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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어드 1 - Call me Transer
김상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이 소설은 거의 10년이나 된 소설이다.

  그 때만 해도 한창 한국 장르문학이 꿈틀대며 세상으로 약진하던 시기였다. 불행인지 놀라운 점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시절의 소설 중에 지금의 소설들과 비교해도 달리지 않는 소설들이 몇 있다.

  <하이어드>는 그 중 하나라고 해도 무방한 이야기로, 재미난 상상력과 짜임새 있는 구성을 바탕으로 쓰인 SF 소설이다.

  외계인들도 등장하고 과학도 발달한 미래 지구 및 우주의 모습을 그리는 가운데, 그 속에서 잃어버렸던 과거 지구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는 모습이 흥미롭다. 경험해보지 못한 미래와 현대인지 경험할 수 없었던 과거의 이야기가 동일선상에서 시작되는 세계관 설정이 독특하다.

  내용적으로 들어가면... 그런 재미난 세계관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최근 나오는 소설들과 같이 성장, 스릴러, 추리 등의 다양한 매력들을 담고 있다. 점점 세상과 사람을 알아가는 어린 주인공의 이야기와 모험과 음모, 액션, 긴장이 가득한 사건 이야기가 잘 섞여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여년 된 소설인지라 지금 시점에서 보면 조금은 아쉬운 표현이나 거친 진행이 있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오래된 책을 볼 때는 그런 점은 늘 감안해야하기도 하고, 작가의 말에서 나온 것처럼 수정에 관한 문제도 거론했으니 이해하고 읽을 수 있다. 

 

  요새 SF 소설이 많이 나와 좋은 세상이다. 그 이면에는 예전에 이런 소설이 있어서 지금처럼 발전할 수 있었다라는 점도 존재한다.
  <하이어드>는 그런 소설이다. 토대가 됐고, 아직도 재밌는 소설.
  광고 띠지에 적힌 말처럼... 한 번 정도는 읽어볼만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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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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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소설들을 선보였던 가즈야키의 새 책이다.  그간 써온 단편들을 모아 만든 단편집으로 소재는 미래를 볼 수 있는 능력과 그에 따른 여러 사건들.  현실적인 모습만을 보여주던 가즈야키였는데 이번 소재는 뭔가 독특하다, 소재가 참신하진 않지만 가즈야키가 쓰니...  그렇다면 과연 그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살펴보자.
 

  1.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시작하자마자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에게 6시간 후 당신은 죽는다고 말한다.  그것도 생일인데 말이다.  시작부터 뭔가 황당하다.  밑도 끝도 없는 시작.  그래도 이것이 바로 이야기의 시작이다.  이런 저런 사례들로 그 말을 믿게된 여자 주인공은 그 남자와 함께 죽음을 피하기 위한 노력과 추리를 시작하고...  시간은 점점 6시간 후를 향해 치닫는다.  시간 여유는 점점 없어지고, 그 와중에 보여지는 하릴없이 나이만 먹는, 덧없는 청춘의 슬픔은 왜 죽을까에 대한 의문도 풀리지 않는 상황에 답답함을 마구마구 증가시킨다.

  1시간, 1분, 1초가 흘러가는데... 과연 6시간 뒤에 살아있을까?  무슨 일이 벌어질까?

 

  2. 시간의 마법사.

  갑자기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 그대로인 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대체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라는 이야기를 할까?  이 이야기 속의 주인공은 자신의 모습에 대해 불안해 한다.  가뜩이나 성공하지 못한 초라한 인생이라고 생각되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물론 자신의 인생을 바꿀 수 있었던 선택들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내가 좀 더 나은 삶을 살게되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이런저런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당당한 모습으로 행복한 내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쉽지 않은 문제.

  그리고 이 단편에도 처음 나왔던 남자 주인공이 나온다.  단순 단편들이 쭉 있는 줄 알았는데 적당한 연결고리들이 있는 단편집이었던 것.  남자 주인공이 모종의 역할을 하게되고, 적당한 추리도 섞이며 이야기는 끝.

 

  3.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저런 말을 들으면 사랑에 빠지고 싶을 수밖에 없지 않은까?  역시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사랑에 빠져버린다.  이 단편집 중 가장 감성적이고 환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왜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지 무슨 일이 생기는지, 남자 주인공은 무슨 역할을 하게 되는지 궁금한 3편.

