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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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독특한 오컬트 장르의 미스터리한 일본 

공포 소설인 <보기왕이 온다>,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을 펴낸, 일본 호러 엔터테인먼트의 

대가인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 『예언의 섬 』 장편 소설을 

아직 열기가 가득한 늦여름 새롭게 만나 보았다.

저자의 전작들도 꽤 흥미로운 전개였는데, 단순히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우리 인간의 

숨겨진 심리와 사람에게 내리는 저주에 대해서도 

역사적 사실과 연결하면서 꽤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일본 소설 예언의 섬 역시, 

저자의 전작들처럼 오랜 토착 신앙과 저주에 대한 

근원적인 불안감을 건드리는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기존 작품들도 그렇듯이 사와무라 이치의 소설에는, 

여타 유사 일본 호러 소설들에서 주로 소재로 삼았던 

전통 민간 설화나 우리가 지키지 못한 금기로 인한 보복성 

저주가 발현되는 초자연 현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인간 본연의 민낯을 고발하는 사회적 이슈들도 하나씩 

내세우고 있기에 개인적으로 단순히 무서운 이야기가 아니라 

꽤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미스터리 소설 장르였다.


이번 신작은 전편들 보다 조금 더 미스터리한 스릴러 

장르 소설로, 괴물 같은 불편하거나 기괴한 장면은 

거의 없이 훨씬 더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이어졌다.

우리 영화 중에서 무속 신앙을 바탕으로 크게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곡성>이나, 웹툰 <이끼>와 비슷한 결을 

가진 이야기였다. 특히나 섬이라는 폐쇄된 지역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그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로 책의 마지막 한 장까지 

숨 쉴 틈 없는 긴장감과 텐션을 끊임없이 유지하게 만들었다.

예언의 섬 프롤로그에는 20여 년 전 사람들의 

심령사진을 분석해 주고, 영혼을 달래지기도 했던 

과거 유명한 영능력자 우쓰기 유코가 등장한다.

작은 섬마을에 TV 방송 제작팀과 촬영을 나온 

그녀는, 강력한 원령이 섬을 지배하고 있기에 

사람들에게 불운이 닥치고 결국 죽음도 피할 수 

없다는 암시를 주면서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중략)...

노파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 섬에는 원령이 

있다오. 얼마 전에 돌아가신 분도 원령의 저주로 인해 

제명대로 못 살고 일찍 죽은 거지. 섬사람 중에도 

여기저기가 아프고 시름시름 앓는 분이 있을 거요."

_P. 15


그리고 20년이 지난 현재에 어릴 적 죽마고우였던 

세 명의 친구들이, 한때 잡지며 방송 출연을 

하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고 본인도 저주에 

사로잡혀 죽임을 당했다고 알려진 영능력자가 

지목했던 바로 그 예언의 섬 탐사를 떠나기로 한다.

어린 시절 직접 심령사진으로 의심되는 사진을 

잡지사로 보내서 자문을 받기도 할 정도로, 

꽤 몰두했던 심령 상담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녀의 

예언이 과연 실현될 것인지 함께 확인하기로 했다.

지금은 이미 성인이 된 친구들이지만, 직장에서 

가스라이팅으로 힘겨운 생활에 지쳐서 자살까지 

맘을 먹기도 했던 소사쿠는 고향에서 그를 따뜻하게 

맞이해준 친구들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로움을 찾았다.

지금 우리 도시 생활을 하는 현실에서는 저주나 

미신과 같은 통속적인 괴담은 꽤나 먼 이야기 같다. 

오히려 도시 괴담이라는 이름으로 현대 문명과 

물질의 이기가 만들어내는 군중 속의 고독의 공포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 궁극의 호러 스토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 벽에 갇힌 채 지내는 

우리의 뿌리 속에는, 자연을 경외시하면서 때로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없는 재해나 사고를 접하면 

초자연적인 존재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지 않나 싶다.

더구나 세상 문명과 담쌓고 자기만의 고유한 

신앙과 믿음을 지니고 있는 토속적인 그룹이라면, 

그들이 믿는 신이나 초자연적인 대상은 감히 누가 

부정을 하거나 평가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다.

