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을 경영하라 - 9가지 성격별 운명전환 성공법
수희향 지음 / 더난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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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에 부담이 없어 금방 읽을 줄 알았다. 책에 볼펜을 끼워, 책상에 올려두었더니 둘째가 관심을 보인다.
앞 장과 뒷 장 책 장 사이사이에 읽은 흔적을 남겨두었다.
둘째와 메모하며 함께 읽은 첫 책이 되었다. 책과도 인연이 있나보다. 사람처럼.

은꽃 유치원시절에 학부모연수원에서 에니어그램 수업을 들은 적있다. 퍽 공감하며 들었는데, 안타깝게도 내용이 생각나지 않았다. 에버노트를 찾아보니, 예전 아이디로 메모했나보다.  안보인다.

책에 검사지가 없어서 인터넷으로 다시 에니어그램유형검사를 했다. 두 가지 버전으로 했는데, 둘 다 다르게 나왔다. 내 유형을 찾아서 읽고 나머지를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보니, 각 유형에 내 모습이 조금씩 녹아있었다. 전혀 다른 유형도 있다. 하지만 몇 가지를 모아 두어야 내 모습과 비슷했다.
처음 읽을 때 열린 마음으로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애니어그램이라 했을 때 생각났던 장형, 머리형, 가슴형 세 유형이다. 언젠가 TV 속 강연자도 이렇게 세 분류로 설명하는 걸 들었다. 그때도 각각 특징이 와닿았지, 각 유형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성격유형 검사하면 아쉬운 점들이 그거다. 특징을 잘 알게 되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가 궁금했다.
 

 

 

 


이 책 저자는한국 에니어그램연구소 지도자 과정을 수료하고 현대 에니어그램 창시자인 클라우디아 나란조 박사가 진행하는 독일과 프랑스의 SAT워크숍에 참여해 유럽 정통 에니어그램을 수료하였다고 한다. 2009년부터 책에서 이야기하는 캠벨의 운명전환 3단계를 직접 경험하며 2012년 개인의 고유성과 재능이 곧 1인 지식기업가로의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게 이끄는 AL문화기획을 설립하고 '유로에니어그램연구소'와 '1인회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4쪽
주역에서는 한 사람의 운명이 활짝 피려면 개인과 천지인 간의 균형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한다. 천은 하늘의 때, 즉 내가 속한 시간대의 흐름을 잘파악해 그 흐름에 편승하고, 지는 땅, 내가 속한 공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신중히 살피고, 인은 사람, 즉 내가 시공을 함께하는 주변 사람들과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한 사람의 운명이 가장 밝게 빛난다는 것이다.

5쪽
주역에서는 그에 대한 해답으로 위기 속에는 늘 기회가 숨어드니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절대 맞서지 말라고 이른다. 위기란 맞서면 맞설수록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끌려 들어가는 법이라고. 대신 몸을 낮춰 회오리바람 한가운데 고요히 거하며 다음 살길을 모색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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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인간을 하나의 부속품으로 취급하던 대량생산의 산업혁명 시대는 저물었다. 디지털 혁명으로 대변되는 자본주의 4.0 시대에는 사람들이 컴퓨터나 인공지능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며 수많은 전통적인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사람들이 살아갈 방법은 가장 인간적인 것을 앞세운 길 밖에 남지 않았다고 경고한다.
즉 이전 사회는 튀면 안 되는 다수의 화이트칼라 중산층을 양산하는 사회였다면, 지금부터는 자기 개성을 살리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는 양극화 시대가 심화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7쪽
시대적으로 외부에서 답을 주며 개인의 삶을 보장하던 패러다임은 조용히 그러니 급속도로 막을 내리고 있다. 지금까지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 펼쳐지는 자본주의 4.0시대에는 오히려 이런 체제순응적인 무개성적 태도야말로 한 개인의 삶을 지극히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대와 공간이 어느 때보다 혼란하고 불안한 위기의 한가운데서, 이 위기 속 기회는 단 하나, 지금까지 외부에서 주입된 내 안의 낡은 운명을 타파하고 더는 내 인생을 운명에 맡가지 않고 내 힘으로 자기개성화를 이루며 운명을 전환하는 일뿐이다.

