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머리앤

[USB] 빨강머리 앤 : 초록지붕 집 이야기 (오디오북) ㅣ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 시리즈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엄진현 옮김, 이지혜 읽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11월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머리 앤~ 예쁘지는 않지만 사랑스러운 우리의 빨강머리앤. 어릴 적 보았던 빨강머리 앤을 성인이 되어 다시 만나니 너무 좋았다.

꼬맹이와 함께하는 퇴근 없는 24시간이라 책 읽을 시간도 많지 않은데 나에게 오디오북은 정말 지쳐가는 육아에 쉼표를 그려주었다. 아침부터 틀어 오후까지 내내 듣고 있노라니(사실 계속 듣지는 못했지만) 앤이 옆에서 재잘재잘 거리는 데 그 재잘거림이 지겹지 않고 다른 이야기를 더 해주었으면 하는 느낌이었다. 솔직히 내 상상 속 앤의 목소리와는 조금 달랐지만 듣다 보니 이 목소리가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사실 오디오북은 처음이라 무척이나 궁금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대로 읽어주는 기계음인지, 아니면 성우가 직접 읽어주는 것인지 말이다. 이 <오디오북 빨강머리 앤>은 성우분이 직접 연기하신 오디오북인데 정말 목소리 연출을 하시느라 엄청 고생하셨을 것 같다. 매슈 아저씨의 목소리가 너무 웃겼고, 마닐라가 화를 낼 때는 내가 다 조마조마했다. 이 오디오북으로 인해 오디오북의 세계에 빠져버린 것 같다.

1년에 책 1권 읽기도 힘든 바쁜 직장인에게 차에서 책을 읽을 수 있는 좋은 장치에다가 글로 표현되기 힘든 감정 표현 부분을 성우의 다양한 표현으로 들을 수 있어 책의 재미가 가중되고, 책으로 읽을 땐 스토리상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오디오북은 한자 한자 모두 귀를 통해 들어온다.

오디오북의 거의 70%가 앤이 상상하며 말하는 독백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닌데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을 하며 감정이 메말라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앤이라는 아이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잊고있던 동심의 세계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꼬맹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앤이 성장하며 상상하고 경험하고 또는 사고 치는 장면 하나하나가 남의 얘기가 아닌 우리 아이에게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됐다. 우리 아이가 저런 상상의 나래를 펼칠 때 나는 어떻게 받아 주어야 할지,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를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