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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사카모토 유지.구로즈미 히카루 지음, 권남희 옮김 / 아웃사이트(OUTSIGHT) / 2022년 9월
평점 :
작년 2021년 제45회 일본 아카데미상에서,
화제상을 비롯해서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우수 남우주연상과 우수 음악상 등 다수의 후보에도
올랐던 로맨스 멜로 영화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일본 박스오피스에서는 개봉 당시 무려 6주 동안
연속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핫했던 작품이었다.
국내에서도 개봉을 했었다고 하는데, 아마도 여름
성수기 다른 국내외 블록버스터 영화들에 살짝 묻힌 듯
싶었지만, 다시 노벨라이즈 작품으로 만나 볼 수 있었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신간 일본 소설은
동명 영화의 장면을 고스란히 활자로 담았기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장면들로 다가오는 듯했다.
게다가 빠르게 지나가버리는 영상 장면들 속에서는
미쳐 느낄 수 없었던 각 주인공들의 감정과 심리 묘사를,
조금 더 깊이 되새겨보면서 훨씬 몰입감도 높아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관람하지 않고 이번에
출간된 소설을 먼저 읽게 되었는데, 영화 예고편을
찾아보니 또 다른 느낌의 인물들을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유명한 소설 작품들을 영화화해서 그 작품들을
비교해서 보는 재미도 있었는데, 이번처럼 정반대로
영화를 활자화하는 작업도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영화 각본을 담당했던
사카모토 유지의 글을 구로즈미 히카루가
노벨라이즈 해서 출간한 일본 소설로, 일본 애니
은혼의 실사화 영화에 등장했던 스다 마사키가
남주를 맡았고 여주인공으로 아리무라 카스미가
배역을 맡아서 달콤 쌉싸름한 청춘 로맨스를 그렸었다.
이야기는 2020년 한 카페에서 시작을 하는데,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가서 대학생이었던 무기와
키누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2016년, 2017년, 2018년, 2019년까지
5년 동안 그들이 서로 연인으로 지내온 시간을 연도별로
묶어서 진행하고, 다시 2020년 현실로 돌아오며
처음의 이야기와 다시 연결되는 구조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일본 영화를 보면 굉장히 과장된 표현이
난무하는 시대극과 호러 장르 작품들도 있지만,
멜로 작품들은 다분히 정적이고 차분하기에
막장 드라마 스토리가 익숙한 우리에게 조금은
루즈한 전개로 여길 법한 잔잔한 이야기가 많았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있는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러브레터>도 과거의 시간을 찾아가면서
아름다운 영상미가 가슴 깊이 남아 있었는데,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작품은 지독히도 현실적인
21세기 청춘 남녀의 아픈 사랑을 그리고 있다.
2015년 평범한 대학생인 무기와 키누는 서로
좋아하는 책과 작가, 공연을 보는 감성도 비슷하고
똑같은 컨버스 흰색 잭 퍼셀 운동화를 신을 정도로
취향부터 패션 감각까지 너무나 똑 닮아 있었다.
어린 학창 시절에는 대부분 그렇듯이 현실 따위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고, 어린 왕자의 별을 꿈꾸듯이
문학소녀를 그렸었었다. 남들과는 조금 다르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조금은 비틀어 보기도 하고
나만의 세상을 넓게 확장을 해가는 시기였었다.
2020년 한 카페에서 무기와 키누는 서로 다른
테이블에서 여자친구 남자친구와 함께, 건너편에
앉아있는 대학생 커플을 바라보며 짜증을 내고 있다.
데이트하는 남녀 연인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이어폰을 한쪽씩 나누어서 귀에 꼽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들은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이라며 스테레오 양쪽 사운드를 온전히 들어야
제대로 완성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서 쓴소리를 한다.
"음악이란 말이야, 모노가 아니라 스테레오야.
이어폰으로 들으면 L과 R에서 들리는 소리가
다르다고. L에서 기타 소리가 날 때, R에서는
드럼만 들려. 한 쪽씩 들으면 그건 이미 다른 곡이야."