어떻게 하면 자기 개성화를 실현하여 운명전환에 성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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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전 세계 신화를 연구하여 발견한 것이 다름 아닌 평범한 사람이 자기 개성화를 이루며 운명을 전환하는 3단계 여정으로, 변화의 필요성을 각성하고 받아들이는 '입문', 그동안 낡은 습성을 타파하는 '심연 통과', 그리고 새로운 삶으로 다시 태어나는 '재탄생'과정을 거치면 누구라도 운명을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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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구스타프 융 박사에 의하면 사람들은 저마다 성격유형에 따라 운명을 활짝 펼치는 필살기와 위기에 몰아넣는 아킬레스건이 다르다고 한다. 즉 성격이야말로 한 개인의 삶에서 인생의 쓴맛, 단맛을 내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는 셈이다. 그러므로 사람은 누구나 운명전환 3단계 여정을 거치면 그간의 낡은 운명을 타파하고 새로운 운명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다만 그 여정의 성공과 실패요인은 각자 성격에 따라 다르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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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부터 살아가야 할 시대는 더 이상 외부에서 개인에게 답을 주는 시대가 아니다. 반대로 이제는 개인이 철저히 자신 안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계발하고 단점은 보완하며 각자 개성을 자산으로 삼아 살아가야 한다.

1부 3단계 운명전환 여정
1. 입문 위기 속 기회 찾기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
-가장 나답게 사는 길
2. 심연 통과, 아킬레스건 집중공략
-심연 : 새로 태어나기 위해 세상으로부터 잠시 한 걸음 물러나 한바탕 자기와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격전의 시간이다.
-창조적 고독의 시간 : 나 자신에게 있는 그대로 내가 되어도 좋다고 안심시켜주고 편히 대해주는 일이 무엇보다 가장 필요하다.
- 운명전환를 방해하는 이킬레스건

37쪽-40쪽
사람들 안에는 직관, 사고 및 감성 세 가지 에너지가 흐르는데, 이 중 어떤 에너지를 가장 많이 발달시켰느냐에 따라 각각 직관형, 사고형, 그리고 감성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직관형 : 세상을 이기고 지는 대결의 장으로 본다.
+사고형 : 세상을 불안한 곳으로 보고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안전책을 찾는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중심이 없으니 늘 불안에 시달리며 항상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신경을 곧두세우고 정보를 수집하는 일에만 매달린다.
끝내는 그 어떤 일도 깊이 있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지 못하는 유형이다. 늘 세상을 관찰자적 시각으로 바라만 보다, 정작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조차 뒤로 물러나 세상 눈치를 보며 현실에서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매일같이 내일은 잘할거야, 라며 머릿속으로 결심만 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이다.
+감성형 : 세상을 살아가는 의미를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고 있다.

3. 재탄생, 필살기 강화
재탄생 : 그간의 낡고 무거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진짜 나의 옷을 입고 발걸음도 경쾌하게 내가 주인이 되어 다시 세상으로 걸어 들어가는 단계다.
 내 본질적 강점을 강점화하며 서서히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다시 찾는 여정
진정한 나로서 살아갈 수 있을지를 시험받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는 단계

영웅적 도약 : 사람들이 심연 기간에 자신 안의 천복을 뿌리내리고 싹 틔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해당 분야에서 실력이 부쩍 늘어나는 순간을 일컫는다. 그런데 이 순간은 매일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은 지루하리만치 제자리걸음을 하는 듯하다가 어느 날 문득 실력이 향상한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다.

48쪽
인생은 늘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그 가치를 지니게 되어 있으니, 자신을 존중하는 삶을 살라.
 

 

 

 


2부는 각 유형별로 짚어본다.