22년 전 미래를 예언하는 영능력자가 TV 촬영차 

제작진들과 함께 찾아갔던 '무쿠이 섬'에서 

원령의 저주라며 쓰러진 후, 집에 돌아왔지만 

시름시름 앓다가 2 년 후에 결국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가 죽음을 앞두고 20년 후에 

그 섬에서 원령의 저주로 인해서 여섯 명이 

죽는다는 의미심장한 예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졌던 과거 예언의 섬을 찾아서, 

세 친구는 호기심을 채우기 위해 마지막 배에 

몸을 싣는데, 그들 외에 또 묘한 분위기의 승객들도 

동승하면서 앞으로 닥쳐올 사건들을 함께 하게 된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 같은 경우, 그가 예견한 미래의 사건들이 

상당 부분 정확하게 일치한다고도 하면서 

가장 많이 신뢰하는 예언서 중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회의적인 시선들도 정말 많은데, 

명확하고 직접적인 묘사가 아니라 애매하게 표현된 

시적 표현들은 사실 이미 일어난 사건에 대입해서 

억지로 맞추어 보는 '바넘 효과'에 그치지 않는가 싶다.

아마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기에 

그렇게 쉽게 믿음을 가지게 되고, 나약한 인간들은 

종교 혹은 민속 신앙의 초현실적인 존재에 대해서 

불안한 마음을 덜어놓으면서 그 짐을 덜어놓곤 했다.

그렇기에 저주를 내리는 악령이나 원한을 지닌 

원령을 달래주고 화를 면하고자 하는 원시적인 믿음은 

지금 우리의 마음 한편 깊은 곳에는 남아있을 것이다.

어쩌면 징크스라고 말하는 것들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미신 행위의 작은 부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섬이라는 '무쿠이 섬'에 도착한 

친구들은 예언을 전혀 믿지 않았기에, 오히려 

그 말이 사실이 아님을 증명해 보고자 호기스럽게 

그 심판의 날에 섬에서 하룻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배에 함께 동승했던 묘령의 한 여인 역시 섬 주민이 

아니라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예언의 시를 따라서 

섬을 찾았지만, 그녀는 정반대로 영험했던 영능력자 

우쓰기의 추종자로 예언이 실현되는 것을 관측하고자 

하는 목적이었고 나름 영기를 볼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또 뒤늦게 배에 오른 배낭을 멘 체구가 작은 

여성도 급하게 섬을 찾는 의도가 수상스러워 보였다.

그들은 섬 주민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숙소도 

찾지 못하다가, 몇 년 전 외지인 부부가 섬에 

들어와서 운영 중인 숙박업소에 겨우 묵게 된다.

섬에서는 이제 곧 원령이 내려 오기 때문에 

손님을 받지 못한다는 관습 때문이라며 이해가 

되지 않는 그들의 행동 모두 수상스럽기만 했다.

각 방마다 기괴한 형태의 갯지렁이를 형상화한 

'깜장벌레' 조형물이 곳곳에 놓여있었는데, 

그러면 원령이 오지 않고 지나친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운명의 밤이 다가오면서,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그들은 점점 현실성을 잃어가면서 

과연 히키타 원령의 저주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사와무라 이치의 이번 신작 예언의 섬 장편 소설 

이전의 몇몇 작품들을 읽어 보았을 때에는, 

기괴한 혼령과 괴물의 모습을 상당히 구체화한 형태 

묘사들이 많았기에 일본 전통적인 호러 스토리의 

양상과 비슷한 구성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 원령의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시작을 한 스토리이기에, 개인적으로 

무서운 악령 존재와 대결하면서 겪는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보다는, 미스터리한 사건의 배후를 

찾아가는 추리 소설 같은 전개가 훨씬 강했다.

마지막까지 의문의 사건들에 대해서 궁금한 

그 의문점의 해답을 찾아가면서, 손을 놓을 수 없이 

흥미롭게 읽었던 미스터리 일본 소설이었다.

...(중략)...

아소의 목소리가 귓가에 메아리를 쳤다. 

'물론 원령 같은 건 없습니다.' 

후루하타의 외침도 떠올랐다. 

