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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언니 - 다섯 번째 계절, 온전한 선이의 시간
김정아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7월
평점 :
문을 열면 바로 부엌이 보이고, 그 안에는 늘 바쁘게 움직이는 소녀가 있습니다.
아직 어린 얼굴이지만, 손길은 능숙하고 표정에는 어른스러움이 배어 있습니다.
선이언니의 첫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이런 이미지가 제 안에 자리 잡았습니다.
선이는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떠나보내고, 남은 가족의 삶을 지탱해야 했습니다.
동생들에게는 언니이자 엄마였고, 세월이 흐르면서는 가장의 자리에 서게 됩니다.
삶이 내민 무게를 그저 받아들이는 것 같지만, 그 속에는 굳건한 의지와 깊은 사랑이 숨어 있습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저는 저희 엄마의 젊은 시절을 자꾸만 떠올렸습니다.
자신의 꿈을 접고,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낸 시간들.
그 속에 담긴 희생이 있었기에 저는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선이 언니』는 한 사람의 성장과 회복을 넘어,
그 시대를 지나온 수많은 여성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작가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날것 그대로 보여주면서도, 문장 곳곳에 따뜻함을 심어 놓았습니다.
책장을 덮은 뒤에도 선이의 숨소리와 발걸음이 귀에 맴돌았습니다.
그 목소리가 잦아들기 전, 저는 제 삶 속 ‘선이’들에게 마음 깊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나의 엄마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