에니어그램의 3가지 에너지장과 9가지 유형

직관형
8번 -연약한 골목대장 : 외향형, 강력한 행동력,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려함. 순간적 분노폭팔
1번 - 고지식한 완벽주의자 : 내향형, 기혁가적 기질, 완벽주의자, 비판정신, 고지식한 외골수
9번 - 고집불토 평화주의자
외/내향 에너지 흐름 동일, 갈등 회피, 포기를 모르는 저력, 고집, 게으름
사고형
7번 - 고통회비 낙천주의자
외향형, 호기심 충적을 위한 경험지향, 재미추구, 정신적 고통회피
5번 - 인색한 은둔자
내향형, 경험보단 지식, 지적 관찰자, 자발적 은둔형, 끈기와 몰입
6번 - 우유부단 공동체수호자
외/내향 에너지 흐름 동일, 공동체 수호자, 대세 추종, 책임과 성실, 우유부단, 결단력 부족
감성형
2번 - 오만한 애정실천가
외향형, 러블리한 감성교감자, 밝은 에너지, 강한 소유욕과 관심욕구
4번 - 자아 없는 나르시시스트
내향형, 암울한 신비주의자, 특별한 이미지 지향, 심미안 발달
3번 - 공허한 성취주의자
외/내향 에너지 흐름 동일, 감정배제 성취주의자, 성공 이미지 연출, 허영심, 내적 공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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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길 - 우리 함께 걸어요
안희정 지음 / 한길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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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콜라보네이션을 읽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런 나라에서 살고 싶었다. "안희정의 길"을 읽으며 어제 썰전에 출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수학책은 있는데, 익힘책이 빠진 느낌이었다.
과학책은 있는데, 실험책은 완성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개념서는 있고, 문제집은 아직 출시 되지 않은 기분이었다.
 

 

 

 

콜라보네이션은 도지사로서 국가일을 하면서 느낀 것을 앞으로 방향과 잘 어울려 이야기한 내용이 와닿았다. 충청도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은 메모처럼 쓴 내용이 많았다. 종이를 SNS창과 같이 이용한 느낌이 많다. 앞부분은 최근에 쓴 내용이고 뒤로 갈수록 몇 년 전 생각들을 알 수 있다. 마지막장은 2013년 11월 8일, 제일 앞 장은 2017년 1월 22일이다.


207쪽
폭력 앞에 무너진 부끄럽고 슬픈 나의 초상

영화 <변호인>을 보며
내 2대 시절 체포와 투옥을 회상한다.
1988년 2월 말 늦은 밤.
친구가 걱정되어 친구 자취방에 들른 것이 화근이었다.
골목길에서 몇 합의 격투 끝에 잡혔다.
승용차 뒷좌석 바닥에  깔려서
뒷좌석에 앉은 자들의 구둣발에 등이 밟힌 채 어딘가 끌려갔다.
구둣발의 질겅거림도 고통으로 느끼지 못할 만큼
나는 공포와 두려움에 빠져 있었다.
한참을 갔다.
바닥에 엎어져서 간간이 훑고 지나가는 시내의 불빛들이
싸늘한 어둠으로 바뀌는가 싶었다. 어딘지 모르지만 한적한
건물 뒤편에 내려져서 컴컴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들어가는 어두운 계단은 쇠창문이 가로막고 있어서
안에서 열어줘야 들어갈 수 있었다.
희마한 조명 속의 긴 복도를 지나 방들이 다닥다닥
연이어 나 있고 나는 막다른 방으로 끌려갔다.
들어가자마자 그 사내들은 고생스러운 검거 과정의 수고에
분풀이라도 하듯이 연거푸 발길질을 하고 뺨을 쳤다.
옷을 벗으라 했다.
옷을 벗자 다시 벽을 보고 서라 했다.
나는 벽 앞에 섰다.
그들은 벽을 타고 올라가라며 몽둥이질을 시작했다.
.(중략)
죽여서 휴전선 철조망에 널어놓고
월북하다 죽었다 하면 그만이라며.
나는 그 폭력 앞에 무참히 무너졌다.
나는 한 달을 그 지하실에서 보냈다.
.
25년이 지난 이제까지
나는 그 시간을 구체적으로 남들에게 이야기해보지 못했다.
폭력 앞에 무너졌던
내 부끄럽고 슬픈 초상을 기억하기조차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무참히 패배했노라고
겁먹고 벌벌 떨다가
그냥 맥없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냥 패배했노라고
미안하다고만 말했다.
그래, 난 겁먹고 두려움에 빠졌다는 사실을이젠인정하려 한다.
죽음 앞에 초연했던 조선 선비들처럼 난 그러지 못했지만,
그래도 잘 견뎠노라고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고 안아주려 한다.
<변호인>을 보며
고문받던 그 젊은 학생의 공포와 눈물을 보며
25년 만에 비로소 내 자신을 안아주게 되었다.
2014.1.14

 

 

 

 

콜라보네이션은 회사원 안희정 모습이 보였다면, 이 책 <안희정의 길>은 사람 냄새가 났다.
그가 고등학교시절, 학생운동 시절 겪었던 일들은 몸에 새겨졌을 것이며. 참여정부시절 대선자금 문제로 겪은 옥고도 온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충남도지사 나라일을 한 기억도 모두 정치인 안희정의 경험치로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 썰전 모습은 뭔가 더 필요로 하는 모습이었다

곤충은 유충에서 성충으로 변해갈 때, 변태라는 과정을 거친다. 더 완전체가 되가 위해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그는 지금 그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어제 썰전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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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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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엄마라면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공감할만한 부분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몰라서 두근두근거린다.

