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따듯한 목소리 현준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안온한 밤, 포근한 문장들'이라는 타이틀로 책을
조용히 읽어주는 유튜버 '따듯한 목소리 현준'님의 신작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2년여 동안 책의 좋은 글귀나 소설 내용 등을 편안하게
읽어주면서 늦은 밤 라디오처럼, 하루를 조용하게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그의 목소리였는데 이번에는
자신의 경험과 삶의 이야기를 역시 차분하게 소개하고 있다.

한 손안에 쏘옥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의 크기만큼,
크게 부담 없이 생각나는 페이지를 펼쳐보면서
나와 다를 바 없는 그의 평범하면서도 고민도 많은
이야기에 함께 공감을 나누어 볼 수 있었다.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책의 제목처럼,
우리는 남에게 조언을 하거나 위로의 말을 조금은
쉽게 건네기도 하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곤 하지만,
좀처럼 나에게는 그렇게 여유 있는 마음의 자리를
내주는데 인색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2천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인기 있는 유튜버인 저자가
구독자들에게 포근하고 편안한 목소리로 약 2백 권의
책을 소개해 왔지만, 그 역시 때론 힘들고 여러 주변의
문제들도 겪어오면서 우리와 다를 바 없이 그도
함께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학창 시절에 늦은 밤 조용하고 적막한 시간이
그렇게나 편안하고 오롯이 나 홀로 무중력 상태에
떠 있는 듯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좋았었다.
그래서 당시 한창 유행하던 라디오 별밤에서 틀어주는
노랫말과 별밤지기의 멘트 하나하나에 귀를 쫑긋하며,
미소도 짓고 때론 눈물도 찔끔 흘리곤 했었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책을 읽는 것도 정말 좋아하지만,
누군가가 읽어주는 책의 내용은 익숙한 시각뿐 아니라
청각까지 자극하기 때문에 훨씬 더 몰입이 되곤 했다.
책 읽어주는 남자 따듯한 목소리 현준 님의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에세이 내용에는,
본인의 어린 시절 외톨이였던 외로움, 첫사랑의
고백을 위해 두근거렸던 시절,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잠 못 드는 시간 등 동시대를 사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하루를 함께 수다 떨듯이 나누어 보고 있다.
'케렌시아(Querencia)'는 피난처나 안식처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원래는 투우장에서 소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장소를 의미한다고 한다.
과연 우리에게 편안한 안식처는 어디일까 함께
찾아보면서, 너무 조급한 하루 일상을 살고 있지
않았는지 저자도 다시 한번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그럴싸한 멋진 집이 있지 않아도 작은 자가용이나
혼자 살아도 따뜻하게 나를 반겨주는 전셋집이
지친 몸을 쉴 수 있는 편안한 쉼터가 되었다고 한다.
과연 나의 안식처는 어디일까 한번 고민해 보았다.
불면증으로 시달리면서 정신과 상담도 받아보았던
저자의 경험도 솔직하게 소개하고 있었는데,
아마 우리 대부분도 비슷하게 하루의 마무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늘 내일의 걱정을 안고 사는 듯싶다.
정말 내일의 행복을 위해서 오늘 밤 편안한 잠을
잘 수 없다면, 그게 나에게 진정한 행복을 위한
길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내용이었다.
미래를 위해서 준비하고 노력하는 삶이 당연하고
또 우리 모두 그것을 위해서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정도라고 교육을 받기도 했었다.
당연히 내일을 위해서 오늘 하루를 낭비하지 말고
착실히 노력해야 한다는 중요한 인생 모토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오늘의 나를 어느 정도까지
혹사하면서 미래를 위해야 할까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본인 스스로에게 다짐도 하고 위로도 하는 말이었지만,
우리 모두 함께 공유했으면 하는 따뜻한 글이었다.
...(중략)...
그날, 저는 제가 진 가방의 짐을 크게 덜어내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상담 선생님의 말대로 내가
들 수 있는 가방의 무게를 아는 것. 그게 편안한
밤을 향한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_P. 38
저자는 옷을 살 때 예쁘다는 이유로 몸에
맞지 않는 불편한 옷을 사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사실 갠적으로는 그렇게 예쁜 옷을 여러 번
구입하고는 결국 장롱에 처박아놓는 경우도 많았다.
옷에 몸을 맞추면 되지?라는 심정으로 말도 안 되는
홀쭉한 몸매를 기대하면서, 언젠가는 구입했던
예쁜 옷을 멋지게 입고 나갈 수 있기를 꿈을 꾼다...
물론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나에게 맞는 옷이
옷 가게 어딘가에 분명히 있기에, 나에게 맞는 삶도
분명히 있으니 억지로 맞지 않는 삶을 맞추어 가지
않았으면 하는 말에는 아쉬움 가득한 공감을 하게 된다.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본문의 글 중에
저자가 언급한 로마 철학자 키케로의 인용문
'행복한 생활은 마음의 평화에서 시작된다.'라는 말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결국에는 진정한 해답일 듯싶다.
눈으로 헤아릴 수 있는 물질적인 행복을 목표로
너무 조급하게 나의 인생을 몰아붙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소 느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을지라도 여유롭고
마음의 안녕을 키울 수 있는 삶이야말로 주체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다.
예전부터 1인당 GNP가 말도 안 되게 낮은 못 사는
나라의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가장 높고 행복한
나라의 순위에 드는 예를 수도 없이 듣고 보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늘 이렇게 조급하게 물질적인 행복을
쫓게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인가 싶다.
선물, 배려, 위로, 웃음, 사랑과 같은 세상의
따뜻한 것들을 우리는 오직 타인에게만 주고
있는 게 아닐까요?라는 저자의 물음에 더욱 공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특히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남에게 나의 아픔을 토로하기는 더더욱 힘들어지기에
그저 다른 사람을 보듬어 주는 게 당연하게만 여겼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꾸만 곪아가는 나의 아픔은
스스로 다독여 줄 수밖에 없기에, 이렇게 함께
공감의 글을 나누어 볼 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은 편안해지는 내용이었다.
저자는 한때 '베개 유목민'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하나의 베개에 정착하지 못하고 숙면을
위해서 무자비하게 베개를 사들이는 이를 말한다.
나 역시 목을 받쳐주는 경추 베개로 옮겨 보기도
하고 다른 기능성 제품들도 찾아보았지만,
생각처럼 편안한 숙면을 이루기는 힘들었었다.
저자의 글처럼 불규칙한 생활 패턴과 몸을 쓰지
않는 대다수 현대 업무로 변해버린 일상과, 끊임없이
사서 만드는 고민과 걱정은 나의 수면뿐 아니라
삶의 질도 깎아먹으면서 괴롭히는 게 아닐까 싶다.
사실은 내가 가장 듣고 싶던 말 이야기 속에서는,
요즘 핫하게 보았던 넷플리스 드라마 줄거리도
함께 살펴보기도 하면서 우리 일상 속 문제들에
빗대어 꼬집어 볼 수 있는 편한 글의 내용이 많았다.
...(중략)...
사견이지만, 자석의 성질을 떠올려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자석은 같은 극끼리 붙지
못합니다. 저는 언제부턴가 저와 크게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같은 극을 만났다.'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몸에 힘을 빼는 일. 단지 그것만 남습니다.
_P 104
어쩔 수 없이 나와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나 혼자만의 고민과 걱정으로
스스로 나를 힘겹게 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은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닮았다.'라는
말처럼 우리는 우리의 마음의 우산을 들어서
타인에게 의존치 말고 묵묵히 나의 길을 가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