 

  4. 돌하우스 댄서.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댄서이다.  하지만 아직 오디션이나 보고 다니는 지망생.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과 같이 참 우울한 인생을 살고 있는 주인공.  작가는 계속 현실 속에 주인공 따윈 없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네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할지라도 정말 별 거 아닌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는 식이다.  특히나 이 단편은 그런 성격이 강한데, 패배주의적인 결말은 참 씁쓸했다.  희망찬 결말이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ㅠㅠ

 

  5. 3시간 후 너는 죽는다.

  에필로그인 마지막 이야기를 빼면 이 단편이 실질적으로는 마지막 편인 셈.  이야기도 그에 걸맞게 스케일이 크고 긴박감이 넘치고 재밌다.  그리고 다시 1편과 같이 남자 주인공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채 나오고 처음 나왔던 여자 주인공이 다시 등장하는 점도 결말이라는 요소에 힘을 실어준다.  6시간 후 죽는다는 미래를 바꿔낸 이들은 이번에도 그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더군다나 이번에는 한 명의 생명이 문제가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이 달린 문제이다.  작가 특유의 속도감과 긴박감 속에 이야기는 전개되고... 과연 끝은?  그리고 예지 능력에 대해 작가가 내린 결론은 무엇일까?

 

  6. 미래의 일기장.

  우울한 이야기만 하던 작가가 마지막에는 희망찬 메시지를 던진다.  역시나 가즈야키 답게 현실적으로 희망찬 메시지지만 말이다.  이 단편집을 끝내는 방법으로는 멋졌던 것 같아.  미래를 안다, 미래를 바꾼다라...  미래란 역시 모르는 게 장땡, 잘 살고 싶으면 알아서 열심히 잘 사는 것이 역시 최고다.

 

 

  가즈야키의 소설은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인 것 같다.  이런 소설들을 낮게 보는 사람들을 만족시킬만한 수준과 이런 소설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매료시킬 재미, 처음 소설을 접하는 사람들을 확 끌어당기는 흡입력.  이번 단편집은 아무래도 장편에 비해 무게감이 약간 떨어지긴 하지만 그만큼 단편의 매력이 있는 재밌는 책이었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작가는 참 현실적이고 세상을 좀 우울하게 보는 게 아닌가 싶다.  뭐 현실이 정말 그러하기에 소설을 읽을 때는 움찔하게 되는 듯? 흐흐.

  표지나 안의 구성이 모두 이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잘 읽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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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나 2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참 오래도 기다린 소설이다, <티가나>.

삼사년 전에 황가가 계약을 잡았다는 말을 들었고 뭔가 해서 보니 대단한 작품인 것 같았다. 게다가 장르는 환상소설.타자 이영도 작가의 서평 또한 압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던 쯤에 갑자기(?) 출간이 되었고 운좋게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부푼 기대감으로 택배포장을 찢어버리고 티나가를 처음 본 느낌이 좋았다.

홈즈 등의 실패 따윈 전혀 생각나지 않는 튼튼한 양장. 책을 읽지않았음에도 왠지 <티나가>의 느낌이 팍 사는 듯한 색채와 질감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톨킨도 모자라 쉽사리 이름을 같이 볼 수 없는 이영도, 전민희, 진산 등을 끌어들인 홍보문구. 마법, 영웅, 자유, 모험 등의 단어들...

 

그렇게 겉모습의 감상을 마치고 책장을 넘기니 저자가 한국판을 위해 특별히 쓴 '작가의 말'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가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이 정말 좋다. 그 설레는 작가의 마음...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냥 판타지도 아니고 대하역사, 사극적 판타지라는 말이 괜히 붙어있는 것이 아닌지 서문부터 독자에게 상당한 사전지식과 이해를 요구한다. 그리고 한국의 씁쓸한 역사도 언급하기까지 한다. 

이‹š는 서문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고 그저 서문이라 좋았을뿐인데 작품을 다 읽은 후에는 서문에  참 많은 내용을 담겨있고, 한국판을 내는 작가의 호의가 담겨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서문을 본 것도 모자라 다음 장에는 '프롤로그'가 나온다. 오오! 작가의 서문도 좋고 프롤로그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참 멋진 선물이었다. 게다가 프롤로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어떤 중요한 결말 같은 느낌의 이야기가 쭉 전개되다가 결말 중의 진정한 마지막 결말을 보이지 않고 끝맺음 하는 스타일이었다.

기대했던 작품이 표지도 만족시키고 몇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날 흥분시켰다^^.