맛있는 음료수를 만나면 그 자리에서 원샷한다. 그때면 남편이 그런다.
"벌써 다먹었어?"
이 책을 덮을 때 느낌이 그렇다. 벌써 다 읽었어?
김애리작가님은 블로그로 먼저 만났다. 외국에서 육아하는 모습을 블로그에서 글로 만났다. 나는 그때 아이만 키워도 정말 힘들었을 시기였는데, 이렇게 책이 나왔다. 대단하다.

내 동생은 같은 해 나와 출산했다. 임신 했을 때 운동을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출산후 살이 급격히 빠졌다. 예전 몸매로 돌아왔다. 난 운동하고는 담을 쌓았는데, 출산 후 살들이 그대로 남았다. 글쓰기도 그런걸까?
김애리 작가는 출산전에 글쓰기 근력을 많이 키워서인지 육아 전쟁 속에서도 책이 나왔다.
 

 

 

 

 

 

 

책을 펼치고 열심히 읽기 시작한 날, 좋아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왔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마침 외출 중이라 집에 돌아와 팟캐스트로 들었다. 뭘가 실시간으로 만나는 느낌이었다.
방송을 듣고 책을 마저 읽었다. 아이를 키운다고 뭘할 수 없다는 건 핑계에 불과하구나 싶었다.

 

 

 

 

 

 


몇 년 전에 하다가 그만두었던 감사일기를 다시 써야지 싶었다. SNS를 어떻게 운영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정리가 되었다. 블로그 메뉴도 바꿔야겠다 싶고, 인생을 조금 더 계획적으로 살고 싶어졌다. 몇 개월 계획이 아니라 1년 3년 5년 10년 중장기 계획 말이다.

여행+책이 만나니 이렇게 시너지효과가 난다.

한동안 나에게 인상깊은 책이 무엇이었냐고 물었을 때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가지>라고 대답했었다면 이제는 이 책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라고 말하지 싶다.

감사하다. 시기 적절한 때에 이 책을 만나게 되어서.


54쪽
내가 지금까지도 끝없이 글을 쓰는 이유? 내 삶이 너무 소중하고, 내 행복도에 기여하기 위해서가 가장 큰 이유겠지만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흔들림 없는 삶을 위해서
둘째, 나를 성찰하기 위해서
셋째, 나를 지켜내기 위해서
글로 엮어 흔들림 없이 단단한 삶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열두 번은 더 변할 나를 계속 관찰하며 지지하려고, 마지막으로 아슬아슬한 이 시대 이 도시에서 스스로를 지켜내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55쪽
언제나 해답은 내 안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68쪽
이렇듯 치유를 위한 글쓰기의 첫 단계는 바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파헤치는 것이다. 무언가에 고통받고 있드면 그 뿌리를 캐내고 끈질기게 탐색하며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관찰해야 한다. 더하거나 빼지 말고 솔직하게 감정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흘러나오는 저연스러운 마음을 거침없이 적어 내려가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공간이 있다. 현대인이 숱한 마음의 병에 시달리는 것은 자기만의 방문을 두드리는 시간이 적기 때문이 아닐까? 쓰기란 적어도 쓰는 그 순간만큼은 자기만의 공간에 저벅저벅 걸어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는 행위다. 오로지 자신과 독대하며 깊이 소통하는 글쓰기. 이 매혹적인 치유행위는 일단 시작하면 쉽게 그만둘 수가 없다. 한 번도 안 하거나, 평생 지속하거나. 둘 중하나가 될 것이다.

69쪽
프랑스의 저명한 심리학자 크리스텔 프리콜랭 역시 '변화에 있어 가장 필요한 것은 슬픔'이라고 말했다. 슬픔은 새로운 상황을 준비하는 과도기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감정이라고 말이다.

