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3회 나오키상 수상작
히가시야마 아키라 지음, 민경욱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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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표지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흐르다는 의미의 한자 流와 어두운 분위기의 푸른색은 깊은 심해의 흐름을 전하는 듯하다. 때때로 표지의 첫인상과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 같다고 여겨지곤 한다. 나에게 오늘 리뷰하는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가 그런 느낌이다.

독특한 분위기로 나의 시선을 멈추게 한 히가시야마 아키라의 류는 히가시로 게이고를 비롯한 일본 유수의 작가들의 극찬과 함께 일본 대중소설 작가에게 가장 높은 상으로 여겨지는 나오키 상 수상작 중 최고의 작품으로 선정된 이력을 가진 – 지금까지 나의 독서 성향으로 미루어 보건대 –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암흑 속에서 뻗어 나온 미지의 생물에게 심연으로 끌려들어 가는 듯한 기분, 처음부터 끝까지 서사를 이끌고 있는 예치우성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대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다. 할아버지의 평범하지 않은 죽음을 목도하기 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내달리고 있지만 어느새 도돌이표처럼 또다시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 서있는 자신의 모습, 스스로 가둔 늪을 헤매고 있는 듯한 기분 말이다.

어린 치우성이 할아버지 예준린의 처참한 살해 현장을 발견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손자 치우성에겐 한없는 애정을 보였지만 괴팍하고 불친절했던 예준린은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많은 사람을 해하고 살아남은 사람 중 한 사람이었다. 전쟁으로 말미암아 모두가 살기 어려운 시절 대부분이 그러했듯이 그 또한 자신의 신념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 공산당이든 국민당이든 그저 나에게 필요한 순간 내게 필요한 것을 내어줄 수 있는 이념을 선택하고 그렇게 선택한 이념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로 인해 마지막 순간을 처참하게 맞았지만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다르지 않은 선택으로 이어졌으리라...

“'어쩌다 밥을 먹여준 게 국민당 부대였어.' 구오 할아버지는 묵직한 담배연기를 내뱉었다. '그게 혹시 공산당이었으면 우리는 다 공산당을 따랐겠지. 사람의 인생이란 그런 거란다. 누구를 위해 목숨을 던질 것인지도, 그렇게 매사 결정되지.'" (p.46)

"1943년 9월 29일, 비적 예준린은 이 땅에서 무고한 백성 56명을 학살했다. 남자 31명, 여자 25명이었으며 피해가 더 심했던 사허 마을은 (이하 여러 줄은 판독 불가능) 그들 중 18명이 살해된 곳으로, 촌장 왕커창 일가는 모두 죽임을 당하는 비운을 맞았다. 이후 이 일은 '사허 마을 학살사건'으로 불리게 되었다." (p.436)

예준린 살해 사건은 결국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고, 할아버지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모범적이었던 치우성의 일탈이 시작된다. 문제아들의 집단으로 낙인 된 학교 입학과 끊임없이 이어지는 사건들. 급기야 치우성은 친구와 함께 지역의 조직을 자극하는 사건을 일으키고 그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입대를 선택하지만 그 조차도 제대로 견뎌내지 못한다. 시종일관 진학을 이야기하지만 그가 진심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일은 할아버지의 살해범을 찾는 일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그의 삶은 무의미하다.

"우리는 물고기다. 그래서 아무리 울어도 눈물 같은 건 볼 수 없다. 그녀의 눈물은 떨어지자마자 물에 씻겨 사라진다. 그 모습을 나는 내내 보고도 못 본 척해왔다." (p.419)

할아버지의 죽음과 그 죽음을 납득하기 위한 손자 치우성의 노력을 중심으로 흐르는 서사는 생각하지도 못한 반전과 함께 마무리된다. 과연 그는 할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이토록 사건에 집착한 것일까...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가족의 죽음 앞에서도 무심한 세월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강요하며 멈춤 없이 흐른다.

"사람이란 결국, 그렇게 누군가의 도움을 받거나 누군가를 도와주며 사는 거란다." (p.277)

[ 네이버카페 컬처블룸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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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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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는 법이다.”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할 비밀을 간직한 채 혼자가 되어버린 열여섯 어린 소녀 매런, 그녀를 낳아준 엄마조차 때때로 그녀를 두려워한다. 아주 어린 시절 그녀를 돌보던 베이비시터 페니를 시작으로 매런은 용납되지 않는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녀를 욕망하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먹어치우는 식인자다. 덕분에 매런과 엄마는 그녀의 끔찍한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매런이 허기를 채울 때마다 아무도 그녀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이사를 반복하는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그때 허기와 확신이 내게 천천히 스며들었고,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페니 월슨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었다. 그저 어릴 때 내가 끔찍한 짓을 저질렀고, 그 짓을 또 반복하려 한다는 느낌만 있었다. 마법의 텐 트는 아니었지만 우리 둘 중 하나는 이 텐트에서 나 가지 못하리라고 확신했다." (p.22)

타인으로부터 호감을 느끼기 무섭게 어김없이 시작되는 식인 욕구. 어린 소녀는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을 끔찍하게 여기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수 있는 타인과의 관계를 거부하는 안타까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일한 가족이었던 엄마마저 매런을 남겨두고 떠나버리자, 홀로 남은 어린 소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아빠는 어쩌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허기를 받아들여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희망으로 아빠를 찾아 나선다.

