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펠의 영약에 들어 있던 성분에서 탄생한 파란색은 결국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호쿠사이의 〈가나가와의 파도 아래〉에서뿐 아니라 마치 이 색깔의 화학 구조에 들어 있는 무언가가 폭력을 유발하기라도 하는 듯 프로이센군의 제복에서도 빛난다. 그 무언가는 저 연금술사의 실험에서 이어져내려온 과오, 그늘, 실존적 얼룩이었다. 이 실험들에서 그는 동물을 산 채로 해부하고 조각조각 이어 붙여 끔찍한 키메라로 만들어서는 전기 자극을 가해 되살리려 했다. 이 괴물은 메리 셸리에게 걸작 『프랑켄슈타인: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의 영감을 선사했다. 소설에서 그녀는 인간의 모든 능력 중에서 가장 위험한 능력인 과학을 맹목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경고했다.

제1차세계대전 참호 속에서 사린 가스, 겨자 가스, 염소 가스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은 병사들이 느낀 공포는 한 세대 전체의 무의식에 스며들었다. 역사상 최초의 대량살상무기가 초래한 공포에 대한 가장 확실한 증거는 제2차세계대전 때 가스 공격 금지 조치를 모든 나라가 받아들였다는 사실이다.

강제 수용소에서 가스를 쓰는 것에 전혀 거리낌이 없던 히틀러조차 전장에서의 사용은 거부했는데(그의 과학자들이 파리만한 도시 서른 곳의 인구를 몰살하기에 충분한 7000톤가량의 사린 가스를 제조했음에도), 제1차세계대전 당시 보병으로 참호에 배치되어 그 효과와 죽음의 고통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스스로도 약하게나마 피해를 겪었기 때문이다.

하버가 이프르 학살을 끝내고 의기양양하게 돌아왔을 때 클라라는 그가 인간을 산업적 규모로 몰살할 수단을 고안함으로써 과학을 왜곡했다고 비난했다. 하버는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무슨 수단을 쓰든 전쟁은 전쟁이고 죽음은 죽음일 뿐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이틀간의 휴가 기간에 친구들을 파티에 초대했다. 새벽까지 계속된 파티가 끝나갈 무렵 그의 아내는 정원에 나가 신발을 벗고는 남편에게 지급된 리볼버로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다. 그녀는 위층에서 총소리를 듣고 달려온 열세 살 아들의 품에서 피 흘리며 숨을 거뒀다. 이튿날 프리츠 하버는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지 못한 채로 동부 전선의 가스 공격을 감독하러 떠나야 했다.

오늘날 우리 몸속 질소 원자의 약 50퍼센트는 인공적으로 합성된 것이며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은 하버가 발명한 질소 비료로 재배된 작물을 먹고 산다.(당시 언론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기에서 빵을 끄집어낸 사람"이 아니었다면 현대 세계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기적적 발견의 원래 목표는 굶주린 대중을 먹이는 것이 아니라 제1차세계대전에서 영국 해군에 의해 칠레산 질산염의 운송이 차단된다 하더라도 화약과 폭약을 제조할 수 있도록 원재료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방정식이 열어젖힌 공허로부터 마음을 떼어놓을 수 없었다.
그는 탈출구나 자기 논리의 오류를 찾고자, 특이점을 설명하기 위한 계산으로 공책 세 권을 채웠다. 마지막 공책에서 슈바르츠실트는 어느 물체이든 그 물질을 충분히 제한된 공간 속에 압축하면 특이점이 생길 수 있음을 추론해냈다. 태양은 3킬로미터, 지구는 8밀리미터, 평균적 인체의 질량은0.000000000000000000000001센티미터로 압축하면 된다.