74쪽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로 인해 피폐(?)해질 때마다 주로 필사를 했다. 낮에는 아이에게 버럭버럭하고, 밤마다 이불킥을 하거나 괴로움 속에서 반성하는 '낮버밤반(낮에는 버럭하고 밤에는 반성하는)'의 일상을 보낼 때마다 안정제를 맞듯 필사를 했다. 그러면 생각이 정리되며 나 자신과 현재 상황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가끔은 손만 기계처럼 움직일 뿐 머리는 하얗게 비워져서 그게 또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말하자면 멍때리고 싶은 날에도 필사는 꽤 효과적인 셈이다.

75쪽
어쨌든 지금의 나는 지루하거나, 두렵거나, 불안하거나, 흥분되거나, 자만하거나, 적적할 때마다 필사하고 있다.

91쪽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글쓰기
의식 흐름 기법이라 불리는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이 글쓰기 방법은 물처럼 흘러가는 생각, 심상, 회상, 기억, 감정 등 마음에 떠오르는 것들을 서술하는 것인데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가진다.

93쪽
 인생은 무수한 선택의 것들 가운데 유한한 '내 것'을 추려내는 과정이다. 하나둘 내가 원하지만 몸에 맞지 않는 것, 가질 수 없는 것, 욕심부려선 안 돼는 것들을 골라내고 현재 상황과 조건에 부합하는 것들을 품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곧 인생 아닌가 싶다.

97쪽
이것이 바로 순간 일기다. 행복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는 일기.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을 남겨두는 것도 좋지만 당시의 감정을 세세히 묘사하지는 못한다. 그때 어떤 마음을 간직했는지, 얼마나 즐겁게 반짝였는지를 기록할 수 있는 것은 글 밖에 없다. 왜 매일 업무일지와 가계부는 쓰면서, 해마다 연말정산도 하고 버킷리스트도 작성하면서 나를 빛나게 하는 순간들을 몽땅 지워버리는 걸까?

109쪽
우리는 모두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발명'해야 한다.

119쪽
어쨌든 중요한 건 '매일'그리고 '꾸준히'다. 일주일에 15분은 아무 힘이 없을지 모르지만 매일 15분은 원하는 것을 얻고 일정 성과를 내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다.

178쪽
미국에 글쓰기열풍을 불러운 그 유명한 <뼛속까지 내려가서 서라>의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도 말하지 않았던가?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를 통해서만 배울 수 있다!"
그녀는 또 이렇게 덧붙였다. 글을 쓰기 시작했다면, 앞으로 5년 동안은 쓰레기 같은 글만 쓸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싶다면? 그럼 그냥 써내려가는 방법 밖에 없다. 마감에 쫓기는 생계형 글쟁이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그냥 써라.

179쪽
자유로운 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쓰기라는 행위가 주는 부담을 떨치고 그것과 친해지기 위해서
둘째, 있는 그대로의 자기 마음을 글이라는 거울로 들여다보고 성찰하기 위해서.

180쪽
여기서 말하는 진실이란 부정하고 싶을 만큼 부정적인 감정들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초라하고, 가난하고, 남루한 '진짜 나'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작업이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글을 쓸 때 의식을 항상 내면에 향하게 하는 것이다. 부드럽고 섬세하게 마음의 결을 어루만지며 출렁이는 감정의 파도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맞아야한다. 그리고 가슴이 시키는 울렁거림을 그대로 종이에 옮겨 적는다.

196쪽
어떤 결과물과 최소한의 성과를 얻는 창의력을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규칙적인 행동이 필요한 것이다. 말하자면 '균형', '성실', '심플'이다. 어떤 '변화'를 위해서는 재미있게도 '변화 없는 생활'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199쪽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펜을 들고 문자를 적는 게 아니다. 그건 긴긴과정에서의 마무리 단계에 불과하다. 혼자만의 시간을 확복하고, 내면으로 걸어 들어가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온갖 키워드를 끄집어내는 과정. 글쓰기는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 이게 다가 아니다. 그 과정의 틈틈이 외로움도 괴로움도 견뎌내야 한다. 시간과 체력관리법도 스스로 배우게 된다. 글을 쓰는 사람은 바쁜 일상에서 시간 관리에 성공한 사람이다.

200쪽
글 쓰며 사는 삶은 매일 한 가지를 배우는 삶이기도 하다. 글을 쓰다보면 나의 충동, 편견, 욕망과 마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8쪽
나 역시 그런 노년을 꿈꿔본다. 손주 손녀들에게 읽힐 동화나 동시를 짓고, 지나온 시간을 겸허하게 정리하며 매일매일 글을 쓰는 노년. 운좋게 나눠줄 지식이나 지혜가 있다면 역시 글로 풀어 아랫세대에게 전달하는 작업도 하고 싶다.

