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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섬을 품다 - 섬은 우리들 사랑의 약속
박상건 지음 / 이지북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바다, 하면 모두가 떠올리는 그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버스만 타면, 지하철만 타면 바다를 볼 수있었다. 학교 가는 버스 안에서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줄 몰랐다. 대학교 3학년 경관을 배우는 시간에 우리조 한학기 주제가 -수평선-이었다. 해운대 동백선의 수평선, 영도 해안산책로의 수평선, 진하해수욕장에서 일광해수욕장까지 걸어오면서 느껴지던 수평선. 다같은 바다인데 달랐다. 느낌이 달랐다. 시간에 따라 또 달랐다. 해운대 달맞이고개 일출시간에 맞추어 친구와 함께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보랏빛으로 표현되던 그 수평선. 그때 빠져들었다. 바다의 치명적인 유혹에.
지금의 남편, 로단테와 토끼풀꽃반지를 만들어 결혼을 마음속으로 약속한 그 곳도 소매물도의 바다를 보면서였다.
그래서 [바다, 섬을 품다]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눈의, 마음의, 손의 이끌림을 느꼈다.
마음 먹고 책 속의 바다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기로 했다.
주로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 편이지만, 이 책과의 첫만남을 기억하기 위해 새로 생긴 대형서점으로 향했다. 책장에 진열되어 있는 그 서점에서 딱 한권뿐인 책. 그 아이를 데리고 왔다.
여름바다보다는 겨울바다를, 사람이 많은 바다 보다는 조용한 바다를 선호하는 나에게 안성맞춤이었던 책이었다. 동해, 서해, 남해, 제주로 이어지는 바다와 섬의 매력들.
이미 가본 곳들, 가보고 싶은 곳들, 처음 만난 곳들, 그 곳의 사진들과 여행정보, 가는 길, 문의처가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만난 바다까지.
p160 보문사는 바다를 굽어보고 있다. 해질 무렵 혹은 동틀무렵 길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리고 나지막하게 이어지는 목탁소리의 끝자락에서 부서지는 파도소리는 참으로 절묘하고 오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타오르는 바다를 바라보는 나그네 뒤에서 눈썹바위 마애관음보살상이 웃는다. 한줌의 세상, 뭐 그리 아등바등 아옹다옹 살일이냐면서 말이다.
바다이야기에 양념이 더해진 글들. 풍경과 절, 세상살이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래서 읽는 내내 소화잘 되는 죽을 먹는 느낌이었다. 오늘 같이 바람부는 날이면 간절곶의 바다가 그리워진다. 한달에 2~3번가지만 갈 때마다 다른 느낌인 바다. 오늘은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연출하고 있을까.
바다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책. [바다, 섬을 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