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시간들
김희진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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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의 사서, 오주. 그녀는 항상 불면증을 안고 살아간다. 그녀의 곁에 있던 그도 그 불면증을 견디지 못해 떠났다.

일상의 반복, 도서관 일은 그러하다. 남들은 편하게 보지만 위에는 고고하고 물밑에서는 항상 분주하게 움직이는 백조와 같은 직업, 사서이다.

자신의 직업의 공간에서 그를 만났다. 불어책을 읽는 그.

도서관에서 만나던 그와 그녀는 그녀의 자취방으로 만남의 공간이 이어졌다.

그렇게 그는 그녀의 삶에 들어오게 되었다. 떠날 때는 들어올 때 가져온 세탁기만 남긴채.

떠나버렸다.

그가 떠나던 날. 세탁기가 고장난다.

태어난 날짜와 죽은 날짜가 같은 날을 찾는 별난 이웃도 만나게 된다. 이웃집여자는 다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관심이 많다. 오주가 사람들과의 헤어짐 뒤에는 가구배치를 다르게 하는 것도 눈여겨본다.

오주는 돌아가다가 만 빨래들을 한아름 안고 빨래방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새로운 만남이 시작된다. 조미치, 그녀는 빨래방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말걸기 전문이다. 퇴직후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콧수염아저씨, 전에는 사업가였지만 지금은 거리의 사람인 박구도 아저씨, 그리고 9번 세탁기만 쓰는 그 남자 최주원, 빨래방에 가면 그들이 있었다.

오주는 집에 세탁기가 생기고 나서도 빨래방을 간다.

인연이 이어진다.

같은 생활의 반복과 이별의 상처를 가진 오주에게 빨래방은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우리 동네에도 있다면 한번 가보고 싶어진 빨래방.

나 또한 미치, 주원, 콧수염아저씨, 박구도 아저씨를 만나 술한잔 기울이고 싶어진다.

책여행을 보냈기에 더욱더 의미있는 책, 옷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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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첫 번째 선생님 - 1등을 강요하는 대신 방법을 알려줘라
전상희 지음 / 맘에드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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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강요하는 대신 방법을 알려줘라-

-“공부해”라는 말없이 우리아이 키우기- 


표지에 부제목으로 등장하는 이 두문장이 시선을 끌었다. 공부하라는 말없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을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짐작만 했을 뿐이다. 친정엄마는 공부하라는 말씀을 달고 사셨고, 시어머니께서는 남편에게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신다.

딸아이가 말을 시작하면서부터 더욱 고민이 되었다. 시누이는 30개월이면 영어공부를 시작할 때라고 하고, 60분 부모에선, 한글을 접하고 6개월에서 1년후에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육아서에서는 두루뭉실한 육아법들이 많이 나온다.

한참 읽을 때는 끄덕이면서 읽고 나서는 잊어버리는 수가 많다.

이 책은 미취학아동, 7살에서 그 이후 엄마들, 정확히는 학부모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족집게 과외처럼 콕콕 찝어서 설명해준다. 실제로 상담받은 아이들의 사례들도 나온다.

part1. 이것만은 꼭 지키자! 기본원칙

p21 자존감을 높여줘야합니다.

자신감과 자존감은 개념이 조금 다른데, 자신감은 ‘내가 어떤 일을 성취할 수 있다는 능력에 대한 믿음’이고, 자존감은 ‘나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입니다. 아이들이 성적이 상승하거나 하락했을 때, 자신감은 상황에 따라 쉽게 변할 수 있지만, 자존감은 한번 형성되면 상대적으로 쉽게 변하지 않는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p61 칭찬할 때 주의사항

-진실하고 근거있는 칭찬을 해주세요

-조건을 붙이면 안됩니다.

-칭찬은 바로 해주어야합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맞추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칭찬할 일은 돈이나 물질으로 보상하지 마세요.

part2. 생활습관부터 확실하게 잡아라.

책읽는 아이로 만들기 위한 노력

-독서공간을 만들어주기

-부모가 먼저 책읽기

-아이에게 선택권 주기

part3. 공부습관에 맞추어 세부적인 계획을 세워라.

효과적인 공부목표세우기

-목표는 구체적이고 명확해야한다

-목표는 생각이 아니라 행동 중심으로 작성해야한다.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야한다.

part4. 꿈과 목표를 확실하게 세워라.

아이가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방향잡아주기

part5. 부족한 우리아이 행동고치기.


