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 네 것이 더 커 보여.

 

 B : 아니 똑같아.

 

 A : 그럼 바꿔.

 

 B : 마음대로 해.

 

 A : 아, 다시 보니 네 게 더 커 보여.

 

 B : 조금 전에 바꿨잖아.

 

 A : 다시 바꿔.

 

 B : 이번뿐이야.

 

 

 

 A는 자꾸만  B가 가진 게 더 커 보였다. 늘 그랬다. 아무리 안 좋은 거여도 B가 가지면 더 좋아 보였다. A는 B 것도 모두 자신이 갖고 싶었다.

 

 A는 대체 왜 그럴까.

 

 하나, A는 욕심쟁이다.

 

 둘, A는 뭔가를 B와 나누고 싶지 않다.

 

 셋, A는 자기 결정을 믿지 못했다.

 

 

 

 세번째일까.

 

 그건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것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별거 아니어도 자기 것은 좋은 건데. 남의 것에 눈 돌리지 말고 네가 가진 걸 잘 보는 게 어때.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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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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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낮에 라디오 방송을 들으니 글을 쓰기 전에 글을 쓰려 할 때 어떻게 하는지를 이야기했어. 작가가 어떻게 하는지도 들려주고. 그 라디오 방송 듣는 사람 이야기도 들려줬어. 하루키가 말한 레이먼드 챈들러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만 쓰는 책상을 마련하고 같은 시간 정해둔 시간 동안은 꼭 거기에 앉아 있으래. 나도 그 이야기 하루키 글에서 봤던 것 같기도 해. 김연수 글에서도 봤어. 글을 쓰지 못한다 해도 정해둔 시간 만큼은 글을 쓰려고 하라더군. 작가는 글을 쓰려고 운동도 하지. 달리기는 많은 작가가 할지도. 하루키 이야기가 잘 알려졌지만, 김연수도 달린다는 말 예전에 봤어. 최민석도 달린다고 하더군. 평소에도 많이 걷는대. 난 운동 거의 안 하는데. 밖에 나가기 귀찮아서. 난 다른 것보다 걷기를 하고 싶군. 이 말은 처음이 아니지. 건강하게 지내려고도 걷겠다고 했는데.

 

 요새 내가 글을 생각했나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 책 읽고 쓰기는 거의 기계처럼 해. 그건 잘 쓰든 못 쓰든 꼭 해. 그렇게 쓴 게 어느새 열한해야(2010년부터 했어). 누군가는 작가가 되고 열한해째라는데 난 책 읽고 쓴 게 열한해째라니. 김금희는 작가가 되고 열두해째인가 봐. 여기에는 열한해 동안 쓴 산문이 실렸어. 작가가 되고 죽 쓴 거군. 이런 거 보니 나도 좀 좋은 글 쓰고 싶더군. 이런 생각은 열해 전에도 했어. 생각뿐이고 잘 못했어.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고 한 말 또 하고. 책 읽고 쓸 때 그러는군. 지금도 책 만나고 쓰는 거네. 산문은 읽으면 할 말이 별로 떠오르지 않아. 글을 볼 때는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면서 보는데. 기억에 남은 거라도 말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바로 생각나는 건 없어. 난 대체 뭘 본 거지. 이런 말은 안 해야지 했는데 하고 말았군.

 

 가장 마지막에 나온 개 장군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어. 김금희 식구 모두가 장군이를 생각하더군. 열일곱살 된 장군이. 다른 장군이는 그리 오래 살지 못했지만, 두번째 장군이는 여섯살에 눈이 보이지 않게 되고도 열일곱살까지 살았어. 아니 열일곱살 뒤는 어떻게 됐는지 몰라. 열일곱살에 아파서 병원에 데리고 가니 뇌종양일지도 모른다면서 검사하는 것도 위험하니 안락사 시키라고 했대. 검사도 하기 전에 그런 말을 하다니. 아무리 동물은 안락사 시킬 수 있다 해도 사람 마음대로 그걸 정해도 될까. 검사하니 뇌종양이 아니고 나이가 많이 들어서 중풍이 왔대. 개한테도 중풍이 오는군. 사람만 나이 들면 여기저기 아픈 게 아니고 동물도 다르지 않겠어. 장군이가 뇌종양이 아니어서 다행이었어. 사람도 눈이 안 보이면 참 살기 힘들 텐데 장군이는 어땠을지. 그래도 난 장군이가 김금희 식구와 살아서 좋았겠다고 생각해. 이것도 내 멋대로 생각하는 건가. 지금 장군이는 어떨지.