빛은 특이점에서 결코 탈출할 수 없으므로 우리의 눈은 특이점을 볼 수 없다. 우리의 정신 또한 특이점을 이해할 수 없다. 특이점에서는 일반상대성 법칙이 여지없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물리학은 아무 의미도 없어진다.
쿠란트는 넋을 잃고 귀를 기울였다. 쿠란트가 의사들에게 진료받은 뒤 호송대에 합류하여 베를린으로 떠나기 직전 슈바르츠실트는 평생 쿠란트를 괴롭힐 질문을 던졌다. 당시에는 죽어가는 군인의 헛소리요, 피로와 절망에 시달린 슈바르츠실트의 정신을 스멀스멀 사로잡은 광기의 산물인 줄 알았지만.
슈바르츠실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은 것은 이것이었다. 물질이 이런 종류의 괴물을 낳는 경향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정신과도 상관관계가 있을까? 인간 의지가 충분히 집중되면, 수백만 명의 정신이 하나의 정신 공간에 압축되어 하나의 목적에 동원되면 특이점에 비길 만한 일이 벌어질까? 슈바르츠실트는 그런 일이 가능할 뿐 아니라 조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특이점은 어떤 경고도 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돌아올 수 없는 지점, 한번 넘으면 무지막지하게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에는 어떤 표시도 경계도 없다고. 그 선을 넘는 사람은 희망을 가질 수 없다고. 모든 가능한 궤적이 돌이킬 수 없이 특이점으로 이어지기에 그들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슈바르츠실트가 눈에 핏발이 선 채 물었다. 그 문턱의 성질이 이렇다면 우리가 이미 특이점에 들어섰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슈바르츠실트가 불러낸 악마를 물리치려고 가장 격렬히 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인슈타인이었다. 1939년 그는 「많은 중력 질량으로 구성된 구면 대칭의 정지계에 대하여」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슈바르츠실트가 서술한 것과 같은 특이점이 왜 존재할 수 없는지 설명했다. "특이점이 생겨날 수 없는 것은 물질이 아무렇게나 집중될 수 없다는 간단한 이유 때문이다. 또한 이것은 그렇지 않을 경우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가 빛의 속도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특유의 지성을 발휘하여 자기 이론의 내적 논리에 기대 시공간 구조의 균열을 보수하고 우주를 파국적 중력 붕괴로부터 보호하려 했다.
하지만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정신이 내놓은 계산은 틀렸다.

슈바르츠실트가 예언한 대로공간을 종잇장처럼 구기고 시간을 촛불처럼 끌 수 있는 블랙홀이 형성되며, 이것은 어떤 자연법칙이나 물리적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이 혐오한 것은 공식의 불가사의함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었다. 하이젠베르크가 발견한 세계는 상식에 부합하지 않았다. 행렬 역학이 기술하는 것은 정상적이되 단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물체가 아니라, 고전 물리학 관념으로는 이름 붙일 수조차 없는 실재의 측면이었다.

이전에는 모든 결과에 대해 원인이 있었지만 이젠 확률의 스펙트럼이 존재할 뿐이었다. 만물의 가장 깊은 바닥에서 물리학이 발견한 것은 슈뢰딩거와 아인슈타인이 꿈꾸었듯 세계의 끈을 당기는 합리적 신이 지배하는 단단하고 확고한 실재가 아니라 우연을 가지고 노는 천수千手 여신의 변덕에서 탄생한 놀랍고도 희한한 세상이었다.

그들의 주장은 전통과의 가차없는 결별이었다. 물리학은 실재가 아니라 우리가 실재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에만 관여해야 한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원자와 그 기본 입자들의 존재는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사물의 존재와 같지 않다고, 기본 입자들은 가능태의 세계에서 살아간다고 하이젠베르크가 설명했다. 그것들은 사물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가능한 것’에서 ‘실재하는 것’으로의 전환은 관찰이나 측정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동안에만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양자적 실재는 없다. 파동으로서 측정되면 전자는 파동으로 나타나며 입자로서 측정되면 입자 형태를 취한다.

"우리 시대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초연한 관찰자로서가 아니라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벌어지는 게임의 행위자로서의 우리가 자연과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과학은 이제 실재를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대면할 수 없습니다. 세계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분류하는 방법은 스스로의 한계를 맞닥뜨렸습니다. 이것은 개입이 탐구 대상을 변화시킨다는 사실에서 비롯합니다. 과학이 세상에 비추는 빛은 우리가 바라보는 실재의 모습을 바꿀 뿐 아니라 그 기본적 구성 요소의 행동까지도 바꿉니다." 과학적 방법과 과학의 대상은 더는 분리될 수 없다.

공식 토론과 별도로 아침식사 시간마다 아인슈타인이 수수께끼를 내면 밤마다 보어가 정답을 내놓았다. 두 사람의 결투는 회의를 압도했고 물리학자들을 대립하는 두 진영으로 나눴지만, 결국 아인슈타인은 항복해야 했다. 그는 보어의 추론에서 단 하나의 모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마지못해 패배를 받아들였으며 양자역학에 대한 모든 증오를 한 문장으로 압축했다. 훗날 거듭거듭 되풀이하게 되는 이 문장을 그는 보어가 떠나기 전 그의 면전에 대고 마치 침을 뱉듯 내뱉었다.
"신은 우주를 놓고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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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deline Miller is my favorite author, and she‘s good at modernizing mythologies, especially the Greek one.


Since I read one of her books, Circe, I couldn‘t help but fall in love with her books. And this one, Song of Achilles, will break your heart into a million pieces while reading. The story goes dramatic as two boys grow up together and realize that their love for each other is more than brotherly love. This relationship rattles in a never-ending war and a thousand emotions tied with each passing chapter of the book.


If I choose one character for romantic novels in Greek mythology, Achilles would be the last one to choose. We have such renowned lovers in the myth, including Orpheus, Eros, and even Paris, who triggered the war, which is the background event of this book. But the author sees something else in the myth, and she found something in our famous warrior Achilles. He returned to the war only for his friend Patroclus.