가장 인상깊었던 대사는 아직 자신의 흥미와 적성을 찾지 못한 아이에게 ‘넌 앞으로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묻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부모의 마음은 아이가 적성과 흥미에 맞게 미래를 설계할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항상 마음은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모른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원하는 직업에 대해 자세히 조사할 시간을 주고, 직접 그 롤모델들을 만나보라고 권하고 있다. 그리고 그 직업이 무엇인지 찾는 여러 가지 검사방법도 제시하고 있다.

부모가 혼자서 하기에 힘에 부치다 싶으면 기관을 찾는 것도 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공부하는 습관을 고치긴 했는데 부모가 너무나 자신의 주장(하루에 4시간공부)를 밀어붙이는 바람에 아이와의 거리를 좁힐 수 없는 경우도 나왔다.

항상 자녀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다양성을 염두해 두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학원에 다닌다고 해서 우리아이까지 그 학원이 맞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항상 관심을 기울여야겠다. 이 책은 딸아이가 7살때부터 고등학생 졸업까지 쭈욱 쓰이리라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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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아침
이경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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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Auckland, 박정환. 받은 이는 최수영. 그녀의 나이 마흔 둘. 그녀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줄 알았다.

제일 첫 장의 한문장.



 

청춘의 상처를 내려놓을 수 없는 당신께 바친다.

그 남자와 그녀 사이에 어떠한 사연이 있었기에 마흔 둘의 그녀는 약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엄마와 둘이 살고 있는가. 궁금해졌다.

 

p15 한동안 연락을 끊고 있던 정환이 나타나서 허둥대며, 그러나 비장하게 자기 이름을 써서 보여주었다. 수영은 그때 그 글씨체를 보면서 느꼈던 단정하고 결연한 느낌을 기억했다. “나중에 내 필체를 보게 되면, 그때 나라고 믿어요. 살다 보면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이랬던가? 수영은 생각했다. 그랬던 거 같았다.

1985년의 정환의 모습이 그의 시선으로 펼쳐졌다.

p31 라면 훔치다 경찰에 잡혀서 고아원에 보내졌다. 그곳에서 우는 어린아이 벽에 내던져 죽이는 것도 보았다, 내가 형들이랑 고아원 담벼락에 땅 파고 애기를 묻어 줬다, 아무리 억울하고 서러운 거 많아도 형이 나 같지는 않을 것이다.

정환, 그가 재소자 신분일 때 만난 익수의 사연이다. 가난은 대물림이다. 가난은 사람을 사람이기 포기하게도 한다. 사람마다 감정이 심하게 동요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지만 가혹한 운명에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가장 가슴을 때린다.

정환, 그는 판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가난이 뭐길래, 양귀비를 키우다가 마약법 위반으로 징역살이를 했다.

101번지 그의 주변에 사는 여자들 또한 선원들을 상대로 돈을 번다. 그녀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리라.

그런 그가 수영을 만났다.

p88 ············당신께 예쁜 걸 사 줄 돈은 없지만 달빛을 엮어서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줄 순 있으리. 천 개의 언덕 위에 비친 아침을 보여주고, 입맞춤과 일곱 송이 수선화를 주리니.

그녀를 만나고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었다.

수영 그녀의 엄마, 귀옥. 남편이 끝내 돌아오지 않은 납북어부, 어머니가 연좌제 그늘에서 수영을 피신시키려 고향을 떠나왔다. 그리고 생선장사로 그녀를 그늘없이 키워냈다.

p101 인생은 저럴 것이다. 귀옥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저 헤어지고 만나고 헤어지는 것. 인생이 여기서 벗어나는게 어디 있던가. 이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한결 가라앉았다.

귀옥, 그녀의 인생도, 딸 수영의 인생도 그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었다.

p291 최수영의 가족관계, 특히 귀옥의 신분도 파악해뒀다. 우스웠다. 정환이 수영을 예전부터 알고 있지 않은 건 분명했다. 귀옥이 사상적으로 아무 하자가 없는 신분인것도 틀림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 연좌제는 있었다. 하필 그런사람의 딸과 연애를 하다니·······도대체 유전자며 피라는 건 뭘까. 수영이 정환에게 끌리다니. 조사하면 걸릴 게 없겠지만 일단 사건은 만들기 나름이었다.

윤 형사는 겉과 속이 다른고 보통 사람들에게는 알려질 수 없는 사연을 간직한 인생들의 갈피를 갈고리로 잡아 올리는 자기 직업의 재미를 오랜만에 만끽했다.