 

 지난 2020년 초에 김금희 이야기가 나왔지. 이상문학상을 받지 않겠다고 해서. 그 일 때문에 편하지 않았을 것 같아. 아무리 옳은 일이어도 출판사가 꺼릴지도 모르잖아. 이렇게 김금희 산문집이 나와서 다행스럽기도 해. 김금희가 말을 해서 문학하는 사람이 좀 나아졌으면 좋겠어. 본래 그런 거다 하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 우리 사회에는 그런 일 많지 않나 싶어. 예전에는 부당한 건지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아. 여러 차별을.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을 휘두르는 것인가. 앞으로도 이런저런 차별이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아. 그게 잘못됐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으니. 나도 뭐가 잘못됐는지 잘 모를 때도 있어. 어쩐지 기분이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나한테 문제가 있는가 하기도 해. 잘못된 걸 바꾸지 못한다 해도 그걸 알아보려고는 해야겠어. 난 아직도 세상물정을 잘 몰라. 지금도 그렇다니. 어쩌겠어, 그게 난데. 싸우는 것도 못해. 이렇게 한발 물러나다니. 싸우지 못해도 생각은 하는 게 좋겠지.

 

 사람은 누군가한테는 못된 사람이어도 누군가한테는 끝없이 다정한 사람이 되기도 해. 그건 왤까. 궁합이 안 맞아서 그런가. 부모와 자식이어도 안 맞는 사람 있잖아. 엘튼 존이라는 이름은 알았지만 엘튼 존이 좋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건 몰랐어. 엘튼 존 이야기로 영화 만든 적 있는가 봐. 난 이제 영화 안 보지만, 김금희는 영화를 가끔 보고 그 이야기를 쓰기도 했어. 기억에 남은 게 엘튼 존 영화야. 안 좋았던 어린 시절 때문에 엘튼 존이 나타난 것이기도 하겠지. 아니 꼭 그것 때문은 아닐지도 몰라. 엘튼 존이 좋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해도 그걸 나름대로 음악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예술가 삶은 좋을 때보다 안 좋을 때가 많기는 하군. 도스토옙스키도 빚이 없었다면 소설 못 썼을 거다 하잖아. 엘튼 존 아버지는 엘튼 존한테는 잘 못했지만 새로운 가정에서는 아이를 생각했어.

 

 앞에서 궁합 같은 거 말했는데, 명리학으로 알아보면 알 수 있대. 하지만 그걸 어떻게 아느냐고. 조금 공부한다고 알 수 있는 게 아닌데. 그저 나랑 잘 안 맞네 하는 생각밖에 못하지. 그게 부모와 자식이면 더 힘들겠군. 그래도 그걸 받아들이면 좀 나을 텐데. 난 나랑 잘 안 맞는 사람 안 만나지만, 나랑 잘 맞는 사람도 만난 적 없어. 김금희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면서도 친구를 만나기도 해. 밴드도 했다니. 어렸을 때 엄마한테 피아노 학원에 보내달라고 떼쓰기도 했더군. 난 그만 다니라고 해서 바로 그만뒀는데. 난 뭔가 바라지 않았어. 어차피 내가 말해도 안 될 테니. 그런 건 지금도 다르지 않아. 누군가한테 바라지 않는 거. 아니 꼭 그렇지도 않아. 한가지 바라는 거 있어. 마음. 이게 가장 얻기 힘든 건데. 앞으로는 그것도 놓는 게 낫겠지. 내가 편하려면.

 

 난 그저 김금희 이야기를 봤지만, 김금희는 자신이 쓴 글을 보면서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했겠어. 김금희 이야기만 쓴 건 아니기도 해. 세월호, 촛불집회, 광장. 내가 지나온 시간도 있군. 난 그저 지켜보기만 했지만. 다른 사람 이야기를 보고 지난 일을 떠올리기도 하겠어. 시간이 흐르고 세상이 좀 더 좋아지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 해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으면 해. 작은 기쁨은 자주 찾아오잖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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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제목으로 다섯번 썼는데 또 쓴다. 다섯번은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식으로 썼구나. 잘 쓰지 못했다 해도 그렇게 이야기처럼 써서 기분 조금 괜찮았다. 그 뒤로 이야기 별로 못 썼으니. 시 같지 않은 걸 시다 하고 썼다. 아무것도 안 쓰는 것보다 그렇게라도 쓰는 게 나았다. 시 자주 보고 싶기도 한데 그러지 못하는구나.