엄마가 남겨둔 주소만으로 아빠를 찾아 나선 매런. 어린 소녀의 핏빛 욕구는 끊임없이 그녀의 여정을 방해하며 갈수록 깊은 절망의 늪으로 그녀를 잡아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용납되지 않는 허기를 가진 유일한 존재라 여겼던 그녀는 같은 식인자 성향을 가진 어른 설리와 또래 소년 리를 만나게 된다.

어린 소녀는 자신의 비밀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고 그녀를 이해해 주는 소년에게로 마음이 향하지만, 드디어 만난 친구를 잃을지도 모르는 불행한 일을 막기 위해 커져가는 그녀의 마음을 애써감추고 있다. 자신에게 닥칠 위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매런과의 거리를 좁혀가는 리. 외로움의 끝에서 겨우 만난 어린 소녀와 소년은 그들 앞에 펼쳐진 위험을 이겨내고 무사히 함께할 수 있을까,,,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식인 욕구에 몸서리치는 어린 소녀의 섬세한 심리묘사 덕분에 입안 가득 비릿한 피 맛과 피로 가득한 생생한 식인 현장을 상상하게 된다.

“네가 한 짓을 본 사람은 나 뿐이야.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 거야. 아직 아무도 그 직원의 차를 보지 못했어. 우린 무사해” (p.142)

본즈 앤 올을 원작으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도 감독, 티모시 샬라메 주연의 영화가 올겨울 개봉할 예정이다. 이루어지기 어려웠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남남 커플이 이번 영화에서는 매런과 리 남녀 커플이 되어 여전히 어려운 사랑을 이어갈 예정이라 그런지 리와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가 비슷한 분위기이지 싶다. 아무튼 티모시 샬라메와 식인 소년 리가 너무 잘 어울릴 것 같은 개인적인 생각 – 영화를 먼저 보고 책을 읽는 순서를 선호하지만 - 과 함께 원작 소설의 여운을 즐기며 영화 개봉을 기다리기로 한다.

[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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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커스 전산세무 2급 이론 + 실기 + 최신기출문제 12회분 - 동영상강의 114강 무료ㅣNCS 기준안 적용ㅣ빈출분개 80선+연말정산 필수이론정리 미니북 제공ㅣ[전 3권] 해커스 전산회계/세무
이남호 지음 / 해커스금융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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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좀 더 있어야 하지만,,, 요즘엔 부쩍 함께 근무하던 선배님들 퇴직하시는 모습을 보면 너무 이른 나이 퇴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60세라고 하지만 예전의 40대 못지않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퇴직 후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쉽지 않을까...

하지만, 전문직이 아닌 일반 사무직으로 짧지 않은 시간을 근무했던 이력만으로 퇴직 후 재취업하기는 쉽지 않은 터라 이것저것 여러 가지 도전을 하고 있지만 끝까지 완주하기가 쉽지 않다. 어마어마한 학습량이 버티고 있는 공인중개사는 매년 초 시작 후 포기를 반복하게 되고, 사회복지사 같은 자격증은 교과목 이수 등 선행조건이 너무 복잡해 시도조차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에게 도전과 성공의 기쁨을 선물하기 위해 비교적 쉬운 자격증에 도전하기로 마음먹고 선택한 전산세무 2급. 세무회계 지식과 실무처리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으로 학점은행제 학점인정과 공공기관 채용 우대까지 생소한 자격증이었는데 쏠쏠한 혜택이 많다. 합격률이 평균 30% 밖에 안되는 시험을 너무 쉽게 생각했었나,,, 수험서를 받아보고 두께에 살짝 놀란다. 그래도 한 권으로 이론과 실기를 모두 해결할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양호한 걸로! 토닥토닥! 세무와 회계를 체계적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수험서의 절대 강자 해커스가 펴낸 수험서와 함께라면 두렵지 않은 걸로~ 공부를 시작하기도 전에 자기암시만 반복하고 있다. ^^;;