'원령의 소행이야', '히키타 원령의 저주라고!'

하루오의 목소리도, '시골에선 그런 일이 흔하죠.'

사치카의 문자 메시지도, '도망쳐 원령.'

_P. 243

도대체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이며, 섬마을 사람들이 

차마 말을 못 하는 그 존재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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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뉴욕 산책 - 뉴욕을 배경으로 한 46편의 명화, 그 영화 속 명소를 걷다
정윤주 지음 / hummingbird(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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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영화 속 명소들을 현재 모습과 비교해보면서 흥미로운 여행을 해볼 수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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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뉴욕 산책 - 뉴욕을 배경으로 한 46편의 명화, 그 영화 속 명소를 걷다
정윤주 지음 / hummingbird(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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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뉴욕 산책 신작 도서는 뉴욕을 배경으로 

제작된 영화 46편과 그 명소를 돌아보면서 

추억 속 장면을 되짚어 보는 여행기이다.

저자는 5년간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고 복잡하기도 한 도시 

뉴욕의 아름다움에 빠져서 영화의 명대사와 

그들이 함께 걸었던 산책길들도 따라가 보았다.



미국을 상징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도시 중에서 

뉴욕만큼 번화하고 복잡하면서도 무질서한 

느낌마저도 드는 현대 도시는 또 없는듯싶다.

패션과 문화 예술이 숨 쉬는 브로드웨이 거리는 

아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가보고 싶은 

대표적인 문화 장소이자 동경의 대상일 것이다.

그리고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금융의 흐름을 

휘어잡고 있는 증권 월가 직장인들의 바쁜 발걸음. 

그와는 정반대로 좁은 건물 사이 골목길에는 

쓰레기가 넘쳐흐르고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맨홀 뚜껑 사이로 힘겹게 지나치는 

노숙자들을 보면 세기말적인 장면도 연상이 된다.

너무나 상반된 이미지와 분위기는 또 새로운 

뉴욕의 반대편 모습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다..

영화 속 뉴욕 산책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은 

1961년 오드리 헵번 주연의 <티파니에서 아침을>

부터 어린 캐빈이 가족과 떨어져서 모험을 하게 

되는 <나 홀로 집에 2>에서 홈리스 비둘기 아줌마를 

만나는 뉴욕의 공원, 묘한 이질감으로 얼룩진 

범죄자의 폭력적인 삶을 그린 <조커, 2019> 

작품에서 가장 인상 깊게 각인되어 있는 브롱크스의 

한 계단에서 아서가 춤을 추는 장면까지 영화 속 스틸 컷과 

실제 명소로 떠오른 장소의 사진들을 곁들이고 있다.

우리나라 유명 관광지에도 TV 드라마나 영화에 

소개가 되었던 촬영지들에도 작품의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포토존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해당 스폿에 가서 자리에 위치를 해보면 묘하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여느 장소와는 다를 바 없는 곳이겠지만 

영화 장면에서 만들어냈던 스토리텔링으로 

다시 한번 새로운 이야기가 흐르는 살아있는 

장소로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것 같다.

너무나 큰 대도시인 뉴욕 여행을 계획한다면,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극 중 촬영지를 루트로 

삼아서 일정을 잡아보아도 흥미로울 듯싶다.

저자의 추억 여행과 함께 영화의 명장면들을 

기억에 남는 대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뉴욕 웨스트 55번가와 56번가 사이의 7애비뉴 

거리를 커다란 화분을 가슴에 안고 레옹과 걸어가는 

마틸다의 장면이 선한 도로부터 그의 허름한 아파트 

역시 눈에 뜨이는 특별한 풍경의 장소는 아니었지만, 

영화 속 주인공들이 만들어냈던 서사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과 건물에게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게 되었다. 

영화 속 뉴욕 산책 본문에 수록된 영화의 간략한 

스토리와 함께 저자가 현지에서 느꼈던 감흥을 

소소하게 이야기하고 있기에 책으로나마 함께 

여행을 떠나볼 수 있는 간접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말미에는 해당 영화에 사용되었던 OST도 

한 곡씩 소개하고 있어서, 함께 음악을 들으면서 

잠시 나도 주인공이 되어 보는 상상을 해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촬영된 배경은 

정말 보잘것없고 흔하디흔한 장소일 수도 있지만, 

다시 생명을 가진 생명체처럼 다가올 수 있는 것은 

대단한 제작자의 노력이 바탕에 있기에 가능한 것 같다.