Compared to the U.S., to be honest, South Korea is not an open place for LGBTQ+ people. It‘s very common here in the U.S. to let others know about your pronoun, and it‘s not rare to see LGBTQ+ couples. There are always opposers, but it sometimes feels even weird to see that even the liberal media in Korea don‘t really shed light on the issue. I‘m curious about what holds the public conversation itself.


We can surely learn that all hearts beat the same through the book, nothing but love matters, love between the souls, love that is more a language of spirits than bodies. Love that is far beyond the boundaries of gender, age or even a prophecy made by the G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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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ing her sometimes complicated relationship with her mom during her childhood, Michelle, the writer, shows various feelings from fondness to anger and jealousy. She also brought some touching memories about losing her mom to advanced pancreatic cancer. To be honest, since this story is a self-reflecting saga involving many personal moments, I felt like this book was not for readers but herself.


The fascinating part of this book is that the author uses Korean foods to commemorate her mother by learning how to cook them and eat them deliciously. She even navigates through her childhood and the process of grief with Korean foods, saying that food was her mom’s way of expressing love to her.


I first heard about this book through AAJA (Asian American Journalism Association) and knew it was about food and mother. But what impressed me was how the author connects her upbringing with varied recipes and foods.


It was easy to relate to Michelle’s relationship with particular Korean foods and the cooking she grew up with. I also feel the connection to my mom and grandma through cooking as I came here to the US alone after growing up. Foods that I grew up eating easily trigger homesickness. At the same time, it is the most effective way to treat me.


However, I have to point out that I did not really follow some of her logic when she generalized her mom’s behavior as ‘typical’ Korean moms’ behavior. I was born and raised in South Korea. From my perspective, sometimes, I felt like she internalized the western stereotypes about Asian parents or culture and perpetuated them in this story. For instance, she considers her mom’s reaction to her injury as a Korean thing, comparing it to “white people’s” one. But to the best of my knowledge, I cannot say that there is a tendency for most Korean moms to scold their children like Michelle’s mom. How they react purely depends on an individual’s personality.


Overall, Crying in H Mart is a well-written story about the tricky and complex mother-daughter relationships, multicultural backgrounds, grieving, forgiveness and the power of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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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에 부르르 떨며 침대로 들어간 나는 다시은 잠들지 못할 줄 알았다. 하지만 잠이 들었다. 금방. - P94

나는 동물이 살해되는 소리에 집에서 자던 사람들이 모두 깨어나고, 침실 불이 켜질 거라 예상하며 집을 돌아봤다. 하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길고양이를 죽이기는 쉬웠다. - P92

나는 진토닉을 한 잔 더 주문하고 살인에 대해 이 여자가 했던 말을 생각했다. 맞는 말이었다.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게 왜 그리 끔찍한 일로 간주되는 걸까? 금세 서로운 세대가 세상을 차지할 테고,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은 죽을 것이다. 몇몇은 끔찍하게, 몇몇은 평온하게, 살인을 죄악시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남겨진 사람들 때문이다. 죽은 이를 사랑하는 사람들. 하지만 만약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한 사람이었다면?
- P85

내가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건・・・・・ 그날 두 사람이 내 앞에서 보인 태도예요. 두 사람은 지극히 태연하고 차분하게 나와 얘기했습니다. 미란다는 너무도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했죠. 어디서 그런 걸 배웠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봤죠. 아내에 대해 내가 아는 모든 것, 그리고 만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지던 그녀의 태도를 곱씹은 끝에 아내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경박하고 가식적인 거짓말쟁이. 어쩌면 소시오패스인지도 모릅니다. 왜 전에는 미처 몰랐는지 이해가 안 돼요 - P73

나는 옆자리 여자의 말에 바로 대꾸하지 않아도 되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녀가 한 말은 일주일 동안 아내를 죽이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할 때마다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생각과 똑같았다. 나도 미란다를 죽이는 게 세상을 이롭게 한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옆자리 승객이 갑자기 욕망에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해준 것이다.
- P72

"솔직히 난 살인이 사람들 말처럼 그렇게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죽어요. 썩은 사과 몇 개를 신의의도보다 조금 일찍 추려낸다고 해서 달라질 게 뭔가요? 게다가 당신 부인은 죽여 마땅한 사람 같은데요."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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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ite Runn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연을 쫓는 아이』원서
할레드 호세이니 지음 / PENGUIN PUTNAM INC. U.S.A. / 201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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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 약속이 있어 감상문을 길게 남기지는 못 하지만 아프간 이라는 전쟁의 이미지만 내 머릿속에 남긴 나라의 전반적인 역사 문화 등을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다. 휴머니즘 한 방울 섞인 소설 전개도 내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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