어찌 되었든 4주 합격이라는 설명이 딱 맘에 듭니다. 전산세무 2급 재무, 원가, 세무회계 이론 30%와 재무, 원가회계, 부가가치세, 원천 제세 70%를 구성으로 이론과 실기를 동시에 평가한다. 학원을 다니기에는 시간적으로 부담스럽고 독학으로 준비하기엔 생소한 개념이라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해커스에서 제공되는 동영상 강의를 꼼꼼히 들으면 기본 개념을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론+실무 상․하편, 88회부터 100회까지 12편의 기출문제와 해설, 핵심 미니북 3권으로 구성되어 있는 수험서는 조금 두껍긴 하지만 알차게 꼭 필요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특히나, 이론 부분에서는 출제 비중과 학습전략을 함께 제시하고 있어 비중이 높은 출제 분야 위주로 학습전략을 세울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의 출제경향을 분석 빈출과 기출 포인트를 한눈에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똑똑한 수험서라 하겠다.

생소하긴 하지만 누구나 응시할 수 있는 자격증이고 취업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실생활에도 유용한 이론을 학습할 수 있는 과목으로 구성되어 있어 만족스럽다. 후다닥 이론 공부를 마치고 – 아직 여러 번 더 봐야 하겠지만 - 실제 시험에도 컴퓨터를 이용하는 실기시험도 함께 연습해 본다. 케이랩 프로그램은 한국세무사회 국가공인자격시험(https://license.kacpta.or.kr/)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아자아자!! 파이팅!!

[ 네이버카페 책과콩나무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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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마사키 도시카 지음, 이정민 옮김 / 모로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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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던 한 여자가 어느 날 갑자기 목숨 같은 아이를 잃었다. 아이가 죽은 이유조차 알 수 없어 괴로워하고 있는 엄마에게 잔인한 세상은 다정하고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하던 아이를 비행을 일삼는 불량학생으로 단정 짓어버릴 뿐만 아니라 심지어 경찰이 쫓고 있던 연쇄살인범을 잡지 못한 원인으로 아이를 지목하기까지 한다.

한낱 미물도 새끼를 잃으면 창자가 끊어지는 단장의 고통을 겪는데,,, 행복한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맞은 새벽 갑자기 걸려온 전화로 알게 된 아이의 죽음은 평범한 엄마 이즈미의 일상을, 시간을 멈추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딸 사라의 대학 입학과 아들 다키오의 원하는 고등학교 합격으로 이즈미 가족은 연쇄살인범이 도주한 사건으로 시끌벅적한 세상과 다른 세상에 있는 것처럼 행복한 일상을 이어간다. 모두가 잠든 새벽 연쇄살인 용의자로 오인한 경찰의 추격으로 다키오가 사망하는 사건이 있기 전 저녁에도 이즈미 가족은 아이들의 진학을 축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다키오가 사고로 목숨을 잃을 그날 이후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다키오는 무엇 때문에 모두가 잠든 새벽 자전거를 타야만 했을까,,,

다키오 사건이 있던 날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발생한 또 하나의 살인사건과 실종사건. 살해당한 여성과 불륜 관계에 있던 유부남 다쓰히코는 스스로 범인이라고 자백하는 것처럼 홀연히 사라졌다. 그리고 필연적으로 이어진 두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괴짜 형사 미쓰야. 살인사건 해결을 위해 실종된 다쓰히코를 찾고 있던 미쓰야는 이번 사건이 15년 전 다키오 사건과 이어진 것 같은 석연치 않음을 느끼고 연결고리를 찾던 중 뜻밖의 곳에서 두 사건의 공통점을 찾아내는데,,,

"지금으로서는 모모이 다쓰히코 씨와 피해자인 고미네 아카리 씨에게 마에바야시사와의 접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모모이 다쓰히코 씨의 행방을 찾다보면 15년 전 마에바야시시와 맞닥뜨리는 기분이 들어요. 묘하지 않습니까?" (p.246)

‘그날, 너는 무엇을 했는가’ 미제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마무리된 사건에 던지는 묵직한 질문. 부지불식간에 찾아온 사건으로 말미암아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지만 가족을 잃어야 했던 이유조차 알지 못하는 이들 – 특히 아이를 잃고 나 때문이라고 끊임없이 자책하는 엄마 – 이 사랑하는 가족과 마지막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소년이 누군가에게 살해당해 범인이 특정되지 않았다면 이해가 간다. 그러나 소년은 순찰차를 피해 도망가다 주차된 트럭에 부딪쳤다. 이 일에는 범인도 없고, 사고로 처리됐으니 사인에 미심쩍은 점도 없을 터였다. 도대체 무엇이 신경쓰이는 걸까. '어째서?' 하고 미쓰야가 낯선 것을 관찰하는 표정을 지었다. 왜 그런 걸 묻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다. 가쿠토는 초조함과 열등감으로 가슴이 짓눌리는 것 같았다. '그가 죽어야 했던 이유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p.176)