조커가 춤을 추는 장면의 계단은 일부러 찾고 싶은 

볼거리 많은 장소가 아니라 오히려 흉물스럽기도 한 

뉴욕 뒷골목에 방치된 구조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호아킨 피닉스의 혼이 담긴 연기와 가슴을 울리는 

영화 사운드트랙, 멋진 화면 연출들이 하나가 되어서 

관객들에게 큰 울림을 만들어 낸 명장면이 되었다.

그 로케 장소에 방문을 하게 되면, 이번엔 나의 

기억에 남아있는 계단의 의미와 혼합이 되면서 

또 새롭게 나만의 이야기를 새로 만들어내게 된다. 

개인적으로 뉴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전광판 가득한 빌딩 숲 타임 스퀘어와 

브로드웨이 거리와 숨 막힐 듯이 답답한 러시아워의 

도로를 누비는 노란 엘로우캡이 그려진다.

영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2007>에서 

드류 베리모어와 휴 그랜트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Mercer Street Books &Records 작은 서점도 

복잡함과는 거리가 먼 애틋한 장소로 둔갑했다.

영화 속 뉴욕 산책 각 스폿들은 이제 영화의 

명성만큼이나 핫한 장소들로 떠오르고 있는데, 

장소 자체의 역사와 함께 기억될만한 도시로 

다시금 새로운 스토리가 더해지는 매력이 더해졌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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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제시카 놀 지음, 김지현 옮김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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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카 놀의 데뷔작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는 

발매되자마자 바로 16주 연속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오른 심리 스릴러 소설이라고 한다.

 이미 영화로 제작되어 넷플릭스에서 방영 예정 

작품이라고 하니, 미리 원작으로 읽어보고 영화를 

관람하면서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을 듯하다.



화려한 금박의 표지 디자인이 돋보이는 도서인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기본 배경 내용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핫한 패션의 도시인 뉴욕에서 

유명 여성 잡이 <위민스 매거진>의 에디터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아니 파넬리가 결혼 준비를 하며 

바쁜 생활을 보내고 있는 장면으로 시작을 한다.

더구나 <뉴욕타임스>로 이직도 준비할 만큼 

그녀의 능력은 인정받고 있는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으로 그려지고 있었다. 반짝이는 표지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초반 상당 부분은 

주인공이 조금 더 상류 사회로 올라가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앙큼한 뉴요커의 출세기와 같은 

내용으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조금씩 

삐끄덕거렸던 주인공의 과거 학창 시절의 암흑기 

이야기들이 스위치 되면서 오버랩되어 소개하고 있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책 제목대로라면 정말 

운이 최고로 좋아 생존한 여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법한데, 이야기 초반에는 정말 밥맛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 

삐딱하기만 하고 자기만 아는 안하무인으로 비추었다.

온몸에는 명품으로 도배를 하고 남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하는 과시욕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여유 있는 형편이 아니기에 최고급 

장신구까지는 착용하지 못하지만 최대한 그럴싸한 

공작새처럼 자신의 날개를 뽐내 보이려는 그녀였다.

꽤 잘나가는 명문 집안 출신의 남자 친구 루크와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데, 과연 그녀가 오롯이 

그를 사랑해서 결혼까지 오게 되었는지 조금씩 

의문이 드는 장면들이 불안하게 이어졌다.

웨딩드레스며 들러리들, 결혼식에 필요한 

리스트들을 바쁘게 처리하고는 있지만, 

결혼식과 동시에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기로 

응하게 되는데 도대체 14년 전 고등학생들에게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궁금하기만 한 전개였다.

그녀의 친구들과의 만남에서 지난 학창 시절의 

어두웠던 기억이 하나씩 되돌아오면서, 과거와 

현재의 장면들이 스위치 되면서 이야기도 나누어졌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이야기는 저자가 

고등학교 때 겪었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고 하는데, 어디까지가 사실의 기반으로 

작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엄청난 사건들이 이어지기에 너무 두렵기도 했다.