 

그리고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

재밌는 소설의 요건이랄까? 처음부터 사건이 자연스레 터진다. 그런 전개 속에 <티가나>라는 작품의 세계관에도 자연스레 빨려들어갔다(환상소설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그 작품의 세계관에 독자가 적응이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서문에서 나왔던 것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가 떠오르는 시대적 분위기 예술, 종교...  그렇게 엑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어느 정도 이야기의 밑그림이 깔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주요인물에 관한 소개도 이어지며 그의 이야기가 또 다른 주요인물에게 이어지고 그들이 하나가 되어가며 주인공들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나라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국명은 마법으로 금제가 가해져 그 나라 자체의 존재 - 국민, 예술, 전통 등 - 가 말살될 위기에 있는, 망국이 되어버린 <티가나> 의 후예들. 운명의 실은 그들을 서로 끌어당겨 모이게 만들고...

처참하게 망해버린 <티가나>의 마지막 '왕자'. 그런 망국의 비애로 인해 삶이 망가져버린 <티가나>의 백성이자 왕자의 유일한 영혼의 친구인 강인한 '전사'. 자신의 진정한 고향을 깨닫고 그들의 부모님들이 하지못한 일들을 하기위해 자신의 미래를 정한 젊은이들 -  가수이자 날랜 '관찰자'와 차갑지만  뜨거운 용기를 보여주는 '붉은머리의 여자'.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다 가족, 부, 명예 등을 모두 잃고 죽은 사람으로 알려진 '미완성의 마법사이자 몰란한 공작'.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진짜 마법사'.    그들은 자신들의 바람인, 자유를 되찾아 <티가나> 수복을 위해, 자유를 갈구하는 수많은 이들을 투합해 험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없애야 할,  반도를 둘로 나눠 지배하는 참주 두명.

그저 따스한 한 인간이 되고 싶지만 지어진 짐과 치뤄야할 대가, 복수 등이 너무 많은 '지배자'. 그리고 그와 함께, 왕좌에 앉기를 염원하는 욕망덩어리의 '지배자'. 그리고 이런 이들의 곁에 복잡한 이해관걔로 모인 인물들.

 

이야기는 자유와 억압의 마지막 한판 승부를 벌이기까지의 모험 속에 흘러가며 중간중간 그들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등장인물들간이 관계가 이곳저곳 얽혀있으며 그 짜임 또한 완벽하다. 사던들의 인과관계 또한 훌륭하여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정말 무엇하나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하고 그 무엇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이야기는 가히 압권이다. 이 완벽한 짜임새의이야기에는 환상이 있고, 모험이 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도 있고, 독재 속의 여러 슬픔들도 담겨있고 지배자의 슬픔과 욕망 등의 주제가 담겨 재밌고도 진중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완벽한 이야기가 더욱 빛을 발하는 건 그런 외적인 완벽함 속에 담긴 것들 또한 심심치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들도 있지만 음악, 다양한 형태의 성적인 묘사들, 개인간의 관계 등을 통해 상처와 상실감 등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성격과 심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데다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 깊게 표현한 점은 믄장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하고 작품의 주제에 힘을 실어준다.

더욱이 작품 자체가 어느 정도 고풍스러운 느낌인 데다가 황가 특유의 직역이 마침 잘 어우러져 저런 면들을 잘 표현해내는 것 같았다.

 

모험, 위기, 갈등, 전투 등등의 대장정을 지나면 드디어 끝이 보인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마침내 해소되는 그 순간이 말이다.  

등장한 인물 하나하나 허투로 나온 것이 아닌 완벽함을 다시한번 느끼며 여러 비밀들이 밝혀지고 급박하게 긴장감 넘치게 돌아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 자유를 되찾기 위한 그 전쟁의 끝에서 결국 주인공들의 승리하고  <티가나>라는 이름의 봉인이 풀리게 된다.

자유를 찾은 이들의 기쁨,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이들의 슬픔.

(이 또한 얼마나 멋지게 조화되는지...)

그리고 주인공들의 사랑도 자리를 찾아가며 모두가 웃으며 새로운 세계로, 이제 다시 시작되는 세계로 향하는 마지막...

 

그렇게 <티가나>는 내 마음 속에 남았다.

 

 

 

글을 다 읽고나니 이영도 작가와 같은 느낌을 받아서 즐거웠다.

