 두라고, 항상 잔소리와 의미없는 싸움이 반복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포기하게 된다. 아니 상대를 그대로 인정하게 되는 것이랄까? 그럼 편해진다.


p43 "요즘은 말이지, 마침 공원의 수국이 예뻐. 분홍이며 파란빛이 도는게 말이우“

누구에게나 똑같이 흘러가는 시간인데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같은 수국이라도 누가 언제 보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나에겐 소중한 것들이 다른이에게는 아닐 수도 있고 그 반대일수도 있다. 요시노할머니에게는 예쁜 수국이 히와코에게는 별의미없는 것처럼.

p58 히와코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한순간 놀란다. 배워도 배워도 자꾸만 잊어버린다. 이 사람에게는 내 말이 통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면 되었다고 생각했다. 나의 까다로운 조건을 대부분 충족시킨 사람이다. 그 땐몰랐다. 우리가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는지를. 처음에는 서로에게 자신만의 언어로 이야기하라고 화내고 싸우고 했다. 몇 년이 지나게 되니 완전히 알아듣지는 못해도 어느 부분만 피하면 되는지는 알게 된다. 그것이 생활의 규칙을 가져온다. 그 속에 갇히게 되고 그 속에서 행복감을 찾게 된다.


p66 초조, 불안, 의지할 곳 없는 기분, 쇼조에게 돌아가 안정을 되찾고 싶다고 느낀다. 혹은 빨리 쇼조를 만나고 싶다고.

………………………

홀연히 정말로 홀연히 히와코는 이해한다. 나는 쇼짱이 있을 때보다 없을 때 그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것은 발견이었다.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그리고 털끝만큼도 의심할 여지가 없는, 그 발견에 히와코는 큰 충격을 받았다. 충격을 받았지만 왜 그런지 납득이 갔다.


서로 다른 시점으로 다른 시간을 보내는데 아내라는 이유로 남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들어줘야하고 100%공감해야한다는 사실.

그렇지 않게 되면 자신의 이야기에 공감을 바랬던 상대방은 상심하게 되고 어떤 경우에는 화를 내게 된다. 부부라면 항상 공감해야한다는 사실. 새삼 깨닫는다 부부라는 이유로 그러한 의무감을 지녀야한다는 사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 질수록 듣지않게 될 수도 있다. 쇼코처럼, 그 사실을 알고도 계속 이야기하는 히와코처럼. 그래서 그런가? 나이가 들면 부부간의 대화도 차츰 사라진다는 것.


p97 히와코는 쇼조를 착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착한 사람인 쇼조에게 아낌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도 서글펐다. 쇼조와 마주하기 보다 쇼조의 빨랫감을 마주하는 편이 행복하다는 것이, 쇼조와 함께 있을 때보다 따로 떨어져 있을 때 더 쇼조를 좋아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연애를 할 때, 결혼 후에도 우리는 실제인물과는 다른, 아니 다를 수도 있는 가공의 인물을 마음 속에 하나씩 만든다. 가공의 인물과 실제의 인물과 차이가 날 때 우리는 실망하게 되는 것이다. 좁은문에서 알리사가 제롬에게 했던 말처럼.


p162 히와코는 빨간장화 과자가 자신과 쇼조의 결혼생활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서로 어긋남의 상징처럼


p193 "결혼기념일 이나까, 뭔가 쇼짱이 좋아하는 걸로 먹자.“

히와코는 고개를 갸웃한다. 쇼조 이외의 사람들은 잃어버린 날을, 자신이 미련퉁이가 된날을, 대체 왜 기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다만, 기념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 속의 작가와 대화하며 읽어나갔다. ‘반짝반짝 빛나는’, ‘울 준비는 되어있다’를 통해 간접적으로 만났고, ‘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를 통해서 그대로 드러낸 모습도 만나보았다. 빨간 장화 다음의 일곱빛깔 사랑 속에서의 에쿠니 가오리도 궁금하다. 한권 한권 읽으며 잊고 있었 것이 생각났다. 나의 취향, 대학교 때는 공강시간에 언제든 읽을 수 있었다. 책편식하다고 생각했었다. 지금은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중이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나니 마치 맞춤옷을 입을 듯 편안하다. 아마도 읽고 있는 책들이 내 몸에 너무 맞지 않아 불편할 때, 다시 찾게 될 것 같은 책. 에쿠니 가오리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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