211쪽
 힘든 시간을 글로 쓰면서 '나는 혹시 고통을 즐기는 사디스트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덮어두고 살면 그만인데 굳이 들춰내어 상처를 들쑤시는 자신이 못마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작업은 탁월했다. 손끝에 박힌 가시도 가만두면 신경을 건드리고 문제를 일으킨다. 아주 작은 심리적 문제라도 떨쳐내지 않으면 발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평생을 따라다닌다.

215쪽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과연 나는 어떤 이유로 글쓰기를 시작하려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자. 그 해답을 들여다보는 시간 역시 글쓰기 과정에 포함된다. 나라는 살마의 속성에 대해 좀 더 이해하려는 시도, 그게 바로 글쓰기의 준비운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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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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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는 라디오에서 이 책에 대해 들은 적 있다.
주인공 레누와 릴라는 지난 60년동안 친구였다. 어느 날 릴라 아들 전화를 받게 된다. 자신의 어머니가 사라졌다고 했다. 릴라는 지난 30년 동안 아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싶다고 레누에게 말했던 터였다. 다시금 찾아보니 그녀는 정말 사진 한 조각에도 남아있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말이다.

라디오에서 소설 도입부에 대해 들었을 때
'도대체 왜?' 궁금했다. 소설은 첫인상 강렬함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오늘 이 책을 들고 초반 1/5무렵까지 더디게 넘어갔지, 중반부 넘어가자, 둘째가 낮잠에서 깨까봐 두려웠다.

두 여인의 인생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가난한 지역 두 여자 아이, 한 아이는 날카로움을 지녔고, 한 아이는 반대다. 두 아이는 서로 친구가 되었지만 묘한 경쟁심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성적은 1,2등을 다투는데 두 집안 다 아이들을 상급학교에 보낼만큼 여유롭지 못했다.

선생님 설득으로 아버지가 시청 수위인 레나는 중학교에 가지만 릴라는 그러지 못했다. 대신 아버지 구둣방과 집안일을 한다. 하지만 도서관에서 열심히 책을 빌려보고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 공부코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른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또래보다 이른 결혼이 좋은 결말은 가져온 경우는 정말 한 번도 본 적없다. 릴라도 그랬다. 스스로 자신을 다듬을 수 있을 때 결혼은 선택해야 한다. 나 자신을 위함이다. 안타깝게도 릴라는 그러지 못했다. 워낙에도 개성이 강했다.

64쪽
그 순간 나는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을 느꼈다. 내 셀룰로이드 인형은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이었다. 릴라에게 못된 구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토록 악의에 찬 행동을 할 줄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나에게 티나는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그런 그녀를 창고 속에 살고 있을 수많은 짐승 사이에 던져 넣었다는 사실은 나를 절망하게 했다. 그렇지만 바로 그 순간, 나는 이후로 수많은 일을 겪으며 경지에 오르게 될 어떤 기술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절망을 참아내는 것이었다. 내가 젖어드는 눈가에 절망을 어찌나 잘 숨겨냈는지 릴라는 나에게 사투리로 물었다.
"인형을 버렸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니?"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강렬한 고통을 느꼈지만 릴라와 싸워서 얻게될 고통은 이보다 더 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두 가지 고통 사이에서 숨을 쉴 수 없었다. 하나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고통, 즉 인형을 잃어버려서 느끼는 고통이고 다른 하는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고통, 즉 릴라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는 사실 때문에 느끼는 고통이었다.

99쪽
나는 비가 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나는 익숙했던 모든 것에서 멀리 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처음으로 느껴본 그 거리감은 모든 걱정과 인간관계에서 나를 자유롭게 했다. 반면 릴라는 갑작스럽게 자신의 계획을 후회했으며 바다를 포기하고 우리 동네로 돌아가기를 바랐다. 나는 도무지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294쪽
니노는 릴라처럼 내면의 괴로움에 시달리는 아이였다. 이것은 축복이자 고통이었다. 이들은 만족하는 일이 없고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한다. 하지만 도나토 아저씨는 이들과 전혀 다른 부류의 사람이었다. 그는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며 매 순간을 밝게 살았다.