주인공 아니 파넬리는 명문대 진학과 동시에 

조금 더 나은 상류 사회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꿈꾸는 엄마의 치마폭에서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카톨릭 여학교에 다니고 있던 주인공은 반항아적 

기질로 결국 강제 전학을 하게 되는데, 

그녀의 엄마는 그 와중에 돈을 들여서 통학 거리도 

40분 이상 먼 상류층 주택가에 위치한 남녀공학 

사립학교 브래들리스쿨에 전학시키게 된다. 


우리가 종종 미국 하이틴 드라마나 영화를 

보게 되면 꼭 등장하게 되는 편가르기가 

그녀에게도 또다시 새롭게 시작이 되었다.

이른바 얼굴 예쁘고 돈 많은 여왕벌과 같은 

HO 그룹과, 그리고 운동으로 다져진 털북숭이 

이렇게 이른바 잘나가는 그룹과 그렇지 못한 

루저 집단으로 나뉘어서 온갖 괴롭힘을 주고 

당하는 학교 폭력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주인공은 161센티의 키에 조금 통통한 듯한 

외모지만 그래도 예쁜 여학생으로 묘사를 

하고 있는데, 새로운 학교에 전학 온 첫날부터 

생존 감각의 날을 곤두세우면서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인싸 그룹에 끼기 위해서, 자존심을 

버려가면서 그들과 섞이려는 노력의 모습이었다. 

미국 하이틴 영화들을 보면 물론 과장된 부분들도 

있겠지만 현실을 반영한 내용일 것이기에,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지는 학폭과 왕따 등의 문제가 

오히려 인종차별과 함께 더욱 크면 컸을 것이다.

더구나 신체적으로도 빠르게 성인처럼 성장하는 

10대들에게 광란의 질주가 이어지면서, 

아니 파넬리는 그들 틈 사이에서 희생양이 된다.

자신이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 

오히려 반대로 상대방을 괴롭히고 먼저 악하게 

다하면서 그 우위를 선점하려는 모습은 

너무나 치졸하고 올바르지 못한 행동일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렇게 남을 눌러가면서 

자신을 돋보이고자 하는 모습으로 보였던 

주인공은, 철부지 학창 시절에는 오히려 그런 

행위가 당연한 듯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흔히들 '여자의 적은 여자'라고 했던가? 

이른바 잘나가는 그룹의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어 

잔머리도 열심히 굴려 보지만, 또 남자와의 애정 

문제가 얽히면서 시샘과 질투가 만들어내는 

치졸한 영역 다툼은 학교생활이 힘들 정도였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 이야기의 배경에는 십 대 

하이틴 하이 스쿨 학생들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마약과 문란한 성 경험, 총기 사고 등 지금도 

끊이지 않는 강력 범죄들을 직접적으로 그리고 있다.

주인공 역시 피해자이면서도 루저로 남고 싶지 

않고 오히려 가해자 편에서 그들이 자신을 

인정해 주기만 바라는 어리석음으로, 사건을 

점점 더 키워가고 스스로도 고통에 놓이게 된다. 

어린 시절 학대나 커다란 충격의 사건들은 

어른이 되어서도 크게 트라우마로 남고 

생활조차 힘들게 만드는 게 사실이기에, 더더욱 

학교 폭력이나 청소년 범죄들에 대해서는 정말 

심각하게 규제와 예방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난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친구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상처를 받기도 하고 또 함께 

어울리는 친구 무리들과의 애정과 우정을 

의심하기도 했던 감수성 가득한 시절이었다.

누구나 그런 학창 시절에 꿈 많고 즐거운 추억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낙오가 된 느낌이라면 그 무리에서 그들과 

함께 생존을 해나갈 의지도 많이 꺾일 것 같다.

럭키스트 걸 얼라이브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아니 파넬리, 다른 이름으로 티파니 파넬리는 

자신을 괴롭히고 망가뜨렸던 장본인들에게 

그 앙갚음을 해주기는커녕, 그들의 눈에 들기 

위해 자신을 속이며 숨죽였던 어리석은 행동들이 

너무 공감도 가고 그녀의 모습이 애처롭기만 했다.