이토록 멋진 세계를 만들어내 독자에게 보여준 '가이 가브리엘 케이'에게 감사한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섬세했고, 이야기는 물흐르 듯 모든 것이 이어지는 완벽하게 짜여진 스토리,환상과 리얼리티의 멋진 밸런스, 독자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생각하게 하는 주제,  정성이 담겨있는 듯한 번역과 디자인 등, 그리고 서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 개인적으로 참 호감이 가는 스타일의 글.

음...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적절한 파티의 구성, 환상이라는 것이 재미를 위한 싸구려 도구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만능 도구도 아닌 고품격으로 이뤄진 정통판타지. 작품 자체도 엄청난 퀄리티인데 그와 더불어 <티가나>는 나에게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줬다. 처음 판타지라는 것을 읽을 때의 순수함, 즐거움. 요 근래 느낄 수 없었던 잊고 있었던 맛을 말이다.

 

정말 좋은 작품을 읽은 것 같다.

좋다 (^^)

 

 

 

 

자유를 정체성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가.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나 자신으 정체성을 찾고 있는가.  바람을 위한 신념과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리셀카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걸 보기를 희망하는 불안한 상황까지 추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리셀카가 주는 미래와 축복 따위는 더더욱 필요없다.설혹 그런 불안 속일지라도 스스로 운명을 정하고 관철시키겠다.

다만 지나가던 행운이 나를 도와 무사히 나의 마지막까지 바라다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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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가나 1
가이 가브리엘 케이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참 오래도 기다린 소설이다, <티가나>.

삼사년 전에 황가가 계약을 잡았다는 말을 들었고 뭔가 해서 보니 대단한 작품인 것 같았다. 게다가 장르는 환상소설.타자 이영도 작가의 서평 또한 압권.

그렇게 시간이 흘러 그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던 쯤에 갑자기(?) 출간이 되었고 운좋게 무료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부푼 기대감으로 택배포장을 찢어버리고 티나가를 처음 본 느낌이 좋았다.

홈즈 등의 실패 따윈 전혀 생각나지 않는 튼튼한 양장. 책을 읽지않았음에도 왠지 <티나가>의 느낌이 팍 사는 듯한 색채와 질감으로 이루어진 디자인. 톨킨도 모자라 쉽사리 이름을 같이 볼 수 없는 이영도, 전민희, 진산 등을 끌어들인 홍보문구. 마법, 영웅, 자유, 모험 등의 단어들...

 

그렇게 겉모습의 감상을 마치고 책장을 넘기니 저자가 한국판을 위해 특별히 쓴 '작가의 말'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이렇게 작가의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이 정말 좋다. 그 설레는 작가의 마음... 그런데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냥 판타지도 아니고 대하역사, 사극적 판타지라는 말이 괜히 붙어있는 것이 아닌지 서문부터 독자에게 상당한 사전지식과 이해를 요구한다. 그리고 한국의 씁쓸한 역사도 언급하기까지 한다. 

이‹š는 서문이 그렇게 크게 와닿지도 않고 중요하게 생각되지도 않고 그저 서문이라 좋았을뿐인데 작품을 다 읽은 후에는 서문에  참 많은 내용을 담겨있고, 한국판을 내는 작가의 호의가 담겨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에 드는 서문을 본 것도 모자라 다음 장에는 '프롤로그'가 나온다. 오오! 작가의 서문도 좋고 프롤로그도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서 참 멋진 선물이었다. 게다가 프롤로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어떤 중요한 결말 같은 느낌의 이야기가 쭉 전개되다가 결말 중의 진정한 마지막 결말을 보이지 않고 끝맺음 하는 스타일이었다.

기대했던 작품이 표지도 만족시키고 몇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날 흥분시켰다^^.

 

그리고 진정한 이야기의 시작...

재밌는 소설의 요건이랄까? 처음부터 사건이 자연스레 터진다. 그런 전개 속에 <티가나>라는 작품의 세계관에도 자연스레 빨려들어갔다(환상소설의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그 작품의 세계관에 독자가 적응이 얼마나 잘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서문에서 나왔던 것 같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가 떠오르는 시대적 분위기 예술, 종교...  그렇게 엑스트라라고 할 수 있는 인물들이 등장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며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어느 정도 이야기의 밑그림이 깔리니 기다렸다는 듯이 주요인물에 관한 소개도 이어지며 그의 이야기가 또 다른 주요인물에게 이어지고 그들이 하나가 되어가며 주인공들이 모이게 된다.

그들은 나라를 빼앗긴 것도 모자라 국명은 마법으로 금제가 가해져 그 나라 자체의 존재 - 국민, 예술, 전통 등 - 가 말살될 위기에 있는, 망국이 되어버린 <티가나> 의 후예들. 운명의 실은 그들을 서로 끌어당겨 모이게 만들고...