책을 읽으며 와닿는 부분을 옮겨보았다. 처음 읽을 때와 지금 나폴리 4부작 중 2부 중간까지 읽고 난 후 다시 읽으니 느낌이 다르다.
'아, 그랬구나.' 주인공과 릴라의 감정이 더 와닿는다. 점점 빠져드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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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이름의 이야기 나폴리 4부작 2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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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71쪽, 시간가는 줄 몰랐다. 집정리도 해야하고, 연휴라 가족들 밥도 챙겨줘야 했다. 주인공 감정에 정말 몰입했다.

두 여자의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얽혀있었던 것인가.
또 4부작 중 1,2권만 갖고 있어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3,4권은 언제 볼 수 있을까.

두 사람의 인생을, 아니 마을 사람들 인생을 이렇게 면밀하게 들여다볼 기회가 있을까. 내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봤다. 부산 시내이지만 조금은 번화하지 않은 동네였다. 초등학교 친구들 반은 인문계 반은 실업계가는 지역이다. 주택지라 20년 넘게 살아도 앞집, 뒷집, 옆집 정도 왕래가 조금 있었다. 하지만 거의 자신의 삶을 살기 바빴다. 우리 동네가 특이했나?

남편은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저학년에 대도시로 이사를 왔지만 방학마다 외할머니댁에서 시간을 보냈다. 나와는 아주 다른 기억을 갖고 있었다.

나폴리 4부작은 우리나라로 치자면 지방 소도시에서 어려운 시절 힘들게 자란 할머니가 자기 기억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처음에는 주인공 친구 릴라 인생에 몰입했다. 파란만장하다. 주인공보다 공부 잘했지만 부모님 반대로 진학못하고 어린 나이 결혼한다.
 이른 결혼에 결과가 좋은 건 거의 보지 못했다. 상대가 아무리 자신에게 최고 베필이라 하더라도 그걸 알아보는 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이 변하면 가치판단 기준도 달라진다. 결혼 후 사랑이 무언지 알게 될 수도 있다. 릴라도 그랬다.

일찍 결혼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을까?
정말 어려운 유년기를 보내고, 식료품점 사장과 결혼하게 된다. 친정식구들도 구두공장을 세우고 돈을 벌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신혼여행 첫 날 남편에게 두들겨 맞는다. 그녀 결혼생활 시작이다. 물론 릴라는 워낙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캐릭터이다.
주인공이 정말 사랑하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이도 갖는다. 불륜이었다. 그리고 남편에게 돌아와 아이를 낳아 키운다. 결국 남편이 사랑이 빠진 다른 여인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준다.

그 사이 주인공 레누는 공부를 계속한다. 원래 릴라에게 지지않으려고 선택한 공부다. 하지만 나중에는 레누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릴라가 남편돈으로 부유함을 누릴 때, 레누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또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공부한다.

십대시절 그들 경쟁 승리자가 릴라였다면 이십대 접어들어서 레누가 더 나아보이기 시작한다. 삼십대 사십대 그 이후는 어떻게 될까.

3,4권이 정말 궁금하다.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300쪽
"살다보면 본모습을 모르는 채 평생 좋아하게 될 수도 있단다."
페르난도 아저씨는 좋을 때도 있고 모질게 굴 때도 있었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아저씨를 매우 사랑하기도 했고 증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
"걱정할 것 없어. 오늘은 피누차 기분이 안 좋지만 곧 좋아질 거야. 리나가 신혼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지? 그런데 지금 저 애들을 보려무나. 인생이란 그런 거야. 몽둥이세례를 받ㅣ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을 때도 있고 키스 세례를 받을 때도 있는 법이란다."

304쪽
어느 순간 나는 피누차가 자신도 모르는 무엇인가를 말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그저 짜증만 내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생각에 정신이 팔려서 이들에게 신경을 끄기로 했다.

330쪽
나는 내 욕망을 정확히 몰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감정을 애써 숨겨왔을 뿐 아니라 나 자신조차도 내 감정에 회의적이고 확신이 없었다.

375쪽
 인간이란 이따금씩 본심을 숨기기 위해서 무의미한 말을 하거나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할 때가 있다.

397쪽
 나는 타인의 요구에 복종하는 존재였다. 나는 릴라와 니노를 통해서만 의미를 얻는 드러나지 않는 존재였다.

