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운다는 것 - 비우고 나면 열리는 새로운 문 파스텔 그림책 10
다다 아야노 지음, 고향옥 옮김 / 파스텔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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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잔’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더는 찻잔이 아니게 된다는 설정 자체가 참 신선했어요. 늘 할머니의 홍차를 우아하게 담아내던 찻잔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잃고 텅 비어 버린 모습을 보며, ‘나도 언젠가 이렇게 무너질 수 있겠다’ 하고 잠시 멈춰 서게 되더라고요.

잔은 상실감에 빠져 깊은 침잠의 시간을 보내지만, 그 속에서 작은 꽃잎 하나를 만납니다. 꽃잎이 전해 준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렬했어요. “비워야 비로소 채울 수 있다.” 이 말이 마음에 단단히 박혔습니다.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그림이 그 메시지를 더욱 따뜻하게 감싸 주니까, 읽는 내내 위로를 받았죠.

어른으로서 사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채우려 애쓰느라, 내면의 빈틈을 두려워하곤 합니다. 그런데 《채운다는 것》을 읽고 나니, 때로는 빈 공간이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 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어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변화’와 ‘성장’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눌 수도 있겠더라고요.

짧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그림책을 찾으시는 분, 일상의 무게에 지친 마음을 달래고 싶으신 분들에게 꼭 권해 드리고 싶어요. 책장을 덮고 나면, 내 안의 빈틈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부드러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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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목, 나지훈 교수의 소아청소년 신경질환을 위한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신경분과 외 지음 / 싸이프레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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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당지수 식사법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이 책을 펼친 순간이었습니다. 이영목·나지훈 교수님이 들려주는 네 개의 여정은 제 식탁 위에 혁신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먼저 ‘이론의 정수’ 편에서는 혈당 곡선이 뇌 신경 회로에 미치는 영향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설명합니다. 연구 데이터를 통해 왜 저당지수가 높은 음식이 신경질환 관리에 장애가 되는지 설득력 있게 풀어내, 이 식사법을 시작할 이유를 분명히 제시합니다.


다음으로 ‘마음을 다잡는 지원’ 편은 보호자와 환자 모두의 심리 상태를 챙깁니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좌절과 불안을 어떻게 다독이고, 누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실제 사례와 팁으로 안내해 주어, 외로운 싸움이 아닌 함께하는 여정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실전 로드맵’ 편에서는 계획 수립에서 점검까지 체계적인 흐름을 제안합니다. 식단표 작성법, 사전·사후 체크리스트, 주별 실천 기록지 덕분에 목표를 놓치지 않고 매일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맛으로 설계된 레시피’ 편은 50여 종의 창의적인 메뉴로 놀라움을 선사합니다. 아이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간식부터 성인 가족력이 있는 이들을 위한 영양 만점 반찬까지, 다양성이 뛰어나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을 덜어줍니다.


『저당지수 식사 가이드』는 신경질환을 앓는 어린이와 그 가족뿐 아니라, 가족력 혈관질환을 걱정하는 어른에게도 식생활 혁신의 열쇠를 건넵니다. 과학적 근거 위에 세워진 이론과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실천 도구, 그리고 맛과 즐거움을 모두 고려한 레시피가 어우러져, 건강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꼭 필요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입니다.


레시피도 어렵지 않게 간단명료하게 나와있고 음식에대한 칼로리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습니다. 아주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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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빵빵빵빵 웅진 모두의 그림책 72
김지안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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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 슈크림빵이 주인공이라니! 하는 생각에 웃음이 났어요. 그런데 읽을수록 이 귀여운 슈크림빵이 단순히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죠. 『내멋대로 빵빵빵빵』은 ‘속’을 찾아 떠나는 빵의 이야기입니다. 말만 들어도 기발하죠?