처참하게 망해버린 <티가나>의 마지막 '왕자'. 그런 망국의 비애로 인해 삶이 망가져버린 <티가나>의 백성이자 왕자의 유일한 영혼의 친구인 강인한 '전사'. 자신의 진정한 고향을 깨닫고 그들의 부모님들이 하지못한 일들을 하기위해 자신의 미래를 정한 젊은이들 -  가수이자 날랜 '관찰자'와 차갑지만  뜨거운 용기를 보여주는 '붉은머리의 여자'. 지배자들에 맞서 싸우다 가족, 부, 명예 등을 모두 잃고 죽은 사람으로 알려진 '미완성의 마법사이자 몰란한 공작'.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채 방황하던 '진짜 마법사'.    그들은 자신들의 바람인, 자유를 되찾아 <티가나> 수복을 위해, 자유를 갈구하는 수많은 이들을 투합해 험난한 길을 걷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없애야 할,  반도를 둘로 나눠 지배하는 참주 두명.

그저 따스한 한 인간이 되고 싶지만 지어진 짐과 치뤄야할 대가, 복수 등이 너무 많은 '지배자'. 그리고 그와 함께, 왕좌에 앉기를 염원하는 욕망덩어리의 '지배자'. 그리고 이런 이들의 곁에 복잡한 이해관걔로 모인 인물들.

 

이야기는 자유와 억압의 마지막 한판 승부를 벌이기까지의 모험 속에 흘러가며 중간중간 그들의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절묘하게 교차된다.

등장인물들간이 관계가 이곳저곳 얽혀있으며 그 짜임 또한 완벽하다. 사던들의 인과관계 또한 훌륭하여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

정말 무엇하나 흠잡을 수 없이 완벽하고 그 무엇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이야기는 가히 압권이다. 이 완벽한 짜임새의이야기에는 환상이 있고, 모험이 있고, 자유에 대한 갈망이라도 있고, 독재 속의 여러 슬픔들도 담겨있고 지배자의 슬픔과 욕망 등의 주제가 담겨 재밌고도 진중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이 완벽한 이야기가 더욱 빛을 발하는 건 그런 외적인 완벽함 속에 담긴 것들 또한 심심치 않다는 것이다.  겉으로 직접적으로 표현되는 것들도 있지만 음악, 다양한 형태의 성적인 묘사들, 개인간의 관계 등을 통해 상처와 상실감 등으로 대변되는 인물들의 성격과 심정을 섬세하게 묘사한 데다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심도 깊게 표현한 점은 믄장 하나하나에 집중하게 하고 작품의 주제에 힘을 실어준다.

더욱이 작품 자체가 어느 정도 고풍스러운 느낌인 데다가 황가 특유의 직역이 마침 잘 어우러져 저런 면들을 잘 표현해내는 것 같았다.

 

모험, 위기, 갈등, 전투 등등의 대장정을 지나면 드디어 끝이 보인다.

자유를 향한 갈망이 마침내 해소되는 그 순간이 말이다.  

등장한 인물 하나하나 허투로 나온 것이 아닌 완벽함을 다시한번 느끼며 여러 비밀들이 밝혀지고 급박하게 긴장감 넘치게 돌아가는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 자유를 되찾기 위한 그 전쟁의 끝에서 결국 주인공들의 승리하고  <티가나>라는 이름의 봉인이 풀리게 된다.

자유를 찾은 이들의 기쁨,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이들의 슬픔.

(이 또한 얼마나 멋지게 조화되는지...)

그리고 주인공들의 사랑도 자리를 찾아가며 모두가 웃으며 새로운 세계로, 이제 다시 시작되는 세계로 향하는 마지막...

 

그렇게 <티가나>는 내 마음 속에 남았다.

 

 

 

글을 다 읽고나니 이영도 작가와 같은 느낌을 받아서 즐거웠다.

이토록 멋진 세계를 만들어내 독자에게 보여준 '가이 가브리엘 케이'에게 감사한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섬세했고, 이야기는 물흐르 듯 모든 것이 이어지는 완벽하게 짜여진 스토리,환상과 리얼리티의 멋진 밸런스, 독자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생각하게 하는 주제,  정성이 담겨있는 듯한 번역과 디자인 등, 그리고 서문, 프롤로그, 에필로그 등 개인적으로 참 호감이 가는 스타일의 글.