그렇게 그는 간첩이 되었다. 그녀는 뱃속에 아기와 함께 그를 떠나보냈다.

p315 수영은 정환의 공판을 지켜보지 않았다. 그가 확정된 형을 살게된 형무소를 알려하지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날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그 남자는 청춘의 최수영, 그 시절의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사랑은 그런 것일지 몰랐다. 또 다른 자기를 찾고 붙잡는 것. 혹은 그렇다고 착각하는 것.

사랑이라는 단어를 아직도 낯설어하는 나에게 또 다른 사랑을 보여준 책. 천개의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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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카페, 나는 티벳에서 커피를 판다
파주 슈보보 지음, 한정은 옮김 / 푸르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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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빛 표지, 책에 띠처럼 둘러진 새로운 분위기의 조각사진들, 커피. 책표지 자체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의 모음집이었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갈 수 없듯이 나 또한 이 책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어느 순간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홍콩의 파워블로거 파주 슈보보, 인터넷에서는 ‘아깡’이다. 중학교 때부터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2006년 태국에서 만난 친구 오트와 함께 2007년 티벳 라싸에 카페를 차리게 된다.

여행, 친구, 커피, 공간 그리고 추억.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릿 속에 둥둥 떠다니던 단어들이다.

 


p47 다른 곳과는 달리 티벳은 사람으로 하여금 자꾸 찾아오게 만드는 흡입력이 있었다.

그 후로 일년쯤 지난 어느날, 우연히 동화책을 보게 되었는데, 티벳어와 영어로 쓰인 [티벳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아주 간단했다. 두 아이가 물었다. “티벳이 어디 있어요?”

아이들은 이곳저곳을 찾아다녔다. 꽃잎 속, 하늘 위, 구름 속, 저녁 노을 저편, 사방으로 찾아다녔지만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풀이 죽어 있을 대, 한 고승이 나타나더니 말했다. “티벳은 찾기 어렵지 않아, 티벳은 너희 마음 속에 있단다!”


톨스토이의 세가지질문이라는 그림책이 생각났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아깡에게 이 세가지 질문을 한다면 바로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일이라는 대답을 할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에겐 지금 이 순간이 선물인 것 같았다. 덕분에 나 또한 이 분홍책을 읽으면서 그 기분이 전해졌다.

나 또한 티벳에서 그 공간을 공유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 속 꿈인 북카페를 항상 품고 있으니 아깡과 오트의 카페창업이야기도 마음에 한층 와닿았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뜻이 있는 곳이 길이 있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카페창업이라. 그들은 용감하고 꿈이 있었다. 원래 살던 곳에서의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가슴뛰는 삶을 살고 있었다. 티벳에선 평온한 삶을.

공간이라는 두 글자. 어떤 사람들과 어떻게 공유하느냐에 따라 좋은 인상으로 남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책에서 느낀 아깡과 오트의 바람카페는 그 이름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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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말 걸기 알렉 그레븐의 말 걸기
알렉 그레븐 지음, 케이 에이스데라 그림, 이근애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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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라저래라, 엄마는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시지.

빨래를 하라고 시키셔.

동생 속옷을 누가 정리하고 싶겠어.

뒤죽박죽인 엉망진창인 거실을 치우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런데 그거 알아?

엄마는 우리를 위해 온갖 궃은일을 마다하지 않으신다는 거.

아홉살의 작가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있다. 엄마의 입장에서도 생각하는 방법을.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이지만 어떨 때는 심술쟁이 같다는 말.

진짜 아이이기에 가능한 표현이다.

나 또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 그 표현에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다.

 


엄마가 되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야.

우리가 삐뚤어져서 말썽을 피우면, 엄마는 무서워질 수 밖에.


일곱살난 우리 조카에게 꼭 읽어주고 싶은 책이다.

네살 우리 딸도.

 

아이들에게 스스로 하는 방법과 엄마에게 칭찬받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아이들의 눈높이로 말하고 있다는 것이 공감이 갔다.

 


엄마는 마음이 담긴 쪽지를 좋아하시지.

집안을 난장판으로 어지럽혔다면 쪽지를 써봐.

"죄송해요"라고.

엄마는 껴안아드리면 좋아하시지. 많이많이 안아드려.

하지만, 단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럼 안 돼.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우리 엄마에게 잘하는 방법을 아직 터득하지 못한 나.

이 책을 읽고 아홉살의 작가가 존경스러웠다.

 


엄마랑 우리가 서로를 괴롭힐 때도

엄마랑 우리는 항상 서로를 사랑해.

난 이게 제일 맘에 들어!

 

 

서점에서 만나 더욱 반가웠던 책.

엄마에게 말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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