 

 몇번이나 말했는데 난 어딘가에 가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여기저기 못 간다 해도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본래 안 가니까. 하지만 도서관 문 닫아서 아쉬웠고, 열어도 이름 쓰고 들어가는 건 싫었다(이제 이름은 안 쓴다). QR코드만 된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어디 잘 안 가는 내가 ‘가고 싶은 곳’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다니. 그건 거의 코로나19가 나타나기 전이나 얼마 안 됐을 때 썼다. 이건 코로나19가 끝났을 때 올린다면 좋을 텐데(아직이구나). 그뿐 아니라 내 일도 나아졌기를 바란다(전보다 낫지만 여전히 걱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팔월에 난 사라지고 싶었다. 어떤 일을 겪느니 차라리 사라지면 좋을 텐데 하고 엄마는 왜 나를 낳았을까 하기도 했다. 낳지 않았다면 아예 없었을 텐데 했다. 그런 생각 어린 걸지도. 팔월에 내가 바라는 일은 일어나지 않고 우울하게 하루하루 살았다. 구월이 오고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났다. 그곳은 지금 괴로움이 사라진 앞날이다. 이것도 이루지 못할 일이구나. 앞으로도 그냥 하루하루 살겠지. 마음 편안한 날은 올까.

 

 가고 싶은 곳 하나 더 생각났다. 어디냐면 내가 다른 모습으로 사는 평행세계다. 하지만 거기에서 다른 내가 나보다 잘 살거나 나보다 못 살아도 기분 안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내가 나보다 잘 살면 다행이다 여겨야 하는데. 그건 내 삶이 아니어서겠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달아나고 싶은 곳이구나. 어딘가로 떠나는 사람도 지금 있는 곳이 싫어서 가기도 하겠지. 사람한테는 달아날 곳이 있어야 하는데. 나한테는 책일지도. 그것도 잘 안 될 때 있지만.

 

 시간이 가고 뭐든 나아지기를 바란다. 지금 바랄 수 있는 건 이것뿐이다. 시간이 가도 바뀌지 않는 것도 있겠다. 그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나도 모르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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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03-23 11: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괴롭거나 속상할 때 책으로 도망쳐요. 생각을 차단하고 싶어서요. 책은 도피처. 요런 도피처는 괜찮지 않아요??^^ 희선님 어떻게든 나아질 겁니다^^

희선 2021-03-24 01:40   좋아요 0 | URL
기분이 안 좋을 때 책을 보면 조금씩 나아지기도 하죠 걸으라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도 나가고 싶어야 나가지, 바로 할 만한 건 책 보기밖에 없네요 책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희선
 
소설 보다 : 봄 2020 소설 보다
김혜진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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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달 전에는 ‘소설 보다’ 가을(2019)을 만났는데, 다음에 겨울이 아닌 봄이 나와서 이상했다. 이 책이 나오는 때는 같아도 철도 그때를 쓰기로 했는가 보다. 소설 보다 겨울을 내가 못 본 건 아니겠지. 소설 보다에는 소설이 세편 담겨서 보기 편하다 생각했는데, 막상 소설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어쩌면 이 말 전에도 했을지도. 지지난해에 나온 여름은 끝내 못 만났다(이것도 나온 지 한해가 지나다니). 그것보다 더 먼저 나온 것도 못 봤으면서 이런 말을 했구나. 언젠가 거기 실린 소설을 다른 데서 만날지도 모르겠다. 문학과지성사에서는 문지문학상 후보로 철마다 세편(처음에는 네편이었구나) 뽑는다 했는데, 문지문학상 후보만 되는 건 아닌 듯하다. 여기서 본 소설이 다른 문학상 받은 걸 보기도 했다. 다른 문학상을 먼저 받으면 문지문학상 후보는 안 되겠구나. 문학상은 꼭 하나만 줄까. 아주 괜찮은 소설이면 여러 개 주어도 되지 않을지. 그러면 상 못 받은 다른 소설이 아쉬워할지도. 소설이 아닌 소설가인가.

 

 앞에는 소설과 별 상관없는 말을 했다. 소설은 사람 이야기인데 어떤 때는 그걸 알기 참 어렵다. 사람이 단순하지 않기는 하겠지만, 소설은 단순하지 않은 사람을 좀 더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은데 한국 소설을 보다보면 더 모호한 느낌이 든다. 소설이라고 투명하게 보여주는 건 아니겠지만. 내가 이해를 잘 못하는 거겠지. 그게 한두번도 아닌데. 세번째에 실린 한정현 소설 <오늘의 일기예보>에서 고모가 좋아한 사람은 누구지 하는 생각을 했다. 나만 이해 못하는 건가. 예전에 옆집에 살던 제인인지. 제인은 트렌스젠더였다고 한다. 고모가 좋아한 사람은 다른 여성이었는지. 제인은 마음이 잘 맞는 친구고. 트렌스젠더였다 해도 좋아한 건지.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닐 텐데 난 그걸 더 알고 싶어하다니. 트렌스젠더를 한번 만나는 사람은 또 만나기도 하는 걸까. 보나가 그렇게 보인다. 여기에서는 1990년대 학생운동, 성소수자 같은 걸 말하는 듯하다. 여학생이 겪은 일도 있다. 제2차 세계전쟁 때는 동성애자가 죽임 당하기도 했다. 1990년대에도 그것과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까. 이걸 보다 보니 황정은 소설 《디디의 우산》이 생각났다.