음... 그리고 오랜만에 보는적절한 파티의 구성, 환상이라는 것이 재미를 위한 싸구려 도구도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만능 도구도 아닌 고품격으로 이뤄진 정통판타지. 작품 자체도 엄청난 퀄리티인데 그와 더불어 <티가나>는 나에게 잊고 있었던 것을 상기시켜줬다. 처음 판타지라는 것을 읽을 때의 순수함, 즐거움. 요 근래 느낄 수 없었던 잊고 있었던 맛을 말이다.

 

정말 좋은 작품을 읽은 것 같다.

좋다 (^^)

 

 

 

 

자유를 정체성이라는 것을 망각하고 산다는 건 얼마나 무섭고 슬픈 일인가.

지금 이 시간을 살고 있는 우리는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 나 자신으 정체성을 찾고 있는가.  바람을 위한 신념과 삶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리셀카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걸 보기를 희망하는 불안한 상황까지 추락하지 않기를 바라고 리셀카가 주는 미래와 축복 따위는 더더욱 필요없다.설혹 그런 불안 속일지라도 스스로 운명을 정하고 관철시키겠다.

다만 지나가던 행운이 나를 도와 무사히 나의 마지막까지 바라다부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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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시체 - 뱀파이어 헌터 애니타 블레이크 시리즈 2 밀리언셀러 클럽 37
로렐 K. 해밀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웃는 시체>의 미리보기를 봤을 때 멋지다고 생각하고 기대를 많이 했었다.

그리고..

<달콤한 죄악>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며 <웃는 시체>는 만족감을 선사했다.

 

마스터 뱀파이어.

연쇄 살인 좀비.

악당(?)들과의 싸움.

<친구>의 결혼식.(^ㅇ^;)

 

<웃는 시체>는 세가지 사건을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하지만 산만하다거나 복잡하다거나 등의 느낌 없이 깔끔하고 잘 연결되어 있고 흐름이 이어지면서 멋진 이야기를 보여준다.

 

마스터 뱀파이어와의 관계에서...

애니타의 인간이기 위한 인간성을 느끼고...

뱀파이어로서 가질 수 없는 순수함을 갈망하는 뱀파이어의 모습을 볼 수 있고..

애증이 섞인 아슬아슬한 관계.

 

연쇄 살인 좀비에서...

경찰들과의 재미난 이야기 속에 처참한 살인의 현장.. 공포, 슬픔을 느낄 수 있고...

좀비의 정체를 알게된 순간의 애니타의 아찔함...

결국 애니타의 활약 속에 좀비 사건을 해결하면서 수수께끼는 하나씩 풀려가고..

 

게이너와 부두교의 대모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에서....

이야기 전반에 걸쳐 있던 수수께끼들이 풀려나가며 곳곳에 등장하는 액션..

특히나 크게 거짓되었다거나 하는 전투가 아닌 어느 정도 현실적인 액션이 멋지다.

그리고.... 끝까지 자신의 신념대로 싸워나가는 애니타의 모습...

 

결국에는 <사람>을 죽이며 묘지의 시체를 다 일으켜 세우며 화려하게 모험의 종지부를!

 

그리고... 발랄하게 들러리 의상을 준비하던 초반부처럼...

친구와 웃으며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마무리...

 

마지막 묘지에서의 여러 사건들과.. 결혼식...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훌륭한 결말이 아닌가 싶다.

발전된 모습...

 

그냥 이렇게 따로 따로 나누어서 분리해보았지만....

이야기 내내 애니타는 이 사건, 저 사건으로 움직이며 해결해내고 그런 것들이 이어지고...

분위기도 점점 고조되어 가고...

가슴 졸이며 애니타와 함께 달리던 이야기는 애니타와 함께 웃으며 책장을 덮게 된다...

 

애니타는 뱀파이어 문제도 처리해야하고 회사 일도 처리해야하고 경찰 일도 도와야하고 항시 자신의 생명을 지켜야하고....

숨가쁘고 피곤하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자신을 지켜가는 애니타의 모습...

그리고 그런 애니타를 향해 마스터 뱀파이어가 하는 말...

 

갈수록 발전해가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더 나올 것 같은 기대가 무럭무럭 자라나게 하는 시리즈이다.

<저주받은 자들의 서커스>도 매우 기대된다.

 

시체들의 여왕 애니타... 크크크.....

 

사담이지만.. <드래곤 라자>의 여러 모습들을 생각케 하는 부분들도 있어서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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