이야기 후반으로 진행되어가면서 현재의 삶을 

사는 어니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어오는 

14년 전 충격적인 사고의 후폭풍들이 이어지고, 

과거의 티파니는 스스로 일어설 힘이 없었다.

이야기 후반부로 진행할수록 점점 더 강한 

압박감과 과거와 현재 모두 심리적인 불안감이 

가해지면서 마지막까지 그녀의 미래는 어떻게 

이어질지 긴장감 가득한 전개로 이어졌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성공을 위해서 강박적인 

다이어트도 불사하지 않는 외적인 모습과 다른 이를 

디딤돌 삼아 올라서고 돈과 명성으로만 평가하려던 

그녀의 모습에서, 과연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모습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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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 우리가 영화를 애정하는 방법들
김도훈 외 지음 / 푸른숲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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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에세이집은 90년대 

영화를 사랑하면서 현재에 대표 시네필로 대표되는 

5인방이 영화를 통해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함께 수다를 떨듯이 주제에 맞추어서 담론을 

펼치고 있는 5인방은 주성철, 이화정, 배문탁, 

김미연, 김도훈으로 여러 잡지나 방송에서도 눈에 

익은 이름이기에 영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을 하면서 함께 추억 여행을 떠나 볼 수 있었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제목도 뭔가 발칙한 

느낌으로, 시네필 5인방의 담론 속에는 그들이 

대중과 소통하던 글과 방송에서 미쳐 우리들에게 

하지 못했던 그들의 속내를 편하게 얘기하고 있었다. 

단순히 특정 영화평을 다시 짚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기 어떠한 방식으로 영화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이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 등 수다 떨듯이 편하게 

함께 차 한잔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는 듯했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본문에서 주거니 받거니 

함께 담론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 저자 5인은, 

영화 전문 잡지 <씨네21> 기자로 활발한 활동을 

했던 김도훈, <방구석 1열>을 연출한 JTBC 예능국의 

CP 김미연, <배철수의 음악캠프> 방송작가로 익숙한 

음악평론가 배순탁, 영화 접지 <필름 2.0> 기자 출신의 

이화정,<키노>잡지를 거쳐 <씨네21> 편집장을 지낸 

주성철 이렇게 총 다섯 명이 나누는 영화평과 인생평이었다.


최근에는 해외 영화도 전 세계 동시에 개봉을 

하거나, 영화 제작 본국보다도 국내에서 오히려 

더 먼저 소개될 정도로 시장 자체가 글로벌 해졌다.

이제는 영화 상영관을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OTT 서비스를 통해서 가정 TV나 스마트폰 화면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최신 영화들과 다양한 전 세계 

콘텐츠들을 빠르게 접해서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사실 큰맘 먹고 데이트 코스 

삼아서, 아침 일찍 티켓을 사러 줄 서서 기다리던 

아련한 추억이 사라져가는 아쉬움이 더 크게 다가왔다.

더구나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들은 그만큼 

가볍게 여겨져서 휘발성으로 사라져버리는 듯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가 대중문화로 자리를 잡아가던 

1990년대에 영화잡지도 10여 종이 넘었을 정도로 

꽤 풍성한 문화의 획을 이루지 않았나 싶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저자들 중 대다수가 지금은 

인터넷에 밀려 폐간이 되어버린 유명 영화잡지 

기자들이었다는 히스토리를 보면, 국내 영화 시장을 

함께 키우고 살아왔던 그들의 감흥은 더욱 애틋할 것 같다.

다섯 명의 저자들에게 공통된 주제로 던져진 

본문의 각 주요 목차를 살펴보면, 

1장 이 판에 발을 들이게 된 건

2장 시네필 시대의 낭만과 사랑

3장 영화 사담

4장 영화로 먹고사는 일

이렇게 크게 네 가지 주제어를 던지고 있지만, 

옛 추억이 가득 담아있는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비슷한 동시대를 살아왔던 향수에 빠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이화정 저자의 정확한 나이 때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공감이 가는 동시대의 기억들을 

읽어보면서 어릴 적 공상과 꿈 많던 영화키드 시절의 

내 모습과도 투영되어 볼 수 있었던 글이 많았다.


