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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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어떤 부모일까?’ 책장을 덮은 후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작가의 삶에 대해, 글쓰기에 대한 책인데 난 왜 이런 생각이 든 것일까

‘뭘 느끼든지 나름이지 독자의 특권 아니겠어?’

생각하고 며칠 동안 책에 대한 생각을 숙성시켜본다.

어떤 생각이 가장 짙어지는지.

시간이 흐를수록 가장 또렷해지는 건, 김작가 그녀의 엄마로서의 자질에 대한 것이다. 처음에는 김작가 엄마로서는 진짜 빵점이네 어째 저럴 수가 있는지. 최소한이라는게 있는데 그것 조차도 안했다. 그런데 다 읽고 난 후에는. 김작가 부모로서 참 괜찮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실 보면 지독히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엄마였따. 그런데 뭐 나의 삶의 모토도 엄마가 행복해야 딸도 행복하다 아닌가? 자신이 쓰고 싶은 글 쓰고 만나고 싶은 사람 만나고 좋아하는 일로 돈도 벌고, 사랑도 하고

주인공인 그녀의 딸, 영인. 엄마를 보며 글도 쓰고, 사람도 만나며 세상과 소통한다.

친구 K, R은 어떠한가?

K는 의사 어버지, R의 부모는 도우미아주머니가 상주할 정도로 부자이다. K는 자살시도, 동성애, R은 집이 싫어 가출의 반복, 동거를 한다. 그들에게 부족한 건 무엇이었을까?

그녀들이 부모로부터 가장 배우고 싶어한 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 아니었을까?

#2.

p210 자기 얘기를 하고 싶은 욕망은 세상의 많은 음식들만큼이나 다양한 맛과 모양새로 사람들을 자극하는 것 같았다.

p331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글을 쓰는 건 엄청난 사회적 낭비이고, 너도나도 글을 쓰자고 달려드는 것은 ‘진지한’문학의 미래를 위해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글을 쓰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열망에는 거짓이 없다. 글쓰기의 각종 트릭이 아니라 글쓰기의 ‘첫 마음’을 다시 느끼고픈 당신에게, 글쓰기를 통해 ‘등단’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해설 중에서-

나 또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올리는 것을 핑계로 블로그를 통해 세상에 내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나에게는 즐거움이요, 삶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서 제목 같은 읽기와 쓰기를 통해 내 삶을 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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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절하는 곳이다 - 소설가 정찬주가 순례한 남도 작은 절 43
정찬주 지음 / 이랑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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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인지 절교인지 모를 만큼 절이라는 공간을 사랑한다.

절의 지붕과 산하늘이 맞닿은 그 지점이 눈이 아릴만큼 쳐다볼 때도 있다. 자유로운 몸이어던 시절에는 생활하다 보면 절에서 오라는 소리가 들리는 때가 있다. 만사 제쳐두고 통도사로 달려갔던 나이다. 지금은 그 시절을 회상할 뿐이다. 절에 갈 때는 머릿 속 생각들은 집에 두고 가야한다. 점점 가까워지면서 머리 속을 비우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그래야만 절의 그 풍경들이 오롯이 그 풍경만으로 눈이 담을 수 있다.

평소 절에 대한 나의 생각이었다.

고맙게도 나에게 와준 이 책은 하늘과 산과 절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풍경을 내 눈 앞까지 고스란히 담아 가져와 주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책만 펼쳐들면 절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p198 절이란 삶이 힘겨울 때마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찾아가서 지친몸을 누이는 곳이 아닐까 싶다.

 

나에게도 절이란 그러하다. 평소 내가 즐겨찾던 통도사, 1시간 넘게 버스의 울겅거림을 거쳐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 한껏 마음을 비우고 나면 도착하던 그 곳이다. 절에 갔다오면 왠지 새로워지는 느낌이다. 삶의 묵을 때를 벗기고 오는 느낌. 그 새로움이 좋다.