슈크림빵은 자신에게 딱 맞는 속을 찾기 위해 수상한 4층짜리 버스를 타고 여기저기 떠돌아요. 그 여정 속에서 만나는 사건들을 척척 해결하는 모습이 꼭 동화 속 히어로처럼 느껴졌어요. 어쩐지 정 많고 손 빠른 홍반장이 떠오르기도 했고요.

버스 안에는 여행의 흔적처럼 이것저것 물건이 쌓여가고, 그 안에서 다른 빵들도 각자 원하는 것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슈크림빵 역시 결국 자기다운 ‘속’을 찾아가죠. 단순한 이야기 같지만, 그 속에는 ‘나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나는 무엇으로 채워져 있을까’ 같은 묵직한 질문이 들어 있어서 아이와 함께 이야기 나누기 참 좋은 책이었습니다.

김지만 작가의 그림은 역시나 사랑스럽고 위트 넘쳐요.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공들인 게 느껴져서 천천히 들여다보는 재미도 있어요.

어디선가 누군가가 무슨 일이 생기면 달려오는 슈크림빵. 웃기고 귀엽고 따뜻한, 세 가지를 모두 갖춘 그림책이라 꼭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 읽는 내내 기분 좋아지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마음 한켠이 따뜻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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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구멍이다!
조 히카루 지음, 차현자 옮김 / 클레이키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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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 뻥 뚫린 동그란 구멍 하나.
손끝으로 가만히 만져보게 되는 그 작은 빈 공간이
이 책의 시작이자, 첫 문장이었습니다.

『앗, 구멍이다!』는 말 그대로
구멍 하나에서 시작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구멍이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 구멍은
달이 되기도 하고, 안경이 되기도 하며,
마침내는 아이의 상상력 속으로 스르륵 스며들어갑니다.

이 책은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조용히 유도합니다.
무엇일까요? 다음엔 뭘까요? 하고
아이가 먼저 질문하게 만듭니다.

그 과정이 참 좋았습니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책장을 넘기며
같은 구멍을 보는데
서로 전혀 다른 답을 내놓게 되는 순간들.
그 안에 담긴 아이의 세계와
내가 잊고 지낸 어린 시절의 마음이
문득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앗, 구멍이다!』는
결코 소란스럽지 않은 그림책입니다.
하지만 그 조용한 틈 사이로
아이의 마음은 자라고,
어른의 시선은 조금씩 달라집니다.

구멍 하나가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니.
이 작은 책이 열어준 상상의 문이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누군가는 이 책을 보며
“그게 뭐야, 그냥 구멍이잖아”라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떤 아이에게는
그 구멍이 우주가 되고, 친구가 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문이 됩니다.

읽고 나서 책을 덮는 순간,
왠지 모르게 마음속에도
작은 구멍 하나가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 구멍을 통해
나는 무엇을 상상하고 싶은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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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폭탄 케이크
박세랑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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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그런 날이 있습니다.
모든 게 귀찮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심지어 웃는 것조차 귀찮은 날.

그런 마음을 가진 이가 바로 '호랭이'입니다.
늘 무표정한 얼굴로 세상을 바라보던 호랭이에게
어느 날 낯선 향기가 스며듭니다.
그건 바로… 갓 구운 빵 냄새.
그 순간, 호랭이의 마음에 작은 파문이 일기 시작합니다.

빵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처음으로 피어오르고,
호랭이는 토깽이에게 배우며 고군분투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담고 싶을수록 엉뚱한 결과가 나옵니다.
눈물이 터지는 빵, 하품이 나오는 빵,
방귀가 나오는 빵까지… 어딘가 엉성하고 웃픈 빵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랭이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좋아하는 호순이에게 전하고 싶은
작지만 확실한 진심이 있으니까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마음을 얼마나 솔직하게 전하고 있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하게 됩니다.
표현이 어색하더라도, 엉뚱한 모양이라도
진심은 결국 통한다는 메시지가 오래도록 남습니다.

아이들은 웃고,
어른들은 뭉클하게 되는 그림책.
마음을 전하는 연습이 서툰 이들에게
살며시 건네고 싶은 따뜻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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