‘왜 죽어야만 했는지’에 집중하는 괴짜 형사 미쓰야가 끌어내는 생각지도 못한 사건들의 연결고리와 이로 인해 드러나는 반전이 마지막까지 흥미롭게 이어진다. 사건을 해결하는 동안 본의 아니게 파트너에게 한없이 무심해지는 매력적인 형사 미쓰야의 다음 이야기 ‘그녀가 마지막에 본 것은’의 한국 출간을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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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탐정 트리오 한국추리문학선 13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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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마시, 할머니의 경상도 사투리, 같은 사투리 할매와 달리 할머니가 미울 때 쓰는 말로 알려져있다. 왠지 어감에서도 비뚤어진 느낌을 팍팍 풍겨주고 있으니 호의적인 호칭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할마시의 비뚤어진 느낌 때문에 마음에 든다는 할머님 세 분이 계시니 그분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 풍요 실버타운의 할마시 탐정 트리오다,

세상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이라는 순리에 따라 사람들 누구나 –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 몸을 움직이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한 박자 느려진 노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노인이 된 사람들 중 일부는 좀 더 안전한(?) 여생을 위해 노인들만 모여 사는 - 덕분에 무료하기가 하늘 아래 최고라 할 수 있는 - 실버타운에 입주하기도 한다.

"제대로 낚인 거지. 우리는 딱 세 마디야. 곧 죽을 식물, 아무도 안 쳐다봐. 가끔 신경은 쓰여. 한번은 자식들이 들여 다보지. 그게 다야. 재미없고 곧 죽을 식물 같은 존재니, 그냥 무시하고 생각 안하는 거지. 그런 상태에서 떡하니 누군가 관심 주고, 선물 주고, 말 걸어 주고 그리고 이성이기까지해. 그럼 완전히 그루밍 범죄에 딱 넘어가는 거야." (p.222)

여러 가지 이유로 실버타운에 입주해있지만 여전히 활동적인 노인들에게 실버타운은 만족스럽지 못한 생활공간이다. 하지 말라는 것도 많고, 먹지 말라는 것도 많고,,, 그리하여 무료함에 지친 풍요 실버타운의 고인물 3인방 전직 미스터리 드라마 작가였던 가영 할머니, 미용실 원장님께 이용당하는 소심 대마왕 나정 할머니, 젊은 시절 과일 행상으로 다져진 강한 체력의 소유자 다정 할머니는 생활비도 줄이고 실버타운의 무료함도 날려버리고자 ‘할마시 탐정 트리오’를 결성한다.

"여기서는 누구나 온 정신을 쏟을 게 필요하다. 안 그러면 미치거나, 망각으로 지름길로 달음질쳐 달려간다. 아마도 그에게는 저 화분이 그랬을지 모른다. 그는 여기서 또 다른 감옥으로 가는 거겠지." (p.145)

풍요 실버타운의 운영에 흠집이라도 생길까 걱정하는 김 실장의 제안으로 조사를 시작한 변사사건 조사를 성공리에 끝마친 할마시 탐정단은 입주자들의 의뢰를 받아 빈티지 앤티크 접시 도난 사건부터 몸캠 피싱 사건까지 할머니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한다. 어르신들이 의뢰한 사건이다 보니 극적인 추리를 필요로 하는 사건은 아니지만 할머니 탐정단은 매의 눈으로 동년배의 어르신들이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유쾌 – 때때로 할머니들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한다 - 하게 파헤친다.

얼마 남지 않은 반백의 나이를 맞을 준비를 하고 있는 요즘 나이 들어갊에 대한 생각이 부쩍 많아진다. 어릴 적 생각하던 마흔, 쉰이라는 나이가 지금 나의 모습 – 나이는 자꾸 늘어가는데 젊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 에 투영되지 않고, 남들은 늙을지 몰라도 난 항상 이팔청춘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풍요 실버타운의 고인물 3인방 할머니들도 어쩌면 나와 같은 마음으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Go!의 마음으로 할마시 탐정단을 만들지 않았을까... 이성적으로는 세월이 흘러 이미 노인이라는 것을 알지만, 마음만은 언제나 이팔청춘이라고 믿고 말이다. 사람이면 누구나 늙고 병이 들겠지만, 그럼에도 나만은 언제나 이팔청춘으로 남고 싶은 마음이 진심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풍요 실버타운의 할마시 탐정 트리오 파이팅!!

"인생은 그런 거였다. 어느덧 하나의 문턱을 넘어 또 다른 세계로 가는 것." (p.100)

[네이버카페 몽실북클럽 서평단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후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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