 

p246 꽃무릇 사람들은 상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 용천사의 누각도 상사루이다. 꽃과 잎이 운명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꽃이다. 꽃이 필때는 잎이 사라지고 잎이 나오면 꽃은 또 자취를 감춘다.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공원에서 일하던 시절, 마음이 어지러워지면 꼭 찾는 곳이 있었다. 상사화꽃밭. 빽빽하게 심겨진 다른 꽃밭과는 달리 그 곳에는 여백의 미가 있다. 꽃이 필 때면 꽃대만 솟아 올라 그 끝에 커다란 꽃송이가 달린다. 그리고 시간 텀을 두고 방문을 하면 그 꽃들은 자취를 감추고 땅에 붙은 기다란 잎들이 밭에 듬성듬성 나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곤란한 품종이었다. 꽃과 잎이 만날 수 없으니 행여나 그 텀에 그 곳을 지나간다면 아무것도 심겨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도 그 꽃들은 꿋꿋히 생명을 이어간다.꽃들의 그 사연이 안타까워, 공원에 어울릴 수 없음이 안타까워 그 꽃밭을 자주 간 기억이난다.

 

한 장한장 넘기면 넘길수록 눈이 맑어지고 머리도 맑아졌다. 내가 앉아있는 곳이 어디든 간에 절에 온듯한 착각이 들었다. 작가분이 찍은 사진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풍경 속 풍경들이 너무나도 마음에 와닿아 그런가보다. 아마도 현실 속에서 문득 절이 너무나도 가고싶어질 때 펼쳐보게 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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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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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단편 컬렉션이다. 결혼하고 나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왠지 아가씨였다면 공감이 덜 할 것 같은 느낌이다. 결혼 후 느낌은 해봐야 아는 거니까. 가장 마음에 와닿은 구절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p115)

역자후기에도 가장 먼저 나와있는 구절이다. 가깝고도 먼 사람, 그래서 남편인가?

p53 "인생은 연애의 적이야“

.................................................

“인생은 위험한 거야. 거기에는 시간도 흐르고, 타인도 있어.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고 강아지도 있고 아이도 있고”

왜 인지 모르겠다 내가 이 문장에 왜 끌렸는지.

그냥 적고 싶었다. 열두개의 단편이 이어진다.

그 중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생쥐마누라.

“미요코는 백화점을 좋아한다.”로 시작한다. 혼자만의 질서를 가지고 늘 일정한 방식으로 쇼핑을 한다. 백화점에서 쓸데없는 것에 정신을 팔거나 현혹되는 여자들은 두종류라고 생각한다. 어리석고 고독한 젊은 여자와 한가하고 고독한 주부들. 미요코는 옛날에는 전자였던 적도 후자였던 적도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20년 고독이 만성이 되어서일까? 미요코는 가족을 생각하며 그들을 위한 쇼핑을 한다. 잔돈을 받기 힘들 정도로 짐이 많아졌다.

언젠가 EBS의 60분 부모에 쇼핑중독에 걸린 아내가 나왔다. 그녀가 구입하는 물품들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모두 아이들을 위한 것이었다. 감정적으로 허전함을 쇼핑을 통해 그것도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의 것을 사면서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다. 같이 나온 선생님께서 덧붙이셨다.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쇼핑중독에 걸릴수도 있다고. 

그녀의 남편은 미요코를 생쥐마누라라고 부른다 바지런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미요코는 자신에게 주어진 타이틀에 맞추어 살아가려구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가보다. 그러다 예쁜 병에든 술을 마시는 일탈을 감행한다. 한병을 다마시고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며, 그사실에 만족해한다.

그녀의 행동과 생각들의 나열인데, 왠지 그녀가 측은해졌다. 혼자만의 시간은 자신만을 위해서 쓸 수도 있는데.

다른 단편 속 여자들도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건 허전함이었다. 사랑을 해도, 헤어지고도, 일상생활에서도 그러하다. 결혼이 감정적으로 완전해지는 건 아니라는 결론이다. 항상 그 감정이 어느 시점에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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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하기에 부족하지 않은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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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하찮은 것들’ 첫 장에 나와 있길래 뭘까 궁금해하며 책장을 넘겼다.