_P. 10
연애도 한쪽이 아니라 양쪽이 함께 어우러져야
완성이 되는 스테레오와 같은 게 아닐까 싶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2020년 한 카페에서
이렇게 세 커플의 묘사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야마네 무기와 그의 여자친구, 하치야 키누와
그의 남자친구, 그리고 그 둘이 그렇게 언짢게
바라보았던 젊은 대학생 커플까지 세 연인이 있었다.
언뜻 보면 극히 자연스러운 젊은 연인들이었지만,
그들에게 음악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주어야겠다며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던 무기와 키누는
서로를 확인하고 말없이 다시 자리로 돌아간다.
서로의 애인들의 말소리는 공허하게 허공에
맴돌고, 무기와 키누의 마음은 여기 지금이 아니라
다시 과거로 날아가고 있는 듯 2015년으로 연결되었다.
늦은 저녁 마지막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무기와 키누는, 서로의 취향뿐만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다양한 감성적인 부분들 모두
마치 복제해 놓은 것처럼 너무나 닮아 있기에, 처음 보는
그들이었지만 쉽게 마음을 열고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무기는 아마추어 일러스트 작가로 그림을 그리면서
잡지사에 판매도 해보고는 있지만, 그다지
돈벌이로는 신통치 않았지만 꿈 많은 대학생이었다.
소설 본문에는 영화 속에 주인공이 그렸던 일러스트
삽화들을 볼 수 있기에 더욱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였다.
키누 역시 부모님의 기대에는 여전히 못 미치는
꿈과 이상만 가득한 여학생이었지만, 그와 닮은
무기를 만나면서 돈은 없어도 그 둘만 함께 하고
있다면 세상이 멈추어도 마냥 행복한 그들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제대로 된 취업자리를
찾지 못해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겨우
생활을 하고는 있지만, 편리한 주거 생활보다도
낡은 맨션이지만 커다란 창문 너머 예쁜 하늘과
강의 뷰가 아름다운 낭만이 그들에겐 전부였었다.
" 내 인생 목표는 키누와의 현상 유지 ······."
대학을 졸업했지만 여전히 두 사람 모두 직장을
구하지 못했기에, 주머니는 가볍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현실이 부담이 되면서 조금씩 그들이
마주하는 냉혹한 현실에서 서서히 사랑에 금이 가는
모습을 너무나 냉철하게 소개하고 있기에 공감백배였다.
무기는 그저 그림만 열심히 그리면 언젠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 주리라 기대를 해보았지만
현실은 너무나 매정했고, 영혼마저 탈탈 털리는
압박 면접에 지쳐가는 키누는 점점 현실과 끔의
간극 속에서 서로에게 사랑 역시 현실로 다가왔다.
우리나라 역시 점점 청년 실업과 취업의 높은
문턱에서 수많은 좌절과 포기를 경험하고 있기에,
너무나 공감 가득한 사실주의 러브스토리였다.
내 옛 기억을 떠올려보면 학창 시절에는 그렇게
값비싼 커피숍이 아니라, 지하철역에서 자판기
커피 한 잔만 함께 나누어 마셔도 그렇게나
행복하고 지나가는 시간이 아쉬웠던 기억이 난다.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서로가 꿈꾸는 이상과 감정들까지도 서로 빈틈없이
닮아 있던 그들이었지만, 서로에게 좀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하기 위해서 취직도 하고 돈을 벌기 위한
노력을 하지만 결국 서로 공유하는 시간은 점점 부족
해지기에, 우리 현실 사랑은 낭만을 잃어가야 하는가?
너무나 아픈 21세기 현실 남녀 청춘 로맨스 스토리였다.
...(중략)...
키누는 창가에 서서 밖을 바라봤다. 밤의 다마가와
강은 새까매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맨션 현관에는 출근용 검은 구두가 나란히 있다.
흰색 커플 잭 퍼셀은 신발장 속에 잠들어 있다.
_P. 159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