 

 장류진은 2019년에 이름을 알았다. 일하는 사람 이야기를 잘 썼다고 들었다. <펀펀 페스티벌>도 어느 큰 회사 3차 면접 이야기다. 그것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요즘 회사는 신입사원 뽑을 때 예능도 보는 걸까. 그런 게 일하는 데 무슨 도움이 될까. 일터라고 해서 일만 하는 건 아니구나. 나중에 회식 같은 거 할 때 뭔가 장기가 있는 사람은 그때 많은 사람을 즐겁게 해줘야 할지도. 그런 건 꼭 신입사원한테 시키지 않나. 회식 같은 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는 안 나왔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여러 가지를 준비하는 걸 보고 협동심이 있는지 보려는 걸지도. 일자리 구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구나. 어느 곳이나 그런 면접을 보는 건 아니겠지만. 그걸 꽤 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뭐든 잘한다. 아니 잘한다기보다 뻔뻔하다고 해야할까. 자신은 뭘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지.

 

 사람한테는 여러 가지 면이 있다. 그게 다 좋은 것만은 아니기도 하다. 돈 많고 잘생긴 사람이 여성한테는 친절해도 청소하는 사람은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그건 그 사람 인격에 문제가 있는 건가. 드라마 같은 데서 그런 모습을 봐서 그런 보기를 들었다. 남한테는 아주 잘하면서 집에서는 식구들한테 못하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 반대도 있구나. 길고양이를 구조하는 사람이어도 재개발이 되기를 바라고 돈을 벌려고 한다. 김혜진 소설 <3구역, 1구역>에서는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가진 여러 면을 말한다. ‘나’가 그 사람을 바라보고 생각하는구나. 처음에는 착한 사람으로 여겼지만, 3구역 1구역이라고 차별하는 말을 해서 ‘나’는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런데도 ‘나’는 ‘너’와 가끔 만난다. 자신이 잘못 생각한 걸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지. 시간이 가면 ‘나’는 ‘너’한테 더 실망한다. 그게 실망일까. 자기 자신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 색깔은 봄을 느끼게 하지만, 소설은 따스한 봄이 아니다. 그렇다고 겨울이다 말하기도 어렵다. 세상에는 없는 철. 소설이 어둡다는 말 같구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나아질 조짐은 보인다. 마지막 소설 <오늘의 일기예보>에서 고모는 예전에 하지 못한 말을 이제는 하려고 한다. 그건 좋은 거겠지. <3구역, 1구역>에서 ‘나’는 ‘너’처럼 살려고 하지 않을 거다. 그럴 것 같다.

 

 

 

희선

 

 

 

 

☆―

 

 그때는 다만 네가 따뜻한 사람이다고만 생각했던 것 같다.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는 길고양이에게 기꺼이 시간과 돈을 내줄 수 있을 만큰 착하고 순수한 사람이다 여겼고 그 순간엔 내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처럼 보였다.  (<3구역, 1구역>에서, 12쪽)

 

 

 너는 길고양이를 끔찍이 생각하는 사람이고 요령 있게 집을 사고 팔고 차익을 남길 줄 아는 사람이고 내게 아무런 경계심 없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고, 누구나 관심 있어하고 알고 싶어할 정보를 대가 없이 공유하는 사람이고, 낡고 오래된 것들은 말끔히 부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고 몇 날 며칠씩 오지 않는 고양이를 기다리는 사람이고.  (<3구역, 1구역>에서, 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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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3-21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소설을 이렇게 챙겨보는것도 좋은것같네요. 때로는 그 속에서 보석을 발견할 수도 있을테니까요. 희선님이나 저의 봄날이 좀 더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

희선 2021-03-21 23:51   좋아요 0 | URL
좀 늦었지요 지난 2020년에 나온 거니... 본래는 더 일찍 봤는데, 제가 좀 밀려서 올려서... 이번 건 언제 나오나 하고 보니 16일에 나왔더군요 거기 담긴 소설 쓴 사람은 다 처음 보는군요 지난해 것도 봄밖에 못 보고... 겨울에 볼까 하다가 시간이 가 버려서 봄에 나오면 그걸 사자 했어요

며칠전에 이번에는 꽃샘추위 안 찾아오려나 했는데, 바로 찾아오는군요 여기는 바람이 세게 붑니다 그래도 봄이네요


희선
 

 

 

 

마음은 억지로 잇지 못해

오고가는 마음

주고받는 마음이어야지

 

스치는 인연

스치지도 않는 인연

아쉬워도 어쩔 수 없어

 

사람 마음은

가장 잡기 어려워

알아주지 않는다고

괴로워하기보다

그냥 내려 놓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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