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을 읽고, ˝술술 읽히는데 묘하게 한 끝 아쉽다˝고 느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이미 굉장히 많이 소비된 플롯 구성을 따라가서다.
한국 막장 드라마 처럼 ˝분명 여기 나오는 등장인물 전부 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어떻게 다 연결되겠지˝ 라는 뻔한 엔딩이 너무 많다고나 할까.
각 작품에서 제법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싶어서 의식적으로 넣은 부분들도 눈에 띈다.
이번 ˝숙명˝의 경우에는 인체실험과 전쟁, 도덕을 무시한 과학 발전의 폐해가 그런 ˝의식적인 주제˝일 테다.
트릭도 꽤 재미 있었고,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도 꽤 흥미진진했는데, 마지막에 경찰(형사)과 그의 숙적이 ˝알고 보니 따로 입양되어 자란 이란성 쌍둥이˝ 라는 설정은... 거 너무 진부한 거 아니오?
그나저나 법 전공 후 해당 분야 관련 취재를 계속 해 온 사람 입장에서 말하자면, 결말도 찝찝하다. 아니, 실행범은 잡혔다.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잡혔다는 말이다.
그러나 그 방아쇠에 원래 살상용 총알이 들어있지 않았는데 (실행범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 했음. 즉, 실행범의 살인의 고의는 확실), 실행범이 살인할 거란 걸 알고, 누가 친절히 약실까지 확인하고 공포탄 빼고 진짜 총알을 장전해줬다면... 그거 방조범이지!!! 결론적으로, 실행범이 성공적으로(?) 그 총과 총알을 이용해 피해자를 죽였으면 살인방조범!!! (실제 이 책에서는 석궁과 독화살이지만, 거기서 거기.)
그런데 이 경찰, 방조범 잡을 생각이 없다. 거 참, 이상하다. 분명 2012년에 일본 로펌에서 근무할 때는 분명히 일본 형법도 이 부분은 우리 형법이랑 그다지 다르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방조범과 서로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고나서, ‘네가 형이냐, 내가 형이냐‘라며 시시덕대는 장면을 읽자니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다.
음..... 찝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