초록신호, 고무줄, 레몬즙짜게까지 읽었을 때 느낌이 왔다.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나열한 것이었다. 나 같이 사소한 것을 좋아하는 독자에겐 대환영이다.

얼마 전 2월 22일 2시 22분에 우연히 핸드폰을 보게 되어서 혼자 그냥 넘 신기해서 사진을 찍어 놓았다. 혼자 난 참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에 올려놓으니 댓글 중에 “재미있게 사시네요”라고 달렸다. 그걸 보고 사진 찍을 때 혼자 얼마나 즐거워했나 생각했다. 그렇구나 내가 재미있게 사는 거구나.

에쿠니 가오리도 그런가 보다. 왠지 반갑다. 정겹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아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나도 그런 생각한 적 있는데,,’, ‘나도 분홍색좋아하는데’ , ‘나도 예쁜분홍 생각노트에 내 생각들을 적어봐야겠다.’,,,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는지 모른다.

자잘하지만 일상적인 것들. 그렇지만 내 생각을 불어넣으면 새생명을 가지게 되는 것들.

문득 책 제목을 다시 보았다.

‘취하지에 부족하지 않은’

오늘, 나도 사소함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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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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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원래 빌려야할 목록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뽑아들고는 집으로 왔다. 도서관에서 우리집까지는 도보 - 버스 - 도보이다. 오는 길에 다 읽어버렸다. 버스를 오래 기다린 것도, 우리집까지 걷는 거리도 있었지만, 펼쳐보니 읽은 책 같다. 사람의 기억력이란.. 대학교 때 도서관에서 일본소설쪽에서 많이 얼쩡거렸다. 책의 아담한 사이즈도 하드커버도 마음에 들었고 꽉차지 않은 페이지 구성까지 내 취향에 딱이었다. 그 때의 취향이 살아나서 일까 대학교 때처럼 앉은 자리에서 다읽기,,가 되었나보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아마도 ‘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겠구나’ 였다. 그런데 난 오늘 이책을 읽으며, 저렇게 살면 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적으로 서로 깊게 의존하지 않으며 그냥 좋아하고 배려만 하면서 같이 살 수 있는 삶.



쇼코와 결혼한 무츠키는 의사이다. 그는 애인이 있다. 곤, 남자이다. 쇼코는 알코올중독이다. 그들은 깔끔하고 상쾌한 공기의 집에서 살고 있다. 아마도 그 두 사람의 관계를 대변하는 것이리라. 생각했다. 곤과 쇼코는 서로 친해진다. 그리고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세사람이러 어우러진다.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호모남편을 위해 그의 애인을 기념일 선물로 주는 아내. 남편의 위해 남편과 그 애인의 정자를 섞어 인공수정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아내.


친절하게도 쇼코와 무츠키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서술된다. 냉정과 열정사이가 생각난다. 한사람의 시각만으로 보여지지 않아서 쇼코와 무츠키 읽으며 둘다 이해할 수 있었다. 무츠키는 쇼코와 싸우지 않는다. 대신 곤과는 많이 다툰다고 했다. 난 이 부분에서 이 둘의 관계가 명확해졌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에게 이해받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렇지 않은 상황이 되면 화가 난다. 그래서 싸우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기대하는 것이 많아서 그런것이라..둘은 서로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친하지 않으면 불편을 감수하고도 친절을 베푼다. 그러나 가족에게는 무엇을 하든 나를 이해해줄것이라는 전제가 깔린다. 가족에게 남한테 하듯이 친절한 사람이 있을까?


p56 이런 결혼생활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잃지 않는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다. 불현듯, 물을 안는다는 시아버지의 말이 떠올랐다.


연애기간, 신혼초, 진짜 열심히 싸운 우리부부는 참으로 많이 사랑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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