서울 시내 영화관이 종로에 집중해 있던 시절에,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개봉하는 날이면 아침 일찍 

친구들과 줄 서서 매표소 티켓을 구매하곤 했었다.

지금도 상영관별로 굿즈 상품 포스터 등을 나누어 

주곤 하지만, 예전엔 선착순으로 영화 로고나 

그림이 새겨진 티셔츠를 주는 행사도 많았었었다.

아마도 학교를 땡땡이치고 가지는 않았었기에, 

내 기억으로는 대부분 행사가 일요일 아침 1회에 

열리지 않았나 싶다. 당시에는 토요일에도 학교에 

가고 직장인들도 출근하던 라떼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저자들은 이렇게 

추억을 찾아가는 당시 유명했던 영화들에 대해 

취재를 했거나 감상을 했던 그들의 감상을 다시 

들어 볼 수도 있었고, 기자로서 감내해야 했던 

사건들과 그들만의 고충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중략)...

1995년 창간한 <키노>는 <씨네21>과 함께 

90년대 영화광들의 바이블이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샀다는 점에서도 

바이블이었다. 끝까지 읽어내는 사람이 

몇 없다는 점에서도 확실히 바이블이었다.

_P. 031 : 김도훈 XX 운명이었다.

음악 전문가인 배순탁은 오히려 영화 음악을 

통해서 또 다른 루트로 영화와의 인연을 맺어온 

그의 이야기와 함께 유쾌한 사연들도 흥미로웠다.

1980~1990년대에는 또 홍콩 누아르가 크게 

흥행을 하면서 국내에 CF 주인공으로도 많이 

선보였던 그 시대의 작품들에는, 곧 중국으로 

반환되는 나라의 어지러운 상황이 반영되었다는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저자들의 평가에도 깊이 

수긍이 가면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명장면들이 떠오른다.

또 그와는 반대로 일본 작품은 국내에 수입과 

배급은 물론 제대로 소개도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사실 1995년 <러브레터> 역시 국내 정식 개봉이 

되지 않았었기에, 나 역시 친구 집에서 보았던 

기억이 있다. 애니메이션 역시 마찬가지였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하기 이전에는 

애니메이션조차 정식으로 볼 수는 없었기에, 

그 유명한 미야자키 하야오 지브리 스튜디오 작품들 

역시 친구들이 건네주는 복사 시디에 담아 보곤 했었다.

본문에는 영화 작품들 위주의 글이라 소개는 

안되었지만, 개인적으로도 어릴 적 우리 TV 방송에서 

주말이나 휴일 아침이면 열심히 방송을 해주었던 

<플란다스의 개>, <빨간머리 앤>, <세계 명작 동화> 등 

어린 마음에 눈물과 감동을 쥐어짜게 했던 명작 만화들이,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일본 만화에 우리말 성우들이 

목소리만 입힌 애니라서 큰 배신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역시 이화정 님의 당시를 그린 이야기에서 너무나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아서, 함께 '맞아 그랬지~!'라며 

수다 떨면서 찻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은 글이었다.

영화평도 리콜이 되나요 챕터 말미에는, 

각 저자들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하듯 짧은 질문과 

답변을 모아놓은 섹션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이력과 재치 있는 문답 내용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영화평론가들이 내놓는 잘 짜인 

평들을 읽다 보면 때로는 개인적인 관점과는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기는 하겠지만, 좀 더 

디테일한 시선으로 작품들을 분석하고 평가도 

하면서 노력하는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볼 수 있었다.

나 역시 씨네필까지는 못되지만 그저 영화를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광으로서, 비디오 대여점에서 

신작 VHS 테이프가 빠르게 대여가 돼버려서 

뒤집어 꽂아놓은 테이프 케이스를 아쉬워하면서 

대기 리스트를 작성하기도 했었고, 눈발이 내리는 

추운 겨울 저녁에 극장 앞 매표소에 긴 줄 서서 

기다리며 길모퉁이 포장마차에서 구워낸 오징어 

다리를 질겅질겅 씹던 추억의 라떼 여행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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