400쪽
"아니야. 조심해라, 레누. 너희 둘이 아주 친한 것은 알아. 내 사촌도 그렇게 말했거든. 내가 나와 상관 없는 일에 왈가왈부하는 사람도 아니고. 하지만 내겐 사람 보는 눈이 있지. 리나는 네가 자기보다 낫다는 걸 알고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네가 리나를 좋아하는 만큼 리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나는 그럴 리가 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보였다.
"리나가 저를 싫어한다는 뜻이세요?"
"그건 잘 모르겠구나. 확실한 것은 리나는 마음만 먹으면 못된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야. 얼굴에 쓰여 있지 않니. 눈빛과 이미만 보면 알 수 있어."

413쪽
릴라는 결혼식 이후 이스키아 섬에 오기 전까지 자신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고 했다.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당시의 느낌을 세세히 묘사했다. 갑자기 기운이 빠지면서 졸음이 쏟아졌고 뇌와 두개골 사이에 공기방울이 부풀어 오르는 것처럼 머리가 무거웠다고 했다. 모든 것이 다급히 움직이면서 사라져 버리는 것 같았고 너무나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사물에 몸이 부딪쳐 상처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배와 눈이 정말로 아팠다고 했다.
 릴라는 언제나 감각이 둔한 상태였다고 했다. 온몸이 탈지면에 꽁꽁 싸여 있는 것 같았다는 것이다. 현실세계가 아닌 자신의 육치와 자기를 감싼 탈지면 틈새에서 상처가 빚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곧 죽게 될 거라는 상상은 너무나 확고하게 자리를 잡아 아무것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에 대한 존중이 사라졌다고 했다. 아무것도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모든 것이 망가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다. 불현듯 극단적으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고 싶은 격렬한 욕망에 사로잡히기도 했다고 했다. 멜리나처럼 미쳐버리기 전에, 대로변을 가로지르다 트럭에 치여 끌려가기 전에. 그런 릴라를 변화시킨 것이 바로 니노였던 것이다.

427쪽
나는 그런 상념을 떨쳐버리고 내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니노와 릴라가 없는 미래를 계획하고 그들 때문에 고통받지 않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모든 일에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법을 익히기로 했다. 그렇게 해서 감정 소모를 최소화하는 법을 습득했다. 서점 주인이 내 몸에 손을 대도 분개하지 않고 조용히 밀쳐냈고 진상손님들에게도 선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때도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나는 매일 같이 되뇌었다.
 '이렇게 생겨먹은 이상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밖에. 이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어. 사투리를 쓰고 돈은 땡전 한 푼 없는 것도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가질 수 있는 만큼만 가지자. 참아야 할 때는 끝까지 참자.'

618쪽
 집세, 전기세, 가스비를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없었다. 그래도 릴라는 걱정하지 않았다. 릴라의 마음속에서 돈을 쌓아놓고 물쓰듯이 쓰던 시절은 빈곤하던 어린 시절과 별 차이가 없었다. 돈이란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실체가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619쪽
'이제는 아이를 유리벽 안에 가두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 같아. 필요한 것을 다 해주었으니 이제는 혼자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야. 그러니 이제 서로 치고받기도 하고 물건을 빼앗기도 하면서 지저분해지는 것도 익숙해질 필요가 있어.

652쪽
 릴라는 내가 자기 앞에 나타난 순간 이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료와의 마찰과 벌칙금을 낼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지금 나에게 내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살아가면서 승리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고, 자신의 인생은 나만큼이나 다양하고 무모한 모험으로 가득하며 시간은 그저 별 의미없이 흘러가기 마련이니 가끔 이렇게 만나 한 사람의 머릿속에 떠오른 터무니없는 생각과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메아리치는 정신 나간 생각을 나누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옮긴이의 말 중>
663쪽
 릴라는 결혼이라는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모든 것을 잃는다. 성장의 동력이 되었던 가족에 대한 사랑도, 부에 대한 갈망도, 구두 제작을 통한 자아실현의 꿈도 모두 잃고 일종의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진다.
 레누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부터 릴라에 대한 열등의식에 시달리던 그녀는 사랑하던 니노마저 릴라에게 빼앗기자 상실감과 절망감에 니노의 아버지 도나토 사라토레와 첫 경험을 한다.ㅇ적인 장면이자 페란
 이들 둘이 각자의 잘못된 결정과 이에 대한 후회를 승화시키는 방식을 묘사한 부분은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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